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5
305화
갑작스레 등장한 레온의 모습을 확인한 모든 아군과 적군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같은 생각이 담기고 있었다.
‘……저건 도대체 뭐지?’
그건 바로 레온의 한쪽 손에 장착되어 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무기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 의문은 자연스레 다른 것으로 변하여 갔다.
‘풀 오러 블레이드인가? 아냐, 그렇다고 하기에는…….’
위이이이잉!
촤아아아앙!
전장의 모든 이들을 일순간 멈추게 만들 정도의 진동음을 쏟아 내며, 레온의 무기 위로 새로운 오러 블레이드들이 야수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전에 레온이 사용하던 풀 오러 블레이드가 단순히 빛무리가 검날의 형상으로 변화되어 있는 것이라면.
레온이 그랜드 건블레이드 마스터가 되며 새롭게 얻은 오러 블레이드, ‘카오틱 오러 블레이드’는 총검의 주위에 가시처럼 솟아올라 있었다.
“흐아아앗!”
쐐애애액!
촤아아아악!
그러던 그때, 마침내 레온이 포효를 내뿜으며 압도적인 위압감을 발하고 있는 카오틱 오러 블레이드를,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즈구스에게 꽂아 넣고 있었다.
푸슈슈슈슈슉!
콰아아아앙-!
허공에서 창날과 같은 형태의 수십 개의 카오틱 오러 블레이드들이 쏟아지며 모즈구스의 전신을 무참히 꿰뚫었다.
게다가 살갗을 깊숙이 파고든 카오틱 오러 블레이드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내부에서 폭발을 거듭하며 피해를 걷잡을 수 없이 증폭시켰다.
산산조각이 난 촉수들과 외골격들. 그리고 초록빛 점액과 핏물들이 사방에 흩날리는 그토테스크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끄, 끄아아아아아아!”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즈구스의 처절한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몇 시간 전만하더라도 한껏 콧대를 세우며 암흑성국의 2인자로서의 위엄을 보여 주었었지만, 지금은 그저 비참한 패배자로밖에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모즈구스 님이 졌단 말인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페가수스 병사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들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제는 몸을 움직일 힘조차 잃어버린 모즈구스에게 터벅터벅 한 발짝씩 걸어가는 레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에, 마왕을 바라보는 듯한 극한의 공포심이 차올라 있었다.
“끄으으으,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어. 마몬님의 힘을 이어받은 내가 한낱 이교도 따위에게…….”
카오틱 오러 블레이드에 시력을 잃었는지, 자신이 가까이에 온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모즈구스의 모습을 바라보며 레온이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쯔쯔, 그놈의 마신님, 마신님. 질리지도 않나 보네.”
레온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모즈구스가 가래 끓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어, 어디에 있는 거냐. 끄윽, 이놈. 가만 두지 않겠……!”
“그래그래, 잘 알았고. 사랑하는 마신한테 안부 좀 전해 줘.”
쐐애애액!
촤아아악!
그에 레온이 깔끔하게 반호를 그리며 최후의 일격을 모즈구스에게 쏟아 내었다.
서거걱-!
그러자 처음으로 깔끔한 절삭음이 들려왔고.
쩌어어억!
쿠우웅!
곧이어 수박이 반으로 쪼개질 때의 소리가 들려오며, 모즈구스의 거대한 신체가 양 갈래로 갈라져 바닥에 쓰러졌다.
띠링!
띠링!
띠링!
그와 동시에 레온의 귓전에 경쾌한 효과음이 연달아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암흑성국군의 수장 ‘모즈구스’를 처치하였습니다.
-모든 적군의 사기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주인을 잃은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이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좋았어!’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얼굴에 행복감이 드러나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한 일이기는 하였다.
드디어 자신의 최종적 목표 중 한 사람을 해치운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온의 반응과는 대조적으로.
싸아-.
모즈구스가 죽음을 맞이하자, 전장은 전쟁 중이었다는 것을 잠시 잊을 정도로 싸늘한 정적이 잠시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우아아아아-!
곧이어 아슬란 연합 측 병사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레온 님이 적장을 쓰러뜨리셨다!”
“여신의 용사님이 적을 해치웠다!”
일반 유저들이건 왕국 지원군의 NPC들이건 상관없이 모두 감격에 찬 표정들이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던 모즈구스를 박살 내 버린 레온에 대해 경외감이 차오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슬란 연합 측의 사기가 급상승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색이 파리해진 리로이가 입술을 깨물며 탄식을 토해 내었다.
‘……빌어먹을, 저 녀석은 정말 괴물인 건가.’
그는 현재 레온의 스킬이 남긴 모습을 보고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여 있었다.
카오틱 오러 블레이드가 휩쓸고 간 곳이 마치 자연재해가 덮친 것처럼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은 리로이가 그렇게 잠시 가루가 된 멘탈을 잠시 추스를 수조차 없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리, 리로이 님! 큰일 났습니다!”
그러던 그때, 마지막으로 남은 페가수스 길드의 간부가 리로이를 다급하게 불렀다.
‘이런 빌어먹을!’
곧이어 간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본 리로이가 얼굴을 구겼다.
-끼에에에에에!
-크아아아오오!
그의 시선에 닿은 장소에는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이 비정상적인 울음소리를 내며 미쳐 날뛰고 있었다.
“끄아아아! 살려 줘!”
“도, 도망쳐! 키메라들이 미쳤다!”
모즈구스가 사라지자 통제 능력을 상실된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이 피아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공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아슬란 연합 측은 피해가 적었지만,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페가수스 길드 측은 키메라들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었다.
‘X발, 일이 안 풀리려니 이렇게도 안 풀리는구나.’
