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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89화 (289/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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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화

지금 이곳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이라는 것을 순간적으로나마 잊을 만큼, 레온은 소스라치게 놀라 있었다.

‘마신 퀘스트라고……? 사도 퀘스트도 이런 명칭이 붙진 않았는데 이건 대체 뭐지? 그리고 왜 이 타이밍에 뜬금없이 생성된 거야?’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전혀 예측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명칭상 사도 퀘스트보다 상위의 퀘스트인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레온이 제 고개를 갸웃하였다.

‘내가 나도 모르게 히든 조건을 성립시킨 건가?’

하지만 지금껏 한 행동을 돌이켜 봐도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슬쩍 주위의 반응을 살피자, 다른 병사들은 별다른 특이 사항 없이 브룩과 마루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레온이 흥분했던 감정을 다스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흐음, 일단 메시지가 떠오른 건 나만 해당되는 것 같은데…….’

일단 이것이 어떤 상황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퀘스트 내용을 살펴보아야 할 것 같았다.

레온이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 손을 움직여 시스템 창을 눈앞에 띄워 보았다.

‘이건!’

이윽고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레온의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침략의 첫발을 내딛어라 Ⅰ / 연계 / 마신 퀘스트]

이틀 전, 북부 대륙에서 마몬을 위해 암약하고 있던 마신의 사도가 마몬교의 교황인 라스푸틴에게 두 가지를 요청하였다.

그건 바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것과 마몬교가 대규모 지원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북부 대륙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고심을 하던 라스푸틴은 지금 이 순간 결정을 내렸다.

그 모든 것들을 허락하기로 말이다.

라스푸틴은 먼저 북부 대륙과 중부 대륙에 흩어져 있는 마몬교를 믿고 있는 신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북부 대륙의 영지 ‘페이건’으로 이동하여, 그곳에 있는 사도의 명을 따라 북부 대륙의 모든 영토를 정벌하라고 말이다.

드디어 감히 마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이교도들에게 철퇴를 내릴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힘든 여정일 테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신의 힘이 당신과 함께할 테니까.

퀘스트 난이도 : SSSSSS

퀘스트 목표 :

1. 중부 대륙의 모든 왕국들의 멸망

2. 북부 대륙의 모든 영토 함락

퀘스트 보상 : 본인이 소속된 영지에 영구히 마신의 가호 부여, 명성 1,000,000, 칭호 ‘마신의 수하’ 획득, 알 수 없음.

-퀘스트 승낙 시, ‘마신의 은총’ 버프가 퀘스트가 완료될 때까지 영구히 부여됩니다.

-퀘스트 승낙 시, 즉시 보유 클래스의 진화가 이루어집니다.

-퀘스트 승낙 시, 보유 아이템 중 한 품목이 ‘마신의 축복’을 통해 강화됩니다.

레온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커다란 사건이 발생한 것임을 깨달았다.

‘이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야. 북부와 중부 대륙에 숨어 있는 모든 암흑성국 소속 유저들에게 내려진 거야!’

퀘스트의 내용으로 보아 리로이가 라스푸틴에게 도와달라고 요청을 한 것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았다.

북부에 있는 사도라는 힌트도 있었지만, ‘페이건’ 영지로 이동하라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페이건은 현재 페가수스 길드가 수도로 삼고 있는 곳이니까.’

이어 레온이 쳇, 하고 혀를 차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쉽게 갈 줄 알았더니, 생각지도 못한 암초를 만났어.’

그는 리로이가 마신의 사도라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려고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본인이 암흑성국과 마몬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길드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퀘스트 내용에 적힌 몇 가지 문장 때문에 싹 바뀌어 있었다.

‘……초기 혜택이 저렇게 사기면 나라도 개종하겠는데?’

마신 퀘스트는 특이하게도 완료 후에 받는 보상 말고도 퀘스트를 승낙하는 즉시 받는 초기 혜택이 존재하였다.

‘마신의 은총’이라는 자체 버프.

소유 아이템 하나가 ‘마신의 축복’으로 강화.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그 즉시 보유하고 있는 클래스가 진화한다니.’

레온은 이 마지막 항목 때문에 북부와 중부 대륙에 숨어 있던 암흑성국 소속의 유저들이 벌 떼처럼 날아들 것임을 직감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판테라를 플레이하고 있는 모든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더욱 강력한 직업을 획득하는 일에 눈이 돌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미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레온에게 정말 행운이었다.

‘휴, 하마터면 마음 놓고 있다가 제대로 얻어맞을 뻔했네.’

마몬의 힘을 받은 유저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병력과 분명히 라스푸틴이 보낼 또 다른 지원 병력에게 크게 당할 뻔했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의 눈앞에 또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신의 사도가 이끄는 전쟁에 참전하시겠습니까?

-(Y) or (N)

-퀘스트 승낙 시, 자동으로 수행중인 여신 퀘스트가 박탈됩니다.

레온은 당연하게도 거절 탭을 눌렀다. 이렇게 정보를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하였다.

굳이 여신 퀘스트가 박탈되는 페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마신 퀘스트를 얻을 이유는 없었다.

우아아아!

