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74화 (274/332)

# 274

타무딘 전투의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동영상은 엄청난 속도로 미튜브를 비롯한 곳곳에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다.

이번에는 페가수스, 코르부스 양측의 길드도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

본 드래곤의 출현이라는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방송국이 레온의 활약이 담긴 하이라이트를 쉴 새 없이 송출하고 있었다.

티비의 어떤 게임 채널을 틀어도 레온의 모습이 담겨 있었으며, 웹진의 기자들도 기사들을 쏟아 냈다.

-갑작스런 본 드래곤의 등장. 레온, 그는 누구인가.

-대마법사 포프 이후 최고의 신성 드래곤 마스터, 레온.

-흑풍대를 위협하는 신흥 세력 등장.

그들은 랭킹 1위인 포프와 레온을 비교하며 레온을 띄워 주었다.

어느새 레온은 드래곤 마스터라는 새로운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레온은 아는 사람만 아는 인물이었지만, 현재 레온은 전국구 스타로 거듭나 있었다.

수많은 유저들이 앞 다투어 레온을 찬양하고 있었다.

-……뼈다귀 용이라. 별거 아니네. 근데, 나 잠깐 속옷 좀 갈아입고 오겠음.

-와, 레알 이건 대사건이다. 개미쳤다.

-본 네크로맨서 전직하러 갑니다.

-하악, 날 가져요. 레온 님.

-위 댓글 님. 공식 레온 팬클럽, ‘킹 라이온’이 창단되었습니다. 링크 남겨 드릴 테니, 가입 부탁드려요~.

일단 그동안 판테라 내에서 최대의 비인기 직업이었던 네크로맨서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들은 시키지도 않았건만 레온의 영상을 손수 퍼다 나르며 인기를 견인했다.

그리고 수많은 네크로맨서들이 원래 있던 국가를 벗어나 아슬란 영지로 향했다.

당연하게도 아슬란 길드에 입단하기 위해서였다.

이례적으로 네크로맨서의 마탑이 비상 대책 회의를 소집할 정도였다.

그리고 레온에게 희소식이 또 있었다.

그건 바로 그가 제작하여 팔던 사자표 네크로맨서 소환수와 아이템들의 판매량이 미친 듯이 치솟아 올랐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레온은 그동안 변신한 상인의 모습으로 거래를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자신의 본 정체를 밝혔던 것이었다.

본 드래곤의 주인이 직접 분양하는 소환수와 판매하는 아이템.

사자표 소환수와 아이템들의 프리미엄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변화가 단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유저들 중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자신들을 정말로 놀라게 할 사건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었다.

* * *

레온에게 의해 타무딘이 함락되고 난 이틀 후.

끝없이 길게 이어진 병력이 타무딘 영지로 통하는 길목을 지나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코르부스 길드의 말큐스가 이끄는 병력이었다.

이틀 사이에 그들의 목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하르 영지의 수복에서 타무딘 영지의 수복으로 말이었다.

한데 모든 병사들의 낯빛이 영 좋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두려움과 걱정이 내려앉아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그들은 이제 조금 있으면 다름 아닌 본 드래곤과 전투를 벌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병사들이 서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아, 운도 없지. 내 주제에 무슨 본 드래곤이야.”

“탈영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패널티 받으면 진짜 개망인데…….”

“그럼 같이 튀어 볼래?”

그들 또한 모두 현실에서 본 드래곤의 영상을 보았기에, 사기가 바닥을 기듯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아직 전투도 치르지 않았건만 그들에게서는 이미 짙은 패배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떤 전투도 승리로 가져오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힘을 지닌 소환수를 보고서도 당당하게 싸우려 하는 이는, 미친 작자가 아니고서야 없을 테니까 말이었다.

그렇기에 지휘관인 말큐스는 머리를 계속 굴리며, 병사들의 사기를 회복시킬 방법과 타무딘을 수복할 방법을 강구하는 중이었다.

‘흠, 그래도 다행이군. 방법이 없진 않겠어.’

레온의 전투 영상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살피던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데 그때였다.

“저, 말큐스 님.”

‘으응?’

고심하고 있던 그를 부관이 찾았다.

말큐스는 특유의 차가운 얼굴로 부관에게 이유를 물었다.

“무슨 일이냐.”

“잠시 선두 쪽으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색대가 이상한 것들을 찾아냈습니다.”

“……이상한 것?”

말큐스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타무딘 영지의 근방에는 텅 비어 있는 황무지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라니,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그대로 품은 채, 말큐스는 부관을 쫓아 선두로 이동했다.

‘……뭐야 저건?’

그러자 부관이 ‘이상한 것’이라고 표현했던 물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칠흑같이 검은 높은 탑들이 황무지의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었다.

높고 좁으며 점점 가늘어지는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는 오벨리스크의 형상이었다.

그것들은 텅 빈 황무지에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있는 병사들 사이에서 말소리가 커져 갔다.

“……뭐지? 저것들은. 며칠 전에 이곳에 들렀을 때만 해도 없었는데.”

“100개는 족히 되는 것 같은데.”

“……혹시 저것들 하나로 합쳐지면서 몬스터가 되는 건 아니겠지?”

“헉, 설마 자기보다 약한 녀석의 말은 듣지 않는다는 그 녀석?”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탑들에 의해 병사들의 사기가 다시 한 번 크게 떨어지고 있었다.

“말큐스 님, 어떻게 할까요?”

