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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327화 (327/332)

# 327

327화

레온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던 클라리우가 뿌득, 소리가 나게 이를 갈았다.

‘네놈은 기필코 내 손으로 해치워 주마.’

그는 속으로 살의를 불태웠다.

“크억!”

이어 그는 곁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신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가쁜 신음성을 토해 내는 신관에게 클라리우가 말을 건넸다.

“왜 키메라들이 공격을 하지 않고 멈춰 있는 거냐. 라스푸틴의 복수라도 하겠다는 거냐?”

클라리우의 말처럼 아직까지도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은 울음소리만 낼 뿐 움직이지를 않고 있었다.

그러자 클라리우는 혹시라도 키메라들의 조종을 맡고 있는 신관이 레온을 돕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신관은 숨 막혀 하며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큭, 아, 아닙니다. 저도 원인을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키메라들이 무언가에 공포에 질린 것처럼 행동하는지.”

중언부언하는 그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클라리우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며 신관의 말을 곱씹었다.

‘……공포에 질렸다?’

그가 고개를 돌려 키메라들의 상태를 자세히 확인했다.

-크에에에.

-쿠어어.

그러자 정말로 키메라들이 잔뜩 움츠려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관의 말처럼 정말로 겁에 질려 있는 연약한 짐승의 모습이었다.

키메라들은 힐끗힐끗 어느 한 곳을 바라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의 시선을 쫓아간 클라리우는 곧 키메라들이 기현상을 보이는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서거거걱!

꽈지지직!

거기에는 자신의 이빨로 만든 두 개의 검인 ‘하늘도 되살리는 어금니’와 ‘겹겹이 쌓인 구름의 송곳니’를 맹렬히 휘두르고 있는 마루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크윽, 저것 때문이었나.’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키메라들이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루의 스킬인 ‘짐승의 왕’ 때문이었다.

-소환수, 마루의 액티브 스킬 ‘짐승의 왕’이 발휘되었습니다.

-스피릿츄얼 키메라, ‘아크 가고일 미노타우르스 킹’이 상태 이상 ‘공포 大’에 걸렸습니다.

-스피릿츄얼 키메라, ‘세븐 윙즈 드레이크’가 상태 이상 ‘공포 大’에 걸렸습니다.

-(……중략……)

[짐승의 왕]

요괴왕 마루는 요계에 있는 모든 짐승들의 제왕이었습니다. 그 어떤 짐승도 감히 투아왕에게 고개를 들지 못하였습니다.

요괴왕 마루의 사악한 요기는 인간계의 모든 짐승형 몬스터들에게도 똑같은 공포심을 부여합니다.

-마루에게 적의를 드러낸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모든 짐승형 몬스터들에게 일정 시간동안 즉시 상태 이상 ‘공포 大’를 부여합니다.

-단, 마루가 일정량 이상의 대미지를 입을 시 공포가 해제됩니다.

몬스터가 이성을 상실하고 어떤 공격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태 이상인 공포 大는 수많은 종류의 상태 이상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효과를 지닌 것으로 손꼽히는 상태 이상이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사용하는 공포 스킬들은 적에게 발동되는 성공률이 매우 낮았던 데다가, 범위에 다중으로 발휘되는 스킬은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마루의 스킬은 ‘짐승형 몬스터’라는 조건에 한정되지만, 100퍼센트의 성공률로 무조건 적용을 시킬 수 있었고, 숫자의 한계조차 없었다.

게다가 운 좋게도 모든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은 짐승형 몬스터로 간주되었기에, 마루를 소환하자마자 키메라들이 제자리에 발이 꽁꽁 묶여 버렸던 것이었다.

“꺄하하! 다 죽여 버린다낭!”

귀엽고 깜찍한 외견과는 정반대로 마루는 끔찍한 학살극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서거거거걱!

콰아아아앙!

“으아아!”

“도, 도망가!”

암흑성국의 병사들이 마루와 감히 대적할 생각을 못하고 꽁지가 빠져라 도망을 치고 있었다.

