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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301화 (301/332)

# 301

301화

후방에 있던 왕국의 지원군들이 모두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진풍경을 바라보며, 레온은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흐흐, 역시 내 생각이 옳았어!’

그러던 그때, 레온의 눈앞에 또다시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핀 왕국의 지원군 전원의 신뢰도가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네크로폴리스의 지원군 전원의 신뢰도가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중략……)

모든 지원군 병력의 레온에 대한 신뢰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있었다.

레온도 몰랐지만, 판테라의 NPC들이 여신에게 선택받은 용사에게 갖는 신뢰의 크기란 생각보다 더 엄청난 듯했다.

놀랍게도 그들 중 어느 누구 하나 레온을 가짜 용사로 의심하는 이가 없었다.

이 모든 일의 일등 공신은 당연하게도 직접 여신의 강림을 목도하게 해 준 것일 터였다.

레온은 이전에 미리 ‘새크리파이스’ 스킬을 실험해 보면서, 여신이 강림하는 이 거대한 ‘스킬 이펙트’에 주목하였다.

스킬을 시전한 그만이 이것이 그저 이펙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효과였다.

그때부터 레온은 혹시 이것을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추가 지원군을 얻기 위해서는 해당 세력의 ‘신뢰’ 혹은 확실한 ‘명분’을 획득해야만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추가 지원군을 얻기 위한 조건을 본 순간, 드디어 새크리파이스 스킬을 사용할 순간이 왔음을 깨달았던 것이었다.

지금처럼 급박하게 전쟁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신뢰를 쌓는 과정은 너무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결국 레온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명분’이었다.

그리고 마신에게 맞서는 가장 좋은 명분이라면, 대척점에 있는 여신에게 선택받은 자라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휴우, 이렇게 혼자 잘나서 어쩌나.’

그렇게 레온이 극에 이른 자기애에 빠져 있던 그때.

가짜 용사의 명령을 받고 전투에 뛰어든 왕국의 지원군들은 종전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촤아아악-!

서거걱!

서걱!

검을 휘두르는 둥 마는 둥 하던 기사들은 오러 블레이드를 넘실거리며 맹렬히 휘두르고 있었으며.

꽈아아앙-!

퍼어엉!

퍼어엉!

내 일이 아니라는 듯, 뒷짐까지 지고 있던 궁정 마법사들은 각자의 최고위 마법을 캐스팅하며 적들을 요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군 돌격!”

“용사님의 동료들을 지켜 내라!”

이어 그들은 빠르게 후방 지역을 벗어나 최전방에 지쳐 있는 아슬란 연합의 병사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갑작스런 태세 변환에 아슬란 연합의 병사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지만, 곧이어 그들의 길드장이 또 하나의 업적을 해냈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아무튼 그렇게 순식간에 전력 교체가 이루어지자, 전세는 완전히 역전이 되기 시작하였다.

“크억!”

“끄악!”

“으아악!”

페가수스 길드의 병사들이 내는 비명 소리가 사방에서 커다랗게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한데 그 와중에 무언가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안 돼. 얘네 너무 세…….”

“사, 상대가 안 돼.”

“뭐야! 이 자식들 왜 이렇게 강한 건데!”

왕국 지원군들이 보여 주고 있는 실력이 너무나 강력하다는 것이었다.

각국의 지원군들은 마신 퀘스트를 받은 병사들은 물론 암흑성국의 고위 기사단보다도 상위에 있는 월등한 실력 차이를 보여 주고 있었다.

‘뭐지, 생각한 거보다 훨씬 강하잖아?’

그들을 전장에 끌어들인 레온조차 깜짝 놀라고 있었으니, 다른 이들은 경악을 하고 있는 수준이리라.

그런데 그때였다.

띠링!

띠링!

어리둥절해하던 레온의 귓전에 또다시 효과음이 들려오며, 그 모든 의문이 깨끗이 해소되고 있었다.

곧이어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을 확인한 레온은 어이가 없는 나머지 헛바람을 들이켤 수밖에 없었다.

‘이야, 왕국 이 자식들. 이렇게 날 속이고 있는 거였어?’

-용사, 레온에 대한 완전한 믿음으로 모든 왕국 지원군들이 지니고 있던 비밀이 사라집니다.

-왕국 지원군들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왕국 지원군들의 모든 정보가 새롭게 수정되었습니다.(상세히 보기)

레온의 시야 오른쪽 구석에 떠올라 있던 모든 아군 병력의 레벨을 포함한 정보가 적혀 있던 시스템 창의 내용에 큰 변화가 발생하여 있었다.

지휘관을 비롯해 모든 병사들의 레벨을 비롯해 모든 능력치들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그들의 수치들이 모두 하늘을 뚫을 듯이 높아져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레온이 한 대 얻어맞았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자식들, 내가 죽고 나면 지휘부를 장악할 생각들이었던 거구먼.’

그랬다. 그의 말처럼 중부의 왕국들이 보낸 병력 모두는 다름 아닌 각국이 지니고 있던 최정예 병력이었던 것이다.

웬 허섭스레기 같은 놈들만 내어주나 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저 본인들의 실력을 꽁꽁 숨기고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때 레온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속으로 생각했다.

‘뭐, 일단 지금 당장은 이용해 준다만. 망할 국왕 놈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아 주지.’

황금의 응징을 제대로 받아 주기로 결정하고 난 레온은 즉시 고개를 돌려 잠시 모즈구스와 전투를 벌이고 있던 브룩 일행을 확인하였다.

그러자 분노에 가득 찬 상태로 발악하고 있는 모즈구스를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 이 하찮은 벌레 녀석들이 감히!”

곧이어 모즈구스가 간부들을 향해 진득한 산성액이 번들거리는 촉수들을 쏟아 내었다.

