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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77화 (277/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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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화

마루의 공격에 의해 에인션트 센티널의 거체가 휘청거리다가 이내 허물어지기 시작하자.

“으아아!”

“도, 도망쳐!”

“이런 미친, 목둔이냐!”

병사들이 낯빛이 하얗게 질린 채 사방으로 몸을 날렸다.

시체라고 해도, 깔리는 순간 엄청난 대미지를 입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투두두두!

게다가 그뿐이 아니었다.

하나로 뭉쳐 있던 에인션트 센티널의 몸이 흩어지며, 나무들이 폭우처럼 쏟아지기까지 하였다.

에인션트 센티널의 패배가 병사들에게 더욱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었다.

그 혼란한 현장을 바라보며 말큐스가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매덕스 님이 주신 소환수가 저 따위 일반 소환수에게 졌다고?’

지휘관인 그는 빨리 난장판인 이 상황을 수습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이 현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성한 상태의 병사들이 없었다.

전차의 포격에, 강철 늑대의 공격에, 레온의 총격에 모두 망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병사들이 겁에 질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으, 으으. 이건 절대 못 이겨.”

“……망한 거야.”

“저놈은 인간이 아니야.”

전장을 이탈하여 도망가는 병사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하, 하하, 이거 꿈 한번 더럽게 실감나네.”

결국 말큐스는 넋이 나간 채, 현실도피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처척.

그러던 그때, 그런 그의 눈앞으로 레온이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대놓고 다가오고 있었으나, 눈이 마주친 병사들은 뒷걸음질을 칠 뿐, 감히 어느 누구도 레온을 맞상대하려 하지 않고 있었다.

점차 말큐스와 가까워지는 그의 얼굴에 악마를 연상케 하는 사악한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순간 레온이 말큐스를 위아래로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꺼냈다.

“쯔쯔, 이거 맛탱이가 완전히 가 버렸구먼.”

말큐스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모습이었다.

눈동자가 썩은 물고기의 그것처럼 흐리멍덩해져 있었던 것.

하지만 그렇다고 봐줄 레온이 아니었다. 그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최후통첩을 고했다.

“뭐, 불쌍하긴 하지만 끝은 내야 되니까. 자, 그럼 잘 가시고.”

그러곤 어느새 한 손에 꺼내 든 흑염룡의 거태도를 전광석화처럼 휘둘렀다.

쐐애액!

서거걱!

쿠우웅.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말큐스 또한 볼품없이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띠링.

띠링.

레온의 눈앞에 전쟁의 승리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 * *

코르부스 길드의 지휘실에 싸늘한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수많은 간부들이 모두 자리를 하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현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부 지역과 동부 지역 두 곳에서 끊이지 않고 패전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전세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어느새 그들은 블루 아이즈에서 빼앗았던 영토들을 모두가 다시금 함락당하여 있었던 데다가.

다시 빼앗아 오기는커녕 요충지들의 수성에 급급한 모양새였던 것이다.

‘빌어먹을,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하아,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지?’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위험한데…….’

간부들 모두는 당최 이 급격한 변화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서쪽 변방에 있던 길드 하나가 참전한 것밖에 없는데, 그 이후로 모든 것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띠링.

띠링.

최악의 타이밍으로 모두의 눈앞에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길드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일란 영지 전투에서 패배하였습니다.

-하일란 영지의 소유권자가 ‘아슬란 · 블루 아이즈’ 길드로 변환됩니다.

“하아, 이런.”

“……하일란까지?”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지휘실 곳곳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하일란 영지는 중부 지역에서 그들이 블루 아이즈에서 빼앗은 곳이 아닌 본래 지니고 있던 영지였다.

즉 하일란이 함락 당했다는 것은 이제 그들의 영토가 점령당할 차례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슈아아아.

간부들의 동요가 심해지던 그때, 공간에 막대한 중압감의 기운이 채우기 시작하였다.

살기의 주인은 매덕스였다.

그는 두 눈에 극에 달한 분노를 담고 있었다.

모든 간부들이 다시금 입을 꾹 다물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다시금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그곳에서 매덕스가 속으로 한 가지 선택을 내리고 있었다.

* * *

레온의 두 번째 영상이 각종 커뮤니티에 공개되고 난 후, 한 곳도 빠지지 않고 모두 폭발적인 조회 수가 기록되고 있었다.

본 드래곤에 이은 기동형 포탑과 강철 늑대 소환수의 존재들이 유저들에게 엄청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던 탓이었다.

-아니,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ㅠㅠ

-ㅎㄷㄷ 진짜 자기 혼자 다 해 먹네. 전차 나올 때, 진심 개놀람요.

-Wir haben sie voll erwischt!

-전 강철 늑대에 푹 빠졌네요. 마루라고 했던가요?

-마루 X간지임. 귓밥 한 번 시원하게 파 줌.

유저들은 각자 도대체 레온이 저것들을 어떻게 얻은 것인지를 놓고 온갖 추측을 늘어놓았지만, 안타깝게도 제대로 맞힌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대중의 레온에 대한 관심도는 급격히 상승하고 있었다.

게다가 단신의 힘으로 동부 전선을 격파하고 있는 파격적인 행보에 방송국들이 아예 대놓고 띄워 주자, 어느새 레온은 스타와 맞먹는 인기를 갖게 되었다.

유저들은 과연 레온이 동부 지역을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빠르게 접수할지에 대해 각자 예측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레온은 언제나 그들의 예상치를 뛰어넘은 미친 듯한 함락 속도를 보여 주고 있었다.

