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3
323화
“으아아!”
“도, 도망가!”
미쳐 날뛰는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의 난동에 전장에 암흑성국 병사들이 내는 비명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그들이 회생 불가능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반면, 흑풍회 길드 병사들의 피해는 매우 적었다.
“적들을 쫓을 필요 없다! 모두 뒤로 빠지도록!”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레온의 명령을 들은 모든 병사들이 일사천리로 전투를 마무리하고 후방으로 빠져나왔기 때문이었다.
모든 병력을 뒤로 뺀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레온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은 단순한 이유였다.
-캬오오오오!
-크와아아아!
공간을 진동시키는 강렬한 드래곤 피어와 함께 키메라들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고 있는 어비스 드래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전투를 마무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끄르르르!
-쿠아아아!
그렇게 어비스 드래곤이 엄청난 위압감을 주변에 폭사시키며 날아들자, 난동을 부리고 있던 일곱 마리의 키메라들이 동시에 흰자만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어비스 드래곤에게 향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쿠우웅!
쿠웅!
파바바밧!
일시에 키메라들이 육중한 거체를 움직이며 어비스 드래곤에게 동시에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또 한 번의 괴수 대전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한데 그 현장을 지켜보는 흑풍회 길드의 병사들의 표정은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저 키메라들, 아무래도 버서커 모드같은 것이 발동된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끄응, 일곱 마리 대 한 마리라니 너무 하잖아.”
“그, 그래도 머리는 두 개잖아.”
일곱 마리 대 한 마리로, 수적으로 완전히 열세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앞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드래곤 브레스 한 번으로 세 마리를 한 번에 리타이어시켜 버렸기는 하나.
그런 기술을 재사용 대기시간도 없이 곧바로 다시금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걱정이 커졌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촤아아악!
쐐애애액!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온 키메라들이 펄쩍 뛰어오르며, 레온의 오러 블레이드보다 거대한 자신의 발톱을 어비스 드래곤에게 휘두르고 있었다.
티팅!
티잉!
하지만 이윽고 벌어진 놀라운 상황 앞에 사람들은 다른 의미로 입을 쩍 벌린 채, 그들의 싸움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공격들이 하나도 안 먹히잖아?’
‘……저것들을 다 막아 낸다고?’
수많은 키메라들의 공격이 어비스 드래곤에게 쏟아졌지만, 녀석들은 어비스 드래곤의 비늘 하나에도 작은 생채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꾸에에!
-키에에!
자신들의 공격이 하나도 먹히지를 않자, 키메라들이 거칠게 분노하며 더욱 발광을 해 대기 시작하였다.
놈들은 더욱 미친 듯이 발톱과 이빨을 들이밀었지만, 공격력만큼이나 비교 불가능한 방어력을 지닌 어비스 드래곤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 이것은 단순히 방어력 덕분만은 아니었다.
그때, 레온의 눈앞에 일련의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소환수, ‘트윈 헤드 어비스 드래곤’의 패시브 스킬, ‘마신 경멸’이 발휘되었습니다.
-‘스피릿츄얼 키메라, 트리케라 오우거’가 입히는 피해량이 급격히 감소합니다.
-‘스피릿츄얼 키메라, 트리케라 오우거’의 공격이 ‘트윈 헤드 어비스 드래곤’에게 120의 피해량을 입혔습니다.
-(……중략……)
시스템 메시지에 적힌 것처럼, 어비스 드래곤이 지니고 있는 패시브 스킬로 지니고 있는 ‘마신 경멸’이라는 스킬의 효과 때문도 있었다.
[마신 경멸]
트윈 헤드 어비스 드래곤은 연금술의 현자 ‘레온’에 의해 엠브리오 호문클루스로 구원을 받았지만, 해츨링 시절 붙잡혀 한낱 실험체가 되었던 기억 때문에 마신에 대한 분노가 뿌리 깊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트윈 헤드 어비스 드래곤은 모든 마신의 종을 상대할 때, 분노로 본래 자신의 힘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모든 마신과 연관된 몬스터와 싸울 때, 본래 보유한 모든 스텟이 200%만큼 추가로 증가합니다.
-모든 마신과 연관된 몬스터와 싸울 때, 그들이 ‘일반 공격’, ‘스킬’로 자신에게 입히는 피해량이 크게 감소합니다.
마신의 힘을 통해 연성이 된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은 당연하게도 마신과 연관된 몬스터로 취급이 되었다.
조건이 완료되고 나니, 그들의 모든 공격은 엄청난 피통을 지닌 어비스 드래곤에게 티끌만큼의 피해밖에는 주지 못하고 있었다.
어비스 드래곤은 레온의 ‘대(對)마신 전용 병기’와 같은 느낌이었다.
-이 하찮은 쓰레기들이 감히 이빨을 드러내?
-모조리 씹어 삼켜 주마!
그리고 곧이어 어비스 드래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우드득.
드득.
-끼에에에!
-크에에!
소름끼치는 효과음과 함께 키메라들이 몸서리를 치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콰지직!
까득!
어비스 드래곤의 두 머리가 송곳과 같은 이빨로 적들을 마구잡이로 물어뜯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비스 드래곤이 머리를 흔들 때마다, 적들의 살점과 피륙이 뜯겨 사방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적군과 아군 모두 이 처음 보는 잔혹하기 짝이 없는 광경에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후후, 좋아. 잘하고 있어.’
단 한 명, 레온만이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소환수, ‘트윈 헤드 어비스 드래곤’의 ‘절대자의 흡식’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무작위로 ‘스피릿츄얼 키메라, 카오스 드레이크’가 보유한 스킬 하나를 흡수합니다.
