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88화 (288/332)

# 288

288화

직업 창조를 사용할 수 있는 한계 레벨까지 단 2레벨만이 남았다니. 레온은 전투 중인 것도 잊고 헤벌쭉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야, 근데 벌써 이렇게 됐나?’

생각해 보니 전투 중에 레벨 업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빈번했던 것이 떠올랐다.

사실 추가 경험치 획득 효과가 끝난 시점부터는 매우 더디게 올랐었는데, 그 문제가 이렇듯 깔끔히 해결된 까닭은 간단했다.

‘하나, 둘, 셋…….’

레온이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떠올리며 펼친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갔다.

그러더니 이내 ‘그럴 만도 하네.’라고 생각하며 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세고 있던 것은 홀로 함락시킨 단일 전장의 개수였다.

본래는 대규모 대 대규모로 싸워야 하는 전장에서 홀로 날뛰어, 보상 경험치를 싹쓸이한 결과가 펼쳐져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레온이 머릿속으로 잠시 행복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흠, 분명히 연금검제는 진화 불가였지. 그렇다면 합성이나 창조를 사용해야 한다는 건데…….’

현재 그의 목표는 당연하게도 레전드리 등급의 상위 직업, 즉 ‘에픽’ 등급의 직업이었다.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고 있었다.

소환수를 활용한 전투는 단언컨대 레온이 최강의 자리에 위치하였으며, 근접 전투도 연금검제를 얻으면서 해결이 된 상황.

‘그렇다면 남은 것은…….’

레온은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현재는 총정리를 다시 해 보는 것일 뿐.

이미 여러 가지 직업 루트를 머릿속에 구상을 해 놓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씨익.

마침내 레온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직업 창조의 방향을 결정했다.

레온이 혀로 입술을 축이고는 입을 달싹였다.

“자, 그럼 2레벨. 마저 더 올려 볼까?”

철컥.

그는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헤븐즈 플레어의 방아쇠에 다시금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 * *

우아아아!

콰아앙-!

콰앙-!

병사들의 함성 소리와 양 진영의 마법사들이 쏘아낸 스킬들이 폭발하는 폭음이 뒤섞이고 있었다.

전장의 승세는 아슬란 연합 측이 잡고 있었지만, 페가수스 길드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그들과 검을 맞대던 아슬란과 블루 아이즈 병사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었다.

“크윽, 이 자식들. 별것도 없어 보이는데 왜 이리 잘 버티지?”

“후우, 실력은 비슷한데 아이템들 수준이 우리랑 격차가 너무 나서 힘든 거야.”

“……결국 템빨인가.”

리로이는 코르부스 길드의 이탈로 인한 전력의 약화를 돈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현실 속에서 막대한 자본력을 지니고 있는 그는 모든 길드원들의 아이템을 그들이 장착할 수 있는 선에서 풀 세팅을 해 주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슬란 연합 병사들의 답답함을 깨 주는 것은 바로 길드 간부들과 레온의 맹활약이었다.

그러던 그때, 전장의 한 곳에서 아슬란 연합 측의 병사들이 크게 밀리고 있었다.

“흐흐, 이제 포기하시지!”

“다 죽여 주마!”

정예 무투가들로 이루어진 병사들에게 전선이 버티지 못하고 뚫리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버텨야 돼!”

“여기가 뚫리면 뒤편의 원거리 부대가 위험하다! 끝까지 버텨!”

지휘관들의 목소리에도 송곳처럼 일점 돌파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 결국 희생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하였다.

파바밧!

그 순간, 전선에 엄청난 속도로 누군가가 뛰어들고 있었다.

쿠웅!

쿠웅!

한데 마치 거인이 뜀박질을 하는 듯, 지축이 흔들리고 있었다.

-크와아아앙!

갑작스레 짐승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아앗!

쿠웅!

강철의 늑대가 아슬란 연합군 측의 머리를 펄쩍 넘고 뛰어 올랐다.

이미 거대화 스킬이 시전되어 있는 마루였다.

마루가 전장에 합류하자, 병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와아아!”

