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75화 (275/332)

# 275

자신만만하게 발을 디뎠던 병사들은 시끄러운 경보음에 혼란한 표정으로 사방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가라앉았던 불안감이 다시금 고개를 빠금히 쳐들고 있었다.

이어 그들은 억울하다는 눈빛을 띤 채, 마음속으로 자신의 지휘관에게 욕지거리를 대차게 내뱉고 있었다.

‘위장용이라며!’

‘이 자식이 구라를 쳐?’

‘신이시여, 제발 별일이 아니라고 해 줘요!’

그리고 잠시 후.

철컹-.

철컹-.

날카로운 경고음은 이내 다른 기계음으로 변화되었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릴 때의 그것과 흡사했다.

……이윽고 그들은 그 경보음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병사들의 두 눈이 커다랗게 뜨여졌다.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당황스러운 광경 때문이었다.

병사들이 하나둘 뒷걸음질을 치며 겁에 질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어어?”

“……저것들은 대체?”

“몰라. 뭐야, 저거. 무서워.”

세워져 있던 무수한 검은 탑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변화되고 있었다.

철컹-.

드드득!

마치 어릴 적 보던 로봇 만화의 한 장면 같았다.

차례로 분해되더니, 이내 전혀 다른 형상의 모습으로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병사들은 저것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 전혀 짐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단 한 가지 사실만은 정확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사실이란 바로.

‘저것들이 변신이 끝나는 순간……!’

‘……우리는 진짜 X될 게 분명해!’

이것이었다.

로봇 만화에서 변신이 끝난 로봇이 하는 일이 무엇이던가.

적들을 박살 내는 것이지 않던가.

“뭐 하고 있어! 빨리 부숴!”

그러던 그때, 뒤쪽에 서 있던 말큐스가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병사들을 향해 공격 명령을 하달했다.

“소환, 블랙 자이언트!”

“소환, 둠 나이트!”

“플레임 볼트!”

“파쇄격!”

그제야 정신을 차린 코르부스 병사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하늘을 덮는 수준의 수많은 스킬 투사체들이 변신을 하고 있는 검은 탑들을 두들겼다.

하지만.

팅!

티팅!

그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쏟아진 모든 공격들이 탑들의 견고한 방어력을 뚫지 못했던 것이었다.

‘저 방어막은 뭐야?’

말큐스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투사체가 적중하려고 하자, 느닷없이 발생한 반투명한 보호막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쯧, 자식들이 상도덕이 없네.’

로봇 만화의 묵시적 규칙인 변신 도중에 공격 금지를 위반한 적들을 바라보며, 레온이 혀를 차고 있었다.

또한 그렇게 상황을 지켜보던 레온의 눈앞에 보호막이 나타난 원인이 떠올라 있었다.

-보호막 버프, ‘변신 도중에 공격하는 건 반칙이라구!’가 적용됩니다.

-기어즈 타워Ⅰ에 자체 방어력만큼의 보호막이 발생합니다.

-기어즈 타워Ⅱ에 자체 방어력만큼의 보호막이 발생합니다.

(……중략……)

그리고 마침내.

‘이런 망할…….’

‘X됐다.’

병사들의 공격을 가볍게 받아 낸 검은 탑들은 모두 변신을 끝마쳐 있었다.

-기동형 포탑, ‘기어즈 타워 Ⅰ’ 침입자 제거 모드로 변환 완료되었습니다.

-기동형 포탑, ‘기어즈 타워 Ⅱ’ 침입자 제거 모드로 변환 완료되었습니다.

(……중략……)

완전히 변신을 끝마친 포탑들은 바닥에 이동을 가능케 하는 바퀴들을 지니고 있었는데, 바퀴의 둘레에 강판으로 만든 벨트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검은 포신을 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전차?’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난 분명히 판테라를 켰는데, 왜 월오X이?’

……탱크와 다름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상황에 모든 병사들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입을 쩍 벌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레온은 속으로 자화자찬을 거듭하고 있었다.

‘후후, 포탑 제작에 연금술 오의를 결합할 생각을 하다니. 역시 난 천재야!’