함락신의 전설이 다시금 쓰이고 있었다.

* * *

우아아아!

채챙! 콰가강!

병사들이 내는 함성, 무기들이 부딪치며 내는 쇳소리 그리고 마법이 터지는 폭음이 한데 뒤섞이고 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에는 네 개의 서로 다른 문양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라즈만 영지 앞에 펼쳐진 넓은 평야에서 페가수스, 코르부스 연합과 블루 아이즈, 아슬란 연합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를 먹으면 벌써 네 번째 신규 영지네요, 누나.”

그러던 그때, 후방에서 전투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브룩이 옆에 함께 서 있는 세토에게 말을 꺼냈다.

“응, 그니까 말이야.”

그러자 세토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브룩에게 미소를 지은 얼굴로 대답을 건넸다.

지휘관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은 매우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세토는 빼앗겼던 영토를 모두 수복한 것도 모자라, 투스 연합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었고.

‘후후, 이런 상승세면 얼마 안 가서 투스 연합의 땅들이 모두 우리 것이 되겠는데?’

브룩은 미리 정한 협약 덕분에 이제부터 얻는 영지들이 모두 아슬란의 영지가 되기 때문에 기뻐하고 있는 것이었다.

‘잔머리 하나는 마왕급이라니까.’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생각을 했는지, 자신의 친구지만 새삼 레온에게 놀라는 브룩이었다.

한데 그때, 그의 귓전에 날카로운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빠! 언제까지 농땡이 피울 거예요! 얼른 안 와욧!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유우였다.

깜짝 놀란 브룩이 빠르게 주위를 살피며 유우가 어디에 있는지 찾았다,

‘헉!’

그러다가 한 곳에서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고 있는 유우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식겁해하며 얼른 답신을 보냈다

-아, 미안. 어, 얼른 갈게.

-5초 줄 거예요! 빨리 와요!

허겁지겁 준비를 마치고 곧장 유우에게 달려가며 브룩은 속으로 의아해하였다.

‘……끄응, 얘는 갑자기 왜 이리 무섭게 구는 거야.’

그러면서 브룩은 유우가 자신에게 이렇게 날카롭게 군 지가 언제인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자 블루 아이즈와 연합군을 결성한 날부터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은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브룩은 유우의 전장에 합류하였다.

그때 유우가 브룩에게 들키지 않게 자그맣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곤 고개를 돌리더니, 브룩의 옆자리에 있던 세토를 새침하게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흥! 내가 더 어리다고!’

아무튼 그렇게 브룩이 합류하자, 안 그래도 우세했던 전세가 완전히 아슬란 연합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전투를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암살자 부대는 본 네크로맨서 부대의 호위를 계속해! 달 샤먼 부대는 나와 같이 최전선으로 진격한다!”

그중 첫 번째는 계속된 전투를 치르며 경험이 축적된 브룩은 어느새 레온만큼은 아니지만 부대 지휘력이 상당히 상승하여 있었던 것이었으며.

“너, 너무 세잖아.”

“이놈들은 대체 정체가 뭐야…….”

“크억!”

두 번째는 역시나 아슬란의 부대가 지닌 압도적인 무력 덕분이었다.

그들조차 자신들이 이렇게 강할 줄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우물 속에 갇힌 리바이어던이었던 것이었다.

자신들끼리만 있었을 때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브라움 산맥의 극악한 난이도의 몬스터들과 매일같이 치고받고 싸우는 것으로 실전 연습을 했다 보니.

온실 속 화초같이 레벨을 올려 온 일반 유저들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그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쉬웠던 것이었다.

“흐아아압!”

그러던 그때, 브룩이 커다란 기합과 함께 자신의 방패를 휘둘러 적 지휘관을 강타했다.

콰아앙!

퍼어엉!

“……!”

그러자 방패로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엄청난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적 지휘관이 허공을 붕 날아올랐다.

세 번째 진화를 거치며 영웅 등급까지 상승한 그의 방패는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페가수스 길드의 지휘관, ‘하몬’을 처치하였습니다.

‘좋았어!’

브룩이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적장을 물리쳤다!”

그러곤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우아아아!

아슬란 길드와 블루 아이즈 길드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사방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브룩이 한숨 돌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휴우, 오늘 전투도 이쯤에서 마무리인가. 이제 푹 쉴 수 있겠군!’

……한데 그때였다,

“꺄아!”

갑작스런 비명 소리와 함께 그가 전혀 생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길드원, ‘멜로니’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길드원, ‘멜로니’가 사망하였습니다.

‘멜로니가?’

생각지 못한 멜로니의 사망 소식에 브룩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방금 상대의 병력 중 가장 강력한 상대였던 지휘관을 자신이 처치한 찰나이지 않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적 병사들 중에는 멜로니에게 타격을 입힐 존재가 없었던 탓이었다.

‘도대체 누가?’

콰아앙!

콰가가강!

한데 그때, 멜로니가 사망한 지역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 발생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파바밧!

그렇게 생각하며 브룩이 유우와 함께 빠르게 그쪽으로 이동해 갔다.

곧이어 도착한 후.

브룩의 얼굴에는 경악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끄아아아!

으아아!

그곳에는 전신에서 엄청난 살기를 내뿜고 있는 한 남자가 학살극을 벌이고 있었다.

‘……왜 저자가 여기에!’

그는 바로 코르부스의 길드장, 매덕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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