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4
304화
검은 태양을 꿰뚫고 모즈구스에게 직격한 빛의 탄환들은 곧이어 회색의 불꽃으로 바뀌어 모즈구스의 전신을 태우기 시작했다.
썬 오브 디스트로이에 담겨 있던 절반의 힘마저 추가로 피해를 주기 시작하자, 모즈구스는 여태껏 보인 것 중에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만들어 냈다.
화르르륵!
화아아아!
모즈구스의 촉수들이 어떻게든 회색의 불길을 꺼뜨리려 하였지만, 오히려 시도를 한 촉수에도 옮겨붙을 뿐이었다.
노릇노릇 오징어가 구워지는 냄새가 사방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모즈구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모즈구스에게 상태 이상, ‘화상(大)’을 입혔습니다.
레온이 상대에게 가한 대미지의 양을 확인하고는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뭐가 이래 세?’
보이는 참혹한 모습만큼이나,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데 성공하였던 것이다.
게다가 가장 강력한 염계 상태 이상인 화상(大)로 인해, 모즈구스의 체력은 지금도 계속해서 깎여 나가고 있었다.
단일 스킬로 만들어 낸 피해량이라고는 절대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다.
스윽.
그때 레온이 모즈구스에게서 자신의 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위이잉-!
지잉-!
‘아직 그대로네.’
빛의 탄환을 쏘아 냈음에도 불구하고, 가운데가 갈라진 검의 형태는 돌아오지 않아 있었다.
아무래도 이 형태가 전투 모드인 듯했다.
‘흠, 그럼 어디 한번 스펙을 봐 볼까?’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모즈구스의 모습을 확인한 레온이 눈앞에 아이템 정보를 띄워 보았다.
“헉!”
그리고 그 순간, 레온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경악한 반응을 쏟아 내었다.
[헥스테크 블레이드, 아크 데몬즈 플레어]
분류 : 총검
(총검은 도검류와 총류로 동시에 인식됩니다.)
등급 : 신화
공격력 : 4,000
내구도 : 파괴 불가
착용 제한 : 마신의 사도, 그랜드 건블레이드 마스터
옵션 :
-힘 스텟 +1,000
-민첩 스텟 +880
연사 시, 1회당 공격 속도 10% 증가.
(최대 10회 중첩)
-공격 대상의 반경 1미터에 50% 대미지의 스플래시 피해.
-치명타 피해 +50%
-치명타 피해 +300%
-화염 저항력 90% 상승
-모든 적과의 전투 시, 입히는 대미지에 35%의 추가 피해 부여
-크리티컬 확률 60% 증가
-50% 확률로 화상(大) 상태 이상 부여
-같은 대상에게 공격을 중첩시킬수록 1회에 20%씩, 자체 공격력의 최대 500%까지 증가
-공격 시, 현재 체력의 20%에 해당하는 추가 피해를 부여
귀속 스킬 :
1.‘헬파이어 버스터’
2. ‘흑염룡 강림’
“……시, 신화 등급?”
정보 창의 등급란에는 분명히 전설 등급의 상위인 ‘신화’ 등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전설 등급의 두 아이템이 하나로 합쳐지며 현존하는 판테라의 아이템 중 최강의 무기가 되어 있었다.
“으하하하! 대박이다!”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레온이 전투 중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어버리고 제자리에서 날뛰기 시작하였다.
한데 그가 그렇게 미친 듯이 기뻐할 만도 해 보였다.
그만큼 이 아크 데몬즈 플레어란 아이템은 천문학적인 값어치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롭된 영웅 등급 아이템 하나로 인생을 역전했다는 일화를 심심치 않게 듣지 않았던가.
그런데 전설도 아닌 신화 등급이라니.
말을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레온이 헤벌쭉한 표정으로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에 판다고 하면 진짜 웬만한 회사 하나는 너끈히 살 수 있겠는데?’
하나 물론 레온은 이 물건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
“끄으윽, 끄으. 이, 개, 자식.”
