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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322화 (322/332)

# 322

322화

단 한 명뿐인 구원군이었지만, 그 여파는 일만의 대군이 합류한 것보다 뛰어났다.

패배를 직감하고 바닥에 떨어졌던 병사들의 사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을 찌를 것처럼 완벽히 회복되어 있었다.

레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에 하나같이 승리에 대한 확신이 희망이 담겨 있었다.

“이제 니들은 다 뒈졌다! 망할 암흑 성국 놈들아!”

“투신이 왔다! 우린 이겼어!”

“하악, 날 가져요. 레온 사마.”

환호성과 함께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병사들의 목소리를 들은 레온은.

처척!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한쪽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

그러자 더욱 큰 환성이 울려 퍼졌다.

약간 민망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숱한 경험을 통해 이럴 때에 이렇게 맞장구를 쳐 주는 편이,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극대화시켜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을 파악한 레온이 전장이 떠날 것과 같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어깨를 펴라! 흑풍회의 형제들이여!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레온이 형제라는 말을 꺼내자 흑풍회의 모든 병사들이 미안함과 감동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경쟁 상대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도와주러 올 줄이야.’

‘……그렇게 방해 공작을 해 댔는데.’

‘대인배는 다르구나.’

분명 형식상으로는 동맹이었지만, 흑풍회 길드는 아슬란을 눈엣가시로 여겼기 때문에 전쟁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온갖 뒷수작을 많이 부렸었던 것이었다.

한데 레온은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곳까지 몸소 와서 자신들을 돕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물론 레온의 속마음은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아오, 이 허접들. 내가 이 먼 곳까지 와야겠냐. 니들이 이렇게 처밀리면 황도 함락이 너무 늦어진다고.’

사실 레온은 출발하기 전, 흑풍회의 전선을 도와줄까 말까를 한참을 고민했었다.

자신의 길드도 아니었고 뒤에서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닌다는 말도 있었기에, 몰살을 당하도록 내버려 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기사단장이 황도로 빠진 시점에 최대한 이득을 많이 봐 놔야, 암흑성국을 빠르게 함락시킬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정신을 추스른 나이저가 잔뜩 얼어붙어 있는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말을 꺼냈다.

“모두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 우리에겐 마신님이 함께하신다!”

그러나 나이저의 계속된 노력에도 병사들의 굳은 얼굴은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었다.

레온은 그것을 보며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쯔쯔, 이봐요, 아저씨, 지금 머리 둘 달린 드래곤이 아가리를 벌리고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신 타령을 하면 병사들이 퍽이나 힘이 나겠네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은 레온은 병사들을 향해 다시금 목청을 드높였다.

“전군! 나를 따르라!”

파바밧!

쐐애애액!

캬오오오오!

말이 끝나자마자 레온은 허공에서 뒤따르는 트윈 헤드 어비스 드래곤과 함께 적군의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갔다.

“레온 님을 따르라!”

“투신님이 우리를 부르신다!”

레온의 용기 있는 돌진에 흑풍회의 병사들 또한 자신감을 되찾고 내려놓았던 자신들의 무기를 다시금 집어 들었다.

그러곤 적들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분명히 흑풍회의 병사들인 데도 불구하고, 레온을 지휘관으로 생각하며 의지를 하고 있었다.

위이잉!

지이잉!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레온의 발밑에 소환진이 생겨나며, 오토마톤 스키르니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철컹!

처처척!

너무나 자연스럽게 합체를 완료한 레온의 손에는 어느새 아크 데몬즈 플레어가 지옥의 업화와 같은 칼날을 토해 내고 있었다.

‘자, 그럼 오랜만에 날뛰어 볼까!’

투구의 눈 틈새에서 오랜만의 전투에 들뜬 레온의 눈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적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사신의 그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레온을 바라보며, 암흑성국의 병사들은 절망적인 말들만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으으, 저걸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마신님도 저건 못 막을 거라고.”

“도, 도망쳐야 해.”

탈영을 시도하려는 이들이 속출하기 시작하자, 나이저가 앞으로 나서며 진득한 살기를 폭사시켰다.

“맞서지 않고 도망을 치려는 자는 내 손에 베일 것이다!”

그렇게 앞에서 뒤에서 칼을 들고 협박을 하자, 병사들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망할,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으아아아!”

그러다가 더 이상 방법이 없을 것 같자, 비명을 지르며 레온에게 각자의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다크 헤븐즈 플레임!”

“크림슨 오러 블레이즈!”

“트리플 피스트 오러!”

겁에 질리긴 했으나, 암흑성국의 정예병들의 실력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일순간 각기 엄청난 파괴력을 내재하고 있는 스킬 투사체들이 거친 폭우처럼 레온에게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하늘을 뒤덮고 있는 그 투사체들을 바라보는 레온은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귀엽긴!’

그저 우습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릴 뿐이었다.

“아스트랄 코팅, 수라강신!”

후아아아아!

파아아아아!

레온의 입에서 시동어가 떨어진 순간, 전신에서 찬란한 황금빛과 칠흑 같은 어둠이 동시에 솟구쳤다.

그리고 이질적인 그 두 가지의 기운이 하나로 뒤섞이며 레온의 온몸에서 요동을 치기 시작하였다.

총검신황이 되며 얻은 아스트랄 바디의 진화 스킬인 아스트랄 코팅이었다.

꾸르르르!

콰아아앙-!

순간 레온이 힘껏 진각을 박차자, 운석이 내리꽂힌 것과 같은 소음이 울려 퍼졌다.

