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1
311화
신관들을 손에 넣은 후, 레온은 총 몇 명이나 자신의 노예가 되었는지,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마흔일곱, 마흔여덟, 마흔아홉, 오십. 오, 좋아!’
곧이어 50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자꾸만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멈출 수 없어 하였다.
그가 그렇게 기뻐할 만도 했다.
스텟과 스킬 들을 살펴본 결과, 이들이 지닌 값어치는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모즈구스까지는 아니었지만, 현재 프리스트 클래스의 10위권 랭커들과 비교해 보아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게다가 암흑성국의 하이 프리스트들은 전투 실력도 겸비하고 있고 말이지.’
그때 레온이 주인을 바라보는 강아지의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는 신관들을 향해 말을 꺼냈다.
“이쪽으로 오시죠. 구속구들을 풀어 드리겠습니다.”
레온의 말이 끝나자, 신관들이 레온의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암스트롱의 목걸이만큼 강력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도 힘을 제약하는 구속구들이 장착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풀어 주고 다시 위장용 구속구를 만들어 주며, 레온은 슬쩍 새롭게 얻은 칭호의 확인하였다.
[마몬의 성자]
마몬교를 이끄는 고위 신관들에게 동시에 인정을 받은 자만이 얻을 수 있다는 칭호.
이 칭호를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모든 마몬교도들에게 성스러운 존재로 간주될 것이다.
-장착 시, 모든 마몬교도들의 호감도 200% 상승.
-장착 시, 암흑성국의 모든 시민 NPC에게 호감도 200% 상승.
-암흑성국에서 악행을 행할 때, NPC에게 의심을 받지 않을 확률 60% 증가.
-장착 시, 모든 마몬교 신관의 신성 스킬 효과 220% 추가 부여.
-장착 시, 마족류 몬스터와 전투 시 180% 추가 피해 부여.
현재 쓰기에 뛰어난 효과들이 많이 붙어 있었다.
레온은 곧장 마몬의 성자로 칭호를 교체했다.
그러자 그 순간, 자신을 바라보는 신관들의 눈빛에 부담스러울 정도의 경외감이 담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술사들의 친밀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레온은 친밀도는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친밀도야 그 계획만 잘 성공하면 분명히 폭발적으로 오를 테니까.’
미리 생각해 둔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모든 구속구들의 교체를 끝마치자, 레온은 연금술사들이 만들어 놓은 특제 포션들로 바닥에 떨어진 신관들의 피로도와 체력들을 회복시켰다.
“어떤 일이든 시켜 주십시오!”
“마신님을 위해 그리고 레온 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레온의 24시 노동 지옥에 빠졌다는 것을 아직 모른 채, 차오르는 기쁨에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저를, 아니 우리를 위해 키메라 연구에 박차를 가해 볼까요?”
그러자 두 눈동자 안에 악마의 그것과 같은 사악함을 숨기고 있는 레온이 대답을 하였다.
* * *
암흑성국과 대륙 연합군의 전쟁, 이른바 천마대전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열기는 아직도 뜨거웠다.
여태껏 판테라에서 진행되었던 메인 시나리오 중 최대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천마대전은, 그 승패로 양쪽 편에 선 유저들의 운명이 완전히 갈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었다.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질 것이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을 것이었다.
진행되는 모든 전투가 각종 영상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이 되며 연일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대중의 관심은 역시나 투신 레온에게 향해 있었다.
-당연히 천신 쪽이 이기지. 투신, 레온 모름?
-레온 근데 어디 간 거임? 보이지를 않네.
-캬, 난 센 놈만 팬다 이건가.
-사실상 빛 레온이다, 이 말이야.
이전 전투에서 벌어진 레온의 대활약을 계속해서 다시보기를 하며, 수많은 이들이 대륙 연합군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하지만 전장에 계속 레온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자 다른 여론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ㅉㅉ, 투빠들 뽕 오지네.
-진심 과대 포장, 씹오짐.
-근데 그거 암? 아직까지 아슬란만 대륙 연합군 암흑성국 영토 하나도 못 먹었음. 이게 팩트임.
-그니까 처음에 후달려 하던 흑풍회가 본진이 합류하니까 오히려 연전연승 중이죠.
빠가 까를 만든다는 명언처럼 레온을 추앙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지니, 안티들도 급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레온의 활약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하며 계속하여 레온을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레온이 사라지고 난 후, 돌격을 멈추고 최전선에서의 싸움은 모두 회피하고 있는 아슬란도 싸잡아서 욕을 하고 있었다.
한데 안티가 아닌 수많은 평범한 유저들도 이 부분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페가수스 연합이 가지고 있던 영토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듯, 소극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싸움이 벌어져야 전공을 획득할 수 있는 아슬란 길드원들의 불만이 쌓여 갔다.
물론 조금이라도 빨리 마신과 싸우고 싶어 하는 대륙 연합군 NPC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아슬란은 묵묵히 침묵을 지키며 방어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 * *
비명 소리와 폭발음이 어지럽게 뒤섞이고 있는 이곳은 암흑성국의 영토 중 한 곳인 헤니스였다.
이곳은 암흑성국의 수도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중요 요충지 중의 하나였다.
그렇기에 이곳을 지키는 암흑성국의 병력들이 지닌 실력은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모조리 죽여라!”
“깡그리 다 없애 버려!”
“크억!”
“끄윽!”
하지만 현재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암흑성국 쪽이었다.
암흑성국이 지닌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게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소문만큼 강하지 않았던 탓이 아니었다.
