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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78화 (278/332)

# 278

278화

“으으으.”

“괴, 괴물이야.”

“쿨럭.”

이제 전투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병사들은 적군의 사령관인 매덕스의 갑작스러운 기습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멜로니의 부대원들 대다수가 전투 속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그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며 브룩이 자책을 하였다.

‘젠장, 내가 멍청했어. 아직 끝난 게 아닌데 방심을 하다니.’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었다.

하필 공격을 당한 것이 하이 프리스트 멜로니가 이끄는 힐러 부대였기 때문이었다.

힐러들 대다수가 리타이어된 것은 전쟁에 있어 분명 큰 실점이었다.

그러던 그때, 곁에 있던 유우가 브룩의 소매를 잡아끌며 말을 꺼냈다.

“오빠, 일단 명령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브룩이 고개를 끄덕이며 큰 소리로 모든 병사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모든 병력은 동료를 구출하고, 적들을 쓰러뜨려라!”

둥둥둥!

우아아아!

순간 전고 소리와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한데 뒤섞였다.

대기를 하고 있던 아슬란과 블루 아이즈의 모든 병력이 매덕스가 데려온 병사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투다다다!

가장 먼저 선두로 나선 것은 리안이 이끄는 스켈레톤 슈트 부대였다.

“감히 멜로니를! 가만두지 않겠어!”

멜로니가 죽은 탓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리안은 평상시의 침착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살기등등한 모습이었다.

슈우웅!

처처척!

그녀를 뒤따르던 부대원들은 어느새 모두 스켈레톤 슈트를 장착한 상태였다.

그것을 확인한 리안이 자신의 레이피어를 뽑아 들며 명령을 하달했다.

“모두 해치우세요!”

콰아앙!

채챙!

그녀의 명령이 끝나자마자, 해골 갑주의 병사들이 투구 안쪽에서 붉은 안광을 흩뿌리며 사정없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스켈레톤 슈트 부대는 아슬란의 부대원들 중 근접 전투에 가장 특화된 이들이었다.

그들은 그리핀도르 전쟁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레벨과 실력이 상승해 있었다.

이전 전투에서 가장 많은 적 병사들을 해치운 부대가 바로 스켈레톤 슈트 부대였다.

……하지만 무언가 전세는 종전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리안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순간 리안이 발을 뒤로 쭉 빼며 몸을 활시위처럼 당겼다가, 화살처럼 앞으로 튕겨져 나가며 레이피어를 찔러 갔다.

“플라메 팡트!”

쐐애액!

촤아아!

플래시 펜서 특유의 날카로운 찌르기 스킬이었다.

앞서 코르부스의 병사들은 이 쾌속한 일격을 막지 못하고 소세지처럼 꿰뚫렸었다.

하지만 그때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짓던 원인이 다시 한 번 발생하였다.

티팅!

팅!

매덕스가 데려온 일반 병사가 그녀의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쳐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읏!”

그녀가 신음성을 흘리며 뒤로 빠르게 몸을 날린 후, 곧바로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자들, 보통이 아니야.’

분노로 물들어 있던 그녀의 머릿속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몇 합을 겨루어 보지 않았지만, 이로써 확실해졌다.

눈앞에 있는 이 병사들은 앞서 상대하던 이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이라는 사실 말이었다.

스윽.

그녀가 빠르게 주위를 살펴보자, 역시나 전투를 치르고 있는 자신의 부대원들 또한 누구 하나 적들을 압도하는 이가 없었다.

백중지세가 고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추측은 정확했다.

길드장인 매덕스가 몸소 행차한 만큼, 코르부스는 최정예 병사들로 구성해 데려온 것이었다.

‘이거 쉽지 않겠어.’

리안이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생각했다.

한데 그때였다.

“헉! 대장님!”

“피, 피하십시오!”

그녀를 향해 갑작스레 병사들이 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 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뒤늦게 알아차린 그녀가 고개를 들어 위를 확인했다.