“레온 님의 신수(神獸), 마루 님이다!”

여태껏 보인 뛰어난 활약 덕분에 마루는 어느새 마스코트에서 신수로 위치가 격상되어 있었다.

-다 뒤로 빠져라낭! 나만 믿으라낭!

병사들의 환호에 으쓱해진 마루가 병사들에게 말을 건넸다.

갑작스런 적의 등장에 무투가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있었다.

무투가들을 이끄는 페가수스 길드의 지휘관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당황하지 마라! 저 똥강아지는 이미 파악이 끝났다! 영상을 봤던 걸 기억해!”

마루가 코르부스 길드와 전투를 할 때의 영상은 이미 노출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페가수스 길드는 그 정보들을 깡그리 모아 발 빠르게 대처 방안을 만들어 병사들에게 교육을 하였던 것이다.

투다다다!

-누가 똥강아지냥! 독화탄!

그때, 분노한 마루가 엄청난 속도로 적들에게 달려들며 스킬을 시전하였다.

무색무취의 극독이 주변에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그때 지휘관이 큰 소리로 명령을 하달했다.

“전체 독 저항 장비로 교환해!”

처척!

지휘관의 말에 따라 무투가들 전원이 순식간에 끼고 있던 장비를 싹 다 교체했다.

마루의 가장 까다로운 힘이 강력한 중독 스킬에 있다고 파악하자, 리로이가 그들에게 독 저항에 최적화된 장비를 보급한 것이었다.

쐐애액!

카가강!

콰아앙!

그들의 의도는 확실히 먹혀 들어간 것 같았다.

독 공격을 차단하고 수많은 무투가들이 동시에 미리 동선을 파악한 대로 마루를 상대하기 시작하자, 마루 또한 그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비등한 정도를 유지하게 된 것이었다.

독화탄을 뿌렸는데도 불구하고 상대 병사들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자 마루는 꽤나 당황하고 있었다.

마루의 전투를 지켜보던 병사들의 얼굴에 걱정이 번지고 있었다.

투다다다!

그러던 그때, 두 명의 남자가 또 전장에 합류하였다.

“모두 전장에서 물러나라!”

거친 목소리로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그들은 바로 브룩과 레온이었다.

“네!”

“옙!”

레온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전광석화처럼 홀로 적들을 상대하고 있는 마루를 향해 뛰어 들었다.

그에 페가수스의 무투가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들이 황당해할 만도 했다.

아슬란 연합의 병사들이 일순간 뒤로 빠지고 나니, 브룩과 레온 둘만 고립된 꼴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함정이 있는가 싶었지만, 이 짧은 순간에 그런 것을 준비할 수 있었을 리 없었다.

페가수스의 병사들이 비웃음을 얼굴에 떠올렸다.

“멍청한 놈!”

“자살을 하려고 작정을 했구나!”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다른 병사들이 모두 두 사람을 습격했다.

우우웅!

가아앙!

질주하며 그들은 각자 브룩을 처치하기 위한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무투가들의 너클들에 한눈에 보아도 심상치 않은 기운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레온은 전혀 긴장한 기색이 보이지를 않고 있었다.

‘쯔쯔, 저 녀석 말려도 신나서 개돌하더니. 완전히 발리고 있네.’

레온은 속으로 혀를 차며 마루를 참교육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적을 보고 레온이 검을 뽑으려 하고 있었다.

스윽.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가 레온이 그 동작을 멈추었다.

함께 있던 브룩이 레온에게 한 가지 의미를 담아 눈빛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딱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 눈빛은 바로 여기는 자신이 처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내 레온이 피식 웃고는 제 고개를 끄덕였다.

파아앗!

그러자 브룩이 진각을 박차며 돌진하고 있는 적들에게 도리어 달려들었다.

그때 브룩의 손에 들린 방패, 파비스 또한 신비로운 청록빛을 발하고 있었다.

파바밧!

파앗!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진영이 격돌했다.

브룩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한 무투가들이 브룩을 향해 공격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아이언 피스트!”

“풍암권!”

“글래셔 피스트!”

