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6
296화
기어즈 타워들이 연이어 지원 사격을 뿜어내기 시작하자, 궁지에 몰려 있던 아슬란 연합군은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파일럿 몬스터들의 실력은 상당히 뛰어났다.
레온이 재설정하기 전까지는 동일한 장소만을 포격하던 이전의 기어즈 타워와는 다르게, 몬스터들은 능동적으로 포격이 필요한 곳들만을 정확히 타격해 주고 있었다.
콰아아앙-!
끄아아!
전장에 포탄이 터지는 폭음이 커다랗게 울려 퍼짐과 동시에 페가수스 길드원들이 내는 비명소리가 쏟아지고 있었다.
“흐, 흑십자단이 저 포탑들을 맡아 주시오!”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페가수스 길드 측의 지휘관이 새롭게 참전한 흑십자단을 기어즈 타워들과 붙여 놓고 있었다.
그러나 사뭇 당당하게 합류하였던 흑십자단 또한 명령에도 섣불리 기어즈 타워에 접근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끼에에!
-뀨뀨!
투콰아앙!
콰아앙!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만 하여도 그쪽에 집중포화를 쏟아 내는 적들을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할지 영 갈피를 못 잡고 있었던 탓이었다.
‘……저걸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어떻게 해야 하지?’
그들이 그렇게 머뭇거리는 동안 페가수스 길드원들의 피해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한계는 뚜렷했다.
두 진영의 명백한 병력의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300기의 기어즈 타워들로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8 : 2 정도로 완전히 밀리고 있던 것을 겨우 6 : 4 정도로 끌어올린 정도에 불과하였다.
“이거나 처먹어라! 플레임 월!”
“아이스 브레이크!”
“진격하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슬란 병사들의 얼굴에는 절망 따위는 드리워져 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레온 님이 분명히 역전을 해 주실 거야!’
‘우리 뒤에는 레온 님이 있다고!’
다름 아닌 그들의 길드장 레온이 든든한 희망의 끈이 되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 아군 병사들을 뒤에 세워 놓고 브룩이 새까맣게 몰려 있는 적들 무리를 홀로 돌파하고 있었다.
브룩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갑옷에서 황홀한 푸른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전투에 돌입하자마자 아머드 모드를 시전하여 놓은 그였다.
“가디스 스매쉬!”
슈아아아!
콰앙-!
빛을 머금은 브룩의 주먹이 적을 강타했다. 그러자 적 병사는 꽥, 하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동료들에게 날아가 쓰러졌다.
우당탕탕!
쿠웅!
주먹에 담겨 있는 힘이 얼마나 강력하던지, 날아간 곳에 멀뚱멀뚱 서있던 적 병사들 여럿이 부딪침과 동시에 바닥을 함께 뒹굴었다.
“뒈져라!”
“하앗! 주워 먹기!”
푸욱! 푹!
“크억!”
“끄악!”
그리고 그런 상황이 펼쳐질 때마다 뒤따르던 병사들이 재빠르게 다가가 쓰러진 적들에게 자신들의 무기를 박아 넣었다.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브룩을 적들 중 어느 누구도 막아 내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니, 무슨 저쪽 길드에는 괴물들만 있는 거야……?’
‘하아, 사람 같지 않은 게 입단 조건인가.’
페가수스 진영의 병사들 모두가 브룩을 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후욱, 후욱.”
그러던 그때, 브룩이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파바밧!
이때다 싶어 빈틈을 노린 적군 하나가 달려들었지만.
‘헉!’
콰앙-!
방비를 하고 있던 브룩의 공격에 정통으로 맞고 얼굴이 박살이 나며 붕 떠서 날아갔다.
브룩은 마치 성난 황소를 보는 것 같았다.
‘크윽, 체력이 꽤 많이 달았어.’
하지만 거의 홀로 쏟아지는 모든 대미지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체력의 고갈은 꽤나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가 그렇게 무리를 하는 것은 레온 때문이었다.
