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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76화 (276/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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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화

-으헤헤. 드디어 밖이다낭!

급박한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쾌활한 마루의 모습에 레온은 자연스레 웃음이 지어졌다.

마루는 마치 오랜 시간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가 지금 막 출소한 것처럼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하긴, 요새 너무 꺼내 주지 않긴 했지.’

그 모습을 보자 레온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하였다.

-오오! 적들도 많다낭! 재밌겠다낭!

그러나 마루는 레온에게 아쉬움을 느끼는 것보다, 그저 눈앞에 새까맣게 깔린 적들을 바라보며 군침만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옛날 같았으면 명령이 없어도 당장에라도 뛰어들었을 테지만.

그래도 숱한 레온의 참교육(?)이 끼친 영향인지 녀석은 레온의 명령을 기다리고 대기하고 있었다.

스윽.

그때 마루가 간절함이 담긴 눈빛으로 레온과 눈을 맞추었다.

거대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에 레온이 피식, 하고 웃어 보이며 말을 건넸다.

“뭐 해? 얼른 안 싸우고.”

그리고 그렇게 레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얏호! 니들은 다 죽었다낭!

투다다다!

마루의 전신이 은빛으로 빛나며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전장에 합류하였다.

쿠웅!

쿵!

강철로 온몸이 뒤덮인 거대한 늑대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지면에 움푹 파인 자국이 잇따라 생겨났다.

기어즈 타워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던 병사들이 뒤늦게 마루를 확인하고는 식겁한 반응을 내보이고 있었다.

“헉!”

“뭐, 뭐야 이건 또!”

“으아! 본 드래곤 말고도 또 있었냐!”

“작작 좀 해 처먹어라!”

마루의 진로 방향은 일직선으로 확실했기에, 녀석의 목표물이 무엇인지는 병사들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땔감! 내 상대는 너다낭!

마루는 에인션트 센티널을 향해 진득한 살의를 내뿜고 있었다.

“뭐, 뭐 하고 있어! 저놈을 막아!”

그 모습을 확인한 말큐스가 당황에 찬 목소리로 병사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그러자 마루의 근처에 있는 병사들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마루를 향해 공격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투다다닷!

먼저 공격을 시작한 것은 이동기를 사용해 빠르게 접근한 검사와 전사들과 같은 근접 전투 직업을 지닌 병사들이었다.

“트리플 블레이드!”

“드라고닉 어택!”

“기공 참쇄격!”

확실히 코르부스 길드의 본진에서 온 병사들인 것일까.

병사들이 쏟아 내는 스킬들이 타무딘의 병사들보다 확실히 수준이 높았다.

슈아아!

촤아악!

귓전을 울리는 파공성과 함께 병사들의 무기가 마루의 신체 곳곳을 강타하고 있었다.

분명 마루가 들어오는 타이밍을 잘 짚어 정확히 공격을 명중시킨 것이었지만.

곧이어 울려 퍼지는 효과음은 무언가 조금 이상하였다.

티팅!

티팅!

강철과 강철이 맞부딪쳤음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소리밖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들의 공격은 마루의 방어력을 뚫지 못하고 전부 튕겨 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크억!”

“으악!”

도리어 반탄력에 튕겨 나간 적들이 비명을 내지를 뿐이었다.

병사들이 땅바닥에 형편없이 넘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레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풀메탈 본 펜리르로 진화를 하고 나서 확실히 방어력이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급증했어.’

그들의 공격은 마치 수수깡으로 때린 것처럼, 마루에게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자신을 공격한 적들에게 마루가 분노에 찬 포효를 뿜어내었다.

-크와앙! 잔챙이들은 꺼져라낭!

그러곤 잘 벼려진 칼날처럼 날카로운 거대한 발톱을 인정사정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동속도만큼이나 엄청나게 빠른 공격 속도에 바닥에 쓰러진 채 아직 몸을 일으키지 못한 병사들이 어찌할 도리가 없이 무방비로 공격에 노출되었다.

