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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320화 (320/332)

# 320

320화

‘이게 대체……?’

순간 미하비는 자신이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쿨럭, 크으.”

그건 자신의 눈앞에서 엉망진창이 된 채 신음을 내고 있는 길드장의 모습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까부터 코끝을 찌르고 있는 비릿한 피 냄새와 화약 냄새는 결코 가짜가 아니었다.

투다다다!

파바밧!

미하비가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던 그때, 뒤편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불길이 치솟는 쿠할란의 막사를 확인한 간부들이 뒤늦게나마 도착한 것이었다.

“길드장님!”

“괜찮으십니…… 헉!”

가쁘게 숨을 헐떡이던 그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쿠할란을 확인하고는 하나같이 경악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빙상처럼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서로의 눈치만 살필 뿐,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그때.

띠링!

띠링!

띠링!

모두의 귓전에 갑작스러운 효과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건 다름 아닌 현 상황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생중계로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열띤 채팅 때문이었다.

-도랏네, 저거 흑풍회 길드장 아님?

-헐, 개작살났네.

-하, 근데 저놈 기사단장도 아니지 않음?

-쿠할란 거품 걷히는 소리 한번 시끌벅적하네.

-으아, 망했어요~~~~~.

-(……중략……)

‘이런!’

미하비가 아차, 하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해했다.

순간적으로 이번 전쟁에 참전하며 방송사와 맺은 계약으로 자신들의 전투가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간부들의 시야를 빌려 1인칭으로 중계가 되고 있었기에, 쿠할란의 저 비참한 모습이 낱낱이 공개가 되어 버리고 있었다.

“모두 방송 종료해!”

타다닷!

순간 미하비가 간부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을 하고는 앞으로 달려들었다.

당연하게도 나이저에게서 쿠할란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쿼드라 플레임 자벨린!”

촤아아아!

슈아아앙!

유니크 등급의 파이어 위저드인 미하비가 염계 마법을 시전하자, 그의 어깨 위로 이글거리는 불꽃의 창이 다발로 나타났다.

역시나 흑풍회 길드의 간부일까.

불꽃의 창 하나하나에 담긴 위력이 매우 강력해보였다.

“하앗!”

파바바밧!

쐐애애액!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성과 함께 불꽃의 창들이 나이저를 꿰뚫은 기세로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흥, 허튼 수작 마라!”

처척!

하지만 나이저는 조금의 당황한 기색도 없이 내려놓았던 검을 들어 올릴 뿐이었다.

위이이잉!

그가가가!

그의 검에 다시금 칠흑의 마기가 들끓기 시작하였다.

“마신이시여! 제게 힘을!”

촤아아악!

나이저가 검을 휘두르자 예의 풀 오러 블레이드가 불꽃의 창을 향해 쏟아졌다.

끼에에에!

끼이이이!

그러면서 마치 혼령들이 울부짖는 것과 같은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쿠가가가!

꽈아앙-!

양쪽의 스킬이 맞부딪치며 주변 사람들의 몸이 떨릴 정도로 강렬한 진동이 생겨났다.

그러나 결과는 한쪽의 일방적인 압승이었다.

스르르륵!

스아아아!

나이저의 검은 풀 오러 블레이드가 불꽃의 창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삼키며, 무효화시켜 버린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자신이 가진 최강의 공격 스킬이 나이저에게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하자, 미하비의 두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고 있었다.

흘러나오려는 침음을 애써 삼키며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크윽, 잘못 본 것이 아니었어. 저건 길드장님만이 사용할 수 있던 풀 오러 블레이드잖아…….’

오로지 레전드리 등급의 직업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증표이자 상징인 풀 오러 블레이드.

이번에 여신 퀘스트를 받으며 직업이 한 단계 진화된 쿠할란이 자신에게 알려 준 정보였다.

극강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지만 마나 소비가 너무 심해 하루에 두 번 이상 사용을 못한다는 그 힘을 기사단장도 아닌 NPC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란 미하비는 온몸이 축 늘어질 지경이었다.

그러던 그때, 나이저가 크게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꺼냈다.

“크하하, 이게 다인가. 하긴, 이깟 놈을 수장으로 삼고 있는 놈들의 수준이 이렇겠지.”

그에 자존심이 상한 흑풍회의 간부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지만,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자신들 중 가장 강력한 실력을 지닌 미하비가 상대에게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한 것을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을 즐기던 나이저가 벌레를 보는 듯한 눈빛을 띤 채, 말을 내뱉었다.

“끌끌, 자, 얼른 항복하고 마신님께 무릎을 꿇어라. 마지막 자비를 베풀어 노예로 삼는 것으로 참아 주도록 할 테니.”

지이이잉!

끼에에에!

말을 하는 내내 그의 검에서 타오르고 있는 풀 오러 블레이드는 꺼질 기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참혹하고도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때 무언가 결심한 듯 비장한 표정을 지어 보인 미하비가 곁에 멀뚱히 서 있던 포프에게 제안을 건넸다.

“……포프 님, 계약 조건을 변경하지요. 지금 길드장님을 구해 주시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무표정하던 포프의 얼굴에 흥미롭다는 감정이 떠올랐다.

포프가 말을 꺼냈다.

“정말이지?”

그에 미하비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지금 상황이라면 길드장님도 이해하시겠죠.”

원래대로라면 그에게 조건을 바꿀 결정권은 없었다.

하지만 당장 쿠할란이 체력이 고작 10 단위가 남아 있는 채 불명의 상태 이상으로 정신조차 못 차리고 있는 상태였으니.

깨어나 이야기를 듣는다면 분명히 이해할 것이었다.

