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0
310화
자신의 눈앞에서 감동에 겨워 하고 있는 암스트롱의 모습을 보며 레온의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후, 이걸로 연금술사들도 손에 넣었군!’
또 다른 충실한 노예 집단을 얻었다는 행복감과 새로운 소환수를 얻을 기대감이 동시에 차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자, 그럼 일단 밑 작업부터 곧바로 시작해 보도록 할까.”
최대한 시간을 줄여야 했기 때문에, 레온은 암스트롱의 격앙된 감정이 다 추슬러진 듯하자 곧장 말을 꺼냈다.
그러곤 인벤토리에서 평범한 목걸이를 꺼내더니, 형태 변화 스킬로 세뇌의 펜던트와 똑같이 변형시킨 후 암스트롱의 목에다 걸어 주었다.
“이제 더 이상 끼고 싶지 않겠지만 연구실을 장악하기 전까지만 좀 끼고 있어.”
암스트롱은 개의치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걱정이 앞서는 듯싶었다.
이어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암스트롱이 레온에게 슬쩍 말을 건네 왔다.
“……한데 레온 님, 이곳 지하 연구실은 흑암기사들과 고위 신관들로 철저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둘로 이들을 모두 제압하는 것이 가능할지요.”
그에 레온이 피식, 하고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대답을 하였다.
“둘이라니.”
“네?”
레온의 말에 암스트롱이 지원군이 준비되어 있는 것인지 의아해하였다.
하나 들려온 레온의 말은 전혀 달랐다.
“나 혼자서도 충분한데.”
스릉.
처척.
그 말을 끝으로 레온이 양 손에 각각 흑염룡의 거태도와 헤븐즈 플레어를 꺼내 들었다.
“자, 금방 끝날 테니 좀만 기다리고 있어.”
슈우우웅.
진동음과 함께 총검의 형태로 변한 무기를 들고 레온이 둘만이 있던 공간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 * *
같은 시각.
암흑성국, 황궁의 대전에는 모든 신하들이 모여 있었다.
황실 회의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의를 주관하고 있는 것은 역시나 황제파의 핵심인 클라리우였다.
그러던 그때, 설명을 이어 가던 클라리우가 황제에게 예를 갖추며 한마디 말을 꺼냈다.
“……이로써 황도에 잔존하던 폐하께 반하는 역도의 세력들을 완전히 제압하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클라리우의 말에 황제를 비롯한 모든 신하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아마이몬을 피로 물들이던 교황파 숙청 작업이 드디어 끝이 났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클라리우의 흑암기사단이 어찌나 교황파의 세력들을 잔혹하게 해치우는지, 시민들이 피의 학살이라 부르며 두려워할 정도였다.
짝짝.
그때, 황제가 박수를 치며 그윽한 눈빛으로 클라리우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역시 그대는 나의 기대를 벗어나는 적이 없군, 클라리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폐하.”
그에 클라리우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그럼 내홍은 모두 잠재웠으니, 이제 나를 향해 감히 이빨을 드러낸 승냥이들을 잡을 차례겠군.”
이어 황제가 눈에 이채를 띤 채 슬쩍 말을 꺼내자, 클라리우가 진득한 살기를 뿜어내며 곧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폐하. 곧바로 출정하여 제가 주제도 모르는 쓰레기들의 목을 바치겠나이다.”
황제가 매우 만족하며 말했다.
“후후, 곧 좋은 소식이 들리겠군. 알겠네, 나는 자네만 믿고 있도록 하지.”
“예! 그럼 저는 이만 출정을 준비하러 가 보겠습니다.”
“아아, 그러도록 하게.”
그동안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느라 본격적으로 전장에 합류하지 못했던 클라리우가 드디어 전장에 합류하려 하고 있었다.
한데 그때, 등을 돌리고 대전을 빠져나가는 클라리우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황제가 불현듯 어떤 생각이 났는지 한마디를 꺼내고 있었다.
“아, 그런데 하나 물어보지 않은 것이 있군. 키메라의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그러자 걸음을 멈춘 클라리우가 그것은 걱정 말라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얼굴에 띠며 말했다.
“안 그래도 방금 가장 적임자에게 그 일을 맡기고 온 길입니다. 제가 매우 신임하고 있는 인재이오니, 곧 연구가 완료된 키메라들을 전장에 투입하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것 또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폐하”
“호오, 그런가. 그럼 알겠네.”
* * *
그러나 클라리우의 호언장담과는 전혀 다른 사태가 지하 연구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끄윽, 크억.”
마지막 남은 흑암기사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쿠웅.
흐리멍덩한 눈으로 연신 비틀거리던 그는 소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싸아-.
연구실에는 싸늘한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지하 연구실에는 단 한 명의 기사도 살아남아 있지 않았다.
상당히 많았던 기사들이 모두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 레온의 쾌활한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크으, 이제 이놈들은 그냥 식후 운동거리도 안 되네.”
그런 레온의 등 뒤에는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암스트롱이 서있었다.
그가 그렇게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어떻게 이 정도의 힘을…….’
레온의 전투 실력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기사들을 손쉽게 해치워 버렸다.
“제, 제발 살려 주십시오.”
그러던 그때, 한쪽 구석에서 덜덜 몸을 떨고 있던 이들이 레온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마몬교의 신관들이었다.
레온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들어 올리더니 까닥거렸다.
그러자 공포에 질린 신관들이 처형장에 끌려가는 사형수처럼 걸어왔다.
레온은 그들을 그대로 세워 놓고는 곁으로 다가온 암스트롱의 귓가에 몇 마디 말을 속삭였다.