전장을 이탈하는 인원이 자꾸만 늘어 가고 있었다.

스르르릉!

슈아아아아!

그 상황을 확인한 클라리우가 꺼내 들고 있던 자신의 창에 다시금 힘을 불어 넣었다.

창 위로 검은 마기로 이루어진 풀 오러 스피어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쿠할란이 선보였던 오러 스피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이 담겨 있었다.

타다닷!

파바바밧!

그러던 그때, 클라리우가 제자리에서 진각을 박차며 마루에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본래대로라면 부대를 총지휘해야 하기에 자리를 벗어나면 안 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촤아아아아!

파아아아아!

마루의 힘을 본 클라리우가 마창만으로는 감당이 역부족이겠다고 생각했는지, 성기사의 갑옷의 힘 또한 즉각 발동시켰다.

두 개의 마신의 힘이 동시에 발휘되자, 클라리우의 주변 공간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이 어그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지옥의 사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으응?”

오랜만의 전투가 주는 희열에 빠져 정신없이 적들을 해치우고 있던 마루는 갑자기 께름칙한 기운이 자신을 엄습해 옴을 느꼈다.

마루가 신경이 곤두선 채로 빠르게 뒤를 돌아보자.

쐐애애애액!

촤아아아아!

“흑마괴뢰창!”

클라리우가 마신의 힘을 잔뜩 불어 넣은 마창이 마루의 심장을 깊숙이 찔러 오고 있었다.

“크앗!”

마루는 뒤늦게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이미 창날의 끝이 마루에게 닿아 있었다.

퍼어어어억!

콰아아앙!

순간적으로 귀가 먹먹해지는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마기의 폭발로 인해 사방을 덮는 커다란 먼지 구름이 떠올라 있었다.

처척.

먼지가 서서히 걷히자 아직도 전신에서 마기를 폭사시키고 있는 클라리우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오오, 역시 클라리우 님!”

“설마 죽은 건가?”

그 광경을 보고 암흑성국의 병사들은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을 만들었고,

-꾸이이이?

-끼이이이?

웨어 울프 군단은 걱정스런 울음소리를 내었다.

우아아아!

암흑성국의 병사들이 커다란 환호성을 쏟아 내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갈채에도 클라리우의 표정은 전혀 밝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한낱 소환수 따위가 마신님의 힘이 담긴 내 공격을 버텨 내?’

상대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는 경미한 피해를 입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크윽…… 쓰라리다낭.”

그때 때마침 먼지 구름 속에서 마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습이 드러난 마루는 창날이 쑤시고 지나간 가슴팍에 상처가 나 있었다.

-크아아아앙!

-크르르르르르!

-갸오오오오!

순간 스피릿츄얼 키메라의 울음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쿠우웅!

쿠웅!

움직임을 멈추었던 키메라들이 다시금 걸음을 시작하고 있었다.

키메라들의 얼굴에서 공포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단 마루가 일정량 이상의 대미지를 입을 시, 공포가 해제됩니다.

이번 클라리우의 공격을 통해 상태 이상의 해제 조건이 만족되어져 버린 것이었다.

“으아……. 망했다낭. 겁나 맞겠다낭…….”

그때 뒤늦게 움직임을 재개한 키메라들의 모습을 확인한 마루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레온이 사전에 날뛰는 것은 좋지만 절대로 공격을 허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그 약속을 깨트리고 만 것이다.

‘무슨 일이지?’

당연히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클라리우는 갑작스레 울상을 짓고 있는 마루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쐐애애애애액!

쿠우우우웅!

콰아아아앙!

그러던 그때, 키메라들이 아슬란 연합군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슈아아아아-!

지이이이잉-!

그때 20마리가 넘는 괴수들이 동시에 몸속에 봉인되어 있는 상급 정령들과 최상급 정령들의 힘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키메라들이 다시 움직인다!”

“적들을 물리쳐라!”

“지금이 기회다!”

암흑성국의 병사들이 기세 좋게 목소리를 높여 갔다.