‘아, 이런!’

그곳에는 거대한 뱀이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고 있었다.

레이피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그 상태로 집어삼켜질 위기였다.

투다다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그런 그녀에게 미친 듯이 질주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파밧!

높이 뛰어오른 브룩이 그대로 자신의 방패를 들어 올려 리안을 방어하며, 스킬을 시전하였다.

“실드 오브 가디스!”

촤아아아!

황홀한 빛을 내는 여신의 형상이 떠오르더니, 이내 브룩의 방패 안으로 스며들었다.

브룩의 방패 위로 주변을 덮는 반투명한 보호막이 생겨났다.

지지지직!

-끼에에에!

보호막에 닿은 거대 뱀이 전기에 감전된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비명을 내질렀다.

브룩이 지닌 방어 스킬인 실드 오브 가디스는 아군을 보호하면서, 적에게 대미지도 입힐 수 있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리안아, 괜찮아?”

“……네, 괜찮아요.”

브룩의 걱정 어린 말에 대답하는 리안의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타이밍을 제대로 맞춘 브룩이 아니었으면, 끔찍한 경험을 할 뻔한 그녀였다.

그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브룩이었지만, 이내 갑작스레 나타난 괴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걱정해 줄 틈이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을 바라보며 브룩이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매덕스가 판테라 내 최강의 소환술사라더니…… 없는 말은 아니었나 보군.’

최근에 본 드래곤의 주인인 레온 탓에 입지가 흔들리고는 있었지만, 현재 소환술사 중 최강으로 불리는 이는 매덕스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공간 자체를 진동시킬 정도의 거대한 울음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크에에에에!

-음머어어어!

-꾸이이이!

그랬다. 매덕스가 소환한 괴수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무려 세 마리나 되는 거대 몬스터들이 전장에 등장한 것이었다.

수탉의 몸에 거대한 뱀 꼬리를 지닌 몬스터, 코카트리스.

일반적인 종보다 세 배는 넘게 거대한 타이탄 미노타우르스.

그리고 공룡을 연상케 하는 거대 파충류 몬스터, 베히모스까지.

일반적인 소환술사는 통솔력 스탯의 한계로 겨우 한 마리를 꺼낼 수 있을까 싶은 강력한 보스 몬스터 급들을 동시에 세 마리나 불러낸 것이다.

“자, 다 죽여 버려라!”

매덕스가 수많은 방울이 달린 특이한 완드를 휘두르며, 자신의 몬스터들에게 학살을 명령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병사들을 상대하는 것도 힘든데, 거대 괴수들까지 참전하자 병사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기 직전이었다.

한 순간에 전황이 뒤바뀐 모습을 바라보며, 매덕스가 비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흥! 네깟 놈들이 감히 마몬의 힘을 받은 나에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는 단언컨대 판테라 최강의 히든 피스가 자신이 얻은 ‘마신의 소환술사’라고 생각하였다.

‘겉보기에만 화려한 본 드래곤 때문에 관심도가 넘어갔지만. 오늘의 활약으로 다시 최강의 소환술사 자리를 되찾아 오겠다.’

매덕스가 그렇게 레온에 대한 질투 섞인 분노를 표출할 때, 그의 곁에 있던 간부들이 아부성 멘트들을 쏟아 내었다.

“몬스터들의 활약으로 상황이 금방 정리될 것 같습니다, 매덕스 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매덕스 님!”

매덕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을 향한 칭송을 즐기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크롸라라라!

‘으응?’

매덕스가 울음소리에 고개를 갸웃하였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울음소리였다.

매덕스와 간부들이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간부들이 눈동자를 커다랗게 뜨며 놀란 반응을 만들었다.

“헉!”

“뭐, 뭐야 저건?”

그들의 눈앞에 칠흑 같이 검은 악마의 날개를 달고 있는 거대한 산양의 마수, 바포메트가 나타나 있었다.

