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5
315화
레온의 매서운 주먹찜질이 라스푸틴에게 쏟아지고 난 후.
“……으으, 끄으.”
엉망이 된 몰골로 라스푸틴이 연신 신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가 하면, 라스푸틴의 얼굴은 필사적인 난타전을 마친 복싱 선수의 그것처럼 모든 부위가 풍선처럼 부어 있었다.
“어쭈? 아직 안 끝났어, 이 자식아. 갖다 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화가 덜 풀린 듯한 레온이 주먹을 다시 한번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히익!”
그러자 쇠사슬에 사지가 묶여 있는 와중에 라스푸틴이 어떻게든 맞지 않기 위해 애를 써 댔다.
“흐흑, 재, 재성함니다. 용서해 주세혀.”
그러면서 퉁퉁 부은 입술로 레온에게 싹싹 빌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벌레를 보는 듯한 한심한 눈빛으로 그런 녀석을 쳐다보던 레온은.
“후-.”
순간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들어 올렸던 주먹을 내렸다.
그러더니 라스푸틴의 머리를 강아지처럼 쓰다듬으며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왜 이렇게 형을 화나게 해. 노예가 되라고 했을 때 받아들였으면 이런 꼴도 안 당하잖아.”
어이가 없는 레온의 그 말에 라스푸틴은 당장이라도 ‘뭔 거지 같은 소리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마, 맞습니다. 다 멍청한 제 잘못입니다.”
……그러기에는 두들겨 맞은 부위가 너무나 아팠다.
고분고분해진 라스푸틴의 반응을 레온은 눈을 게슴츠레 뜬 채 바라보고 있었다.
‘흐음, 아직 눈빛에 반항기가 남아 있기는 한데.’
태도가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레온은 차후에 재차 교육(?)을 통해 뿌리부터 교정시켜 주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레온이 악마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강아지에게 말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자, 그럼 이제 우리 푸틴이 목줄 맬 차례네?”
“……으, 으으!”
레온이 세뇌의 목걸이를 꺼내 들고 가까이 다가오자, 라스푸틴이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자식이 앙탈은!”
하지만 레온은 서슴없이 그에게 다가가 억센 손길로 목걸이를 강제로 채우기 시작했다.
처컹!
섬뜩한 효과음과 함께 목에 쉽게 걸 수 있도록 목걸이가 분리가 되었다.
“으아아아! 시, 싫어어!”
그에 라스푸틴이 비명 소리를 빽 질렀지만.
철컹!
이내 목걸이는 똬리를 트는 뱀의 그것처럼 라스푸틴의 목을 휘어 감고 말았다.
위이이잉!
지이이이잉!
그 순간, 목걸이에서 순백의 새하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
상극인 천신의 힘이 자신의 몸을 파고들자, 라스푸틴이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레온은 그 모습을 그저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자 잠시 후.
띠링!
띠링!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기다리던 내용을 담고 있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착용자가 제약 조건을 모두 만족하였습니다.
-‘마몬교 교황, 라스푸틴’에게 ‘정화된 폭발과 세뇌의 펜던트, 카달과날’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마몬교 교황, 라스푸틴’에게 상태 이상 ‘절대세뇌’가 부여됩니다.
‘예스!’
세뇌가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기 시작한 것을 확인하며,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나 그의 예상처럼 라스푸틴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였던 것이다.
이윽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라스푸틴의 발작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파아앗!
슈아아!
목걸이에서 흘러넘치던 순백의 빛이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듯 발산되더니, 이내 점점 사그라졌다.
‘흠, 다 된 건가?’
시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라스푸틴을 바라보며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던 그때.
다시 한번,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마몬교 교황, 라스푸틴’과 ‘레온’ 간의 주종 관계가 성립되었습니다.
-‘정화된 폭발과 세뇌의 펜던트, 카달과날’의 히든 효과, ‘홀리 쇼크’를 획득하였습니다.
-‘마몬교 교황, 라스푸틴’이 착용 해제 시, 목걸이가 폭발하며 ‘즉사’가 부여됩니다.
‘어라, 홀리 쇼크? 이건 또 뭐야?’
레온은 새롭게 획득했다는 펜던트의 히든 효과를 곧바로 확인하여 보았다.
‘호오?’
그러곤 이내 씨익, 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흐으.”
때마침 극에 이른 고통에 혼절했던 라스푸틴이 서서히 감았던 두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촤아악!
서걱!
철컹!
그에 레온은 곧바로 총검을 휘둘러 녀석의 사지를 봉쇄하고 있던 쇠사슬들을 모두 잘라 내었다.
얼떨결에 봉인에서 벗어난 라스푸틴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다가, 이내 벼락에 맞은 듯 번쩍 제정신을 차렸다.
그러곤 곧이어 봉인에서 해방되며 자신의 신성력 또한 돌아온 것을 확인한 그는 레온에게 격노를 토해 내었다.
“으아아! 이 개자식!”
슈아아아아!
촤라라라!
그는 신성력으로 자신의 양손에 맹렬히 타오르는 검은 불꽃을 만들어 냈다.
이어 곧바로 자신에게 끔찍한 고통을 선사한 레온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아니, 퍼부으려고 했다.
“홀리 쇼크.”
레온이 새롭게 얻은 히든 효과를 발동하기 전까지는 말이었다.
레온의 말이 끝난 순간, 갑작스레 라스푸틴의 목을 감싼 세뇌의 펜던트가 미약한 빛을 발하였고.
파지지지직!
파지지직!
“끄어어, 끄르르!”
라스푸틴이 고압 전류에 감전이 된 듯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라스푸틴은 통나무처럼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그와 함께 검은 불꽃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는 라스푸틴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레온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흐흐, 길들이기 딱 좋은데?’