그 모습을 확인한 클라리우가 슬쩍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좋아, 이 정도면 승세는 다 넘어왔군.’

전장의 기세가 자신들에게 넘어왔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때, 클라리우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이제 저놈과 그 주인 놈만 해치우면 끝이다!’

스르르릉!

촤아아아!

패닉 상태가 된 마루를 바라보며 클라리우가 마창에 아까 전보다 더욱 강력한 풀 오러 스피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오러 부스트, 신마강신(神魔降神)!”

퍼어어엉!

파바바밧!

그리고 찰나의 순간이 지난 후, 클라리우는 스피드를 극한까지 올려 주는 사도 전용 스킬을 사용하며 엄청난 속도로 마루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그는 자신의 마력이 뭉텅 사라졌음을 느꼈다.

아까 전 공격보다 최소 1.5배는 출력을 강화시킨 풀 오러 스피어였다.

소환수 따위가 이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쐐애애액!

촤아아아아!

순간 주변의 공기가 모조리 찢어발겨지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순간.

까가가강!

까강!

들려온 효과음은 마루가 잘려 나가는 절삭음이 아니었다.

칼과 창이 서로 맞부딪쳤을 때의 쩌렁쩌렁한 소음이었다.

어느새 어비스 드래곤에서 내려온 레온이 아크 데몬즈 플레어의 검날로 클라리우의 창을 막아 내고 있었다.

스가가가가가!

콰가가가가!

빛의 검과 어둠의 창이 맞물리자, 주변이 붕괴될 것만 같은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그때 클라리우의 눈동자는 커다랗게 확장이 되어 있었다.

‘이놈이 언제 이곳까지 온 거지?’

전투를 치르면서도 시선을 결코 레온에게서 거두지 않았던 그였다.

한데 레온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지 않은가.

파바밧!

타닷!

백중지세를 이루고 있던 두 사람이 발을 구르며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클라리우와 달리 레온은 잔뜩 쫄아 있는 마루에게 획, 하고 시선을 돌리며 말을 꺼냈다.

“쯔쯔, 꼴 좋다, 이 자식아. 내가 방심하지 말라고 그랬어, 안 그랬어?”

그러자 마루가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그, 그게 내 잘못이 아니다낭 주인아. 저놈이 비겁하게 기습을 한 거…….”

“쓰읍.”

“허업!”

쓸데없는 변명을 늘어놓자 레온이 말을 끊었다.

그러자 마루가 앙증맞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저 버러지 같은 놈이 감히!’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만담을 나누고 있는 레온을 바라보며, 클라리우는 살기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레온은 그런 클라리우를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는 마루에게 다시 말을 내뱉었다.

“자, 이제 뭐 해야 하는지 알지?”

“히잉.”

입을 막은 채 신음성을 내뱉는 마루에게 레온이 손가락으로 난리를 피우고 있는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엉덩이 걷어차 버리기 전에 그만 찡찡거리고, 얼른 네 똥 치우러 가라.”

“……알았다낭.”

투다다다!

타다다닷!

레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루가 미친 듯이 키메라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레온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지금까지 중 최고의 속도였다.

“보낼 것 같으냐!”

그 모습을 확인한 클라리우가 재빨리 자신의 창을 마루에게 던졌다.

파아앗!

촤아아아!

파공성을 내며 창이 일직선으로 마루에게 날아들었다.

‘어딜!’

슈우우욱!

티이이잉!

하지만 창이 날아가는 것보다 레온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

파악!

쐐애액!

도달한 레온이 창끝을 발로 차서 그대로 클라리우에게 돌려보내 주었다.

“헉!”

자신의 얼굴에 창이 그대로 돌아오자, 클라리우가 황급히 몸을 굴렀다.

볼썽사납게 넘어진 그의 온몸에 흙먼지가 달라붙었다.

‘이 개자식이!’

클라리우가 몸을 일으키며 레온을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그러자 레온이 검지를 까닥까닥하며 말을 꺼냈다.

“어허, 어딜 남의 강아지한테 손을 대려고 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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