그의 얼굴에 초조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혼자서 저 숫자는 무리야. 어떻게든 저기까지는 돌파해야 해!’
브룩의 시선에 홀로 열 명이 넘는 인원을 상대하고 있는 레온의 모습이 담기고 있었다.
* * *
부들부들.
분노에 찬 표정으로 리로이가 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어 그는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인원이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데 비등하게 전개될 수가 있는 거지?’
쐐애액!
-쿠에에!
그 순간, 레온과 싸우고 있던 데스 나이트들이 동시에 신속하게 자신의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일반 공격이 아니었다.
제물로 이용된 간부의 스킬이 위력이 더욱 증폭되어 발휘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데스 나이트들의 주먹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휘익!
하지만 레온은 그런 데스 나이트의 공격들을 너무나 간단히 모두 피해 버리고 있었다.
무게 페널티가 엄청난 탓에 힘 스텟에 과투자를 해야 하는 대검 검사의 움직임이라고는 결코 보이지 않았다.
데스 나이트들의 공격이 모두 헛손질로 끝나고 있자, 흑마랑의 건틀릿으로 그들을 조종하고 있던 리로이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직업이 암살자 계통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냐고!’
레온의 수많은 직업 중에 암살자가 있음을 알지 못하는 그가 분통을 터뜨리던 그때.
휘이이!
서거걱!
-꾸, 에에엑!
흥분한 탓에 리로이가 보인 빈틈을 노려 데스 나이트 하나를 레온이 쾌속하게 횡으로 대검을 휘둘러 썰어 버렸다.
그러자 곧이어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데스 나이트 하나가 바닥에 볼품없이 쓰러졌다.
-소환수, ‘데스 나이트 3’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환수, ‘데스 나이트 3’의 소환이 강제 해제됩니다.
‘이런!’
자신의 실수로 인해 데스 나이트 하나가 역소환되고 나자, 리로이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단 세 마리의 데스 나이트만이 남아 있었다.
“또 하나 잡았고.”
그러던 그때, 데스 나이트들을 여유롭게 상대하면서 레온이 답답해하는 리로이를 향해 히죽 웃어 보이고 있었다.
‘저 개자식이!’
빠직.
그러자 리로이의 이마에 선명한 핏줄 자국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파바밧!
리로이가 자신의 건틀릿을 꽉 움켜쥐며 레온에게로 뛰어들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어! 데스 나이트들의 컨트롤은 조금 무뎌지겠지만 더 늦기 전에 직접 쳐 죽인다!’
그가 여태껏 직접 전투에 참전하지 않은 것은 데스 나이트들의 컨트롤 때문이었다.
무투가부터 마신의 몽크까지 근접 전투 계열의 직업들만을 해 왔던 그는 소환수를 다루는 미세 컨트롤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레온처럼 전투를 수행하면서 소환수까지 동시에 다루지 못하기에, 지금까지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있어도 나머지 세 마리가 죽는 건 시간문제야.’
그러나 이대로 두면 어차피 남은 소환수들도 다 처치될 것 같았기에, 데스 나이트들을 자동 공격으로 바꾸고 자신도 합류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것을 리로이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순간 레온이 방어 태세를 더욱 견고히 다잡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한 녀석. 자동 공격이 얼마나 인공지능이 떨어지는 줄 모르는군.’
사실 그냥 내버려 두어도 알아서 맹활약을 하는 레온의 소환수들은 특이 케이스였다.
레온의 소환수들의 AI가 매우 고성능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유저들의 일반적인 소환수는 직접 컨트롤하지 않고 자동 공격으로 넘기면 전투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곧이어 레온의 말처럼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틈을 노리며 날카롭게 들어오던 데스 나이트의 공격들과는 달리, 리로이의 직접 컨트롤이 사라지자 흔한 필드의 일반 몬스터처럼 공격 루트가 훤히 노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쐐애액!
휘이잉!
‘어딜!’
그리고 그런 단순하기 짝이 없는 공격은 레온에게 절대 통할 리가 없었다.