그랬다. 그의 말처럼 적들의 앞에 나타난 기동형 포탑, ‘기어즈 타워’들은 터렛 샤먼과 연금검제의 힘이 결합된 결과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움직이는 포탑’을 만드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스킬은 연금술 오의, ‘완전 분해’였다.

[완전 분해]

자신 소유의 사물을 연금술을 이용하기 최적화된 형태로 완전히 분해합니다.

-스킬의 성공률은 사물의 가치와 스킬 레벨에 따라 달라집니다.

-완전 분해에 실패할 시, 스킬을 시전한 사물은 ‘붕괴’ 상태가 되며 모든 가치가 소멸됩니다.

-완전 분해를 성공한 사물은 ‘재조립’ 스킬을 통해, 새로운 고유 특성을 지닌 사물로 재조립이 가능합니다.

-한번 완전 분해, 재조립 과정을 거친 사물은 ‘연금 완료 목록’에 추가됩니다.

연금술 오의 스킬들을 처음 얻었을 때.

레온은 전투용 혹은 소환수 개조용이라는 뚜렷한 특징을 지니는 다른 연금술 오의 스킬들에 비해 완전 분해 스킬은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였다.

연습을 해 보려 인벤토리에서 아무 아이템이나 꺼내어 사용을 해 보았지만.

‘분해에 실패해서 붕괴된 아이템 때문에 눈물을 흘렸었지.’

붕괴가 되면 값어치가 제로가 된다는 끔찍한 사실을 깨달을 뿐이었다.

한데 계속해서 애꿎은 아이템들을 날리던 레온은 스킬 설명 중 한 단어에 꽂히게 되었다.

그건 바로 자신 소유의 ‘사물’에 스킬을 시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이어 ‘따지고 보면 포탑도 내가 갖고 있는 사물이잖아?’ 라는 추측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포탑에 스킬을 시전해본 결과가 바로 지금 눈앞에 펼쳐진 기어즈 타워들이었던 것이었다.

[기어즈 타워 Ⅰ]

LV. 1 / 제작자 : 레온

등급 : A

공격력 : 520

방어력 : 3,520

생명력 : 275,000

시야 : 80m

고유 능력

1. 데드 아이 / (기동 모드 시, 사용 가능)

: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확률을 5퍼센트 증가시킵니다.

2. 작렬포탄(炸裂砲彈) / (기동 모드 시, 사용 가능)

: 다섯 발마다 한 발씩 포탄 공격에 ‘화’ 속성 대미지를 추가로 입힙니다. 작렬포탄은 범위 대미지를 입힙니다.

연금술을 이용하여 재창조된 포탑.

폼 체인지를 통해 기동 모드로 변환 시, 이동할 수 있는 형태가 된다.

전투력은 평범한 편이나, 견고한 방어력을 자랑한다.

-기동형으로 변환할 시, 대미지는 본래의 수치보다 30퍼센트만큼 하락합니다.

기어즈 타워들은 완전 분해 스킬을 사용한 본래 포탑의 등급에 따라 특성과 고유 능력이 모두 제각기 달랐는데.

이곳에 설치한 기어즈 타워들의 등급은 모두 A등급 포탑들이었다.

그리고 A등급 포탑들은 보다시피, ‘전차형’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100대의 전차들로 변신을 끝마친 자신의 포탑들을 확인한 레온이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 이제 시작해 볼까!’

그러곤 전투를 개시하기 위해 행동을 시작했다.

병사들이 100대의 칠흑의 전차들과 마주하고는 머뭇거리고 있던 그때.

스륵!

처척!

정 가운데에 있던 전차의 그림자에서 레온이 신기루처럼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 적이 나타났다!”

“레온이다!”

난데없이 레온이 등장하자, 병사들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크게 소리를 질러 댔다.

‘미친놈!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

순간 이때가 기회다 싶었던 말큐스가 병사들에게 총공격을 명령했다.

“모두 저놈을 공격해!”

우아아아!

그러자 병사들이 레온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해 들어왔다.

그들도 얼른 이 전차들이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레온을 처치하고 싶었다.

-그어어어어!

쿠웅!

쿵!

에인션트 센티널 또한 거대한 발소리를 내며 병사들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려드는 병사들로 인해 황무지가 까맣게 뒤덮여 있는 듯이 보이고 있었다.

타무딘에서 레온이 상대했던 적들의 숫자보다 두 배는 많은 듯했다.

