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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326화 (326/332)

# 326

326화

마루를 찾는 레온의 말이 끝난 순간.

효과음과 함께 지면에 거대한 소환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촤아아아!

파아아앗!

미친 듯이 달려들던 암흑성국의 병사들이 뒤늦게 소환진을 확인하고는 다급하게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곤 공포감이 서려 있는 얼굴로 놀란 반응을 내보였다.

“……저건?”

“……뭐지?”

단언컨대 이때까지 레온이 그 어떤 소환수를 소환했을 때보다 음험하고 사이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치솟고 있었다.

한데 이상 현상은 그뿐이 아니었다.

-키에에에!

-쿠에에에!

마신의 힘을 받은 모든 스피릿츄얼 키메라들 또한 소환진을 확인하고는 연이어 거친 울음소리를 토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소환진에서 폭사되고 있는, 자신들의 마기와는 전혀 다른 기운이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건?’

그렇게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클라리우가 미간을 좁히며 다시금 어떻게든 제어를 해 보려 했지만.

-키이이이!

-쿠에에!

안타깝게도 키메라들의 동요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그 순간 클라리우는 키메라들의 이런 모습이 마치 늑대에게 겁을 집어먹은 강아지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소환수가 등장하려 하는 것인가.

클라리우는 어비스 드래곤에 올라타 있는, 여유가 묻어나는 레온을 노려보았다.

씨익.

눈이 마주친 레온은 기분 나쁜 미소를 얼굴에 지어 보였다.

클라리우는 문득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베어 버리면 그뿐이다.’

그러자 그는 애써 그 불안감을 부정하며 더욱 큰 소리로 병사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키메라들은 신경 쓰지 마라! 전원 돌격해!”

그렇게 클라리우의 말이 떨어지자, 아직 머뭇거리고 있던 병사들이 다시금 각자의 병장기를 꽉 움켜쥐었다.

투다다다!

우아아아!

그러곤 함성 소리와 함께 흑풍회와 아슬란의 병사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살기등등한 광경에 또다시 길드장을 잃은 흑풍회의 병사들은 죄다 낯빛이 까맣게 죽어 있었다.

당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파바밧!

타닷!

하지만 그에 반해 아슬란의 병사들은 지침이 있기라도 한 듯이 칼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레온 님의 명을 따르라!”

“패닉 상태의 병사들을 지켜라!”

“방어 태세를 갖춰라!”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속하게 전면으로 나서며 흑풍회의 병사들을 지켜 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신들을 위해 방패 역할을 자처해 주는 그 모습에 흑풍회의 병사들은 부끄러움과 감동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하, 우리가 한 짓들이 있는데 이렇게까지 해 줄 줄이야…….’

‘역시 레온 님은 대인배시구나.’

‘지 혼자 전공을 먹겠다고 개돌하다가 뒈져 버린 우리 길드장이랑은 격이 달라.’

부끄러움은 같은 연합군이기는 하였으나 지금까지 방해 공작만 주구장창 저질렀던 자신들의 모습 때문이었으며.

감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향해 손을 뻗어 준 레온의 넓은 마음씨 때문이었다.

패닉 상태였던 병사들의 눈빛이 한순간에 달라져 있었다.

그때 흑풍회의 병사들이 하나둘씩 커다랗게 목소리를 드높이기 시작했다.

“아슬란의 형제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마라!”

“우리의 등 뒤에는 레온 님이 있다!”

흑풍회의 병사들이 전의를 가다듬고 먼저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던 아슬란의 병사들과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던 이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광경이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이 지난 후.

“죽여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암흑성국의 병사들과 연합군이 격돌하고 있었다.

수장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기에 흑풍회의 열세가 예상되었지만.

촤아악!

티팅!

쐐애액!

까강!

레온을 구심점으로 삼아 하나의 길드처럼 변화한 두 세력의 병사들은 폭풍처럼 쏟아지는 적군의 공격을 완벽하게 받아치고 있었다.

“크억!”

“끄윽!”

오히려 이후 쏟아지는 날카로운 반격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병사들이 속출할 지경이었다.

‘이, 이게 아닌데?’

‘이런 거지 같은!’

자신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하자, 그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리고 그 아수라장의 한가운데에서.

“끼야호! 드디어 나왔다낭!”

심각한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낭랑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꼬마 남자아이 하나가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날뛰며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에 황금색의 눈동자가 인상적인 꼬마 아이는 너무나 귀여운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아이를 원으로 빙 둘러싸고 있던 암흑성국의 병사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 하나같이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온의 소환수를 처치하기 위해 소환진으로 달려갔건만, 등장한 것이 이 자그마한 꼬마였기 때문이었다.

‘설마 잘못 소환한 건가?’

‘이게 투신의 소환수라고?’

아무리 보아도 강력한 소환수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어비스 드래곤에 필적하는 무언가를 상상하며 긴장의 끈을 꽉 쥐고 있던 그들은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의 눈빛에 살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이의 외견을 지니고 있어도 소환진에서 튀어나온 존재임에는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으헤헤헤.”

쐐애애액!

촤아아악!

아직까지도 행복에 겨운 웃음소리를 내고 있는 아이를 향해 수많은 병사들의 무기가 동시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향한 공격이 쏟아진 순간.

파앗!

마치 빛이 점멸하는 듯한 이펙트와 함께 꼬마 아이가 그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어라?’

빠져나갈 구석이 없게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던 그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때였다.

푸우욱!

“끄-윽!”