그들은 연신 두 눈을 끔뻑이며 매덕스를 바라보았다.

그가 새롭게 꺼내 든 소환수인가 싶었던 것이었다.

‘……미친, 바포메트라고?’

하지만 매덕스의 표정에도 경악이 담겨 있었다.

당연하게도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바포메트는 ‘마체화’ 스킬을 통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포바였다.

촤아아악!

콰아아앙!

포바가 날개를 펄럭이며 매덕스의 몬스터들에게 전광석화처럼 날아들었다.

쐐애액!

촤아아!

그러곤 손에 쥐고 있는 거대한 낫을 휘두르며, 맹렬히 공격을 지속하기 시작했다.

-꾸이이, 이!

-으, 음머!

몬스터들이 당황에 찬 울음소리를 내뿜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포바는 홀로 타이탄 미노타우르스와 베히모스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박빙의 괴수대전이 펼쳐지자, 끝도 없이 추락하던 아슬란의 병사들의 사기가 다시금 치솟아 올랐다.

“오오! 영주님의 소환수다!

“레온 님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적들을 물리쳐라!”

그들에게 레온이란 이름은 크나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탓이었다.

‘이, 이놈들 왜이래.’

‘크윽, NPC들이 이렇게 강해도 되는 건가?’

코르부스의 병사들은 그렇게 기세를 찾은 아슬란 병사에게 밀리기 시작하였다.

‘그래, 괴물에는 괴물로 맞서야지!’

확실히 좋아진 분위기의 전황을 바라보며, 브룩이 한시름 돌리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으로 방금 전 포바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르고 있었다.

‘포바야, 네가 좀 나서 줘야 할 것 같아.’

‘멍청이여. 마체화를 사용하면 1시간밖에는 소환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알아. 하지만 지금 저놈들을 해치울 방법이 너밖에는 없어.’

‘알았다, 멍청이여. 힘을 빌려주도록 하지.’

레온만 도착하면 저놈의 멍청이 소리는 절대 못 하게 만들겠다고 브룩이 속으로 다짐하던 그때.

“나머지 하나는 우리가 맡자.”

곁에 서있던 세토가 브룩의 어깨를 치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알았어요, 누나. 제가 엄호할게요.”

투다다다!

브룩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이 코카트리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호오, 우리?”

그러곤 뒤편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우 또한 매서운 눈빛을 띤 채, 두 사람의 뒤를 쫓아갔다.

촤아아!

퍼거걱!

-크에에에!

코카트리스가 지닌 뱀 꼬리는 여섯 개에 달했다.

세 사람에게 뱀들이 장창처럼 무차별적으로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조금만 방심해도 엄청난 대미지를 입을 터였지만.

“마법 카드 소환, 임시 휴전!”

“함정 카드 소환, 금막의 유리벽!”

지이이이!

촤자자작!

듀얼리스트 두 사람의 스킬들로 완벽한 방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친자매처럼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고 있었다.

틈틈이 전투를 바라보던 길드원들이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유우의 눈동자에 불꽃이 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브룩이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쩝, 유우가 저렇게 열심인 모습은 처음이네?’

아무튼 그렇게 포바와 세 사람이 몬스터들을 상대하여 주자, 아슬란과 블루 아이즈 진영이 확실히 조금씩 진격을 해 나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분명히 차이를 만들 수 있으리라.

모두의 얼굴에 밝은 희망이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절망은 그 순간 찾아왔다.

슈아아아!

위이이잉!

갑작스레 모두의 귓전에 커다란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소리의 출처를 확인한 아슬란의 병사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 말도 안 돼.”

“……더 있다고?”

지면에 음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내뿜는 두 개의 소환진이 더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크아아앙!

-뀌이이이!

그 속에서 또 다른 거대 몬스터들이 전장에 출현을 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브룩이 잘게 떨리는 눈동자로 매덕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매덕스가 나지막하게 말을 꺼내고 있었다.

“언제 내가 세 마리가 끝이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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