촤아아악!

서거거걱!

“끄아아!”

“사, 사람 살려-! 끅!”

소름이 돋는 절삭음과 공포에 질린 비명 소리가 한데 뒤섞이고 있었다.

고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강철의 늑대는 황무지에 흥건하게 피를 뿌리고 있었다.

마루가 지나치는 곳마다 병사들의 회색빛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콰아앙!

퍼퍼펑!

게다가 그 혼란해진 틈을 빼놓지 않고 장전 시간이 끝난 기어즈 타워들이 또다시 포격을 쏟아 내고 있었다.

전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가 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대체 저놈은 같은 게임을 한 거가 맞는 거야? 어떻게 지 혼자 이렇게 세냐고!’

말큐스는 본 드래곤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을 법한 마루의 힘을 보고 어이없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곤 움켜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인 레온을 노려보았다.

‘쯔쯔, 이게 최악인 줄 알지? 어떡하냐,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하지만 레온은 그런 말큐스를 보며 썩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때 선두에서 상황을 지휘하던 부관이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에인션트 센티널이 쓰러지면 끝인 걸 모르나! 얼른 저 늑대 놈을 죽이란 말이다!”

하지만 병사들은 명령에도 머뭇거리고 있었다.

한데 어쩔 수 없었다.

‘말이야 쉽지. 저런 괴물을 우리가 어떻게 잡아…….’

‘윗대가리 놈들은 지들은 지켜만 보고 있으면서.’

홀로 전선을 꿰뚫고 에인션트 센티널에게 맹렬히 돌진하고 있는 마루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몸이 굳을 만도 해 보였다.

하지만 잠시 후, 병사들은 그렇게 가만히 있어도 죽고 말 것이라는 최악의 결말을 알게 되었다.

“이, 이게 뭐야!”

“……대체 언제 이렇게 된 거지?”

그들의 눈앞에 동일한 내용의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라 있었다.

그건 바로.

-독화포의 극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상태 이상, ‘극독 중독’이 적용됩니다.

-체력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극독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병사들의 체력 바가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마루의 스킬인 ‘독화포’의 효력이 발동된 것이었다.

무색, 무취, 무형으로 진화한 독화포 스킬은 발동하면 자동으로 마루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러곤 공기 중에 꽃가루처럼 퍼지며 순식간에 사방의 적들을 전염시켰다.

스킬이 발동되는 것도 절대 눈치를 못 채게 하는, 적에게는 최악의 스킬이었다.

게다가 독화포 스킬은 더욱 끔찍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허억, 헉.”

“주, 중독 상태가 치료가 안 돼.”

“X바, 왜 해독제가 안 먹히냐고!”

“히, 힐러. 힐러 어디 있어! 빨리 도와- 끅!”

일반 해독 포션으로는 자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상당한 비싼 고급 해독 포션으로도 치료가 되지 않고 있었다.

오로지 고위 사제가 되면 배우는 큐어 스킬로만 해독이 가능하였다.

“조, 조금만 기다려요!”

“나의 부름에 응답하소서, 큐……!”

“크윽!”

하지만 전장의 힐러들은 치료를 할 수가 없었다.

타앙!

타탕!

‘감히, 어딜!’

어느새 헤븐즈 플레어를 꺼내어 들고 있는 레온이 큐어 스킬을 쓰려는 힐러들을 확인하는 족족 사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악마다. 저건 악마야.’

‘크흑, 제발 살려 주세요.’

파리한 안색의 병사들이 두려움에 떨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처척!

전장을 엉망진창으로 헤집어 놓은 마루가 에인션트 센티널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어어어어!

자신의 발아래에 있는 마루를 보고는 에인션트 센티널이 공간 전체가 울리는 것 같은 거대한 울음소리를 질러 댔다.

그러나 마루는 조금도 겁을 집어먹지 않았다.

마루는 콧방귀를 끼며 분노를 표출할 뿐이었다.