하지만 레온은 전혀 겁을 먹지 않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는 먹잇감을 노리는 매의 눈동자로 적들을 살필 뿐이었다.

이윽고 병사들이 전차의 사정거리에 정확히 걸쳐진 순간!

“발사!”

레온의 목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투콰아앙!

퍼퍼퍼펑!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모든 전차의 포신이 맹렬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포물선을 그리던 포탄이 적들에게 직격했다.

콰가가가!

콰아아앙!

처참한 장면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돌격하던 병사들이 사방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폭발에 휩쓸리고 있었던 것이다.

“끄아아!”

“크아!”

병사들의 처절한 비명들이 폭음과 한데 뒤섞이고 있었다.

포격의 위력은 결코 한 발, 한 발이 가볍게 볼 것이 아니었다.

-코르부스 길드원, ‘무탄’을 처치하였습니다.

-코르부스 길드원, ‘자히르’를 처치하였습니다.

-코르부스 길드원, ‘알타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중략……)

낮은 수준의 병사들은 일격에 로그아웃을 시켜 버릴 정도로 대미지가 높았던 데다가.

다섯 발마다 작렬포탄이 발동하며 범위 피해를 가해, 잔챙이 처리에 최고의 효율을 보여 주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대체! 이 멍청한 놈들이!’

이곳저곳에서 자신의 병사들이 갈려 나가고 있자, 말큐스가 답답해하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이! 뭣들 하고 있어! 다들 방어 스킬을 쓰면서 어떻게든 접근하란 말이야!”

하지만 병사들은 그런 그의 명령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그들이 방법을 몰라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처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포탄 세례가 문제였던 것이다.

적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 쉽사리 눈에 보이자, 레온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뭐야, 대미지가 30퍼센트가 하락된다고 하더니. 이 정도면 대만족인데?’

기동 모드로 변환 시, 공격력이 30퍼센트 줄어든다는 점이 살짝 마음에 걸렸었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전혀 티가 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본래 포탑이 지니는 최대 약점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며, 그는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포탑의 최대 약점.

그건 바로 설치한 곳에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쐐애애액!

촤아아아!

그러던 그때, 드디어 캐스팅이 끝난 마법사들의 강력한 고위 등급 마법 스킬들이 기어즈 타워를 향해 내리꽂히고 있었다.

드그그그!

카가가강!

그러나 표적이 된 기어즈 타워는 굉음과 함께 육중한 움직임으로 스킬들을 피해 내기 시작했다.

단순한 궤적으로 날아오는 스킬들은 수월하게 피해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레온이 탄성을 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크으, 안에 운전수도 없는데 잘 피하는 거 보소.’

퍼엉!

한데 그 순간, 레온에게 뼈아픈 내용을 담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에인션트 센티널에게 ‘기어즈 타워 Ⅶ’가 파괴되었습니다.

-연금 완료 목록에서 ‘기어즈 타워 Ⅶ’가 삭제되었습니다.

-에인션트 센티널에게 ‘기어즈 타워 Ⅻ’가 파괴되었습니다.

-연금 완료 목록에서 ‘기어즈 타워 Ⅻ’가 삭제되었습니다.

-그어어어어!

에인션트 센티널에 의해 기어즈 타워 두 대가 완파되었던 것이었다.

‘이런!’

레온이 아까워 죽겠다는 표정을 얼굴에 띠었다.

파괴된 기어즈 타워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 말인즉 그에게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뜻이었다.

레온이 뿌득, 하고 소리 나게 이를 악물었다.

‘망할, 저 나무는 좀 거슬리는 군.’

에인션트 센티널은 확실히 강력한 소환수이기는 했다.

특별히 10대가 넘는 기어즈 타워를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두 대나 터져 나간 것이다.

아무래도 기어즈 타워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이내 레온은 소환수에는 소환수로 상대해 주기로 결정했다.

‘……흠, 그럼 오랜만에 녀석을 불러 줄까?’

“오토마톤 소환.”

그렇게 생각하며 레온은 전투에 목말라하는 자신의 골칫덩이 소환수를 오랜만에 눈앞에 소환하였다.

그러자 곧이어 상황과 맞지 않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아! 너무 오랜만이다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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