아스트랄 바디의 속도가 음속이었다면, 아스트랄 코팅은 광속이었다.

휘이이익!

쐐애애액!

레온은 상식선을 벗어난 속도로 질주하며, 자신에게 내리꽂히는 모든 투사체들을 너무나 간단하게 피해 버렸다.

콰아아앙!

스킬들은 애꿎은 아무것도 없는 지면만을 강타할 뿐이었다.

암흑성국의 병사들은 그것을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만을 지었다.

‘이제 내 차례지?’

파바밧!

어느새 적들의 코앞까지 도착한 레온이 하늘로 펄쩍 뛰어올랐다.

“지금이다!”

“죽여 버려!”

스스로 피할 곳이 한정된 허공으로 이동하자, 적들이 모든 공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모든 것보다 레온의 스킬이 한 발자국 빨랐다.

우우우우우웅!

지이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 아크 데몬즈 플레어가 미친 듯이 울부짖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방출되고 있던 빛의 칼날이 끝을 모르고 폭발적으로 커져 가고 있었다.

그것은 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했다.

모든 병사들의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자신들의 최후를 직감한 것이리라.

그 순간, 레온의 입이 달싹였다.

“크로스 슬레이브!”

콰가가가가가-!

그그그그그극!

레온이 허공에서 아크 데몬즈 플레어를 횡으로 휘두르자, 빛의 칼날이 무기를 떠나 적들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인을 떠난 빛의 칼날은 거대한 십자가의 형상이 되어 적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담고 있는지, 빛의 칼날에 닿는 공간조차 일그러져 보이고 있었다.

“막아-!”

“프로텍션 쉴-!”

“철벽의 방호!”

나이저의 필사적인 외침에 수많은 병사들이 각자가 지닌 최고의 방어 스킬을 시전하였지만…….

스거거거가걱-!

콰아아아아아!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허사로 돌아갔다.

겹겹이 쌓인 방어막은 휴지 조각처럼 간단하게 박살이 나 버린 것이다.

“……!”

“……!”

“……!”

그렇게 수많은 병사들은 단말마의 비명도 내지르지 못한 채, 빛의 칼날에 잡아먹히고 있었다.

이윽고 다음 순간.

콰아아아아앙-!

꽈아아아아앙!

융단폭격이 떨어진 것과 같은 엄청난 폭음과 함께 또 한 번의 거대한 폭발이 이루어졌다.

“크으윽.”

가까스로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난 나이저가 쓰러져 있던 자세를 일으키며, 병사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곧이어 그의 두 동공이 지진이 난 듯 떨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지휘관이 동요한 모습을 보이지 않게 노력을 하고 있었지만, 최대의 고비를 맞아 있었다.

‘마신이시여, 이게 정녕 사람이 지닌 힘이란 말입니까.’

……그의 눈앞에 순식간에 폐허로 뒤바뀐 땅덩어리와 사방에 파편이 되어 널브러져 있는 병사들의 주검이 보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생지옥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그 잔혹한 광경에 경악한 것은 나이저뿐만이 아니었다.

‘으어.’

‘히익.’

기세 좋게 달려들던 흑풍회 길드의 병사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들은 영상으로만 보았던 투신 레온의 파괴적인 활약을 처음으로 직접 경험하고, 경외심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저자, 강해.’

유일하게 포프만이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빛을 반짝일 뿐이었다.

차착.

“아, 상쾌해.”

그러던 그때,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면에 착지한 레온이 눈앞의 학살극과는 어울리지 않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어느새 일대일의 전투보다 일 대 천의 전투가 익숙하고 재밌었진 레온이었다.

그런 레온에게서 암흑성국의 병사들은 범접하기 힘든 절대자의 포스를 느끼고 있었다.

‘……저런 괴물을 황도로 보낼 수는 없어.’

그러자 나이저가 뿌득, 하는 소리가 나게 이를 악물었다.

그가 핏줄이 터진 눈동자로 키메라들을 소환했던 보석을 바라보았다.

까드득!

그러곤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그는 이내 보석을 움켜쥔 손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빠지직!

곧이어 보석에서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이저의 곁에 있던 기사 하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만류했다.

“나, 나이저 님! 안 됩니다! 그러셨다간!”

하지만 나이저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고.

파직-!

파열음과 함께 결국 보석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자 다음 순간!

키에에에에에-!

크와아아앙-!

크롸라라!

드래곤 브레스에 의해 부상을 당해 비틀거리던 일곱 마리의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이 비명을 지르며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콰지직!

콰아아악!

“크아아아!”

“끄어억!”

구멍이란 구멍에서 모두 피를 흘리며, 발작을 하는 키메라들에 의해 병사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며 나이저가 속으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생각했다.

‘여기서 모두가 죽더라도 저놈만은 데리고 가리라!’

그가 파괴한 보석은 바로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의 강제적으로 조종하는 도구였다.

그런데 보석이 파괴되면 키메라들은 폭주 상태가 되어 이지를 상실하고, 피아를 구분하지 못한 채 오로지 살육을 행하는 괴물이 되어 버렸다.

단 본능이 일깨워지기에 키메라의 성능은 더욱 증가되었다.

나이저는 자신과 병사들의 목숨을 포기하고, 이곳의 모두를 길동무로 삼으려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주인이시여, 저희에게도.

-저들을 단죄할 기회를.

그런 상황에도 레온은 조금의 당황도 하지 않고, 뒤늦게 도착한 어비스 드래곤의 두 머리와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쩝, 그래. 얼른 끝내 버려. 이제 좀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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