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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309화 (309/332)

# 309

309화

‘……기적이란 말이지?’

레온의 눈에 들어온 단어는 바로 ‘기적’이었다.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설명인 듯 했지만.

‘이런 중요한 물건의 설명에 아무런 의미 없이 문구를 써 놓았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인벤토리 속에 있는 한 가지 물건이 떠오르고 있었다.

레온은 당장이라도 자신이 떠올린 생각을 실행에 옮기고 싶었으나, 주위를 슬쩍 쳐다보고는 꾹 참았다.

실험을 하고 있는 수많은 신관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

그에 레온이 암스트롱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가 난 척 연기를 하였다.

“으으…….”

그러나 암스트롱은 그저 신음성만 흘릴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를 못하였다.

채챙!

“감히 날 무시하다니!”

그러자 레온이 검을 뽑아 암스트롱의 목에 겨누며 소리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내를 맡았던 신관이 제 몸을 벌벌 떨며 레온에게 말을 꺼냈다.

“……리, 리온 님, 고정하시지요. 놈은 펜던트의 힘 때문에 주어진 명령에만 따를 수 있습니다. 무시하려고 대답을 안 한 것이 아닙니다.”

그의 말에도 레온이 쉽사리 검을 치우지 않자, 신관이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놈이 죽으면 가뜩이나 인원이 없어 속도를 못 내고 있는 저희도 줄초상이 납니다. 제발 자비를…….”

그의 말을 듣고 난 레온은 모든 신관들의 눈 밑에 길게 내려와 있던 다크서클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클라리우가 목숨을 담보로 잡고 그들에게 불가능한 시한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완성을 시켜도 살려 줄 생각은 없겠지. 뽑아 먹을 것만 다 뽑아 먹고 처분할 계획일 거야.’

신관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를 지닌 클라리우에게는 이들은 그저 이용하고 버릴 카드에 불과하였다.

살고 싶은 간절함이 엿보이는 그들을 보며 레온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처척.

그러곤 뽑았던 검을 도로 회수하며 말을 이었다.

“흥, 평상시 같았으면 당장이라도 목을 베어 버렸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대들을 보고 봐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러고 난 후, 레온은 그래도 화풀이는 해야겠다며 곧장 암스트롱을 질질 끌고 연구실의 끝에 마련된 자신의 업무실로 이동했다.

딸칵.

레온은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몇 번이나 반복해 확인했다.

완벽히 폐쇄된 것을 확인한 초점을 잃은 눈으로 멍하니 서있는 암스트롱을 의자에 앉혔다.

그러곤 뚜둑하는 뼛소리를 내며 자신의 손을 풀었다.

“좋아.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스윽.

그 말이 끝나자마자 레온은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었다.

이윽고 그의 손바닥에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 보석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그의 손바닥에 놓인 보석의 이름은 ‘천신의 눈물’.

무려 에픽 등급을 지닌 아이템이었다.

[천신의 눈물]

종류 : 소모품

등급 : 에픽

마몬의 사도를 퇴치한 용사의 활약에 감격한 여신이 흘린 눈물 한 방울.

현세에 떨어지며 보석의 형태로 변화하였으며, 그 안에 천신, 나이샤의 기운이 가득 담겨 있다.

보석을 꼭 움켜쥐고 기도를 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 생겨날 것만 같다.

천신 나이샤의 기운이 담겨 있는 보석.

단언컨대 암스트롱의 목이 걸린 물건의 저주를 풀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이것밖에는 없을 듯했다.

‘그래, 기적이라고 하면 이것밖에는 없지. 그렇기는 한데…….’

쩝, 하고 입맛을 다시는 레온의 행동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안타까운 감정이 담겨져 있었다.

보석이 지닌 값어치가 섣불리 아이템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레온은 두 손바닥으로 가볍게 자신의 뺨을 찰싹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휴……. 등가교환이야, 등가교환. 새로운 드래곤과 엠브리오 호문클루스를 손에 넣는 걸 떠올리자.”

교환으로 얻게 될 보상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왔다.

‘자, 시작해 볼까.’

이윽고 마음을 결정한 레온이 천신의 눈물을 꼭 움켜쥐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슈아아아아!

파아아앗!

보석에서 황홀한 빛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당신의 깊은 염원이 천신의 눈물에 담긴 나이샤의 기운을 불러일으킵니다.

-정말로 천신의 눈물을 사용하겠습니까?

-(Y) or (N)

그에 레온은 망설임 없이 Y 선택지를 클릭했다.

파아앗!

촤아아아!

보석에서 쏟아지던 빛이 순식간에 암스트롱의 목걸이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크억! 크아아!”

그 과정 속에서 고통이 느껴지는지, 암스트롱이 발버둥을 치며 비명을 내질렀다.

바깥에 있는 신관들은 그 소리에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왔지만, 레온이 들어오는 자는 베어 버리겠다고 엄포를 놨기에 귀를 막고 실험에만 열중했다.

하나 그것도 잠시뿐.

곧이어 모든 것이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됐나?’

시체처럼 의자에 축 늘어져 있는 암스트롱의 모습을 바라보며 레온이 긴장을 하고 있던 그때.

그의 귓전에 띠링, 하는 경쾌한 효과음가 들려왔다.

-천신 나이샤의 힘으로 ‘폭발과 세뇌의 펜던트, 카달과날’에 담겨 있던 마신의 힘이 소멸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퀘스트 ‘커티스의 스승, 암스트롱을 구출하라 2’를 완료하였습니다.

-명성 20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데빌즈 네스트’에 소속된 모든 연금술사들의 절대적 충성을 획득하였습니다.

‘예스!’

레온이 주먹을 움켜쥐며 쾌재를 불렀다.