그때 부관이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큐스에게 말을 건네 왔다.

‘이건 이대로 두면 안 되겠군.’

그때 말큐스가 사안의 중대함을 깨닫고는 이내 한 가지 생각을 결심하였다.

“자, 모두 주목하라!”

말큐스가 부관에게 대답하지 않고, 뒤에 선 자신의 병력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수군거리던 소리가 멈추고 모든 병사들의 시선이 말큐스를 향하였다.

그러자 말큐스가 버럭 화를 내며 이어 말했다.

“대 코르부스 길드의 병사들이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겁부터 먹고 있는가!”

말큐스의 말에 병사들이 아무런 대답 없이 시무룩한 표정만을 지어 보였다.

그런 그들을 스윽 한 번 훑어본 말큐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하다 하다 이제는 별것도 아닌 저따위 탑들에 두려워하다니. 겁쟁이들도 이런 겁쟁이들이 없군!”

자신들을 무시하는 듯한 말큐스의 어조에 병사들이 자존심이 상했는지 성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오히려 말큐스의 말이 자극제가 되었는지, 사기가 떨어져 있던 병사들이 발끈하여 자신의 태도를 가다듬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자, 말큐스가 자신이 예측한 해법을 그들에게 꺼냈다.

“강력한 소환수일수록, 더욱 긴 재사용 대기시간과 짧은 소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알 터! 그 말인즉 그 시간만 버티면 압도적인 병력 차를 지니고 있는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는 뜻이다!”

그의 말이 끝난 순간 병사들의 눈빛에 살짝 이채가 떠올랐다.

‘그래, 생각해 보니 그런 소환수를 천년만년 사용할 수는 없을 것 아냐?’

‘그래, 그리고 타무딘에 있었던 병력보다 우리가 배는 넘게 많잖아. 승산이 아예 없진 않을 것 같은데…….’

말큐스의 말에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병사들의 반응에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인 말큐스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자, 그리고 저 너머로 보이는 타무딘의 성벽을 확인해 봐라!”

그가 가리킨 곳에는 타무딘의 성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단 이틀밖에는 없었던 탓에, 본 드래곤의 공격으로 무너져 내린 성벽이 아직도 보수가 끝나지 않아 있었다.

“완파된 성벽이 아직도 복구가 안 되어 있는 것이 보이나? 저곳을 우리가 집중적으로 파고들면 손쉽게 이길 수 있다!”

우오오오.

병사들이 자신의 눈으로 성벽을 확인하고 탄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가 레온의 영상을 돌려 보며 알아차린 것들이 바로 이런 점들이었다.

‘쐐기를 박아 볼까.’

스윽.

그렇게 생각하며 말큐스가 품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본 드래곤과 맞서 싸울 만한 강력한 소환수가 있다!”

딸랑딸랑.

그에게도 주어진 소환 아이템이었다.

핸드벨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지면에 매우 거대한 소환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음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뿜어내던 그 소환진 속에서 괴이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어어어어.

소환진 속에서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촤아아아!

슈가가가!

그와 함께 썩은 거대한 나무들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한 나무들은 담쟁이덩굴처럼 서로 꼬이고 엉켜 가더니, 마치 거인과 같은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성된 소환수는 바로 ‘에인션트 센티널’이라 불리는 거대 나무 형태의 몬스터였다.

사람들의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오오! 에인션트 센티널이라니!”

“좋아, 저거라면 할 만할 수도!”

에인션트 센티널은 남쪽 대륙에 있는 엘프의 숲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몬스터로 유명했다.

본 드래곤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강력한 몬스터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병사들의 표정이 확연히 밝아지자, 말큐스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후후, 출발 전에 매덕스 님한테 가장 좋은 놈으로 바꿔 오길 잘했어.’

그러곤 사기가 잔뜩 오른 병사들을 향해 검은 탑들을 가리키며 말을 꺼냈다.

“자, 다시 봐라. 저것들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위장용으로 세워 둔 아무것도 아닌 구조물일 뿐이다.”

채챙!

챙!

그러자 병사들이 언제 겁을 먹었었냐는 듯, 각자의 무기를 빼어 들더니 소리치기 시작했다.

“적들을 다 죽이자!”

“탑들을 모두 부수고 영지로 돌격하자!”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말큐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 그는 검은 탑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흥, 어디 시답잖은 짓을!’

그러곤 드디어 돌파 명령을 아군 병사들에게 하달했다.

“자, 모두 탑들을 무시하고 앞으로 진격하라!”

진격하라!

그의 말이 끝나자, 부관들이 커다랗게 마지막 말을 복창했다.

우아아아!

거대한 함성 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발을 딛지 못하고 있던 황무지에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위이잉!

위이잉!

‘어라?’

그들이 발을 들이자마자 갑작스레 사방에서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소리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검은 탑들이었다.

‘……설마 이것들 단순한 탑이 아닌 건가?’

탑들을 단순한 구조물로 치부하고 무시하던 말큐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띠링.

띠링.

근처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레온의 눈앞에 일련의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침입자 발견!

-침입자 발견!

-기동형 포탑, ‘기어즈 타워 Ⅰ’ 침입자 제거 모드로 변환합니다.

-기동형 포탑, ‘기어즈 타워 Ⅱ’ 침입자 제거 모드로 변환합니다.

-(……중략……)

알 수 없는 내용의 메시지를 읽어 내려간 레온은,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다들, 제 발로 관짝 안으로 들어오셨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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