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7
297화
휘이익!
레온이 한쪽 발을 축으로 삼아 미끄러지듯 공격을 피해 냈다.
쐐애액!
“흑마염살권!”
그러나 레온이 피해 냈다고 생각한 순간, 반대편 쪽에서 리로이의 공격이 다시금 쏟아졌다.
이것은 막아 낼 수 없다고 생각한 레온이 발바닥에 힘을 꽉 주며 양손을 엑스자로 교차하며 주먹을 막아 냈다.
퍼어엉!
“윽!”
주먹으로 낸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큰 소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레온의 몸이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레온이 밀려난 경로의 땅바닥이 깊게 패여 있었다.
투다다다!
파바밧!
거리를 벌리려 레온이 뒤로 물러났지만, 리로이가 끈질기게 또다시 가까이 붙어 왔다.
쐐애애액!
퍼퍼퍼펑!
‘박살을 내 주마!’
그러곤 쉴 새 없이 스킬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하지만 하나하나가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막대한 대미지를 품고 있었다.
한쪽 손에서 타오르고 있던 인피니티 이그나이트는 거둔 채, 수비를 거듭하던 레온은 또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슈아아아!
파아앗!
순식간에 레온의 온몸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휘이익!
휘익!
아스트랄 바디 스킬을 사용하고 이동속도와 반응속도가 급상승한 레온은 폭풍처럼 쏟아지는 공격을 여유 있게 피해 내기 시작했다.
둘의 속도는 명확하게 차이가 나고 있었다.
레온의 우위였다.
“하아앗!”
엄청난 속도로 공격을 모두 피해 낸 레온은 리로이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대검을 휘둘렀다.
슈아아아!
그의 검날 위로 어느새 풀 오러 블레이드가 감싸져 있었다.
쐐애액!
촤아악!
서거걱!
다음 순간, 파공성과 함께 섬뜩한 효과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됐다!’
칼을 쥔 손에 상대를 베는 느낌을 확실히 받은 레온은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잔상?’
레온이 베어 버린 리로이가 마치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레온은 뒷목이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이건 위험해!’
쐐애애액!
레온은 곧장 팽이처럼 몸을 회전시켜 등 뒤에 대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앙!
폭탄이 터진 것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
“크윽!”
“어딜!”
레온의 대검과 리로이의 건틀릿이 격돌하여 있었다.
투다다다!
파바밧!
그렇게 치열한 힘 싸움을 벌이던 그들은 곧이어 뒤편으로 몸을 날려 서로 거리를 벌렸다.
그들은 각자 선보였던 회심의 일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꽤나 놀라 있었다.
‘저놈, 아스트랄 바디와 동급의 스킬이 있는 건가.’
레온은 리로이가 자신의 속도를 쫓아오지 못하던 것이 모두 연기라는 깨달았다.
리로이는 아주 근소한 차이 정도밖에는 나지 않고 있었다.
만일 그가 눈치를 못 챘다면, 한 방 제대로 먹을 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놀란 것은 리로이가 더 심했다.
그때 리로이가 어이없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말도 안 돼. 몇십 개가 넘는 보조 스킬들이 나한테 쏟아지고 있는데, 나보다 앞서고 있다고?’
리로이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속도를 발휘한 것은 마신의 몽크의 패시브 스킬인 ‘마신지체’ 때문이었다.
마신지체 스킬은 마몬교를 제외한 모든 교단의 신성 스킬을 받을 수 없는 대신에 마몬교의 모든 신성 스킬의 효과의 두 배의 효력을 받는 사기적인 성능을 지닌 스킬이었다.
다크 나이트들이 모두 역소환된 후, 고위 신관들의 서포트를 한 몸에 받게 되자 공격력을 비롯한 모든 수치들이 급상승하게 된 것이었다.
파바밧!
그러던 그때, 계획을 먼저 정리한 레온이 앞으로 치고 나왔다.
레온이 정면 승부를 벌이기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자, 리로이가 슬쩍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멍청한 놈! 공격력은 내가 앞선다!’