순간, 자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듯 팔짱을 끼고 있던 포프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그렇다면야.”

스윽.

처척.

어느새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판테라의 마법사 최강의 아이템, 현자의 스태프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이잉!

스태프의 끝에 달려 있는 수정구가 오묘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때 포프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귀찮아 죽겠다는 말투로 말을 꺼내고 있었다.

“에휴, 좀 날로 먹나 했더니 귀찮게 됐군.”

그러나 그렇게 포프가 전투태세를 채 갖추기도 전에.

파바밧!

“쯔쯔, 멍청하기 짝이 없는 벌레 같은 이교도 놈들. 그렇게까지 죽고 싶다면 말리지 않으마!”

비릿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이저가 전광석화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그의 검 위로 칠흑의 풀 오러 블레이드가 더욱 강렬히 스멀거리고 있었다.

‘흥, 마법사 따위가 감히. 한 칼에 베어 버려 주마!’

나이저는 포프가 우스울 뿐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상대하기에 ‘마법사’라는 클래스가 가장 손쉬웠기 때문이었다.

그의 시선에 이글거리는 자신의 풀 오러 블레이드가 담겼다.

‘흐흐, 바보 같은 녀석! 마신님께 받은 이 힘은 모든 원소류의 마법을 무효화시키지!’

적들은 결코 모르겠지만 클라리우는 황도로 되돌아가기 전, 그를 포함한 흑암기사단원의 간부들에게 자신이 지니고 있던 마신의 힘을 일부 나누어 주었다.

각자 얻은 힘의 종류가 모두 다르지만, 나이저는 더욱 강력한 검술과 마족에 가까워진 신체.

그리고 모든 원소 마법을 파훼할 수 있는 풀 오러 블레이드를 손에 넣었던 것이다.

‘그 어떤 마법사도 날 이길 순 없어!’

파밧!

촤아아악!

어느새 코앞까지 도착한 나이저가 포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죽어라!”

쐐애애액!

키에에에에!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던 검은 풀 오러 블레이드가 포프의 목을 물어뜯을 기세로 쏟아졌다.

몇 초 후면 자신의 머리가 몸통과 분리될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포프는 여유가 가득한 모습으로 입을 달싹였다.

“백색의 수호문. 프로텍션 실드. 다크니스 월.”

하나도 아닌 세 개의 스킬명이 동시에 그의 입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그의 말이 끝난 순간, 포프가 쥐고 있던 현자의 스태프에서 엄청난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곧이어 그 빛줄기는 허공에서 각기 다른 세 개의 마법진의 형상으로 변화하였다.

그것을 바라보던 나이저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같잖은 잔재주일 뿐!’

이러한 다중 스킬 시전은 유니크 등급 이상의 마법사라면 수월하게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포프의 목소리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한 번 더 이어졌다.

“트리플 퓨전, 회색신의 절대 방패.”

화아아아아!

파아아앗!

허공에 떠올라 있던 세 개의 마법진이 하나로 겹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마법진이 평범한 단면이 아닌 하나의 구(球)의 형태로 변화했다.

촤아아아!

두두두두!

이어진 다음 순간, 포프의 전신을 막아 주는 회색의 거대한 방패가 나타났고.

그드드드득!

까가가가강!

“크윽!”

내리꽂히던 나이저의 풀 오러 블레이드와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이전에 미하비가 싸우던 때와는 전혀 다른 장면이 그려지고 있었다.

나이저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흡수를 못 한다고?’

마법이 파훼가 되지를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방패는 굳건하게 버티고 서서 그의 모든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아니야, 말도 안 돼. 마신님의 힘이 이기지 못할 것은 없다고!’

그렇게 나이저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던 그때.

“일루젼 워크, 윈드러너, 더블 블링크. 트리플 퓨전, 일루전 블링크.”

그 틈을 노려 포프가 또 다른 스킬들을 사용하였다.

슈아아악!

파아앗!

풀 오러 블레이드를 막는 방패는 그대로 남겨 놓은 채, 그의 몸이 잔상과 함께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번에는 이동 스킬 세 개를 하나로 합쳐 보인 것이다.

‘……이런!’

코앞에서 적을 놓친 나이저가 이를 빠득 갈며 재빨리 뒤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나이저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쿠할란을 수습하는 포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스르륵!

파아앗!

다시 한번 잔상과 함께 포프의 모습이 사라졌고.

처억.

털썩.

“읏차, 받으슈.”

곧이어 그는 미하비에게 쿠할란을 넘겨주었다.

“기, 길드장님.”

“상태 이상 포션 아무거나 꺼내 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쿠할란에게 간부들이 각종 포션을 들이붓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때, 나이저는 분노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포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뒤늦게 확인한 포프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쯔쯔, 요새는 개나 소나 풀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네. 격 떨어져서 원.”

그에 나이저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놈이 감히 날 무시해!’

그러곤 품속에서 검보랏빛으로 빛나는 보석 하나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리며 크게 소리쳤다.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다 죽여 버리겠다!”

지이이이잉!

촤아아아아!

보석에서 갑작스레 엄청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든 이가 음험한 빛을 내는 보석을 보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쐐애애액!

촤아아아아아!

그러던 그때, 너머의 하늘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가 날아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허억!”

“마, 말도 안 돼…….”

점차 가까워오는 형체를 확인한 흑풍회의 병사들과 간부들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드, 드래곤이다!”

“……말도 안 돼. 드래곤까지?”

거기에는 처음 보는 형태를 한 거대한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모두가 절망을 하고 있던 그때,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저건 뭐야?’

이 사태를 만든 줄 알았던 나이저 또한 의문에 가득 차올라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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