그 순간,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레온이 시선을 돌리자 브룩과 마루가 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비교되게 레온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지금부터 빠르게 대책을 마련해야 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리고 잠시 후, 레온은 이 정보를 일단 모두에게 알리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하며 양 길드의 간부들을 급히 소집하고 있었다.

* * *

그로부터 이틀 후.

페가수스 길드의 수도, ‘페이건.’

길드장 리로이의 강박증에 가까운 성격 탓에 소음과 더불어 말썽이 존재하지 않던 이 도시가 오늘은 무슨 이유에선가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도시의 분위기가 급변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틀 전부터 각지에서 수상하기 짝이 없는 타지의 유저들이 물밀 듯이 나타나 자리를 잡더니 행패를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 의해 NPC들의 피해가 계속해서 생기며 치안도가 떨어지고 있었지만, 리로이는 그들에게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그에 따라 외부인들에 대한 길드원들의 불만도 차오르던 그때, 길드장 리로이의 명령이 떨어졌다.

-모든 길드원들은 17:00까지 광장으로 필히 모이도록.

길드원들은 외지인들에 대한 처벌을 공표하려는 것을 기대하며,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각.

드넓은 광장에 페가수스의 병사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빽빽이 모여들어 있었다.

칼같이 도열을 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에서 이들이 페가수스의 진정한 정예병들임이 느껴지고 있었다.

뿌우!

중후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병사 하나가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길드장님이 입장하십니다!”

처척!

처척!

그러자 모든 병사들이 입을 다물고, 모습을 드러낸 리로이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

드넓은 광장에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단상에 오른 리로이가 조용히 병사들을 훑어보았다.

그러곤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인사는 생략하겠다. 오늘 이렇게 소집한 이유는 단 두 가지 사실을 전하기 위해서다.”

귀를 쫑긋 세웠던 병사들이 리로이의 말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난리법석을 피우는 다른 유저들을 처벌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두 가지라니. 다른 것이 있는가 싶었던 것이다.

스윽.

그러던 그때, 리로이가 옆에 선 간부 한 명에게 힐끗 눈치를 보냈다.

그러자 간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쪽에 손짓을 보냈다.

척척척척!

그 신호가 끝나자마자 난데없이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리고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저놈들은?”

“……왜 저놈들이 저기서 나와?”

그들은 바로 이틀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유저들로 구성된 무리였다.

그들은 리로이가 서있는 단상 앞으로 걸어와, 병사들과 리로이의 중간에 멈추어 섰다.

모두가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그때, 리로이가 충격적인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오늘부로 이들은 페가수스의 소속이 될 것이며, 곧바로 백인장 이상의 지휘관으로서 모든 전장에 투입될 것이다.”

병사들은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오는 지경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본 지 이틀밖에 안 된 이들이 지휘관이 된다니,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이었다.

병사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거 너무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 아니야?”

“참나, 어떻게 처음 본 놈들에게 권한을 저렇게나 주는 거지?”

불만어린 목소리들을 조용히 듣고 있던 리로이가 다음 말을 꺼냈다.

“이유는 하나다. 이자들은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로이가 말을 끝마친 순간.

슈아아아!

후우우우!

갑작스레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타지에서 온 유저들 전원이 칠흑같이 어두운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헉!”

“뭐, 뭐야?”

갑작스런 상황에 병사들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이윽고 잠시 후.

“저, 저건!”

“저 문장은?”

“……마, 말도 안 돼.”

변신이 끝난 유저들의 모습을 확인한 이들이 하나같이 경악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평범한 모습이었던 유저들 전원이 암흑성국과 마몬교를 상징하는 문장들이 새겨진 복장들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채챙! 챙!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며 빠르게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암흑성국 소속의 유저들은 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당황에 찬 병사들이 리로이의 옆에 선 간부들을 쳐다보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병사들은 이제 리로이에게 직접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왜 이자들이 우리의 동료라는 겁니까?”

그러자 조용히 듣고 있던 리로이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내뱉었다.

“뭐가 그렇게들 문제지?”

당당한 리로이의 태도에 병사들이 할 말을 잃어버렸다.

“보았다시피 나는 본래 암흑성국과 손을 잡고 있었다. 그냥 소속된 세력이 달라지는 것, 그뿐이다. 동요할 필요 없다.”

“이렇게 되면 중부 대륙의 모든 왕국들과 완전히 척을 지게 되는 것-.”

병사 하나가 말을 꺼내던 그때.

따딱.

리로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띠링!

띠링!

그러자 병사들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차례로 떠올랐다.

“헉! 이게 뭐야?”

“직업이 진화한다고?”

라스푸틴이 준 권한으로 병사들에게 레온이 본 것과 마찬가지의 마신 퀘스트를 내려 준 것이었다.

병사들의 걱정이 가득했던 눈빛이 이내 탐욕에 젖은 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리로이가 악마가 속삭이듯 그들에게 말을 꺼내고 있었다.

“이기면 그만이야. 더 큰 이득을 줄 수 있는 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거지. 날 믿어라, 암흑성국은 우리에게 막대한 지원 병력을 약속했다. 어느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어.”

확신에 가득 찬 리로이의 말이 훑고 지나가자, 공간에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때, 리로이가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자, 나를 따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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