지이이잉!
콰가가가!
리로이의 건틀릿 주변에 마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와라!’
그는 자신이 지닌 가장 강력한 스킬인 흑마신권을 쏘아 낼 준비를 모두 마쳐 놓았다.
우우우웅!
슈아아아!
찰나의 순간이 지난 후.
이윽고 황금빛의 레온과 검푸른 기운의 리로이가 서로 격돌하려 하고 있었다.
‘죽인다!’
“흑마신……!”
리로이가 쾌속하게 주먹을 뻗으며 스킬을 시전하고 했다.
한데 그때였다.
슈우욱!
대검을 휘두르던 레온의 몸이 갑작스레 아래로 쑥 꺼지고 있었다.
“헉!”
목표를 잃고 허공에 헛손질을 한 리로이가 중심을 잃고 볼썽 사납게 넘어질 뻔했지만, 힘겹게 자세를 고쳐 잡았다.
레온은 리로이의 코앞에서 그대로 그림자 은신을 사용해 그림자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상황을 파악 못하고 어리둥절해하던 리로이는 순간 레온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뒤쪽에 고개를 돌리며 크게 소리쳤다.
“피, 피해!”
그가 시선을 보낸 쪽에는 리로이에게 신성 주문을 걸어 주던 고위 신관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띤 채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까꿍!” 하는 소리와 함께 레온이 고위 신관들 중 한 명의 그림자에서 솟구쳐 올랐다.
푸욱!
그러곤 자신의 검을 신관의 몸에 쑤셔 넣었다.
대검이 가슴을 꿰뚫고 튀어나오는 끔찍한 장면이 연출되자, 신관은 비명도 내지 못하고 지면으로 천천히 허물어지고 있었다.
“흐헉!”
“으, 으아아!”
거리가 상당히 벌어져 있었던지라, 자신들이 공격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한 고위 신관들은 레온의 공격에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촤아악!
서거걱!
레온의 검이 고위 신관들을 모조리 도륙하고 있었다.
리로이가 뒤늦게나마 달려오고 있었지만, 신관이 죽어 나가면서 그에게 쏟아지던 보조 효과들도 사라지고 있는 탓에 속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것을 힐끔 보며 레온은 자신의 추측이 제대로 들어맞았음을 깨달았다.
‘마신의 사도는 유니크 등급. 한데 보유 스킬이 레전드리 등급인 연금검제의 스킬과 동급의 효력을 지니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역시 이놈들의 힘을 추가로 받는다던지 하는 스킬이 있었던 게 분명해.’
빠르게 머리를 굴린 결과, 고위 신관들이 리로이의 갑작스런 전력 상승의 비밀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쐐애액!
퍼퍼펑!
뒤늦게 레온을 따라잡은 리로이가 신속하게 공격을 쏟아 냈다.
“이크!”
휘이익!
그러나 공격 속도가 떨어진 그의 공격이 레온에게 닿을 리가 없었다.
레온은 손쉽게 그의 공격을 모두 피해 내고 얄밉게 거리를 또다시 벌렸다.
‘……크윽, 이런 젠장!’
레온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고위 신관들의 상태를 확인한 리로이의 표정에 절망이 떠올랐다.
그의 주변에 회색빛 시체가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단 한 명의 고위 사제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사제라는 직업 특성상, 체력이 무척이나 낮았기에 벌어진 참상이었다.
할 말을 잃은 리로이에게 레온이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을 꺼내고 있었다.
“쩝, 이걸 어떡하냐. 이제 너만 남았네?”
부들부들.
그에 리로이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제 몸을 떨었다.
“죽여 주마!”
그러다가 포효를 내지르며 레온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흐흐, 드디어 넘어왔구만. 멍청한 자식.’
도발이 성공한 것을 보고 리로이를 한껏 비웃으며 레온은 끝까지 얄밉게 이겨 주기로 결정하였다.
다음 순간, 레온이 자그맣게 입을 달싹이자 등 뒤에 여섯 장의 날개가 생겨났다.
