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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70화 (270/332)

# 270

레온이 파괴된 앱솔루트 배리어의 틈새로 스킬을 시전하자.

지이이잉!

우우웅!

헤븐즈 플레어의 총구 앞에 반딧불처럼 마력 탄환이 모아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엄청난 진동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전의 일반 사격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데시벨 크기였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콰가가강!

피유우웅!

마치 광선처럼 보이는 거대 마력 탄환이 적들에게 내뿜어지고 있었다.

한눈에도 막대한 위력을 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그 광선이 자신들을 향해 쏘아지자.

“마, 막아!”

“배리어는 버리고 얼른 방어 마법을 발동해!”

페가수스 길드원들은 이미 뚫려 버린 배리어를 버리고 각자 생존을 위해 또 다른 방어 스킬들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크고 작은 방어막들이 마법사들의 머리 위에 생겨났다.

“헉! 우, 우리는 어떡하라고!”

“이 배신자들아!”

그렇게 자신들까지 지켜 주던 앱솔루트 배리어가 일시에 사라지자, 코르부스의 격투가들은 허둥지둥하며 사방으로 제 몸을 날렸다.

‘쯔쯔.’

우왕좌왕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레온은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한쪽 입꼬리를 살며시 말아 올릴 뿐이었다.

한데 그때, 레온이 그런 반응을 보인 이유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피유우우!

파바바밧!

귓전을 울리는 또 다른 효과음과 함께 플레어 버스터가 갑자기 허공에서 수십 갈래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열된 광선들은 마치 추적 장치가 부착된 것처럼 마법사들의 정수리를 향해 정확히 내리꽂히고 있었다.

“헉!”

“뭐, 뭐야!”

생각지 않은 스킬의 분열에 사색이 된 마법사들은 더욱 시전한 방어 마법들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끄아아아!”

“크억!”

곧이어 적들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플레어 버스터는 보호막 스킬들을 너무나 손쉽게 뚫고 들어가 그들을 난자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바로 플레어 버스터 스킬이 지닌 고유한 특성에 있었다.

[플레어 버스터]

미리 설정해 둔 적들을 유도하여 명중시키는 마력 백린탄을 사격합니다.

-플레어 버스터는 적의 보호막에 대하여 350%의 피해를 줍니다.

-플레어 버스터에 피해를 입은 상대에게 50%의 확률로 상태 이상, ‘치명적 화상’을 적용시킵니다.

‘이 더러운 보호막 성애자들아. 제대로 뚫려 봐라!’

그랬다. 보호막에 대해 350%의 추가 대미지를 주는 특성 덕에 그들의 보호막을 계란 껍데기처럼 가볍게 뚫어 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끔직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으으, 뭐야 이거…….”

“왜, 왜 안 꺼져! 끄아아!”

온몸에 불꽃을 휘감은 마법사들이 처참한 몰골을 하고 바닥에 몸을 뒹굴어 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플레어 버스터의 효과 탓이었다.

-페가수스 길드원, ‘모몬타’가 상태 이상, ‘치명적 화상’에 걸렸습니다.

-페가수스 길드원, ‘라치오’가 상태 이상, ‘치명적 화상’에 걸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몸에 붙은 불꽃은 쉽사리 꺼지지 않고 있었다.

게임이니 고통은 느껴지지 않을 테지만, 자신의 몸을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태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을 패닉 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타아앙!

타탕!

그 혼란한 틈을 놓치지 않고 레온의 연발 사격이 계속하여 이어졌다.

“자, 입들 벌려라! 광선 들어간다!”

여섯 장의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에서 사격을 하는 레온의 모습은 가히 악마의 현신과 다름없었다.

“사, 살려 주세요!”

“으아, 이 미친놈아!”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진 레온의 공격에.

털썩.

쿠웅.

누적된 대미지를 이기지 못하고 페가수스의 마법사들이 모두 차가운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휘유웅-.

그때 총소리가 멈추었다.

정적이 감돌았다.

그 광경을 숨어 지켜보던 코르부스의 격투가들은 전부 전의를 상실하여 있었다.

‘……미친 괴물 새끼.’

‘……뭐, 저딴 녀석이 다 있어.’

‘아니, 왜 쟤 혼자 FPS를 하고 있냐.’

거대 길드의 일원이라는 자부심과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 따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오로지 레온에 대한 공포심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처척.

그러던 그때, 레온이 우아하게 날갯짓을 하며 지면에 사뿐히 착지하였다.

그러곤 코르부스 길드원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며,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자, 마법사들은 다 잡았고. ……이제 너희만 남았네?”

레온의 말에 그들의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하지만 뒷걸음질을 치는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으, 으아아!”

“주, 죽여!”

20명 남짓 남은 인원이 동시에 레온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 * *

그렇게 레온과 코르부스 길드원들의 전투마저 끝난 이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걸 뭐라고 설명하지…….’

젠킨스와 타일러는 황망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쑥대밭이 되어 버린 영지와 회색빛으로 물든 길드원들의 시체들이 즐비하여 있었다.

그 둘을 제외하면 단 하나의 생존자도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던 그때, 이 모든 사태의 주인공인 레온이 손을 탁탁 털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거참, 별것도 아닌 것들이 왜 이리 난리를 치는지.”

그리고 그 말에 두 사람은 더욱 어이없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 맞나.’

‘X발, 저거 사실은 에픽 보스 몬스터 아니야?’

한데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해 보였다.

100명이나 되는 길드원들을 홀로 처치하다니.

이것이 말이 되는 일이란 말인가.

그들의 길드장들이라 할지라도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스윽.

그때 레온이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곤 조용히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이제 둘.”

타일러와 젠킨스는 레온의 말에 오싹한 한기가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그러곤 서로 마주 보며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휴전을 해야겠군.”

