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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306화 (306/332)

# 306

306화

아슬란 연합과의 영지전에서 박살이 나던 페가수스 길드는 결국 처참히 멸망했다.

그리고 그들의 수장이었던 리로이는 자신을 따르는 극소수의 지지자를 데리고 빈 몸으로 암흑성국으로 투신하였다.

이 두 개의 소식이 날아들자 모든 판테라 커뮤니티들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와, 끝까지 설마설마했는데. 아슬란이 페가수스랑 코르부스를 먹어 버리네?ㅋㅋㅋㅋ

-블루 아이즈 어리둥절행.

-이건 진짜 투신 혼자서 멱살 잡고 캐리한 거 아님?

-갓 레온 님 덕에 클래스 진화한 1인은 그저 절을 올릴 뿐입니다.

페가수스와 코르부스가 지니고 있던 방대한 영토들에 모두 아슬란의 깃발이 새롭게 꽂혔다.

그러자 자연스레 유저들은 동맹이었던 블루 아이즈가 왜 그 영토들 중 단 한 개의 영토도 배당받지 못했느냐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벌써부터 불화가 시작되는 것인가 싶었지만, 곧이어 블루 아이즈의 수장인 세토가 미리 합의되었던 결과라고 발표를 하자 그런 여론이 금세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그런 결정을 이기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전쟁에서 보여 준 ‘레온’의 활약이 독보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으로써 아슬란 길드는 북쪽으로는 흑풍회 길드를, 동쪽으로는 암흑성국과 직접 영토를 맞대는 북부 대륙 최대의 영토를 지닌 길드로 재편이 되었다.

하루아침에 북부 대륙의 세력도가 아슬란과 흑풍회의 양강 구도로 변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균형이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았다.

워낙 오랜 기간 랭킹 1위를 고수한 탓에 흑풍회는 그 저력으로 현재 아슬란과 비등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중부 왕국들의 폭발적인 지원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길드원들의 합류는 지금도 차이를 벌려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며 양쪽의 공멸을 바랐던 흑풍회는 자신들이 크나큰 실수를 범했음을 뼈아프게 깨닫고 있었다.

결국 그로부터 며칠 후, 흑풍회는 여태껏 한 번도 굽히지 않았던 콧대를 굽히고 아슬란 측에 먼저 동맹 의사를 표해 왔다.

그들의 선택은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암흑성국과의 전쟁이라는 거대 메인 시나리오에서 멀어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나 레온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계속되는 요청을 수많은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어딜 이 자식들이 뒤늦게 와서 날로 먹으려고.’

얌체 짓을 하는 이놈들에게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며 최대한 이득을 뽑아 먹기 위해서였다.

결국 레온은 흑풍회의 병력을 완전히 다룰 수 있는 총지휘권과 흑풍회가 지닌 알짜 영토 중 두 곳을 화친의 선물로 받고 나서야 동맹을 수락해 주었다.

모든 일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척척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 가고 있었지만, 레온은 결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금은 국경을 맞닿은 도시들의 수비에 집중하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암흑성국이 지닌 힘은 결코 가벼이 볼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레온은 암흑성국을 코앞에 두고 있는 국경 도시, ‘체르나’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단출하게 꾸며진 자신의 지휘관 처소에서 한 가지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흐음.”

그는 한 장의 양피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연이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양피지는 바로 레온이 에픽 직업을 창조하며, 보상으로 손에 넣었던 ‘신대륙 항해일지’였다.

인장의 전 주인의 고향인 동대륙으로 건너가기 위한 방법이 적혀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렇게나 얻기를 고대하던 물건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레온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어이없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그러나 어느 누구라도 양피지에 적힌 내용을 살펴본다면, 레온의 반응과 동일한 것을 취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신대륙 항해일지]

포기하라, 그대는 절대로 적해를 건널 수 없다.

이것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이들에게 전하는 경고장이다.

100년 전부터 무슨 이유에선가 지독했던 와류가 더욱 끔찍하게 변하였다.

이제는 바다를 건너려는 이를 죽이기 위해 작정을 한 것처럼, 적해는 미쳐 날뛰고 있다.

나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그 대가로 모든 동료들을 잃고 말았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그대여, 쓸데없이 죽음을 자초하지 말라.

그때 레온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니, 건널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안 적혀 있고 웬 포기하라는 소리만 잔뜩 있어?”

그랬다. 신대륙 항해일지에는 적해를 견딜 수 있는 배를 만드는 방법도, 와류를 피할 수 있는 길이 그려진 지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유일하게 살아남은 선원의 푸념이 전부였던 것이다.

이것을 통해 얻은 정보는 신대륙으로 가는 방법이 ‘바다를 통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을 꺼냈다.

“휴, 일단 신대륙으로 건너가는 방법을 찾는 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미뤄 둬야겠어.”

이 수수께끼가 금방 풀릴 것 같지는 않았기에, 그는 항해일지를 품속에 쑤셔 넣었다.

그러고 난 후, 레온은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양피지와는 달리 무언가의 가죽으로 만든 것 같은 음험해 보이는 서적이었다.

그것을 꺼내 들자 레온은 불치병이 낫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서적은 스피릿츄얼 키메라를 모조리 해치우고 난 후, 재료 아이템을 수거하여 ‘키메라의 주인이 되는 자’ 퀘스트를 완료하여 얻은, 키메라 제작사의 직업 전용 아이템인 ‘개조의 비술서’였다.

