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4
284화
‘리로이! 이 개자식이!’
리로이의 스킬인 흑마지저권을 사용하는 레온을 확인한 매덕스는 두 눈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숨김없이 표출하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레온을 리로이가 숨겨 놓았던 부하로 오해를 하게 되었다.
‘그래, 이제야 알겠군.’
그는 현재까지 발생된 이 이해할 수 없는 전쟁의 전개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그 수수께끼를 푼 기분이었다.
그가 소리가 나게 이를 갈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슬란 길드 자체가 페가수스 길드가 몰래 만들어 놓은 비밀 기지 같은 거였군! 그래, 그러니까 곳곳에서 밀렸던 거야! 빌어먹을 녀석이 이렇게 뒤통수를 날려?’
매덕스 본인도 리로이를 속이고 먼저 도착을 하여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가 그런 것을 신경 쓸 리가 없었다.
그는 페가수스 길드가 자신과 코르부스 길드를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 놓은 계략으로 함정에 빠뜨렸다고 생각을 확정 지었다.
그가 처한 낭떠러지에 내몰린 상황 때문인 것도 있었으나, 그가 충분히 그렇게 오해할 법도 하였다.
레온이 렌탈 클래스를 사용해 사도의 추종자 직업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 않던가.
그렇기에 리로이에게 전승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견 당연하였으며.
레온이 단신으로 동부의 영토들을 모두 장악했다는 믿기 힘든 업적 또한 미리 페가수스 길드가 사전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매덕스가 페가수스 길드와 리로이에 대해 살의를 내뿜었다.
‘우리 길드만 싹 잡아먹고 나중에 가서 사실을 밝힐 작정이었나? 조금만 기다려라, 돌아가는 즉시 네놈을 찢어 죽여 주마!’
지금까지 피해를 입은 영지들은 코르부스의 지배권에 있는 곳이 많았다.
이것까지는 레온이 의도치 않은 것이었지만, 한번 오해를 하고 나니 매덕스의 머릿속에서는 모든 것들이 꼬리를 물고 리로이의 흉계로 판단이 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은 슬레인져를 교육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퍼퍼벅!
슬레인져가 반격을 포기하고 굳건히 방어 자세를 취한 채, 레온의 공격을 받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구겨져 있는 그의 표정으로 보아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 같았다.
샌드백을 두들길 때처럼 커다란 타격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레온이 사용하는 ‘흑마지저권’은 리로이가 사용하는 것보다 다운그레이드 된 버전이었다.
추종자에게 완전한 힘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밸런스가 파괴될 테니, 시스템적으로 정해진 것 같았다.
여러 제약들이 존재하였다.
본래 스킬의 위력보다 50퍼센트 반감된 위력을 발휘했고, 본래 마력 소모의 2.5배 이상을 소모하였다.
절반의 힘임에도 파괴적인 위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하나 마력 소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연발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훗, 나한테는 해당이 안 되는 말이지.’
하지만 레온은 그것을 무지막지한 마력 스텟의 보유로 인해 커버할 수 있었다.
일반 유저들의 총 마나양을 연못이라고 비유한다면, 레온은 바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던가.
우우우웅!
투다다다다!
레온은 마력 소모가 많건 말건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스킬을 연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퍼엉!
“크헉-!”
샌드백 가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슬레인져의 양팔이 걸레짝이 되어 축 늘어지고 말았다.
“후우.”
그러자 레온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 내었다.
레온은 조금도 지친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덜덜.
‘이, 이놈은 괴물이야.’
그 모습에 슬레인져는 절망 어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앞서 보여 주었던 마족의 긍지 높은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목숨을 빼앗길 처지가 되면 공포를 느끼는 것은 사람이나 마족이나 동일하였다.
성큼성큼.
레온이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겁에 질린 녀석에게 한 발짝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이며 한마디 말을 내뱉고 있었다.
“자, 맞던 것은 마저 끝내야지.”
마계의 군주보다 잔혹한 듯한 그의 모습에 슬레인져와 매덕스의 낯빛이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 * *
그로부터 잠시 후.
“……하아, 이거 길드장님은 대체 언제 오시는 거야.”
전장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코르부스 길드의 간부가 손톱을 뜯으며 말을 꺼냈다.
그의 깊은 한숨에는 현재의 처참한 상황이 담겨 있었다.
승기를 꽉 잡고 있던 코르부스 길드가 어느새 아슬란, 블루 아이즈 연합군에 의해 완전히 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의 반전을 위해서 매덕스가 꼭 필요했다.
“……혹시 당하신 건 아니겠죠?”
그때, 다른 간부 한 명이 초조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그에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꺼냈다.
“아직 보스 몬스터들이 그대로 남아 있잖아. 그럴 리 없…….”
소환술사가 사망하면 소환수들은 자동으로 역소환되기에, 아직 괴수들이 남아 있다는 것은 매덕스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려는 찰나.
-쿠, 에에엑!
쿠우우웅!
커다란 비명 소리와 함께 마지막으로 한 마리 남아 있던 보스 몬스터, 코카트리스가 땅바닥에 그대로 꼬꾸라졌다.
그러자 간부들을 포함해 모든 코르부스 병사들의 얼굴이 까맣게 변했다.
그나마 자신들을 지켜 주던 버팀목인 보스 몬스터가 이제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적들에게는 본 드래곤과 바포메트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순간, 아슬란과 블루 아이즈의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하늘로 높게 들며 함성을 내질렀다.