그들의 상대인 흑풍회가 지닌 힘이 더 강대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흑풍회는 서버가 열린 이래로 최장 시간 1위를 사수했던 길드다웠다.
그들은 암흑성국을 얕보았던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모든 정예 병력을 탄탄하게 짠 후, 재배치를 끝마쳤다.
그리고 연전연승이 시작되었다.
흑풍회는 그동안 허무하게 잃었던 영지들을 모두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추가로 암흑성국의 영지들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였다.
헤니스 영지의 중요도를 알고 있기에, 이곳에도 흑풍회의 핵심 병력 중 하나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던 그때, 성문 위에서 암흑성국의 지휘관이 커다랗게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어떻게든 막아! 여기가 뚫리면 안 된……!”
하지만 잠시 후, 그의 노력은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허물어지고 말았다.
“쿼트로 나인 스피어!”
그와아아앙!
콰아아아앙!
붉게 타오르는 불꽃을 머금은 아홉 개의 ‘풀 오러 스피어’가 성문을 강타했다.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엄청난 폭음과 함께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은 산산조각이 나며 활짝 열리고 말았다.
우아아아!
뚫린 성문으로 흑풍회의 병사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또다시 암흑성국 군의 뾰족한 비명 소리가 전장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전투 상황을 바라보며, 한 남자가 아직도 이글거리고 있는 자신의 창을 가라앉혔다.
먼 거리에서도 눈에 확 띠는 붉은 머리와 붉은 눈동자. 185센티미터의 큰 키와 탄탄한 몸이 강자의 위압감을 자연스레 내뿜고 있었다.
‘후후, 쉽군, 쉬워.’
흑풍회의 3인자로 불리는 적호(赤虎), 보로미르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오로지 뛰어난 전투 실력으로 흑풍회라는 최대의 길드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 인물이었다.
일대일 전투에서 만큼은 길드장을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상대가 안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지략이 뛰어난 편은 아니라는 것과 자기애나 너무 과하다는 것이었다.
‘어디 한번 반응이나 좀 봐 볼까.’
아니나 다를까 그는 다시는 전투 중에 방심을 하지 말라는 길드장의 신신당부를 잊고, 실시간으로 송출이 되고 있는 방송의 반응을 슬쩍 눈앞에 띄워 보고 있었다.
-와, 역시 사자보단 호랑이지.
-……실화냐? 성문을 그냥 뽀개 버리네.
-하악, 적호 님 날 가져요.
‘흐흐, 그럼 그렇지.’
예상했던 것처럼 그를 칭송하는 댓글들이 계속하여 달리고 있었다.
또다시 나르시즘에 풍덩 빠진 그가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며, 제 손가락을 몰래 움직였다.
그러곤 그는 실시간 채팅 창에 자신이 아닌 척하며 ‘이 정도면 투신보다 낮지 않은 듯’이라고 적어 올렸다.
하지만 다른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갑분싸.
-응, 그래도 투신한테는 안 돼.
-적호 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2인자도 아니고 3인자를 어따 비비냐.
얼음처럼 차가운 반응이 쏟아졌다.
칭찬일색이던 채팅창이 보로미르의 말 한마디에 확 바뀌어 있었다.
‘뭐라는 거야, 이 자식들이! 내가 왜 그놈보다 못해!’
자신이 완전히 레온보다 아래 등급으로 취급되자, 보로미르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 넘치고 있었다.
그는 레온이 본 실력에 비해 매우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젠장, 암흑성국을 먹고 나면 아슬란과 길드전을 치르자고 해야겠어. 그깟 놈이 뭐라고.’
본인이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며, 보로미르가 속으로 생각했다.
……한데 그때였다.
-어, 어?
-쟤네 뭐임?
-헐, 미친. 저놈이 왜 여기서 나와?
갑작스레 보로미르의 눈앞에 떠올라 있던 채팅창이 엄청난 속도로 갱신되기 시작했다.
‘아씨, 뭐야.’
너무 빨리 올라가는 탓에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확인을 못한 보로미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순간.
그는 전장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삐이!
삐이!
삐이!
응급사태를 알리는 경고음이 그의 귓전에 계속해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효과음에 보로미르가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그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오르고 있었다.
-길드원 ‘스바루’가 사망하였습니다.
-길드원 ‘하얏테’가 사망하였습니다.
-길드원 ‘우루마’가 사망하였습니다.
-(……중략……)
성문 안쪽으로 진입했던 길드원이 모조리 죽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데 사망하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이런 빌어먹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보로미르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성문 안쪽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역시나 특이 사태가 벌어지면, 본진에 연락을 먼저 취하라는 당부는 까맣게 잊어버린 후였다.
후아아아!
화르르륵!
그의 창이 다시금 맹렬히 타오르는 화염으로 뒤덮이기 시작하였다. 풀 오러 스피어가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파바밧!
당장에라도 적들을 도륙 낼 기세로 보로미르가 박살이 난 성문 안으로 들어섰다.
“……!”
……하지만 그는 이윽고 눈앞에 펼쳐진 압도적인 광경에 두 발이 땅에 붙잡히고 말았다.
온몸을 밤과 같은 칠흑의 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100인의 기사들이, 그의 것보다 훨씬 거대한 풀 오러 블레이드를 허공에 늘어뜨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네놈이 이 쓰레기들의 지휘관인가 보군.”
고양이를 앞에 둔 쥐새끼처럼 겁에 질린 보로미르를 향해 클라리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꺼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