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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83화 (283/332)

# 283

283화

‘……대체, 저놈은?’

분명히 죽었으리라 확신했던 레온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매덕스는 표정에 당황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현재까지 판테라의 그 누구도 얻지 못한 마족의 힘이 아니던가.

저렇게 가볍게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를 않았던 것이다.

삐이!

삐이!

그러던 그때, 매덕스의 귓전에는 뾰족한 경고음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업화의 자작, 슬레인져의 소환 페널티로 체력이 감소합니다.

-현재 남은 체력 95%.

그건 바로 그의 체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되고 있음을 알려 주는 경고 메시지였다.

순간 매덕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크윽, 벌써 5퍼센트나 나가다니. 오래 끌 수 없겠어. 최대한 빨리 끝내야해.’

사도 전용 아이템을 통해 소환한 마족을 유지시키는 데에는 소환자의 체력이 계속하여 소모되는 큰 리스크가 있었던 것이다.

그의 직업은 소환술사였기에 보유한 최대 체력 수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최대로 소환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그는 점점 다급해지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지만.

‘망할 마족 놈! 뭐 하고 있는 거야. 빨리 해치우란 말이야!’

그렇다고 그가 슬레인져에게 명령을 내릴 위치가 아닌지라 속을 태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슬레인져 또한 이유 없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 인간 놈, 어떻게 멀쩡히 서 있는 거지?’

그도 이 상황에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한 방에 끝낼 작정이었다.

단순해 보이는 일격이었지만, 그가 지닌 마기가 담겨 있었기에 절대 인간 따위는 견뎌 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한데 그의 예측은 완벽히 빗나갔다.

차갑게 가라앉은 슬레인져의 시선에 레온의 모습이 담겼다.

그러자 레온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후후, 놀란 표정 귀여운 거 보소. 좀만 기다려, 형이 얼른 뺏어와 줄게?”

오싹.

‘뭐, 뭐지?’

그에 슬레인져는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인간에게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생전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건방진 인간 녀석이 감히!’

지체 높은 마족이 인간에게 공포심을 느끼다니.

슬레인져는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파바밧!

투다다다!

“산산조각을 내 주마!”

그러자 슬레인져는 레온을 향해 다시금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 음험하기 짝이 없는 마기가 선명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레온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방어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자, 그럼 다시 준비해 볼까!’

위이이이!

우우우웅!

현재 레온의 전신은 아스트랄 바디 스킬의 시전으로 인해 황금빛의 오라가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섬광 때문에 슬레인져와 매덕스는 한 가지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슈아아아!

그건 바로 일순간 레온의 신체가 검은 빛깔로 물들었다가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쐐애애액!

“죽어라!”

그러던 그때, 접근하는 데 성공한 슬레인져가 다시금 마기에 물든 주먹을 레온에게 휘두르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아까 전의 일격보다 더욱 강력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처척!

타앙!

레온은 이전처럼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확한 타이밍에 팔을 들어 올려 상대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 내었다.

무기도 아닌 신체로 공격을 막아 내자, 슬레인져의 표정에 당황한 감정이 떠올랐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빈틈이 노출되었다.

당연하게도 레온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하아앗!”

레온이 기합 소리를 내며 몸을 핑그르르 한 바퀴 돌려 그대로 자신의 주먹을 슬레인져의 얼굴에 꽂아 넣었다.

휘이익!

퍼어억!

느슨해진 틈을 제대로 노렸기에 커다란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슬레인져는 혼미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이, 이게 무슨?’

평범한 주먹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막중한 대미지가 마기의 보호막을 뚫고 들어왔던 탓이었다.

연금술 오의 중 하나.

‘탄소 경화’ 스킬의 효능이 완벽히 발휘된 순간이었다.

[탄소 경화]

시전자의 신체 성분을 최강의 강도를 지닌 물질로 재구성합니다.

