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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81화 (281/332)

# 281

281화

“그런데 진짜 어떻게 온 거야, 여긴?”

브룩이 레온에게 질문을 건넸다.

곁에서 듣고 있던 세토마저 귀를 쫑긋 세웠다.

분명히 동쪽 지역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을 터였던 레온이 이렇게 전장에 나타난 사실이 쉽사리 믿기지가 않았던 탓이었다.

그에 대해 레온은 아무렇지 않다는 말투로 대답을 꺼냈다.

“뭘 어떻게 와? 할 일을 다 끝냈으니까 합류한 건데.”

그의 말에 세토와 브룩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두 눈을 끔뻑거리다가, 이내 눈동자를 커다랗게 키웠다.

브룩이 당황한 것이 역력한 표정으로 한 번 더 말을 꺼냈다.

“……설마 너 빼앗겼던 동부 지역을 모두 되찾았다는 거야?”

그러자 레온이 제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누구라도 듣는다면 거짓말이라 할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동부 지역은 분명 자신들보다 수복해야 할 영지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

한데 이 짧은 시간 동안 자신들보다 빠르게 그 영지들을 모두 되찾는 데 성공했다니 믿기지가 않는 것이다.

브룩이 자신의 눈앞에 길드 시스템 창을 띄워 보았다. 그리고 현재 길드가 지닌 영토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 아이콘을 클릭했다.

‘지, 진짜잖아?’

브룩이 헛웃음을 지으며 레온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전투에 집중하느라 몰랐지만, 정말 레온의 말처럼 아슬란의 길드 색상이 동부 지역을 색칠하고 있었다.

레온은 동부를 전부 점령하고 난 후, 그들을 만나러 왔던 것뿐이었다.

브룩이 경외로움이 담긴 눈빛으로 레온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후, 미친놈. 정말 같은 팀이라 다행이야.’

하지만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레온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스윽.

그때 레온이 곁에 어색하게 서 있던 세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에 놀란 세토가 살짝 멈칫했지만, 이내 표정 관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인사말을 꺼내려던 순간.

“반가워요. 오랜만이네요, 우리?”

“네?”

그녀의 포커페이스는 무너졌다.

훅 치고 들어온 레온의 인사말이 그녀를 당황케 한 것이었다.

‘……오랜만이라고?’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레온을 바라보았다.

‘아차차.’

그 모습을 본 레온은 뒤늦게 그녀와 만날 때 자신의 외견이 지금과 달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곧바로 그 사실에 대해 그녀에게 말을 해 주려 했지만.

“오빠! 지금 그렇게 여유부릴 때가 아니라구!”

“아아, 미안미안.‘

옆구리를 쿡 찌르며 날카롭게 말하는 유우에 의해 다음 기회로 넘기게 되었다.

레온이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세토와의 대화를 급히 마무리 지었다.

“일단 바쁜 일부터 다 끝내고 얘기하도록 하죠.”

“……아, 네.”

“브룩, 가자!”

파바바밧!

그 말을 끝으로 레온이 뒤뚱대며 몸을 일으키고 있는 코카트리스를 향해 질주해 갔다.

뒤따를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엄청난 속도였다.

“야, 야! 좀만 천천히 가!”

그에 울상이 된 브룩이 허둥지둥하며 레온을 뒤쫓아 가기 시작했다.

‘……뭐지, 대체.’

그런 레온의 모습을 바라보며, 세토가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호오?’

그러자 유심히 그녀의 모습을 관찰하던 유우가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레온은 브룩이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선공을 날리려 하고 있었다.

타닷!

“하아앗!”

어느새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레온이 기합 소리와 함께 지면을 박차고 도약했다.

슈아아아!

아스트랄 바디를 시전한 그의 전신에서 황금빛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레온이 오러를 가득 채운 흑염룡의 거태도를 맹렬히 휘두르기 시작했다.

쐐애액!

촤아아아!

서거걱!

공기가 찢어지며 날카로운 파공성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검날이 코카트리스의 비늘을 갈라 버렸다.

-꼬끼오오오!

-키에에에에!

그러자 수탉의 본체와 꼬리에 달린 뱀들이 동시에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이전까지 계속된 브룩 일행의 공격에는 뚫리지 않던 코카트리스의 견고한 방어력이 레온의 검은 막지 못하고 있었다.

코카트리스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고통으로 인해 분노 게이지가 상승한 탓이었다.

처척.

레온이 공격을 마치고 잠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러던 그때였다.

-키오오오오!

갑작스레 코카트리스 본체의 머리가 부리를 쩍 벌리더니.

콰가가-!

화아아아-!

입안에서 가공할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화염방사기를 연상케 할 정도의 엄청난 화력이었다.

순간 레온의 등 뒤에서 브룩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염화봉쇄의 방패!”

그와 동시에 브룩의 방패가 날아오더니, 레온의 머리 위에 멈춰 엄습하는 불꽃을 막아 내기 시작했다.

스아아아!

슈우우우!

마치 소방관이 화제를 진압할 때처럼, 하얀 연기를 흩뿌리며 코카트리스의 불꽃이 모두 진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코카트리스의 비장의 일격이 무효화된 순간.

타다닷!

레온이 대검을 꼬나 쥐고 다시금 코카트리스의 눈앞으로 진격해 들어갔다.

-키, 키에에!

-꼬, 꼬끼!

그러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닭대가리와 뱀대가리들에게 참격을 꽂아 넣었다.

쐐애애액!