여태껏 여유를 가장했지만 이따금씩 데스 나이트들의 살벌한 공격에 식겁하고 있던 레온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자, 그럼 도착하기 전에 한 놈 더 죽여 볼까!’
빠르게 거리를 좁히고 있는 리로이를 노려보며 레온이 반격에 나섰다.
레온이 양손으로 들고 있던 대검을 한 손으로 바꿔 들었다.
그러곤 비어 버린 한쪽 손을 꽉 움켜쥐었다가 빠르게 펼쳤다.
화아아-!
화르륵-!
그러자 손바닥에 맹렬하게 타오르는 푸른빛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슈아아아!
화르르륵!
푸른 불꽃은 손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져 갔다. 순식간에 팔꿈치를 넘어 한쪽 어깨까지 푸른 불꽃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저건 또 뭐야?’
그 모습을 보며 리로이가 어리둥절해하던 그때.
“인피니티 이그나이트!”
레온이 데스 나이트 하나에게 손을 쭉 뻗으며 연금검제의 연금술 오의 스킬들 중 가장 강력한 대미지를 갖고 있는 인피니티 이그나이트 스킬을 시전하였다.
후아아아악!
레온의 손에서 뿜어진 푸른 불꽃이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데스 나이트에게 뿜어졌다.
데스 나이트는 빠르게 몸을 틀며 옆으로 피했지만.
파밧!
레온이 놈이 피한 곳을 향해 다시금 손을 뻗자 푸른 불꽃은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허공에서 방향을 비틀어 적에게 쏟아졌다.
화르르르륵!
데스 나이트에게 옮겨붙은 불꽃은 몸에 닿은 순간 역병처럼 빠른 속도로 전신을 뒤덮었다.
-끄에에에엑!
그러자 분명히 고통을 느끼지 못할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가 끔찍한 비명 소리를 내뱉기 시작하였다.
데스 나이트는 불을 끄기 위해 공격을 포기하고 바닥을 뒹굴어 댔지만 불꽃은 결코 꺼지지 않았다.
엄청난 지속 대미지가 데스 나이트의 체력을 깎아 내고 있었다.
타다닷!
데스 나이트 하나를 그렇게 통구이 신세로 만들어 놓은 후, 레온은 방어에 치중하던 것을 버리고 도리어 앞으로 돌진하였다.
“흐아아앗!”
부우웅!
퍼어어억!
그러곤 흑염룡의 거태도의 널찍한 검면으로 남은 두 마리의 데스 나이트들을 동시에 후려쳐 날려 버렸다.
홈런 타자를 연상케 하는 시원한 타법이었다.
그리고 레온이 적들을 날려 버린 방향에는 활활 타오르고 있는 데스 나이트가 존재하고 있었다.
콰아앙!
데스 나이트 세 마리가 부딪치며 커다란 소음을 만들었다.
화아아아!
화르르륵!
‘이런!’
그때 레온의 지근거리에 도착한 리로이의 얼굴에 낭패의 심정이 떠올라 있었다.
인피니티 이그나이트가 나머지 두 마리의 데스 나이트에게도 옮겨 붙으며 성대한 불꽃쇼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눈에 보아도 데스 나이트들이 완전히 리타이어되어 버려 있었다.
‘됐어, 어차피 데스 나이트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어. 내 손으로 직접 박살을 내 주마!’
그것을 확인한 리로이는 쓰려 오는 마음을 힘겹게 추스르며, 홀로 정신 승리의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이 지난 후, 리로이가 레온에게 엄청난 속도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흑마지저권!”
부아아앙!
콰아앙!
리로이가 스킬을 시전한 순간, 귀가 먹먹할 정도의 파공성이 터져 나왔다.
‘이놈 봐라?’
데스 나이트들을 처치하고 만족해하던 레온이 살짝 놀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전에 맹약자였던 간부들이 사용했던 스킬과 동일하였지만, 그 속에 담긴 파괴력은 비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