그러던 그때, 모즈구스의 가래 끓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온이 시선을 돌리자 모즈구스의 처참한 몰골이 보이고 있었다.
완전히 방심을 하고 있다가 정통으로 스킬을 맞은 탓인지, 모즈구스의 상태는 최악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대다수의 촉수들은 불타 없어져 있었던 데다가, 철벽의 방패 같았던 곤충의 외피는 빛의 탄환에 의해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뚫린 구멍에서는 초록빛의 피가 흥건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비틀거리는 모즈구스를 바라보고는 레온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꺼냈다.
“쯔쯔, 꼬라지가 그게 뭐냐. 마신의 힘도 별거 없구먼.”
그러자 모즈구스가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 댔다.
“닥쳐라! 감히 네놈이 함부로 지껄여도 될 분이 아니시다!”
그와 함께 진득한 마기가 레온을 휘감았지만, 레온은 어깨를 으쓱하는 것만으로 그 위압감을 모두 떨쳐 버렸다.
“그러지 말고 지금이라도 나한테 싹싹 빌어 보는 게 어때? 혹시 알아? 그러면 내가 보댕 때처럼 5초라도 조금 더 살려 줄지.”
레온이 보댕이라는 이름을 꺼내자, 모즈구스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렸다.
“……보댕? 네가 그 녀석을 어떻게?”
하지만 레온은 대답을 해 줄 생각이 없다는 듯, 다시금 전투를 개시할 준비를 마칠 뿐이었다.
처컹-!
철컥!
레온이 손잡이를 꽉 움켜쥐자, 칼날과 손잡이의 중간 부분에 있는 크로스가드가 산산이 분해되더니 곧이어 레온의 손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헥스테크 건틀릿을 장착하였을 때처럼 레온의 오른손과 검이 하나로 합쳐졌다.
지이잉!
위이잉!
빛을 뿜어내는 두 개의 검날이 레온의 손 위로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아크 데몬즈 플레어의 완전한 전투 형태였다.
투다다다!
모양새가 완벽히 갖춰지자 레온이 진각을 박차며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질주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레온이 자신의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새로운 스킬을 발동시켰다.
“아스트랄 코팅!”
스킬을 시전한 순간, 음험하기 짝이 없는 칠흑의 기운이 레온의 전신에서 파도가 치듯 일렁이기 시작했다.
후아아아아!
파아아아!
그와 동시에 레온이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속도로 모즈구스에게 접근하였다.
‘저 힘은 도대체?’
그 순간 모즈구스는 레온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처음 보는 마기에 경악을 한 나머지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공간에 깔린 그림자마저 요동치게 만드는 압도적인 패기를 쏟아내는 레온의 모습은 마왕 그 자체였다.
[아스트랄 코팅 / 수라강신]
참격으로 차원의 틈을 열어 이제는 이름이 잊힌 고대 마왕의 힘을 자신의 몸에 일시적으로 강림시킵니다.
-80분 동안, 자신의 모든 속도에 관련한 능력치가 300% 추가로 상승합니다.(자세히 보기)
-재사용 대기시간 4시간
‘오오! 아스트랄 바디보다 훨씬 빠르다!’
아스트랄 코팅은 이전에 사용하던 아스트랄 바디의 상위 호환 스킬이었다.
각기 40분이었던 지속 시간과 140%였던 증가 수치가 두 배가 넘게 증가되어 있었다.
파밧!
눈 깜짝할 사이에 모즈구스의 코앞까지 도착한 레온이 섬뜩한 소리를 내며 회전하고 있는 아크 데몬즈 플레어를 휘둘렀다.
촤아아아!
서거거걱!
“끄아아아!”
그러자 단순한 참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모든 공격을 가볍게 튕겨 내었던 모즈구스의 외골격이 살코기처럼 베였다.
그러나 레온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우우웅!
콰아아앙!
갈라진 상처 부위에 곧장 양 검날을 박아 넣더니 그대로 포격을 쏘아 낸 것이었다.