서거걱!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두 동강 난 머리들이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띠링.

띠링.

그와 동시에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왔다.

-코카트리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코카트리스를 처치하였습니다.

눈앞의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 난 후. 레온이 슬쩍 고개를 돌려 브룩에게 엄지를 척 세워 보였다.

“실력 아직 안 죽었네? 제법이야.”

“엣헴, 이 몸이 제2의 방패 용사님이시다.”

그러자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브룩이 말을 꺼냈다.

아무튼 그렇게 두 사람이 완벽한 합으로 첫 번째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자.

우아아아!

전장에 아슬란군의 우렁찬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매덕스의 표정은 시궁창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한데 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레온의 합류로 인해 유리했던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때다! 망할 코르부스 놈들의 모가지를 뚝딱해 버려라!”

“동료들의 원수를 갚자!”

“아슬란을 위하여!”

바포메트와 본 드래곤이 각자 두 마리의 보스 몬스터들을 감당하여 주자 어깨가 가벼워진 아슬란과 블루 아이즈의 병사들이 미쳐 날뛰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매덕스의 시선에 거대한 낫을 휘두르고 있는 바포메트와 얼음 브레스를 내뿜고 있는 본 드래곤의 모습이 담기고 있었다.

-꾸, 꾸에에.

-……크에에에.

그 두 마리의 진짜 괴물들에게 매덕스의 몬스터들은 피떡이 되어 가고 있었다.

살짝 피가 흐를 정도로 이로 입술을 세게 깨문 매덕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마몬의 힘도 없이 저런 괴물들을 얻은 거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엄청난 성능을 지닌 소환수들이었다.

모르는 이가 보았다면 2 대 1로 비등비등하게 버티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 테지만.

실상은 두 마리의 몬스터들이 각자 한 기의 몬스터들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예상컨대 최대의 한계가 10분이었다.

그 이상은 버티지 못하리라.

‘그러고 나면…….’

매덕스가 다시 한 번 레온의 두 소환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오싹한 한기가 그의 몸을 휘감았다.

그는 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리야, 절대 무리.’

저 두 소환수가 자신을 동시에 공격하기 시작한다면, 결코 이기기 힘들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매덕스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을 띤 채, 이 위기를 타개할 방책을 떠올렸다.

‘……방법은 하나밖에는 없어. 마몬의 힘을 개방하는 수밖에.’

마몬의 힘.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하나밖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 계획의 실행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스윽.

생각을 마친 매덕스가 빠르게 현재 위치한 맵의 주위를 살펴보았다.

사방이 탁 트인 평지가 보이고 있었다.

그러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건 너무 위험해.’

게다가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그건 바로 몇 명의 간부들을 제외하면 자신이 마몬의 사도라는 사실을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대륙의 공적인 암흑성국의 일원이 된다는 사실에 반감을 갖는 길드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가 되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시점이 일러도 너무 일렀다.

그러던 그때, 매덕스가 자신의 직업 무기인 완드를 바라보더니 쓰게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크윽, 사용하는 수밖에 없겠군.’

그리고 그 후, 매덕스가 몇 안 남은 길드 간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매덕스에게 진득한 살기가 풍겨나고 있자, 잔뜩 긴장한 간부들이 그의 말에 집중했다.

“잘들 들어라. 저놈은 내가 처치하겠다. 그동안 남은 적들을 해치워라.”

“네, 네. 알겠습니다.”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서 묻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절대적인 위용을 내뿜고 있는 본 드래곤과 바포메트들에 이미 싸울 의지를 상실한 그들에게는 매덕스가 레온을 해치운다는 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탓이었다.

시답잖은 반응에 매덕스는 한숨이 새어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쓸 만한 간부들은 아까 전 이미 레온에 의해 일거에 학살당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가로저은 매덕스는 자신의 완드를 들어올렸다.

그러곤 한 가지 의식을 행하기 시작했다.

‘젠장, 여기서 사용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러자 완드에 붙어 있던 여러 방울들이 까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소름 끼치는 소리들이 미친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위이이이!

쿠아아아!

완드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운들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하더니, 한 가지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같은 시각, 코카트리스를 물리치고 다음 상대에게로 향하려던 레온은 깜짝 놀랐다.

-주인! 마몬님의 힘이다!

갑작스레 흑염룡의 거태도가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흑염룡이 충격적인 내용의 말을 건넸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으응? 왜 그래?”

이유를 알지 못하는 브룩은 고개를 갸웃하며 이유를 물었지만, 설명을 해 줄 여유 따위는 없었다.

까아아아악!

고막을 울리는 까마귀의 울음소리와 함께 매덕스에게 쏘아진 검은 투사체가 레온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읏!’

“뭐, 뭐야? 저건!”

레온은 몸을 날려 피하려 하고, 브룩은 방패를 들어 투사체를 막아 내려 했지만.

“이, 이런!”

슈우욱!

검은 투사체는 유령처럼 방패를 꿰뚫고 통과하여 레온에게 적중하였다.

불쾌한 느낌에 레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이이이잉!

슈아아아아!

이어진 다음 순간, 레온의 몸을 감싼 검은 투사체는 폭발적인 빛을 발하더니, 이내 검은빛의 기둥으로 변모했다.

모두가 당황하고 있던 그때, 레온의 눈앞에 예상치 못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크로우 스펙터’에 적중당하였습니다.

-크로우 스펙터의 효과에 의해 5초 후, 스킬 시전자가 지정한 공간으로 강제 이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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