히든 효과인 ‘홀리 쇼크’는 목걸이에 내재되어 있는 천신의 힘으로 착용자에게 강렬한 전기 충격을 가하였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말을 안 듣는다고 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는데, 노예를 다루기에 꽤나 적절한 힘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그때 레온이 발로 뻗어 버린 라스푸틴을 툭툭 차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야, 일어나. 나가야 된다고.”
전력 조절이 조금 필요하다고 느끼는 레온이었다.
* * *
잠시 후, 두 사람은 경계 태세를 갖추고 지하 계단을 조심스레 오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표정은 명백하게 달랐다.
레온은 밝은 표정에 여유가 넘치고 있었지만, 라스푸틴은 불안감이 가득해 보였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 계속된 전기 충격에 고분고분해진 라스푸틴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레온에게 슬그머니 말을 꺼냈다.
“저, 레온 님.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봉인에서 풀렸으니, 그걸 사용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데 왜 굳이 위험하게 이 계단으로 올라가시는지…….”
라스푸틴이 그렇게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손가락 한 번만 튕기면 당장 안전한 지상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도, 레온이 두 귀를 닫고 수많은 간수들과 기사들이 깔려 있는 계단을 묵묵히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정말. 이해가 안…….”
목이 턱 막히는 주인의 답답함에 라스푸틴이 한숨을 푹 내쉬던 그때.
“쓰읍! 주인 말에 똥개가 왜 이리 토를 달지? 그리고 이동 스킬은 나도 있어, 인마.”
레온이 말을 칼 같이 끊어 버렸다.
그러자 라스푸틴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가지만, 역시나 이 모든 것에 멍청한 저 따위는 모르는 레온 님의 깊은 뜻이 있겠죠?”
헤헤 하며 헤픈 웃음을 흘리는 녀석의 행동에 레온이 한 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좋아,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구먼. 이 주인님이 계획이 다 있으니까 잠자코 따라오라고, 푸틴이?”
레온은 방사능 홍차를 내어줄 것 같은 별명을 지어 주고는 다시금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에 라스푸틴은 이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뒤를 따랐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처척!
레온이 걸음을 멈추었다.
끄아아!
크아아!
앞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층계의 감옥에 갇혀 있는 수많은 수감자들이 내는 소리였다.
‘끄응. 이런.’
고개를 빠금히 내밀어 보초를 서고 있는 간수들의 숫자를 확인해 본 라스푸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100여 명에 달하는 수많은 간수들이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한……?’
라스푸틴이 껄끄러운 전투 판도에 해결 방법을 머릿속으로 고심하던 그 순간.
위이잉!
파바밧!
어느새 아크 데몬즈 플레어의 칼날을 세워 보인 레온이 앞으로 쏜살같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서거거걱!
촤아아악!
“……!”
“끄윽!”
손 속에 사정을 두지 않은 레온의 무자비한 공격에 간수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100여 명의 간수들이 마치 허수아비가 된 듯했다.
에픽 클래스를 얻게 된 레온의 강함은 상당한 고레벨의 지하뇌옥 간수조차 원샷 원킬을 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최심층부에서는 안대에 눈이 가려져 있느라 레온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라스푸틴은 상상을 초월한 레온의 전투력에 입이 쩍 벌어져 있었다.
그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 정도의 강함은 클라리우, 그놈 외에는 못 보았는데.’
미처 라스푸틴이 도와줄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그때.
“끄으윽.”
어느새 레온은 마지막 적의 숨통을 끊어 놓고 있었다.
싸아-.
비명 소리로 가득했던 지하뇌옥에 쥐 죽은 듯이 정적이 깔려 있었다.
그때, 레온이 침묵을 뚫고 라스푸틴에게 말을 꺼냈다.
“뭐 해, 안 갈 거야?”
“네? 아, 네.”
그에 라스푸틴이 허둥지둥하며 레온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레온이 다음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돌입하려는 순간.
뒤쪽에서 다급해 보이는 수많은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이봐. 잠깐만 멈춰!”
“우, 우리 좀 도와달라고.”
“제발 꺼내 줘!”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감옥에 갇혀 있던 다른 수감자들이었다.
걸음을 멈춘 레온이 슬쩍 고개를 돌리자, 무표정한 얼굴이 드러났다.
레온이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내가 왜 당신들을 꺼내 줘야 하지? 내게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레온의 냉혹함이 느껴지는 말투에 수감자들 모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선의에 기대어 도와달라고 말하려던 이들은 입을 싹 다물었다.
‘저런 눈빛을 띠고 있는 자에게 그런 말이 먹힐 리가 없지…….’
‘어, 어떻게 해야 하지.’
레온과 같은 이에게 그런 어쭙잖은 수작이 통할 리가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었다.
수감자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그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자.
“할 이야기 끝났으면 난 이제 가 보겠다. 살 길은 알아서들 찾으라고.”
레온은 다시금 등을 돌리며 냉혹하게 말을 꺼냈다.
그러자 초조함이 극에 달한 수감자들이 앞다투어 그를 붙잡기 시작했다.
“나, 날 구해 주기만 하면 자네의 노예라도 되겠네!”
“그래! 탈출하게만 해 준다면 당신을 위해 뭐든지 하겠어!”
“나도야!”
스스로 노예가 되겠다는 제안이 빗발치던 그때.
기계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히든 퀘스트 획득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대탈출의 서막’을 획득하였습니다.
‘후후, 좋았어.’
등을 돌려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레온의 얼굴에 사악하기 그지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아, 악마.’
유일하게 그 웃음을 확인한 라스푸틴이 소름 끼쳐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