눈이 휘둥그레진 암스트롱을 내버려 두고, 레온이 신관들에게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그에 신관들이 목구멍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오오, 마몬이시여.’
‘……정녕 여기까지란 말입니까.’
……하지만 사신과 같은 위압감을 내뿜고 있는 레온이 그들에게 꺼낸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스릉.
처척.
레온이 자신의 무기를 인벤토리에 회수하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휴우,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들 몸들은 괜찮으십니까.”
난데없이 자신들을 염려하는 레온의 따뜻한 말에 이대로 죽으리라 예상했던 신관들은 벙어리가 된 듯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전혀 짐작을 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레온이 주변을 한 번 훑어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흠, 형제들끼리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기엔 피가 좀 많군요.”
레온이 포바를 향해 눈짓을 보내자, 포바가 기다렸다는 듯 스킬을 시전하였다.
슈아아앙-.
효과음과 함께 공간이동 마법진이 지면에 펼쳐졌다.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전개에 신관들은 두 눈만 끔뻑 거릴 뿐이었다.
‘저자들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리고 곧이어 공간이동진 속에서 일단의 무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레온이 미리 준비시켜 놓았던 수많은 연금술사들이었다.
블링크 스킬의 숙련도가 마스터에 올라 레온이 이미 위치해 있는 곳이라면, 다른 이들을 데려올 수 있게끔 추가 효과가 부가되어 있었다.
“크흑, 스승님!”
“암스트롱 님!”
“커티스!”
곧이어 암스트롱과 데빌즈 네스트의 연금술사들이 감격스러운 만남의 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부둥켜안고 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야야, 해후는 나중에 풀고 일들부터 먼저 해라. 이것들아!’
레온이 찌릿하고 바라보며 그들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연금술사들이 흘리던 눈물을 닦고, 후다닥 레온이 해치운 기사들의 시체에 다가갔다.
치이익!
쉬이익!
그러곤 특수 포션들로 하나하나 흔적을 지워 내기 시작했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시체들과 핏자국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있었다.
한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위이이잉!
파아앗!
작업을 마친 연금술사들이 기사들의 생전 모습으로 하나둘씩 변화해 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느새 연구실에는 어떠한 시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기사들로 변신한 연금술사들로 인해 이곳에 어떠한 참극이 벌어졌는지, 어느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그때 신관들 중 하나가 레온에게 질문을 건네 왔다.
그러자 레온이 그들에게 예를 갖추며 말을 꺼냈다.
“제 소개가 너무 늦었군요. 여러분을 구하기 위해 잠입한 마신님의 사도, 레온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마도의 사도라는 레온의 소개에 또한 그들을 구하러 왔다는 내용의 말에 신관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신관들이 자신들끼리 웅성거리고 있던 그때, 레온이 입맛을 다시며 속으로 생각했다.
‘후후, 네놈들은 죽이기에는 이용 가치가 꽤나 크거든. 맛있게 먹어 주지.’
레온의 잔인한 속내를 알 리가 없는 그들은 기대감이 부푼 상태로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정말 저희를 구하러 온 것이 맞습니까?”
그러자 레온이 말없이 총검에 깃들어 있는 흑염룡을 꺼내보였다.
-부르셨소이까, 레온 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흑염룡이 선명하게 형체를 갖추자 신관들이 감동한 반응을 내보였다.
“오오! 정말이었군요.”
“크흑, 마신님은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어.”
연금술사들은 그런 그들을 보며 속으로 비웃음을 잔뜩 띠고 있었다.
-뼛속까지 이용할 만큼 이용하고 잔혹하게 해치워 버리죠.
미리 그들에게 전한 레온의 명령이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신관들이 레온에게 다급히 제안을 건넸고 있었다.
“그럼 지금 당장 이곳에서 빠져나가죠!”
“도망가서 새로운 교단을 세우는 겁니다!”
어찌나 기사들에게 당했던지 그들은 당장이라도 지하 연구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였다.
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레온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단칼에 거절했다.
“왜, 왜 안 가시는 겁니까.”
“이곳은 너무 위험합니다. 최대한 빨리 도망을 쳐야 합니다.”
신관들이 징징거렸지만, 레온은 똑같은 반응을 이어 갔다.
그러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이곳에서 도망쳐도 결코 클라리우의 사악한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놈을 물리치고 마몬님의 교단을 이 땅에 다시금 바로 세우기 위해선 강력한 힘이 더 필요합니다.”
잠시간 뜸을 들였다가 레온이 다시금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힘이 여기에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도망쳐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저와 함께 마몬님을 위해 초월 등급의 키메라를 완성시키고, 마몬교 부활의 초석을 닦아 봅시다!”
레온의 말에 신관들이 아, 하는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얼굴에 부끄러운 감정이 떠올랐다.
‘부끄럽구나, 부끄러워.’
‘이분이 바로 마몬의 성자(聖者)인가.’
고통을 못 이기고 그저 도망치는 것만을 떠올린 그들과는 다르게 무너진 마몬교를 부활시킬 계획을 설토하는 레온의 모습에 한없이 부끄러워진 것이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띠링.
띠링.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일련의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숨겨진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히든 칭호, ‘마신의 성자’를 획득하였습니다.
-마몬교 고위 신관, ‘하치르’가 가신으로 추가되었습니다.
-마몬교 고위 신관, ‘모달’이 가신으로 추가되었습니다.
-(……중략……)
‘예스!’
세 치 혀로 마몬교의 고위 신관들까지 자신의 노예로 만든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