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308화 (308/332)

# 308

308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었는지, 클라리우는 레온의 제안에 깜짝 놀란 눈치였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지하 예배당의 보안 담당 말인가?”

“네, 맞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그에 레온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흠, 그거야 어렵지 않네만. 그동안 첩보 업무만 하느라 좀이 쑤셨을 텐데, 당장이라도 전쟁터로 가고 싶지 않은가?”

“아닙니다. 저는 말씀드린 직책이면 족합니다.”

다시 한 번 레온이 강하게 어필하자, 침음성을 흘리던 클라리우가 질문을 던져 왔다.

“자네 같은 인재가 왜 그런 한직으로 빠지고 싶어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군. 혹시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는가?”

그 순간, 레온은 ‘당연히 암스트롱이랑 연구 결과들을 꿀꺽하기 위해서지!’라고 대답할 뻔했지만 겨우 목구멍 안으로 꾹 눌러 담았다.

그러곤 사람 좋은 미소를 얼굴에 지어 보이며 클라리우에게 본심과는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

“휴, 큰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너무 오랜 시간을 바깥에서 보냈더니 심신이 다 지쳐서 말입니다. 수도에서 조금 쉬고 싶을 뿐입니다. 아, 물론 실험들의 연구가 끝나면 전장에 합류할 테고요.”

레온의 대답에 클라리우가 아, 하는 작은 탄식 소리를 내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벽지인 유스웰로 보낸 것부터 시작해, 끝나자마자 곧바로 교황청의 잠입 임무로 돌렸던 사실이 떠올랐던 것이다.

‘흐음, 조금은 편한 보직에서 쉬고 싶어 할 만도 하군.’

방금 전, 레온에 대한 친밀도가 ‘심복’까지 상승하지 않았다면 무슨 소리냐며 콧방귀를 끼며 레온을 전쟁터로 다시 굴리러 보냈을 클라리우였지만…….

“알겠네. 그럴 만도 하겠군. 자네의 고생을 몰라줘서 미안하구먼. 자네의 요청을 들어주도록 하지.”

지금은 레온을 향한 호감도가 맥스를 찍고 있는 덕에 제안을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그에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언제부터 업무를 시작하겠나?”

레온이 원하면 휴가라도 줄 기세였지만, 레온은 씨익 하고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다른 말을 꺼냈다.

“지금 당장 시작하겠습니다.”

* * *

그렇게 클라리우와의 독대가 끝난 후.

레온은 창백한 안색의 신관 하나와 함께 지하 예배당의 계단을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이전 담당자였던 신관 놈을 붙여 주겠네. 자세한 건 그자에게 듣게.’

이러한 클라리우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을 안내하는 신관은 무슨 이유에선가 계단을 내려가며 쓰러질 듯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레온은 그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흐흐, 드디어 됐군.’

클라리우가 보직을 내리고 난 후,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직이 ‘잠입 스파이’에서 ‘지하 예배당 보안 책임자’로 변경되었습니다.

-지하 예배당에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실험들의 완성 속도, 성공 여부에 따라 암흑성국의 국가 공헌도를 획득합니다.

처척.

한데 그때, 앞장서서 걷던 신관이 갑작스레 발걸음을 멈췄다.

‘으응?’

레온은 영문을 알지 못해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이곳은 목적지가 아니었다.

연구실은 가장 심층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멈춰선 곳에는 거대한 두 개의 문이 나타나 있었다.

갖가지 보석들과 황금들을 소재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여긴?’

레온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그때.

딸칵.

끼이익.

신관이 품에 지니고 있던 열쇠로 ‘봉헌금고’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있었다.

이윽고 내부의 황홀한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레온의 두 눈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와, 미친 이거 대박인데.’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보상의 방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보화들과 무구들이 산처럼 잔뜩 쌓여 있었다.

가장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도 영웅 등급은 그냥 넘을 것 같았다.

꿀꺽.

어찌나 흥분을 했는지, 레온은 입에 고인 침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크, 크흠. 여기는 왜 온 건가?”

그러곤 흐트러진 자세를 가다듬으며 신관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자 신관에게 들려온 대답의 내용에 레온은 하마터면 지상으로 뛰어 올라가 클라리우에게 사랑을 고백할 뻔하였다.

그 대답이란 바로.

“……클라리우 님께서 임무의 보상으로 원하시는 물품이 있으시면, 어느 것이든 상관없이 세 개까지 가져가시라고 하셨습니다.”

띠링.

띠링.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잠입 스파이’ 퀘스트 달성으로 보상 기회를 획득하였습니다.

-마몬교 신전 ‘봉헌금고’의 물건을 세 개까지 선택하여 획득할 수 있습니다.

-봉헌금고에서 절도 시, 자동으로 암흑성국의 ‘제1공적’으로 선포됩니다.

“……문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쿠웅.

신관의 말과 함께 봉헌금고의 두 문이 닫히자.

“으하하하! 대박이다! 이게 웬 떡이냐!”

봉헌금고 안에서 레온이 행복에 겨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여기서 얻는 아이템들을 판매한다면, 지금까지 전쟁을 치르며 길드에 투자한 써 버린 자신의 막대한 돈들을 모두 복구할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쓰, 며칠 전에 나온 최신형 하이엔드 캡슐도 지를 수 있겠어!”

엄청난 평수의 집도, 슈퍼카도 수월히 뽑을 수 있을 것이건만, 골수 폐인 레온은 그저 캡슐을 살 생각에 얼굴에서 웃음꽃이 사라지지를 않고 있었다.

그로부터 잠시 후.

레온이 휘파람을 부르며 다시 신관과 함께 연구실로 내려가고 있었다.