인장 때문에 보상이었던 키메라 제작사로의 전직은 취소되었지만, 다행히도 직업 전용 아이템은 획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후후, 개조의 비술서에 키메라 제작사의 핵심 스킬들이 죄다 붙어 있다니. 개꿀이란 말이지.’

그는 호문클루스에 이은 새로운 소환수 종류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네크로맨서의 힘도, 정령사의 힘도 없기에 비정상적으로 융합시켜 만들어 낸 암흑성국의 스피릿츄얼 키메라에 비해 레온이 창조해 낼 소환수는 분명히 훨씬 더 뛰어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이 되어졌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뚜둑, 하는 뼈 소리를 내며 손을 푼 레온이 스킬을 작업을 시작해 보려 하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우웅!

지잉!

갑작스레 레온의 한쪽 팔이 검은 광채를 발함과 동시에 파르르 떨려 오기 시작했다.

그 현상을 바라보는 레온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드디어 왔나.’

이건 바로 그의 다음 제거 목표인 흑암기사단장 클라리우가 연락을 취해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이군, 리온.

곧이어 레온의 귓전에 클라리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간단한 인사를 전한 그는 갑작스레 연락을 취한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레온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윽고 모든 내용의 전달이 끝난 순간.

‘……작전을 대폭 변경해야겠어.’

레온은 하던 일을 모두 제쳐 두고, 거처를 벗어나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을 하고 있었다.

* * *

“크아아악!”

“사, 살려 줘!”

암흑성국의 수도, ‘아마이몬’을 수많은 비명 소리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촤아아악!

서거걱!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한 사람이 또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언제나 살인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는 아마이몬이었지만, 오늘은 도시의 모든 시민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다름 아닌 학살극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 때문이었다.

처척.

칠흑같이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검을 또 다른 피해자에게 겨누었다.

“네놈들, 마신님의 진노를 받을 것…… 크억!”

기사에게 저주의 말을 퍼붓던 신관이 목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졌다.

그랬다. 피비린내가 나고 있는 이곳은 놀랍게도 교황 라스푸틴이 거주하고 있는 대신전이었던 것이다.

“황제 폐하에게 반항하는 놈들은 모조리 베어 버려라!”

그때, 흑암기사단 2병단 단장 나이저가 자신을 따르는 모든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잠시 후.

쿠웅.

“크윽.”

화려한 성복을 입고 있는 뚱뚱한 고위 신관 하나가 강제로 무릎이 꿇려지며 신음을 흘렸다.

사지가 구속된 그는 온몸의 상처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눈빛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러던 그때, 이 모든 일을 벌인 주동자가 혀를 차며 그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쯔쯔, 꼴이 말이 아니구려. 라스푸틴.”

놀랍게도 무릎을 꿇고 있는 이는 마몬교의 교황인 라스푸틴이었다.

라스푸틴이 핏줄이 터져 있는 눈으로 클라리우를 노려보며 말을 꺼냈다.

“클라리우, 네놈이 감히……!”

채앵!

라스푸틴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목덜미에 수많은 기사들이 칼을 가져다 대었다.

당장이라도 베어 버릴 기세였지만, 클라리우는 손짓으로 그들의 검을 모두 거두게 했다.

그러곤 성큼성큼 라스푸틴에게 다가가 말을 꺼냈다.

“내가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모를 거다. 이 반역자 새끼야.”

“쿨럭!”

클라리우가 공간이 진동시킬 정도의 엄청난 살기가 방출되자, 그에 압도된 라스푸틴이 핏물을 토해 냈다.

라스푸틴은 의문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크윽, 이놈.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지.’

모즈구스와 비등한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던 클라리우는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자신을 압도하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하나의 오판이 신전을 급습한 국왕파를 견뎌 내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치욕감과 분노에 부들부들 몸을 떠는 라스푸틴을 바라보며, 클라리우는 비웃음이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데려가서 지하 감옥에 감금시켜.”

그러곤 곧이어 부하들에게 고갯짓을 하며 말을 꺼냈다.

두 기사가 거칠게 반항하는 라스푸틴을 양쪽에 끼고 지하 감옥으로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그때였다.

“단장님! 찾았습니다!”

멀리서 부하 한 명이 클라리우를 급하게 부르고 있었다.

그에 클라리우를 비롯한 흑암기사단들이 한걸음에 이동을 하여 갔다.

곧이어 도착하자, 부하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에 지하의 연구실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드러나 있었다.

그들은 빠르게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라스푸틴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각종 실험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들을 바라보며, 흑암기사단원들은 모두 동일한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였다.

그건 바로.

‘……조금만 늦었더라면, 시체가 되는 것은 우리 쪽이었겠군.’이라는 것이었다.

모든 것들을 확인한 후, 클라리우가 말을 꺼냈다.

“이곳을 담당하고 있는 인원들을 족쳐서 진행도를 급상승 시킨다. ……성공하지 못하는 놈들은 모조리 죽이도록.”

그의 명령을 받은 기사들이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을 빛냈다.

으아아악!

다시금 번져 가는 비명 소리를 즐기며, 클라리우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네놈이 지금껏 연구한 것들은 잘 사용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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