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8
318화
판테라 커뮤니티들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급보에 들썩이고 있었다.
그건 바로.
[하반 토벌대, 대참패!]
[하반 토벌대, 전멸에 가까운 피해 입어…….]
암흑성국의 청익기사단이 이끄는 하반 토벌대가 저항군에 의해 처참하게 패배했다는 소식이었다.
뒤늦게 파악된 바에 따르면, 토벌대의 병사들 중 온전히 살아간 이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고 하였다.
그 결과에 대다수의 유저들이 고개를 갸웃하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수긍이 잘 되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만 하더라도 모든 웹진들과 전문가들이 분명히 교황 잔당들은 물자 부족으로 자멸할 것이라고 단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반전이 되다니,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의문은 갑작스레 ‘반(反)암흑성국 연합’의 전체 세력도가 새롭게 갱신되며 해결이 되고 있었다.
-와, 미친! 왜 암흑성국에 아슬란 연합의 깃발이 꽂혀 있는 건데?
-……설마 투신이 마몬교 잔당까지 손에 넣은 건가.
-키야, 어쩐지 왜 이리 조용하나 했다.
-어차피 함락은 투신이네ㅋㅋㅋㅋ
-단언컨대 레온은 최고의 지략가입니다.
-와룡봉추는 개뿔. 갓투신님이 최고시다.
그랬다. 현재 함락에 성공한 영토가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세력 지도에 아슬란이 하반 시를 점령했음이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이들이 경악한 반응을 내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레온을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고 조롱하던 악질 악플러들조차 이번에는 찍소리도 못 하고 잠잠할 정도였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암흑성국의 본토를 점령한 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일어난 엄청난 업적이었으니까 말이었다.
클라리우가 등장하며 흑풍회와 중부 왕국 연합이 연이어 패배하며, 병사들의 사기가 정말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는데 정말 마른하늘의 단비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유저들이 놀랄 일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하반 저항군, 유스웰 침공!]
[하반 저항군의 수장은 아슬란 길드의 레온!]
[유스웰 백기 투항!]
[암흑성국의 남부 도시들 연이어 공격받고 있어…….]
두 호문클루스의 활약을 바탕으로 하반 시를 수성하는 데 성공한 브룩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전열을 가다듬어 하반에서 그리 멀지 않은 탄광 도시 유스웰을 습격한 것이었다.
유스웰은 부랴부랴 군사들을 동원하여 방비했지만.
레온이 유스웰에 있던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예상하고 미리 준비해 놓은 비밀 땅굴에 의해,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점령을 당해 버렸다.
이로써 암흑성국의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대도시 두 개가 레온의 수중에 넘어가 버리고 있었다.
이것이 불러온 여파는 엄청났다.
황제에게 전향하지 않아 박해받고 있던 교황을 따르는 마몬교의 잔당들이 모두 남부 지역으로 물밀 듯이 이동하여, 하반 저항군에 합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누군가 따로 준비를 해 놓은 것처럼, 모든 일들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완벽하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당황한 황제는 제대로 된 대처를 내놓지 못하였고, 결국 암흑성국은 내부에 위협적인 적을 만들게 되어 있었다.
* * *
“으아아아아!”
그 누구도 감히 소란을 피울 수 없는 암흑성국 황궁의 대전에서 누군가의 신경질적인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도 소란의 주인공을 말리거나 하고 있지 않았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개를 파묻은 신하들과 기사들은 그저 침묵만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소란을 피우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황제 러셀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쓸모없는 멍청이들아!”
와장창!
쨍그랑!
화를 못 참은 황제가 집어던진 황금 잔에 한쪽 벽면에 걸려 있던 조각품이 산산조각이 났다.
어느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잘못했다가는 황제에게 목이 달아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 극도로 흥분하여 얼굴이 시뻘게진 러셀이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어떻게 라스푸틴 그놈이 탈출을 할 때까지 아무도 모를 수가 있냔 말이다!”
지하에 감금하고 있던 라스푸틴이 수감자들을 데리고 도망을 친 후, 벌써 이틀이란 시간이 지나 있었다.
곧바로 추격대를 편성하여 보냈지만, 어떠한 작은 꼬리조차 잡지를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교황의 탈출과 동시에 남부에 보냈던 하반 토벌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유가 넘치던 러셀이 이렇듯 다른 사람이 되어 신하들에게 분노를 토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빌어먹을.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지.’
황제 러셀은 자신도 모르게 엄지손톱을 이빨로 뜯으며 생각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와 걱정의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교황의 진면목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았던 그였다.
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일 라스푸틴이 남부에 합류해 내 목을 노려 온다면…….’
어느새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진 러셀은 등줄기에 식은땀 한 줄기가 흘러내림을 깨달았다.
든든한 후견인인 클라리우가 있었을 때에는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 그는 전장에 나가 있는 상태였기에 이렇듯 패닉에 빠진 것이었다.
러셀의 두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러셀이 폭탄선언을 내뱉었다.