아크 데몬즈 플레어는 근접 공격과 원거리 공격을 동시에 전개할 수 있는 사기적인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모즈구스는 상처 부위 안에 탄환을 쑤셔 넣자, 고통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는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레온은 마치 코끼리가 개미를 짓밟듯이 모즈구스를 완벽하게 발라 버리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자각하며 레온이 속으로 자신의 강함에 감탄을 토해 내었다.
‘확실히 에픽 직업은 에픽 직업이라는 건가. 그렇게나 강했던 녀석이 이제는 너무 쉽잖아.’
역시나 이 게임은 직업빨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먹이사슬의 최정상에는 자신이 있었고 말이다.
‘자, 이제 그럼 끝내 볼까!’
타다닷!
그때 레온이 마지막 일격을 선사해 주기 위해 모즈구스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우아아앙!
지이이잉!
“걱정하지 말라고. 곧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흑암기사단장도 곧 네 곁에 보내 줄 테니까!”
맹렬히 회전하며 전기톱 소리를 내고 있는 두 칼날을 활짝 펼친 채, 레온이 모즈구스에게 소리쳤다.
“……네, 네놈 설마!”
레온의 그 말을 들은 모즈구스는 그제야 레온의 정체를 알아차리고는 경악하며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 내려 시도하였다.
* * *
레온과 모즈구스가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지고 난 후.
전쟁의 구도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용사님의 동료들이여, 모두 저희의 뒤에 서십시오!”
“더러운 마신의 졸개들에게 죽음을!”
“여신의 용사를 따르는 이들에게 패배는 없으리!”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마신병들과 신전기사단을 왕국 지원군이 완벽히 커버해 주면서 아슬란 연합에 불리했던 전세가 완전히 뒤집혀 버린 것이었다.
페가수스 측에 악재가 된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지휘하던 모즈구스가 사라지자, 일순간에 체계가 무너져 혼란이 더욱 가중된 것이었다.
“젠장! 암흑성국 놈들 이런 상황인데도 끝까지 내 말을 안 듣다니.”
뒤늦게나마 페가수스의 수장 리로이가 수습을 하려 했지만, 암흑성국 측의 병력이 그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아슬란 연합이 역전하는 모양새가 갖추어지자, 이제는 다 끝났구나 하며 포기하고 있던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와, 이걸 이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
-페가수스 길드 아무고토 모타죠ㅠㅠ
-암흑성국 놈들 하는 꼴이 완전히 X트롤인데?
-이거시 다 레온 님의 힘이다.
-하악, 레온 님 날 가져용.
한데 그때였다.
츄아아아!
지이이이잉!
갑작스레 수십 개의 번개가 내리꽂히는 듯한 쩌렁쩌렁한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갑작스런 고막 테러에 모든 시청자들이 다급하게 음소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곧이어 화면을 확인한 그들은 하늘에 생겨난 거대한 균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끄거거거거!
그리고 그 균열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모즈구스의 거대한 신체였다.
“모즈구스 님이다!”
“으하하! 모즈구스 님이 돌아오셨다!”
페가수스와 암흑성국의 병사들이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어, 어어? 어어어어?”
“시, 시X!”
“으아아! 도망쳐!”
병사들이 허둥지둥하며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쐐애애애액!
모즈구스가 균열이 발생한 하늘에서 그대로 지면을 향해 수직 낙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쿠우우우우웅!
콰아아앙-!
이윽고 추락한 모즈구스는 전장에 지진이 일어난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낙하와 동시에 높게 피어오른 모래먼지가 사라지고 난 후.
“……이건?”
“……뭐야?”
“……설마?”
모즈구스를 확인한 병사들이 당황에 찬 반응을 쏟아 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모습이 드러난 모즈구스의 전신이 크고 작은 상처들로 망신창이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끄, 끄으어. 사, 사려…… 줘.”
콜록이며 겨우 입 밖으로 나온 모즈구스의 말은 살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 충격적인 장면에 모두가 한눈이 팔려 있던 그때.
아직 닫히지 않은 하늘의 균열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크로니클 블레이드!”
그리고 그는 똑같이 수직으로 낙하하며, 모즈구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꽂아 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