“마지막 한 마리도 죽었다!”
“레온 님께 승리를 가져다 드리자!”
“다 죽이자!”
우아아아!
귀가 먹먹해지는 함성 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맹렬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아슬란의 병사들에 의해 주춤거리던 코르부스의 병사들의 시신이 산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합니까.”
“지금이라도 도망칩시다. 길드장님도 이해하실 겁니다.”
‘이 자식들, 지들은 책임이 없으니까 편한 소리를 내뱉지.’
매덕스에게 책임을 이관받은 간부가 옆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다른 간부들에게 분노를 쏟아 냈다.
그도 도망을 치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들끼리 어떻게 본 드래곤을 해치운단 말인가.
하지만 이대로 도망가면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으로 물 타기 될 것이라 걱정한 그는 섣불리 퇴각 명령을 내리는 것이 주저가 되었다.
한데 고민에 머리가 아프던 그때였다.
“저, 저기 오십니다!”
“매덕스 님입니다!”
“오오!”
전장의 저 멀리에서 엄청난 속도로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는 분명히 매덕스였다.
전투의 승자는 매덕스였던 것이다.
간부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둥둥!
두두둥!
혼란하기 그지없던 전장에 커다랗게 코르부스 길드의 전고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매덕스 님이 돌아오셨다!”
“도망치지 마라! 길드장님이 오셨다!”
그를 통해 매덕스의 등장을 아슬란과 블루 아이즈 길드 또한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거 어떻게 하죠?”
그에 세토는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브룩과 유우는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평정심을 유지하였다.
‘오빠가 진다고?’
‘그놈이 질 리가 없지.’
레온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믿음은 현실에 그대로 실현이 되고 있었다.
“어, 어라?”
“매, 매덕스 님?”
환호성을 코르부스 길드원들은 점차 가까워지는 매덕스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투다다다!
“으, 으아아아!”
매덕스는 멍투성이의 얼굴에 엉망진창이 된 복장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이곳 전장으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사냥꾼에게라도 쫓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타닥, 타다닥.
‘어라?’
‘……뭐지?’
매덕스의 뒤편으로 흐릿하게 인형(人形)이 나타났다. 그와 함께 아슬란 진영과 코르부스 진영의 엇갈린 반응이 나타났다.
“오오!”
“저, 저건?”
슈아아아!
거기에는 매덕스의 처참한 몰골과는 정반대로 전투를 치른 것은 맞는지 너무나 깨끗한 모습의 레온이 자리하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둘의 승패의 결과는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브룩의 표정에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윽고 병사들의 지근거리까지 도착한 매덕스가 거친 숨을 고르며 명령을 내렸다.
“허억, 헉! 뭐 해, 이것들아! 얼른 저놈을 처치해!”
하지만 그의 명령에도 병사들은 멍한 얼굴로 다들 손가락을 들어 그의 등 뒤를 가리킬 뿐이었다.
그에 매덕스가 갑작스레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히익!”
그러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신음성을 내뱉었다.
파바밧!
그의 시선에 높게 도약한 레온이 허공에서 엄청난 크기의 풀 오러 블레이드를 내뿜고 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그랜드 크로스!”
레온이 매덕스를 향해 공격을 쏟아 내었다.
풀 오러 블레이드로 이루어진 십자의 검강이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할 엄청난 속도로 적들에게 쇄도하였다.
레온이 자신의 최대한도로 발휘한 최강의 일격이었다.
쐐애애액!
콰가가가-!
콰아아아앙-!
고막을 터뜨릴 것 같은 폭음과 함께 오러의 칼날이 휘몰아치며 적들을 난자하기 시작했다.
“끄……!”
이미 추격을 하며 체력의 한계까지 몰아붙였던 매덕스는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후우우우-!
검풍이 사라지고 나자, 풀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 깊게 파인 구덩이만이 남아 있었다.
그 속에는 어떠한 인간의 형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드디어 매덕스를 처치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띠링!
띠링!
띠링!
그와 동시에 레온의 귓전에 연이어 시끄럽게 효과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코르부스의 길드장, 매덕스를 처치하였습니다.
-마몬의 사도, ‘매덕스’를 처치하였습니다.
-‘마몬의 사도 경쟁’ 퀘스트를 성공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마신의 소환술사, ‘매덕스’의 직업 전용 아이템의 소유권을 강제로 이전받습니다.
-‘흑마조의 딱총나무 완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마신의 사도들을 처치하라’ 퀘스트의 일부를 해결하였습니다.
-천신, 나이샤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퀘스트의 조건부 보상을 획득합니다.
-(……중략……)
‘좋았어!’
레온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몬의 사도를 처치하는 데 성공하자, 그리아몰 때처럼 보상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오! 이건 또 뭐야?’
예상치 않았던 전리품도 존재했다. 레온이 전쟁 중이라는 것도 까먹고 보상들을 살펴보던 찰나.
“레온 님 만세!”
“와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병사들의 환호성이 제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끄응, 아쉽지만 일단 나중에 봐도 되니까. 일단 할 건 해야지.’
그에 레온이 입맛을 다시며 하던 일을 잠시 중지하였다.
처억!
그러곤 말없이 허공으로 자신의 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
우아아아아!
그것만으로도 아슬란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상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