고르고 고른 끝에 레전드리 등급의 아이템을 세 개나 인벤토리에 넣어 놓은 그는 발걸음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그는 당장이라도 로그아웃을 한 뒤 경매장에 획득한 아이템들을 올리고 싶었지만.

‘좀만, 좀만 참자.’

그 충동을 힘겹게 참아 내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끝없이 이어진 지하 계단을 계속하여 내려가기를 한참의 시간이 지났고.

처척.

“……이곳이 연구실입니다.”

드디어 레온이 군침을 흘려 왔던 키메라 연구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레온은 제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쭉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온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거 내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난데?’

연구실의 규모와 이루어지고 있는 실험체의 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한 층 전체가 통으로 연구실로 활용되고 있었으며, 미완성된 키메라들이 들어가 있는 거대한 유리관이 줄지어져 세워져 있었다.

빠르게 유리관의 숫자를 세어 나가던 레온이 혀를 내두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모즈구스가 사용했던 최상급의 스피릿츄얼 키메라가 최소 30기는 족히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이 지닌 최강의 소환수인 본 드래곤으로도 세 마리 이상은 감당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한데 그런 것들이 30기가 넘게 있었다니.

만일 모르고 있었다면 아슬란 연합군은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으리라.

그때 레온이 손으로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속으로 고민을 거듭했다.

‘흐음, 이렇게 많은 숫자를 제 시간 안에 내 것으로 바꿀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지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최대한 빨리 목적을 달성한 뒤, 전선으로 복귀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방법으로 연구실을 완전히 파괴하려 해도, 미완성되었다고는 해도 30기의 키메라들이 자신을 공격한다고 가정하면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예측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자, 레온은 조금 머리가 복잡하게 바뀌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신관에게 시선을 돌리며 질문을 건넸다.

“흠, 연구의 진행도는 어떤가.”

“최상급 스피릿츄얼 키메라 29기는 90% 이상 완료가 된 상태입니다만…….”

90%라면 거의 완성 직전이라는 뜻이었기에, 레온의 표정이 티 나지 않게 어두워졌다.

한데 그때, 신관의 입에서 레온의 흥미를 동하게 하는 말이 나왔다.

“……초월급의 스피릿츄얼 키메라는 50%에 가까스로 도달했을 뿐입니다.”

‘초월급?’

그건 바로, 이름만 들어도 가장 강력해 보이는 한 기의 스피릿츄얼 키메라의 존재였다.

“쯧, 왜 그것만 진척이 그렇게 느린가. 그것이 있는 곳으로 가 보도록 하지.”

레온은 진행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척하며, 신관을 재촉했다.

그러자 신관이 겁에 질린 채, 연구실의 가장 깊숙한 쪽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곧이어 다른 키메라들이 들어 있는 유리관의 서너 배는 될 법한 엄청난 크기의 유리관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이건!’

그리고 유리관 안에 담긴 실험체를 확인한 순간 레온은 경악하며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레온의 입에서 자그마한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해츨링?”

그가 그렇게 놀랄 만도 했다.

유리관 안에는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한 드래곤을 뜻하는 해츨링 두 마리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아기라고는 하나 드래곤은 드래곤.

그 어떤 몬스터와 비교해도 지닌 파괴력이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가장 포악한 성정과 힘을 지니고 있다는 블랙 드래곤과 화이트 드래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두 마리를 합쳐 만들어 낸 키메라라니. 완성된다면 레온 자신도 과연 막아 낼 수 있을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한데 그때, 레온의 표정에 오히려 한 줄기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맛있는 음식을 앞둔 것처럼 입술을 혀로 축이며 레온이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드래곤이 두 마리가 되겠군.”

“네?”

“이놈의 담당자가 누구지?”

그에 신관이 놀라 레온에게 물어왔지만, 레온은 무시하며 해츨링 키메라의 담당자를 찾았다.

“……아, 네. 저기에 목걸이를 차고 있는 연금술사입니다.”

그러자 신관이 손가락으로 해괴한 형태의 목걸이를 차고 있는 한 남자를 가리켰다.

그는 죽은 물고기처럼 흐리멍덩한 눈빛을 띤 채, 유령처럼 움직이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자를 발견한 순간.

‘찾았군.’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연금술사 커티스의 스승인 ‘암스트롱’을 발견하였습니다.

레온은 성큼성큼 암스트롱에게 걸어갔다.

“시한을 무조건 앞당겨라, 알겠나!”

그러곤 겁을 주는 척하며 곧장 손을 뻗어 그의 목걸이를 만졌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좀비처럼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이건.’

족쇄처럼 암스트롱의 목을 조르고 있는 목걸이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레온은 슬쩍 목걸이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폭발과 세뇌의 펜던트, 카달과날]

분류 : 목걸이

등급 : 레전드리

내구도 : 파괴 불가 / 조건부 파괴

착용 제한 : NPC / 유저 사용 불가

옵션 :

-착용자에게 상태 이상 ‘절대세뇌’ 부여

-착용 해제 시, 폭발하며 착용자에게 ‘즉사’ 부여

-착용한 이의 모든 능력치 –1,000

-착용 시, 어둠 속성 마법 저항력 +200

교황 라스푸틴이 암스트롱을 세뇌시키기 위해 마신의 힘을 모아 만들어 낸 사악한 목걸이.

억지로 떼어 내려 하면 폭발과 함께 착용자의 목숨을 앗아 간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해제가 불가능하다.

착용 해제 시, 착용자의 ‘즉사’가 이루어진다는 설명에 레온이 침음을 삼켰다.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라, 잠깐만.’

아이템의 설명을 읽던 중, 한 단어가 레온의 눈에 다트처럼 꽂히고 있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