-흥! 건방진 놈! 덩치가 좀 크다고 건방을 떠는 거낭?

마루도 거대하기는 하였지만, 둘의 크기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차이가 났다.

-그어어어!

그러던 그때, 에인션트 센티널이 기습적으로 집채만 한 자신의 팔을 마루에게 내리찍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쾌속한 일격이었다.

쐐애애액!

콰아아앙!

공격의 여파는 굉장했다.

거목(巨木)들이 뭉친 형태의 팔이 직격한 지면이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마루의 시체는 없었다.

타다다닷!

마루는 공격이 시작되자 잔상이 생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이동해 이미 공격을 회피하였던 것이었다.

-크와아앙! 죽여 주겠다낭!

마루는 분노한 울음소리를 내며 달려든 그대로 에인션트 센티널의 몸에 올라탔다.

그러곤 마루는 나무를 타듯 빠르게 머리 부분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촤아악!

서거걱!

물론 그러면서 자신의 발톱들을 녀석의 몸뚱이에 쑤셔 박는 것은 잊지 않았고 말이다.

-그어어어어!

에인션트 센티널이 고통에 찬 신음성을 내뱉으며, 자신의 몸을 타고 있는 마루를 떼어 내려 했다.

휘이익!

훼액!

하지만 자신의 민첩성을 극도로 발휘하는 마루는 그 모든 공격들을 피해 내고 있었다.

마루는 오히려 체격 차이를 이용하는 영리한 전투를 하고 있었다.

‘저 멍청한 녀석이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옷에 들어간 벌레를 잡는 것처럼 허둥지둥하고 있는 에인션트 센티널을 바라보며 말큐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 떠올라 있는 에인션트 센티널의 체력 바가 계속해서 깎여 나가고 있었다.

그가 초조함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에인션트 센티널이 리타이어되는 순간 자신들에게 승산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이대로는 안 돼.’

처척.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그가 활을 장착하였다.

피융!

피슝!

그러곤 에인션트 센티널에 붙어 있는 마루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마루가 그런 공격을 맞을 리가 없었다.

몸을 날려 가볍게 피해 내었다.

오히려 에인션트 센티널의 몸에 말큐스의 화살이 박혔다.

-그어어!

주인에게 공격당한 에인션트 센티널이 비명을 내질렀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말큐스 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확인한 부관들이 말큐스를 말렸지만, 이미 눈이 돌아간 말큐스는 소리를 질러 댔다.

“뭣들 하고 있어. 빨리 저 개자식을 끌어내란 말이야!”

난데없는 자폭 행위로 자신을 도와주는 말큐스를 바라보며.

‘저기요, 혹시 미친놈들이세요?’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속으로 생각했다.

처척!

그러던 그 순간, 이윽고 마루가 에인션트 센티널의 머리 부근에 도달했다.

-크와아아앙!

포효와 함께 마루가 엄청난 높이를 도약하였다.

파밧!

마루는 에인션트 센티널의 귓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그어, 그어어!

마루가 자신의 머릿속으로 들어오자, 에인션트 센티널이 당황에 찬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확인한 레온이 마루를 향해 커다랗게 소리쳤다.

“마루, 꽂아 버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마루가 그 속에서 한 가지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웅!

콰가가가가!

엄청난 진동음과 함께 마루의 입속에서 덩어리로 뭉친 푸른빛의 기운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풍인포!

그리고 곧이어 마루가 그 기운을 한꺼번에 방출하였다.

슈아아아!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마루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빛의 광선이 그대로 에인션트 센티널의 머리를 꿰뚫어 버리고 있었다.

퍼퍼펑!

퍼펑!

일직선으로 쏘아진 풍인포는 그대로 에인션트 센티널의 머리를 뚫고 바깥으로 뿜어졌다.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병사들의 표정에 절망이 내려앉았다.

이어진 다음 순간.

쿠우우웅!

쿠쿵!

에인션트 센티널의 거대한 몸이 지면에 그대로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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