“……클라리우 경을, 클라리우 경을 당장 다시 불러들여라.”
그건 바로 최전선에서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클라리우를 황실로 회군시키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모든 대신들의 눈이 화등잔하게 커졌다.
이것은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대신 하나가 황제에게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폐, 폐하. 그건 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지금 계속해서 승전보를 알리고 있는 클라리우 경을 다시 불러들이신다니요. 도망간 교황은 현재 저희가 지닌 병력으로도 충분히 진압이 가능합니…….”
하지만 황제는 들을 것도 없다는 태도로 그의 말을 단박에 끊어버렸다.
“이잇! 시끄럽다! 클라리우 경이 아니면 누가 그 괴물에게서 짐을 지킨단 말이냐! 네놈은 짐이 죽어도 좋단 말이더냐!”
“그, 그것이 아니오라.”
황제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대신이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허둥지둥하던 그때.
“닥쳐라! 이 반역도 녀석!”
채앵!
스르릉!
황제가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곤 당장이라도 대신을 베어 버릴 기세로 성큼성큼 다가서기 시작했다.
그에 놀란 대신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죽어랏!”
“흐, 흐억! 사, 살려…… 끄윽!”
촤아악!
서거걱!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서슬 퍼런 황제의 검이 대신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대신의 몸이 힘을 잃고 바닥에 꼬꾸라졌다.
대신에게서 흘러나온 핏물이 대전의 바닥에 흐르고 있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참혹한 광경에 모든 대신들이 할 말을 잃어 있었다.
황제의 두 눈에서 악마의 그것과 같은 진득한 광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뭣들 하느냐! 어서 기사단장을 데리고 오란 말이다!”
“예, 옙!”
황제의 말이 끝나자, 신하들이 순식간에 대전을 모두 빠져나갔다.
곧이어 호위무사들까지 무른 러셀은 대전에 혼자 남아 있게 되었다.
처척.
격해진 호흡을 고르던 그는 대신의 시체를 지나쳐 한쫄 벽면으로 걸어갔다.
그러곤 손을 뻗어 벽면의 한 위치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손을 댄 벽돌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위이잉!
스으으!
그와 함께 역대 황제에게만 전해지는 비밀 공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벽 안쪽에 숨겨진 방 안에 들어간 황제는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은 광기에 물든 눈을 한 채, 제 입을 달싹였다.
“……그 누구도 감히 나의 왕좌에는 앉을 수 없어, 절대로.”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황도 아마이몬을 비롯한 여러 대도시의 위치가 그려진 의문의 지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도시들은 무슨 이유에선가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 * *
같은 시각.
마몬교 신전의 지하 연구실.
“오오! 그래, 이거야! 반응이 오고 있어!”
“으하하, 레온 님이 말씀하신 대로 하니까 정말 진행이 순조롭구먼!”
험악하기 그지없는 황실의 대전과 달리 지하 연구실은 신관들과 위장한 연금술사들의 말소리로 인해 매우 시끄러웠다.
극한의 피로에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였다.
신관들은 교황이 구출되었다는 감동 때문이었고, 연금술사들은 자신의 손으로 최강의 호문클루스를 재현시킨다는 희열에 차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현장에 종적을 감추었다고 알려진 교황 라스푸틴 또한 떡하니 자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얼굴과 외형은 레온에 의해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형이 된 상태였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레온은 등잔 밑이 아니라 등잔 속에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교황 라스푸틴은 묘한 눈빛을 띤 채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레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분은 도대체.’
그는 혼란스러움의 절정을 느끼고 있었다.
레온을 통해 전해 들은 교역 도시 하반의 소식 때문이었다.
‘정말로 그 하반 토벌대를 전멸시킬 줄이야…….’
하반을 구해 주어야겠다는 레온의 이야기에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비웃다가 처맞았던 일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자신을 탈출시킨 것도 모자라, 마몬교 재건의 발판을 마련하다니.
라스푸틴은 레온이 새삼 다시 보이고 있었다.
구출을 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반항기가 가득했던 그의 눈빛이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레온을 마몬교를 부흥시킬 인재로 인정을 하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몰랐지만 사실 그런 라스푸틴의 심적 변화는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가 장착하고 있는 펜던트에 새겨진 ‘절대세뇌’의 효과가 서서히 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었다.
절대세뇌는 본인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완전한 노예로 변모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현혹처럼 보이는 세뇌로 교황을 조종한다면 다른 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의심을 할 수도 있었지만, 펜던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은 미약하게 보이지만, 이 힘은 매우 빠른 속도로 라스푸틴이 레온을 신처럼 떠받들게 만들 터였다.
그때 라스푸틴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자를 도와주면 황제와 클라리우를 끌어내리는 일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어.’
하지만 레온은 자신의 뒤에서 녀석이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레온은 기포가 부글거리는 시험관 속에서 점점 완전한 형체를 갖추어 가는 호문클루스 실험체를 보며 헤벌쭉한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으헤헤, 좋아! 조금만 있으면 최강의 소환수들이 내 손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