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8
298화
아슬란 연합과 페가수스 길드의 전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그리고 레온이 페가수스의 길드장인 리로이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모습이 송출되는 순간.
모든 방송들이 자체적으로 역대 최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러자 수많은 방송국의 직원들은 어떻게든 유호와 최초 인터뷰를 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인터뷰 요청을 허락을 못 받았다는 게 말이 돼!”
“그, 그게 밥 먹을 시간도 없는데 무슨 인터뷰냐고. 게임 중에 연락을 안 되게 수신 거부를 해 놓은 탓에.”
“이이! 조건이 어떻게 되든 간에 맞춰 준다고 하고 무조건 데려오란 말이야!”
잠자는 시간도 줄여 가며 게임에 집중하는 레온이 순순히 인터뷰에 응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다시금 레온을 칭송하는 댓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와, 리로이는 그냥 개발라 버리네.
-진심 이런 전개는 생각도 못 함요.
-일대일이면 누구한테도 안 밀린다는 리로이가 쌉박살 나는데. 이러면 레온이 거의 랭커 중에 개인전은 원톱 아님?
-ㅇㅇ, 이제는 모두가 ㅇㅈ해야 할 듯.
-근데 그럼 뭐 함. 물량 차이로 전력은 계속 밀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사실 판테라를 즐기는 대다수의 유저들은 페가수스 길드를 잘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길드의 규모 자체는 손에 꼽힐 정도로 거대했지만, 그 모든 것을 쌓아 올린 과정이 그저 돈을 처바른 것으로 이룩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부분은 최상위 랭커들이건 평범한 유저들이건 인정을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길드장인 리로이의 일대일 전투 능력이었다.
한데 그 리로이가 오늘 레온에게 완전히 박살이 나고 만 것이었다.
추이로 보아 물량 차이로 인해 전쟁은 아슬란 연합이 패배를 할 것 같았지만.
이름값은 레온 측이 더욱 상승하리라고 사람들은 예측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알다시피 또다시 다른 전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레온이 날개가 찢기고 지면으로 추락하고 있자, 모든 시청자들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어? 저거 왜 저래? 추락한다!
-……나만 봄? 거무스름한 게 갑자기 날개 찢어 버렸는데?
-응, 너만 본 듯.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이제 대망의 최강의 적인 이단 심문관 모즈구스가 등장하자, 시청자들은 또다시 폭발적인 반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저놈이 뭔데? 쟤가 그리 셈?
-암흑성국의 최고 전투부대 수장이 흑암기사단장이랑 모즈구스예요.
-그냥 지금 판테라 내에서 최강의 NPC 중 하나라고 보면 됨.
-헐, 미친. 그 정도임?
현재 판테라 세계관 내의 NPC 중 최강자 중 하나, 그것이 모즈구스의 위치였다.
그리고 레온은 현재 유저 중 최강자의 자리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강의 유저 대 최강의 NPC의 싸움에 모든 시청자들이 숨을 죽이고 실시간 영상을 주시하기 시작하였다.
* * *
갑작스런 추락의 여파로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레온은 금세 제정신을 차렸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눈앞에서 리로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위압감을 폭사하고 있는 모즈구스 때문이었다.
처척.
레온이 빠르게 전투태세를 가다듬었다.
찢긴 날개는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고, 무기 또한 헤븐즈 플레어에서 다시 흑염룡의 거태도로 바꿔 잡았다.
스윽.
그러곤 브룩과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드디어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앞서 세웠던 계획을 실행할 때가 온 것이었다.
“크윽. 레온, 이 개자식. 죽여 버리겠어.”
그러던 그때, 겨우 몸을 추스른 리로이가 레온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온몸에 쌓인 대미지가 너무 컸는지, 두 다리는 갈대처럼 후들후들 흔들리고 있었다.
위협은커녕 우습기만 한 모습이었다.
그에 레온이 한마디를 꺼내려 했지만, 모즈구스가 먼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쯔쯔, 한심한 작자 같으니. 사도의 이름을 먹칠하지 말고 그만 꺼지세요.”
휘익!
쿠우웅!
“으억!”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즈구스가 가볍게 손을 휘젓자 리로이가 무형의 힘에 강타당해 뒤편으로 날아가 쓰러졌다.
땅바닥을 뒹굴고 있는 리로이는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로그아웃을 시킨 것은 아닌 듯했지만, 이어질 전투에는 참가하지 못할 것 같았다.
흙투성이인 그런 리로이를 바라보며 레온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한눈에 보아도 모즈구스와의 친밀도가 최악으로 하락한 것이 보이고 있었다.
‘쯔쯔, 네가 뿌린 씨앗이지. 어떻게 하겠냐.’
이어 리로이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모즈구스가 레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꺼냈다.
“실례가 많았군요. 이제 시작해 보도록 하죠.”
화아아아!
파아아아!
모즈구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보랏빛을 띤 마몬의 기운이 그의 전신에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최종 보스끼리의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려 하자, 모든 아슬란 연합과 페가수스의 병사들이 레온 측을 주시하고 있었다.
파바밧!
타다닷!
먼저 상대를 향해 달려든 것은 레온과 브룩이었다.
‘일단은 가볍게 파악부터 해 볼까!’
레온은 모즈구스의 전투 방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였기에, 우선은 가볍게 치고받으며 우선 정보를 얻기로 결정하였다.
레온은 브룩에게 속도를 맞추어 함께 질주하고 있었다.
“후후, 겁도 없이 달려드는 꼴이라니. 우습군요.”
우우웅!
지이잉!
그 모습을 보며 모즈구스는 제자리에 그대로 서서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가 한쪽 손에 들고 있던 검은 성서에서 음험한 기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였다.