어디선가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병사 하나의 신음성이 쏟아졌다.

“히익!”

“헉!”

소리가 난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린 병사들의 두 눈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거대한 두 개의 검이 병사 하나의 가슴을 꿰뚫고 튀어나와 있었던 것이다.

스르륵.

쿠웅!

자신에게 어떤 일이 발생한 것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병사가 회색빛으로 물들어 바닥에 허물어졌다.

그러자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암습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디서 건방지게 칼을 들이미낭.”

병사의 가슴에 박혀 있던, 자신의 키보다 서너 배는 될 법한 거대한 검들을 쑤욱 뽑아내는 암습자는 다름 아닌 소환진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던 꼬마 아이, 마루였다.

‘……말도 안 돼.’

‘하, 한 방에 죽었다고?’

자신들 중에서도 고레벨 축에 들었던 동료가 순식간에 죽어 버리자, 병사들은 당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더욱 놀라운 일이 발생하였다.

“뭐, 뭐야!”

“헉!”

병사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쓰러졌던 병사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색빛의 시체가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투둑.

트드득.

시체가 기괴한 효과음과 함께 변형을 거듭하고 있었다.

전신에서 털이 솟아나고, 말랐던 몸이 폭발적인 근육질로 변해 갔으며, 날카로운 이빨이 튀어나왔다.

-그르르!

이윽고 완성된 의문의 존재는 입에서 짐승의 것과 같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입을 쩍 벌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보던 병사들은 눈앞의 존재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웨어울프’였다.

-소환수, ‘마루’의 패시브 스킬 ‘요괴 왕의 각인’이 발동되었습니다.

-암흑성국의 병사, ‘이트란’이 ‘에인션트 웨어울프’로 되살아납니다.

마루의 패시브 스킬인 요괴 왕의 각인이 발동된 것이었다.

[요괴 왕의 각인]

해치운 모든 적들에게 강제적으로 요괴 왕의 각인을 새겨 넣어 자신을 충실히 따르는 노예로 삼습니다.

-사망한 적은 30초 후 ‘에인션트 웨어울프’로 되살아납니다.

-노예는 생전 스텟의 80%에 해당하는 능력치를 보유합니다.

요괴 왕의 각인 스킬은 마루가 직접 죽인 상대를 자신의 노예로 되살아나게 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보유하고 있는 스텟의 80퍼센트가 그대로 유지되는 데다가, 에인션트 웨어울프의 고유 스킬을 사용하게 되는 또 하나의 사기 스킬이었다.

-아우우우!

그때 에인션트 웨어울프가 크게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촤아아악!

그러곤 곧이어 칼날보다 날카로운 손톱을 뽑아내며, 에인션트 웨어울프가 자신의 동료였던 이에게 살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 사냥을 시작해 보자낭!”

마루가 곧이어 자신의 충실한 노예가 될 가여운 희생양들에게 살벌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 * *

‘워우, 저놈 저거 완전히 반쯤 정신이 나갔구먼.’

레온은 어비스 드래곤의 등 위에서 마루가 보여 주고 있는 활약상을 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투아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싸움 방식을 보여 주고 있었다.

서거거걱!

촤아아아악!

자신의 어금니로 만든 두 개의 검으로 앞길을 가로막는 적들을 사정없이 베어 넘기고 있었던 것이다.

별다른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없었다.

눈으로 따라갈 수조차 없는 이동속도와 공격 속도로 적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크어어!”

“끄아아!”

격이 다른 압도적인 강함 앞에 암흑성국의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그르르르!

-크와아앙!

그리고 쌓인 시체의 산은 곧이어 에인션트 웨어울프 군단으로 변신이 되고 있었다.

요괴 왕의 각인으로 만들어지는 노예는 숫자의 제한이 없었던 것이다.

마루는 자신을 따르는 늑대인간들과 함께 무슨 이유에선가 움직임을 멈추고 있는 키메라들을 향해 일직선으로 돌파해 갔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요괴 왕이라고 했었나. 거짓말은 아니었나 보네.’

레온은 마루를 ‘요괴 왕’이라는 생소한 명칭으로 지칭하고 있었다.

엠브리오 호문클루스가 되면서 마루는 본래 기억을 잃고 있었던 자신의 진짜 모습을 되찾았던 것이었다.

순간 레온의 머릿속에 마루를 엠브리오 호문클루스로 만들고 나서 확인했던 소환수 설명 창의 내용이 스치고 지나갔다.

[투아왕, 마루]

먼 과거, 요계를 다스렸던 일곱 요괴 왕 중의 하나이다.

전투에 있어서는 그 어떤 요괴 왕들보다도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끝을 모르고 강해져가는 그를 두려워하여 힘을 합친 다른 요괴 왕들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인간계로 떨어져 버렸다.

모든 힘과 기억을 잃고 한낱 몬스터의 모습으로 변한 마루는 인간계를 방황했지만, 연금술의 대현자 ‘레온’에 의해 본모습을 되찾았다.

요괴 왕은 모든 인간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투아왕은 자신의 주인인 레온에게 영원히 충성을 맹세할 것이다.

그랬다. 베일에 감추어져 있던 마루의 진정한 정체는 최강이라 불렸던 요괴들의 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모든 힘을 되찾은 마루는 어린아이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어비스 드래곤에 못지않은 파괴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자. 이 정도면 맘에 드시죠, 단장님?’

그때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레온이 자신을 죽일 듯이 바라보고 있는 클라리우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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