촤아악!
부우웅!
레온은 곧장 허공으로 높이 날아올랐다.
그렇게 목표물이 갑자기 손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 버리자.
“이 비열한 자식! 당장 내려와라!”
리로이가 뺴액,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레온은 내려가 줄 생각이 없었다.
“네가 내려오란다고 내려갈 거면 올라왔겠냐? 멍청아.”
레온이 코웃음을 치며 리로이를 비웃었다.
그러곤 곧장 무기를 교체했다.
철컥!
철컥!
그가 꺼낸 것은 원거리 무기인 헤븐즈 플레어였다.
그랬다. 레온은 닿지 않는 하늘에 자리를 잡고 원거리 공격으로 리로이를 유린하다가 죽일 생각을 한 것이었다.
마신의 몽크가 원거리 공격 수단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세운 계획이었다.
‘조준하시고…….’
레온이 허공에서 사격 자세를 취해자, 헤븐즈 플레어의 총구에서 반딧불처럼 마력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우우웅!
“쏘세요!”
피유우웅!
콰가가가!
퍼어어엉!
레온은 유성처럼 마력 포탄을 쏟아 내고 있었다.
지상에서 리로이는 안간힘을 쓰며 어떻게든 공격을 피해 내려 하고 있었지만.
“크윽! 컥!”
오래가지 못하고 연이어 신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레온의 상상을 초월하는 공격 속도에 그는 어이없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속도냐고!’
리로이의 체력 수치가 계속해서 깎여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지휘관들끼리의 전투의 판세가 명확해지기 시작하자, 양측의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고 있었다.
“헉, 리로이 님이 지고 있다고……?”
“마, 말도 안 돼!”
“와아! 레온 님이 이기고 있다!”
“레온 님, 만세!”
패색이 짙은 리로이의 모습에 페가수스 진영의 사기가 꺾이고 있었다.
하지만 리로이는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쿨럭, 크윽.”
레온의 쉴 틈을 전혀 주지 않고 계속되는 공격에 정신줄이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눈에 이채를 띠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한 방이다!’
우우우웅!
귓전을 울리는 진동음과 함께 레온이 마지막 한 발을 쏘아내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위험해!”
어디선가 브룩이 내는 우렁찬 경고 소리가 들려왔다.
‘읏!’
휘익!
그에 레온은 반사적으로 하던 공격을 멈추고, 곧장 허공에서 몸을 뒤로 움직였다.
그러자 다음 순간.
슈아아아아!
스거걱!
선명한 절삭음이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어, 어?’
다음 순간, 레온은 갑자기 자신의 몸이 급속도로 균형을 잃는 것을 깨달았다.
‘뭐, 뭐야!’
삐이!
삐이!
뒤이어 시끄러운 경고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적의 공격에 의해 오른쪽 날개가 파손되었습니다.
-비행 능력을 상실합니다.
레온의 눈에 잘려 나간 오른쪽 날개가 보임과 동시에, 그는 허공에서 핑그르르 회전하며 지면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으아아!”
생각지 않은 최악의 상황에 레온이 비명을 내질렀다.
투다다다!
처척!
척!
그 모습을 보고 어느새 달려온 브룩이 추락하는 레온을 정확히 받아 내었다.
브룩에게 공주님처럼 안긴 레온이 엄지손가락을 펼치며 말을 건네었다.
“……때, 땡큐.”
“휴, 세이프.”
곧이어 품에서 벗어나 지면에 발을 디딘 레온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우욱, 어지러워. 뭐야, 대체.”
스윽.
그러자 브룩이 말없이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을 향해 시선을 돌린 레온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다음 순간, 레온이 모습을 드러낸 상대의 이름을 조그맣게 말했다.
“……모즈구스.”
거친 숨을 고르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리로이 옆에 전신에서 검보랏빛의 마기를 내뿜고 있는 이단 심판관 모즈구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어 모즈구스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레온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호오, 더러운 이교도가 저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이거 영광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