상당한 양의 명성과 더불어 드디어 연금술사들을 마음껏 부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연금술사들은 그가 기어 골렘들을 오토마톤으로 업그레이드를 해 주며, 그가 지닌 NPC들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레온은 더욱 기뻤다.

게다가 예상치 않은 또 다른 선물도 존재했다.

‘호오, 이것도 줬네?’

-보상으로 ‘정화된 폭발과 세뇌의 펜던트, 카달과날’을 획득하였습니다.

그건 바로, 암스트롱의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였다.

천신의 눈물로 정화가 끝난 목걸이가 암스트롱의 목에서 풀려나 레온의 손에 올려져 있었다.

[정화된 폭발과 세뇌의 펜던트, 카달과날 / (소유자 : 레온)]

분류 : 목걸이

등급 : 에픽

내구도 : 파괴 불가 / 조건부 파괴

착용 제한 : NPC / 유저 사용 불가

-마몬교에 소속된 NPC에게만 사용 가능

-자신의 레벨보다 낮은 레벨의 NPC에게만 사용 가능

-자신의 능력치의 총합보다 낮은 능력치의 총합을 지닌 NPC에게만 사용 가능

-자신의 클래스보다 등급이 낮은 클래스를 지닌 NPC에게만 사용 가능

옵션 :

-착용자에게 상태 이상 ‘절대세뇌’ 부여

-목걸이가 장착되는 즉시, 주종 관계가 성립됩니다

-착용 해제 시 폭발하며 착용자에게 ‘즉사’ 부여

-착용한 이의 모든 능력치 –500

-착용 시, 어둠 속성 마법 저항력 +200

천신 나이샤의 힘으로 깨끗하게 정화된 펜던트.

오로지 기적을 일으킨 ‘레온’만이 사용할 수 있다.

억지로 떼어 내려 하면 폭발과 함께 착용자의 목숨을 앗아 간다.

‘이건 대박인데?’

펜던트의 능력치를 확인한 레온이 경악하며 혀를 내둘렀다.

비록 레벨, 능력치 총합, 클래스 차이, 마몬교의 교도의 수많은 조건을 지니고는 있었지만, 이건 사용하기에 따라 말도 안 되는 효과를 지니고 있는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유저 최초로 NPC를 강제로 주종 관계를 맺게 할 수 있는 사기적인 아이템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흠, 마몬교의 교도여야 한다는 것이랑 레벨 때문에 안타깝게도 클라리우한테는 못쓰겠군. 그렇다면……!’

가장 쓰고 싶었던 클라리우에게는 여러 조건상 사용할 수 없는 것을 깨달은 레온이 조건에 딱 들어맞는 한 존재를 떠올린 그때.

“으으. 여긴 어디…….”

세뇌에서 풀려난 암스트롱이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에 레온이 생각을 잠시 접고 안쓰러움이 가득한 표정을 연기하며 말을 건넸다.

“일어나셨습니까. 몸은 괜찮으신지요?”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제가 왜 여기에 있죠?”

“일단 진정하시지요. 전 당신의 편입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를 레온이 안심시키며, 하나하나 차근히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섣불리 경계심을 버리지 않던 암스트롱은 레온이 연금술사의 힘을 보여 주고, 데빌즈 네스트의 일원이라는 증표를 내밀자 곧 그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기억이 서서히 돌아온 그는 자신이 수많은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했다.

“오오 ,여신이시여. 제가 그런 끔찍한 것들을 만들게 되다니요.”

눈물을 흘리는 그의 표정에 절망과 죄스러운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때 레온이 멘탈이 붕괴된 그를 타이르며, 말을 이었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신에게 용서를 구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저것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레온의 말에도 암스트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꺼냈다.

“……그러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완성 상태에 돌입한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은 소유주를 이전시킬 수도, 파괴시킬 수도 없습니다.”

29기의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이 전장에 쏟아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말에 레온 또한 침음이 흘러나왔지만.

이내 레온은 마음을 추스르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지만 아직 저희에게 희망은 있습니다.”

“……그게 무슨?”

“초월급의 키메라와 엠브리오 호문클루스를 제작해 주십시오.”

레온의 말에 암스트롱은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휴, 가당치 않은 일입니다. 초월급의 키메라는 만들 재료가 부족하고, 아직 호문클루스조차 만들지 못하는데 어떻게 엠브리오 호문클루스를 만들…….”

답답하게 구는 암스트롱을 보며 레온이 손가락을 튕기며 스킬을 시전했다.

“소환, 포바.”

촤아아!

마법진이 바닥에 나타나며, 호문클루스 포바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러자 암스트롱은 지금껏 보였던 것 중에 가장 경악한 반응을 보였다.

“흐억, 호, 호문클루스!”

입을 쩍 벌리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는 곧이어 포바의 몸을 이곳저곳 만져 대며 신음성을 흘려 댔다.

그 불쾌한 손놀림에 포바가 얼굴을 구기며 레온을 쳐다보았지만, 레온은 조금만 참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던 잠시 후.

털썩.

암스트롱이 갑작스레 레온에게 무릎을 꿇으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하이 알케미스트님을 몰라 뵙고 결례를 범했습니다.”

하이 알케미스트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여태껏 이런 오해들을 살뜰히 이용해 온 레온은 느낌상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러 뒤, 레온은 무릎을 꿇은 암스트롱을 일으켜 세운 후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꺼냈다.

“괜찮다. 지금이라도 부족함을 깨달았으면 된 것이지.”

그러자 감동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의 암스트롱이 레온이 그토록 기다리던 말을 꺼내고 있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죽을힘을 다해 엠브리오 호문클루스와 키메라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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