-10분간, 방어력이 장착하고 있는 모든 아이템들의 방어력 수치 총합의 200%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맨손 공격을 할 시, 상승한 방어력 수치가 공격력으로 치환되어 상대의 방어력을 무시한 고정 피해로 적용됩니다.

대체적으로 방어 스킬은 공격을 할 때에는 아무런 효능도 없었지만, 탄소 경화 스킬은 창과 방패 둘 모두로 사용이 가능하였다.

슬레인져는 뒤늦게나마 가드를 들어 올렸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방심을 했던 실수는 쓰게 돌아왔다.

퍼억!

퍼퍽!

퍼퍼퍽!

“오라오라오라!”

‘뎀프시롤이라고 들어는 봤냐! 이 녀석아!’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슬레인져에게 레온이 자신의 몸을 ∞자로 움직이더니, 무자비하게 주먹을 꽂아 넣기 시작하였다.

“크, 크으윽!”

슬레인져는 어떻게든 막아 내고 있었지만 레온이 끊임없이 트루 대미지를 박아 버리자, 감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두 팔을 X자로 교차하여 막아 내던 슬레인져의 자세가 풀려 버렸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레온의 주먹 찜질이 슬레인져의 얼굴에 무차별적으로 적중하기 시작했다.

슬레인져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구겨지기 시작했다.

“꾸에에엑!”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는 어울리지 않는 괴상한 신음성을 쏟아 내고 있었다.

‘소환수 참교육에는 주먹맛이 최고지.’

엉망진창이 되어 가는 슬레인져의 얼굴을 보며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 참혹한 상황을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매덕스가 참전하였다.

“마신의 칼바람!”

슈와아아아!

파아아앙!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완드 위로 솟구쳐 올라 있던 검은 폭풍이 레온과 슬레인져의 중간으로 맹렬히 쏟아졌다.

타닷!

‘읏!’

스킬명처럼 마신의 사도의 스킬이었기에 가볍게 볼 위력이 아니었다.

레온이 쏟아 내던 공격을 멈추고 빠르게 뒤로 빠졌다.

그러자 슬레인져 또한 겨우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하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허억, 헉.”

사색이 된 채 숨을 고르는 슬레인져는 어느새 매덕스가 있는 곳까지 헐레벌떡 이동해 있었다.

‘쯔쯔, 뭐 얼마나 맞았다고 벌써 그렇게 겁을 먹었어.’

겁에 질린 똥강아지 같은 그 모습에 레온은 우스운 감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정말로 강해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었다.

슬레인져는 결코 약한 상대가 아니었다.

짐작컨대 강령하기 전의 본 드래곤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한데 지금 자신은 그런 녀석을 완전히 상회하는 실력으로 가지고 놀 듯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표로 했던 랭킹 1위의 고지가 머지않은 느낌이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그때, 매덕스가 슬레인져의 곁에 다가오며 걱정스러운 말을 꺼냈다.

그러자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던 슬레인져가 그런 그를 뿌리치며 큰 소리를 냈다.

“쓸데없는 참견 마라! 내가 질 것 같으냐!”

살기등등한 슬레인져의 기세에 움찔한 매덕스가 ‘왜 지가 털려 놓고 나한테 승질이지.’라는 속내를 숨기고 다시금 뒤로 물러섰다.

슬레인져가 핏줄이 터진 듯이 붉게 물든 눈으로 레온을 노려보며 말을 꺼냈다.

“망할 인간 놈! 제대로 상대해 주마!”

슈와아아아!

화르르르륵!

말이 끝나자 슬레인져의 몸을 검은 불꽃이 휘감고 타오르기 시작했다.

쿠드득!

그리고 그의 이마의 양쪽에서 산양처럼 두 개의 뿔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매덕스가 탄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공간을 뒤덮는 듯한 가공할 마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하나 레온은 그 모습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듯했다.

‘……불꽃이라.’

그저 어떤 스킬로 상대하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궁리를 할 뿐이었다.