‘원거리 공격기인가?’
지금껏 전투를 해 온 고위 신관들의 신성술은 각종 디버프와 버프에 치중되어 있었지만, 모즈구스는 다른 원거리 공격 수단이 있는 듯했다.
‘좋아, 근접전으로 끌고 가면 되겠군!’
레온은 속도를 더욱 끌어 올렸다. 원거리 전투에 특화되어 있다면, 근접 전투에 특화된 자신들이 유리하였다.
“수호신의 결속!”
그러던 그때 브룩이 본인이 지니고 있던 스킬 중 가장 강력한 버프 스킬을 레온에게 사용하였다.
레온의 눈앞에 두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수호신의 결속’의 효과로 자체 방어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수호신의 결속’의 효과로 적에게서 입는 모든 피해량의 35%를 수호자 ‘브룩’이 대신 입습니다.
그 외에 수많은 버프 스킬들이 레온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질 수 없지!’
그러자 레온 또한 샤먼의 스킬을 연속으로 시전하며 브룩의 힘을 고양시켰다.
수없이 많은 전장을 함께 거쳐 왔기에, 두 사람의 케미는 완벽하게 맞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타닷!
파바밧!
스킬이 발동되기 전에 지근거리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한 브룩과 레온은 양 갈래로 갈라지며 두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을 전개하였다.
“수호신의 격노!”
“그랜드 크로스!”
촤아아아!
쐐애애액!
브룩이 모즈구스를 향해 주먹을 뻗자 은빛으로 강렬하게 빛나는 충격파를 쏟아 내었고.
동시에 레온이 중간 정도 크기의 풀 오러 블레이드를 여러 갈래로 쪼개어 발사하였다.
‘좋아! 우리가 빨랐다!’
순간 레온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모즈구스가 스킬을 완성하기 전에 먼저 공격을 성공시켰기 때문이었다.
모즈구스는 자신의 머리 위로 강대한 힘을 담은 투사체들이 쏟아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어 태세도 짓지 않고 스킬을 마무리할 뿐이었다.
레온과 브룩이 공격이 닿으려는 찰나.
“……마몬이시여. 저에게 적에게 내릴 핏빛 철퇴를!”
모즈구스의 스킬이 완성되었다.
쿠가가가!
콰아아앙!
이어진 다음 순간, 치솟는 먼지구름과 함께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크악!”
누군가의 고통에 찬 신음성이 쏟아져 나왔다.
퍼어어엉!
콰아앙!
모래주머니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자욱한 먼지구름을 뚫고 사람의 형상이 날아들었다.
그대로 땅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공격을 적중시킨 레온과 브룩이었다.
단 한 합의 교환이었지만, 그들이 입은 피해는 상당해 보였다.
“쿨럭.”
브룩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슈트의 복부 부분이 파손되어 있었다.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에 강제로 찢긴 것과 같이 박살이 나 있는 모습이었다.
수호신의 결속 때문에 피해를 조금 덜 입은 레온이 뒤늦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자신이 뼈아픈 실책을 범한 것을 알아차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크윽, 잘못 파악했어. 이 녀석, 원거리 공격이 주가 아니야.’
그들이 몸을 추스르고 있던 그때.
“후후, 벌레처럼 쓰러져 있는 꼴이 잘 어울리는군요.”
노이즈가 낀 것 같은, 듣는 이에게 소름을 돋게 만드는 모즈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서히 자욱했던 먼지구름이 걷히며 모즈구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저 모습은?”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레온과 브룩은 경악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하였다.
모즈구스가 인간의 형상을 버리고, 그로테스크하기 그지없는 괴물의 형상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팔과 다리가 벌레의 그것처럼 변형이 되어 있었으며, 등 뒤에는 수많은 촉수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잠자리처럼 변해 버린 모즈구스의 흉측한 두 눈이 레온과 마주쳤다.
끄드득.
끄득.
모즈구스가 한 발짝씩 몸을 움직이자, 소름 끼치는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4m는 넘을 듯한 거대한 괴물이 레온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자, 어떻습니까. 이교도를 섬멸하기 위해 마몬님이 내려주신 저의 새로운 모습이!”
촤아아악!
쐐애애액!
그 순간, 모즈구스의 등 뒤에 달려 있던 촉수들이 바람을 찢는 소리를 내며 레온과 브룩에게 쏟아졌다.
“질문을 해 놓고 공격을 하는 게 어디 있냐! 망할 곤충 자식아!”
그러자 레온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재빨리 몸을 날려 공격을 피해 내었다.
푸욱!
푸푸푹!
곧이어 그들이 서 있던 곳에 촉수들이 깊숙이 박혔다.
취이익!
취이이익!
그러곤 지면이 매캐한 연기를 내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브룩의 장갑이 박살이 난 것이 바로 저 촉수 때문이었던 것이다.
방어력으로 따지면 레온과 동급인 브룩의 파비스였기에, 스치기만 해도 레온 또한 큰 피해를 입을 터였다.
하지만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레온은 모즈구스의 끔찍한 모습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좋아, 생각보다 그림이 괜찮겠어.’
그러고 난 후, 레온이 브룩에게 눈빛을 보냈다.
계획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브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파바밧!
투다다다!
레온과 브룩이 갑자기 등을 돌려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크아아! 이 망할 이교도 놈들! 어딜 가는 거냐!”
취이이익!
쒸이이익!
모즈구스가 그 뒤를 바짝 쫓기 시작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졌다.
……한데 그 와중에 무언가 조금 이상했다.
그건 바로 레온과 브룩의 도주 경로였다.
그들은 피해가 더욱 커질 텐데도, 아슬란 연합군이 모여 있는 후방 지역을 향해 스스로 이동을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