상황이 최악의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자, 리로이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일단 후퇴를 하시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간부가 리로이에게 의견을 건네 왔다.
하지만 리로이는 그 의견을 따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천치 같은 놈. 여기서 후퇴하면 뒷날이 있을 것 같냐.’
여기서 물러나면 지금껏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을 빼앗길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리로이가 핏대를 높이며 간부에게 총공격을 명령했다.
“아직 병력의 숫자와 질은 우리 쪽이 높아! 개소리하지 말고 얼른 공격을 명령해!”
“네, 넵!”
리로이의 분노에 압도당한 간부가 허둥지둥 전장으로 합류하였다.
리로이가 고개를 돌려 레온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살의가 가득한 눈빛을 띤 채,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우리에겐 마신병이 있어. 병사들의 강함은 우리 쪽이 더 우위야.’
……하지만 이어진 다음 순간.
리로이에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전개가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어라?”
“……이건 뭐지?”
바쁘게 전투를 하고 있던 아슬란 연합군의 모든 병사들이 의아함이 가득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난데없이 띠링, 하는 효과음이 들려오더니 의문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 내용을 확인한 그들은.
“헉!”
“대, 대박이다!”
하나도 빠짐없이 경악한 표정으로 탄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일이 발생하여 있었다.
[마신의 계획을 저지하라 Ⅰ / 연계 / 천신 퀘스트]
천신 나이샤의 힘을 이어받은 대리인, ‘레온’이 마신의 종 ‘모즈구스’를 쓰러뜨렸다.
그의 활약에 감동한 나이샤는 그를 따르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내리기로 결정하였다.
힘든 여정일 테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신의 힘이 당신과 함께할 테니까.
퀘스트 난이도 : SSSSSS
퀘스트 목표 :
1. 교황 라스푸틴과 암흑성국의 국왕 처치
2. 암흑성국의 모든 영토 함락
퀘스트 보상 : 본인이 소속된 영지에 영구히 천신의 가호 부여, 명성 1,000,000, 칭호 ‘천신에게 선택받은 자’ 획득, 알 수 없음
-퀘스트 승낙 시, ‘천신의 은총’ 버프가 퀘스트가 완료될 때까지 영구히 부여됩니다.
-퀘스트 승낙 시, 즉시 보유 클래스의 진화가 이루어집니다.
-퀘스트 승낙 시, 보유 아이템 중 한 품목이 ‘천신의 축복’을 통해 강화됩니다.
그건 바로 ‘천신 퀘스트’의 등장이었다.
아슬란 연합의 병사들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 올라가 있었다.
“미쳤다, 천신 퀘스트라니!”
“으하하하! 우리도 클래스 진화를 할 수 있어!”
“뒈졌다, 니들은 이제!”
그에 영문을 모르는 페가수스의 병사들과 암흑성국의 수하들은 얼떨떨해할 뿐이었다.
우우웅!
촤아아아!
슈아아아!
“오오, 진짜 된다!”
“진화 성공이다!”
하지만 곧이어 아슬란 연합의 병사들이 한줄기 빛과 함께 직업을 진화시키기 시작하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 페가수스 측의 병사들은 머릿속으로 동시에 자신들의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였다.
그건 바로.
‘X됐네?’였다.
그 난데없는 상황에 레온 또한 속으로 어리둥절할 따름이었지만.
‘뭐냐, 이거 진짜로 용사로 되어 버렸네?’
곧이어 겉으로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행동하며 공격을 명령하였다.
“여신의 대리인으로서 명한다! 모든 적들을 물리쳐라!”
그렇게 레온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다 죽여!”
“용사님을 위하여!”
투다다다!
천신의 은총 버프를 두른 아슬란 연합의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사기는 하늘을 뚫을 것과 같고 힘은 클래스 진화를 통해 비등해졌으니, 두 세력의 승패는 이미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촤아아악!
퍼어어엉!
당연하게도 일방적인 아슬란 연합 측의 학살이었다.
“크아아악!”
“도, 도망가!”
페가수스의 병사들이 이제는 그냥 뒤를 돌아 무작정 도망치기 시작하는 모습이 연출되기 시작하였다.
‘후후. 자, 그럼 나는 재료 수집이나 해 볼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온은 스피릿츄얼 키메라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 * *
암흑성국의 이단 심문관 모즈구스가 레온에 의해 사망하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벌어지고 난 후.
아슬란 연합과 페가수스 길드의 싸움은 일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승리, 승리 또 승리! 아슬란 연합의 연전연승!]
[페가수스군의 이탈자 갈수록 늘어나. ]
[페가수스의 지원군은 왜 오지 않는가? 암흑성국 북부전에서 발 빼나?]
[교황파와 국왕파의 파벌 다툼 격화!]
언제 우리가 졌었냐는 듯, 아슬라 연합이 페가수스 길드를 벌어지는 전투마다 무참하게 짓밟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의 바탕에는 세 가지 이유가 존재하였다.
첫째는 여신 퀘스트를 받기 위한 일반 유저들의 참전이 끝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신 퀘스트가 등장하였을 때보다 더욱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NPC들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는 마신 퀘스트보다, 여신 퀘스트가 훨씬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레온이 ‘여신의 용사’라는 막강한 명분을 얻게 되자 왕국들이 계속해서 지원군을 보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차갑게 굴었던 국왕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철면피를 깔고 조금이라도 레온과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레온의 압도적인 무위 덕분이었다.
[여신의 용사, 레온의 모든 것!]
[투신(鬪神) 레온, 그의 직업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유저들의 힘을 까마득히 초월한 레온의 능력은 사람들이 그를 ‘투신’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게끔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마침내 페가수스 길드가 완전히 멸망하여, 그들의 모든 영토가 아슬란 연합에 복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