그러자 그 순간.

처억!

브룩이 자신의 방패로 온몸을 가리더니, 한 가지 스킬을 시전하였다.

“파비스! 아머드 모드!”

차차착!

처처척!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청록색 빛을 발하던 파비스가 파편처럼 부서지더니 이내 브룩의 전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마치 그 모습은 레온이 스켈레톤 슈트를 장착할 때와 흡사하였다.

콰아앙!

퍼퍼퍽!

무투가들의 스킬이 그런 브룩에게 직격했지만.

‘뭐, 뭣!’

‘이게 무슨!’

그들은 나타난 결과에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청록빛의 전신 갑옷으로 변한 파비스를 입고 있는 브룩은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눈에 동일한 시스템 메시지 한 줄이 떠올라 있었다.

-5초간 가격 대상에게 어떠한 물리 피해도 입힐 수 없습니다.

그때 레온은 브룩의 모습을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만들고 있었다.

‘호오, 파비스가 전설 등급으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효과가 생겼다더니. 그게 저거였어?’

브룩의 히든피스인 방패, 파비스는 성장형 아이템으로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했다.

한데 저번 전투에서 경험치가 충족되었는지 무려 전설 등급으로 진화를 성공한 것이다.

스켈레톤 슈트를 본 뒤로 질리지도 않고 레온에게 자신의 것을 요구해 왔던 브룩이, 파비스가 전설 등급으로 진화를 하고 난 후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이제 필요 없다고 하더니, 저 효과 때문인 듯했다.

모든 공격을 튕겨 낸 브룩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음하하하! 이제 나도 있다, 슈트!”

자신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그의 태도에 격분한 무투가들이 연신 청록빛의 갑옷을 두들겼지만.

팅!

티팅!

“이잇! 빌어먹을!”

“왜 아무런 타격이 없는 거야!”

종을 타종할 때의 청아한 소리만 울려 퍼질 뿐, 기뻐하고 있는 브룩에게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못하였다.

잠시 후, 무의미한 공격에 지친 병사들이 브룩을 앞에 두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허억, 헉.”

“후우, 후.”

그러자 브룩이 투구의 틈 사이로 그런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다 했냐?”

움찔.

브룩의 말에 페가수스 길드원들의 등줄기로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파바밧!

순간 브룩이 앞으로 돌진하며 소리쳤다.

“그럼 이제 내 차례 시작이다!”

이동속도에 커다란 페널티를 받는 전신 중갑옷을 입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엄청난 속도였다.

“마, 막-!”

다음 순간, 브룩의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주먹이 병사의 턱을 날렸다.

퍼어억!

콰아앙!

그러자 마치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엄청난 효과음이 주위에 울려 퍼졌다.

-페가수스 길드원, 하인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페가수스 길드원, 하인드를 처치하였습니다.

브룩이 단 한 방에 적을 해치워 버리자, 순간 페가수스 진영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들이 파악한 바로 브룩은 그저 방어력만 뛰어난 탱커로 간주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브룩의 이 놀라운 파괴력은 아머드 모드가 가지고 있는 사기적인 능력에 기반하고 있었다.

-아머드 모드일 시, 장착한 모든 장비의 방어력 총합의 300%가 일반 공격 피해량에 추가됩니다.

하나 그들이 그런 사실을 알아차릴 리 없었다.

콰아아앙!

콰아앙!

브룩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적들이 박살이 나고 있었다.

‘엄청 신났네, 저 녀석.’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은 자신이 활약할 여지가 없자, 쩝 하고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손쉽게 마무리가 되는 모양새에 레온이 긴장을 놓고, 끝나고 무엇을 먹을지 여유롭게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한데 그때였다.

띠링.

띠링.

‘어라?’

레온의 귓전에 난데없이 효과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이 시점에 메시지가 뜰 이유가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하던 레온은 이내 내용을 확인하였다.

‘마, 말도 안 돼! 이게 왜 지금?’

그리고 그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며 경악한 표정을 만들어 내었다.

-마신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무슨 이유에선가 그에게 마신 퀘스트가 등장하고 있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