-‘다크 이블즈 플레임’이 ‘트윈 헤드 어비스 드래곤’의 스킬 목록에 포함됩니다.
저 포식 행위를 통해 ‘절대자의 흡식’이라는 또 다른 사기 스킬이 발휘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비스 드래곤은 몬스터를 먹어 치움으로써 상대 몬스터가 지닌 스킬을 영구적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흐흐, 개꿀이구나!’
무려 유니크 등급의 스킬을 훔쳐 낸 레온이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본래 매우 적은 확률로 발동이 되었는데, 마신과 연관된 몬스터와 싸울 때는 확률이 대폭 상승하였다.
일단 발동만 되면 한 번에 한해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파크의 베르제브의 식탐의 완벽한 상위 호환이었다.
“으하하! 전부 다 빼앗아 와라!”
레온이 폭소를 터뜨리며 크게 소리쳤다.
화르르륵!
파아앗!
-크와아오오!
그러자 어비스 드래곤이 빼앗은 스킬들을 한꺼번에 모조리 발동시키며, 다시 한번 드래곤 피어를 터뜨렸다.
수적 열세에도 어비스 드래곤이 적들을 완전히 압도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레온의 완벽한 승리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그때, 맹활약하는 레온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포프가 눈빛에 이채를 띠고 있었다.
‘저자는 대체?’
그는 여태껏 자신과 어비스 드래곤이 싸우는 광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고 있었다.
‘……모든 힘을 발휘해도 60%나 되려나?’
하지만 아무리 자신이 이길 승률을 짚어 보아도 고작해야 그 정도밖에는 나오지가 않았다.
심지어 이것은 레온이 함께 싸우지 않는 것으로 가정한 승률이었다.
풀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최상위 검사인 레온이 합류한다면 20%도 안 되리라.
놀라운 일이었다.
판테라의 전체 랭킹 1위인 그가 레온을 자신의 위에 세워 두고 있었던 것이다.
평범한 자라면 말도 안 되는 힘을 지닌 레온에게 절망을 했을 테지만, 포프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이런 자가 있었다니!’
포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오히려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사실 포프는 최근에 게임에 들어와서도 잠만 자는 등 판테라에 상당히 흥미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어떤 유저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를 않으니, 재미가 없어서였다.
페가수스 길드장이었던 리로이가 대외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라이벌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포프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그딴 허섭스레기가 자신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점점 과감하게 도전해 오는 이도 사라지고, 열의를 잃어 가던 시점이었다.
한데 이렇게 자신을 간단히 압도할 강자가 나타나니, 마음속에서 참을 수 없는 기쁨이 솟구쳐 오른 것이었다.
‘곁에서 봐 보고 싶어!’
한 번도 길드에 들어가지 않았던 그가 아슬란 길드에 합류하려는 마음을 굳게 먹은 순간이었다.
촤아아악!
서거걱!
그때, 적군의 수장 나이저가 레온의 손에 목이 떨어지고 있었다.
* * *
투신이 위기에 처한 흑풍회를 구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판테라의 모든 커뮤니티가 시끄럽게 들끓기 시작했다.
-참나, 최강의 1등 길드라고 자부하더니. 길드장이 저렇게 쉽게 나자빠지냐.
-쯔쯔, 페가수스나 코르부스랑 다를 게 없었네.
-그냥 지는 해인 거임.
-그저 빛아슬란이 희망이시다,
흑풍회 길드장과 레온이 적나라하게 비교되고 있었다.
한데 어쩔 수 없었다.
모든 현장이 생중계되고 있었기에, 쿠할란의 너무나 실망스러운 모습과 레온의 맹활약이 모두에게 가감 없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속된 말로 흑풍회의 주가는 떡락하였고, 아슬란은 떡상하여 있었다.
모든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레온의 활약을 줄기차게 내보내고 있었다.
거의 편성된 모든 시간을 레온 특집으로 방영하는 곳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열기를 만든 것은 또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 때문도 있었다.
[대마법사, 포프! 아슬란 전격 입단!]
그건 바로 투신에게 감명을 받은 포프가 흑풍회를 떠나 아슬란에 이적했다는 사실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포프가 일시적인 용병이 아닌 일원으로 완전한 입단했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었다.
-와, 이러면 전체 랭킹도 수정되어야 되는 거 아님?
-맞네. 전체 랭킹 1위가 발 아래로 들어갔는데…….
-투신이 최고이신 거시다.
-갓레온! 찬양해!
모든 유저들이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반응을 쏟아 내고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부동의 전체 랭킹 1위가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레온의 품으로 간 것이기 때문이었다.
포프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던 랭커들과 더불어 일반 유저들의 아슬란 입단 러시가 시작되어 있었다.
그와 함께 아슬란의 길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이제는 지나가는 유저 아무나 붙잡고 1위 길드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아슬란을 꼽을 정도였다.
기쁜 소식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암흑성국의 남부 지역에서 맹렬히 돌진하고 있는 아슬란 군은 암흑성국의 신관 잔존 세력들을 규합하며, 연전연승을 이어 나가고 있었으며.
레온이 합류한 흑풍회 길드의 군세 또한 적들을 박살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암흑성국의 남쪽과 서쪽에서 연합군이 함께 밀려드는 형국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결코 넘을 수 없는 철옹성 같던 암흑성국의 본토 또한 계속해서 정복되어지고 있었다.
지금 속도라면 암흑성국의 황제 러셀이 있는 황도까지 일주일이면 도달할 것으로 예측될 정도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업적에 암흑성국 정벌대에 속해 있는 모든 병사들은 NPC, 유저를 가리지 않고 단 한 사람 레온을 칭송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