“……그래. 우리의 싸움은 뒤로 미루자고.”

투다다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먼저 젠킨스가 앞으로 몸을 날렸고.

타일러는 꺼내 들었던 핸드 벨을 들고 소환 의식을 시작했다.

여태까지 레온의 활약을 볼 때 엄청난 히든 직업인 것은 확실해 보였지만, 젠킨스는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달려들며 젠킨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선 어쩔 수 없다. 리로이 님이 주신 힘을 드러내는 수밖에!’

중대한 결정을 내린 듯한 표정의 그가 숨겨 두었던 스킬을 시전하였다.

“흑마지저권(黑魔地底拳)!”

우우웅!

쿠과가가!

순간 엄청난 진동음과 함께 젠킨스의 전신에서 소름끼치는 마기가 흘러넘치기 시작하였다.

칠흑같이 검은 기운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레온의 눈빛에 이채가 떠올랐다.

‘역시!’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저건 바로 마몬의 힘이었다.

흑염룡이 말해 주었듯, 젠킨스는 리로이에게서 마몬의 힘을 전해 받았던 것이었다.

처척!

채챙!

레온이 헥스테크 건틀릿의 장비를 해제하고, 곧바로 흑염룡의 거태도를 뽑아 들었다.

‘뭐, 뭐야?’

상대가 완전히 다른 무기를 꺼내 들자, 젠킨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파바밧!

‘맛있게 먹어 치워 주마!’

레온은 입맛을 다시며 그런 젠킨스에게 달려들었다.

황금빛의 레온과 칠흑의 제킨스가 격돌하였다.

마치 신화 속 한 장면과 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투콰아아앙!

콰가아앙!

주먹과 대검이 맞부딪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주먹과 칼을 휘둘렀다.

엄청난 소음이 공간 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바깥에서 보자면 완전한 호각지세로 보였지만, 실상은 아예 달랐다.

한 번의 격돌이었지만, 젠킨스는 자신과 레온의 격차를 절실히 실감하고 있었다.

감전이 된 것처럼 양손의 감각이 완전히 무뎌지고 있었던 것이다.

‘……원거리 공격이 그렇게 센데. 근접 전투마저 날 가지고 놀 정도라고?’

마신의 힘이 이렇게 간단하게 막혀 버리다니.

젠킨스의 표정이 점차 절망 그 자체로 변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레온은 끝까지 자비가 없었다.

무표정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검격을 연이어 쏟아 내고 있었다.

“크윽!”

다 큰 어른이 어린 아이를 괴롭히는 듯한 형세였다.

젠킨스의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연이어 생겨나고 있었다.

한데 그 상황 속에서 레온은 속으로 한 가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건 바로.

‘왜 이리 시시하지?’

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상대는 거대 길드의 간부이지 않던가.

이건 쉬워도 너무 쉽지 않은가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둘 사이에는 하늘과 땅 같은 격차가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레전드리 직업은 숙련이 되면 될수록 범접할 수 없는 차이의 힘을 발휘하였던 데다가.

현금을 처발라 최고급 템이라고 전신에 두른 젠킨스의 아이템들의 수준은 레온의 발끝에도 못 미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으으…….”

그러던 그때, 젠킨스가 침음을 흘리며 뒤로 몸을 날리며 거리를 벌렸다.

‘이, 이건 안 돼. 일단은 도망가서 길드장님께서 말을 드려야……!’

이어 그는 겁에 질린 모습으로 도망을 가기 위해 제 몸을 틀었다.

슈와아아!

하지만 그가 발을 떼는 것보다 이어진 레온의 동작이 더 빨랐다.

끝내기로 마음먹은 레온이 이미 거태도 위에 풀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하고 있었다.

지이이잉!

투콰아아아!

레온이 번개와 같은 속도로 횡으로 검을 휘두르자, 엄청난 길이와 두께의 풀 오러 블레이드가 그대로 젠킨스를 집어삼켰다.

“……!”

그러자 젠킨스는 단말마의 비명도 내지 못하고 사지의 감각을 잃어 갔다.

그러던 그때, 그제야 소환 의식을 마친 타일러가 밝은 얼굴로 레온에게 시선을 돌리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됐다! 넌 이제 끝이……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말을 마치지 못했다.

그의 눈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버린 젠킨스의 모습이 들어왔던 것이다.

“히익!”

그를 바라보며 히죽 웃고 있는 레온의 모습에 타일러는 신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 * *

잠시 후.

모든 싸움이 레온의 승리로 끝이 나자, 레온의 눈앞에 놀라운 내용을 담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나하르의 영주, ‘젠킨스’와 ‘타일러’를 처치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나하르 영지의 소유권이 ‘페가수스·코르부스’ 길드에서 ‘아슬란’ 길드로 변경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나하르의 영주가 되었습니다.

‘좋았어!’

자신이 영주가 되었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 레온이 쾌재를 불렀다.

앞서 다투었던 전투가 정식 길드전으로 인정이 되며, 두 영주를 처치한 레온이 나하르 영지의 정식 소유권자가 된 것이었다.

잔뜩 흥분해 날뛰던 레온은 이내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워워, 릴렉스하자고. ……아직 갈 길이 머니까 말이지.’

그러는 그의 머릿속으로 일전에 자신의 길드원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르고 있었다.

‘먼저 중부 전선에 가 있어. 난 점령당한 동쪽의 영지들을 모두 수복하고 합류할게.’

‘뭐?’

‘미쳤어, 오빠?’

‘그, 그게 가능해요?’

그랬다. 나하르 영지는 시작에 불과했다.

레온은 단신의 몸으로 동쪽의 영지들을 모두 되찾으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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