촤아아악!

쐐애애액!

하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안티포이즌 실드!”

티팅! 팅!

브룩은 강렬한 초록빛을 발하는 자신의 전신으로 모든 촉수들을 아군에게 닿지 않게 튕겨 내고 있었으며.

“드래고닉 토네이도!”

“블랙 매직!”

“네미시스 스트로크!”

“크리미널 사브르!”

퍼어엉! 콰아아앙!

서거걱!

브룩의 방어를 받는 나머지 네 사람은 각자의 스킬을 사용하며 촉수들을 수월하게 잘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즈구스를 힘겨워하던 이전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아니, 분명히 별것도 아니었던 놈들이 어째서 이렇게 강한 거지?’

분명히 한 번에 쓰러뜨렸던 별 볼이 없던 잡졸들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자, 모즈구스는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이렇게 상황이 뒤바뀐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 일부러 안 죽어도 되니까 잘 싸우네.’

이전에는 레온이 자신의 계획을 위해 일부러 죽어 달라고 부탁을 하였기 때문에 금세 리타이어된 것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새크리파이스의 효과로 본래 체력과 마력의 100% 상태로 부활하였기 때문에, 그동안에 누적되어 있던 피해도 전부 사라져 온전한 제 실력들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럼 이제 마무리를 지어 볼까!’

그러던 그때, 레온이 잔상이 남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튀어나오며, 모즈구스와의 전투에 합류하였다.

타다다닷!

파아앗!

보유하고 있는 모든 가속 스킬들을 발동시킨 탓에 레온의 속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레온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모즈구스의 코앞까지 도착하여 있었다.

레온의 얼굴을 확인한 모즈구스가 눈을 부라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으려 했지만.

“이 망할 노-.”

쐐애애액!

퍼어억!

“꾸에엑!”

안타깝게도 그것보다 벼락처럼 뿜어진 레온의 주먹 쪽이 훨씬 빨랐다.

곤충의 몸에 볼록하게 붙어 있던 모즈구스의 얼굴이 쓰레기처럼 구겨졌다.

후아아아!

콰아아앙!

그리고 레온의 주먹에 담긴 파괴력을 못 이기고 모즈구스의 거체 또한 붕 날아올라 한쪽 벽에 처박히며 커다란 파열음을 만들었다.

그러자 레온이 탄산음료를 쭉 들이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휴, 이제야 속이 좀 후련하네.”

레온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생명전이’의 추가 효과가 적용됩니다.

-제물이 된 호문클루스의 모든 능력치의 15%가 60분 동안 추가로 부여됩니다.

툴팁에는 적혀 있지 않던 생명전이 스킬의 히든 효과가 발휘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브룩이 슬그머니 레온에게 다가오더니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어째 우리가 100번 두들기는 것보다 어떻게 네가 한 방 갈기는 게 더 센 것 같다?”

“그치? 나도 놀랬다, 야. 나 왜 이렇게 센 거냐?”

“……재수 없는 놈.”

그렇게 레온과 브룩이 급박한 상황에 맞지 않는 여유가 넘쳐 나는 대화를 나누고 있던 찰나.

“크아아악! 다 죽여 버리겠어!”

파묻혀 있던 돌무더기들을 사방으로 튕겨 내며, 생채기가 잔뜩 난 모즈구스가 분노에 찬 목소리를 쏟아 내었다.

슈아아아!

지이이잉!

그러곤 촉수들을 하나로 뭉치더니 그 위로 마신의 힘을 잔뜩 응축시키기 시작하였다.

음험하기 짝이 없는 검보랏빛 마기가 이내 거대한 둥근 구체로 바뀌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마치 모즈구스의 머리 위로 검은 태양이 뜬 것 같았다.

구체의 주변이 아지랑이가 들끓는 것처럼 사정없이 어그러지고 있었다.

검은 태양을 확인한 병사들이 싸우던 것도 멈추고 입을 쩍 벌렸다.

“저, 저게 뭐야.”

“……저게 마신의 힘인가.”

“……종말인가.”

한데 그중에 가장 난리가 난 것은 오히려 아슬란 연합 측이 아닌 암흑성국의 사제들이었다.

“모, 모즈구스 님. 그것을 여기서 사용하시면 모두가 죽습니다!”

“으아아!”

“도, 도망쳐!”

사색이 된 사제들은 전장을 이탈하여 도망을 치기까지 하였다.

반응으로 보아, 아무래도 파괴력이 아군까지도 휩쓸리게 할 만큼 엄청난 것 같았다.

아비규환의 모습이 펼쳐지자, 브룩이 걱정이 가득한 모습으로 레온에게 물었다.

“저거 완성이 되기 전에 쳐야 되는 것 아니야?”

하지만 곧이어 레온이 꺼낸 대답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레온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꺼냈다.

“자, 이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서 싸워 줘.”

“……뭐?”

“저건 내가 처리할게.”

“아, 아니, 야!”

브룩의 말을 듣지도 않고 레온은 황금빛을 번뜩이며 단신의 몸으로 모즈구스에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파바밧!

타닷!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브룩을 뒤로하고, 레온은 이제는 하늘을 뒤덮을 듯이 거대해진 검은 태양을 향해 뛰어들고 있었다.

레온이 진각을 밟으며 허공에 뛰어오른 순간.

“으하하! 모두 마신님의 곁으로 가거라! 썬 오브 디스트로이!”

캐스팅을 모두 끝낸 모즈구스가 검은 태양을 지면에 강타시키려 하고 있었다.

후아아아-!

콰아아아아!

마치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절망적인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킬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레온의 표정은 결코 겁을 집어먹고 있지 않았다.

‘이 정도면 딱이군!’

오히려 기다리던 때가 왔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커다란 목소리로 누군가를 호명하고 있었다.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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