“크와아아! 죽여 버리겠다!”

콰가가가!

그러던 그때, 변신이 끝난 슬레인져가 레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슬레인져는 마치 텔레포트를 사용한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레온의 면전에 도착했다.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속도였다.

화르르륵!

슬레인져가 검은 불꽃을 휘감고 주먹을 휘둘렀다.

샤아악!

하지만 아스트랄 바디 스킬로 상승하여 있는 레온의 속도는 슬레인져보다 빠르면 빨랐지 느리지 않았다.

레온은 당황하지 않고 녀석의 공격을 피해 냈다.

쐐애액!

‘자, 그럼 먼저!’

그러곤 탄소 경화 스킬을 두른 발차기로 반격을 시도했다.

휘이익!

하지만 놀랍게도 레온의 발은 유령을 공격한 것처럼 슬레인져의 몸을 통과해 허공을 스치고 지나갔다.

-공격이 무효화되었습니다.

-업화의 마계 자작, 슬레인져는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당황할 법도 한 결과였지만, 레온은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각을 정리했다.

‘혹시나 했는데 스피릿츄얼 히드라와 비슷한 상태인가 보네.’

미리 비슷한 상대를 상대하지 않았더라면 당황했겠지만, 이미 레온은 전투를 치러 본 후였던 것이다.

곧이어 레온은 눈을 빛내며 적합한 스킬을 시전하였다.

‘불에는 얼음이지!’

그건 바로.

“위대하신 마몬이시여, 간악한 불신자에게 징벌을 내리소서! 이블즈 프로즌!”

광산 도시 유스웰에서 싸웠던 보댕의 스킬이었던 이블즈 프로즌이었다.

렌탈 클래스 특성의 사기성이 드러나고 있었다.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NPC에게도 적용이 가능했던 것.

“뭐, 뭣!”

“네놈이 어떻게 그분의 힘을!”

레온이 마몬의 힘을 사용하자, 슬레인져와 매덕스 둘 다 경악한 반응을 쏟아 내었다.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슈아아아아!

레온의 양손에는 만년설과 같은 한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촤자자작!

촤아아!

레온이 날린 투사체가 슬레인져에게 그대로 적중하였다.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던 그의 팔 한쪽이 순식간에 얼음으로 뒤덮였다.

“크, 크아악!”

극심한 고통이 차오르는지 그가 신음을 흘려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매덕스가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레온을 바라보았다.

‘아니, 어떻게 저놈이 마몬의 힘을! ……설마 저놈도 사도라는 건가?’

그러나 눈이 마주친 레온은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자, 그럼 마족은 거의 요리가 끝났고……. 동맹 붕괴 작전 2탄을 시작해 볼까.’

그러던 그때, 레온이 다음 계획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렌탈 클래스.”

그러곤 들리지 않을 자그마한 목소리로 새롭게 렌탈 클래스를 시전하였다.

우우우웅!

지이이잉!

어느새 레온의 손에 담겨 있던 한기는 사라지고, 소름 돋는 마몬의 마기가 감돌고 있었다.

처척!

이윽고 다음 순간, 레온이 새로운 스킬을 시전하자.

‘저, 저 스킬은!’

매덕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쩍 벌린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레온이 일부러 스킬명을 커다랗게 선포하며 공격을 쏟아 냈다.

“흑마지저권!”

콰아앙!

콰가가가!

레온의 주먹에 깃든 마몬의 힘이 폭풍처럼 슬레인져를 맹렬히 강타하기 시작했다.

“꾸에에엑!”

그러자 다시금 슬레인져가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랬다. 레온이 사용한 두 번째 렌탈 클래스는 페가수스 길드원이자, 리로이로부터 마몬의 사도의 힘을 전해 받았던 젠킨스의 직업이었던 것이다.

‘후후, 넘어온 것 같은데?’

슬쩍 매덕스의 표정을 살핀 레온은 자신이 목표한 바가 잘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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