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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66화 (266/332)

# 266

심연의 호수의 주변에는 짙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시야를 완전히 가릴 정도였다.

앞서 담당관이 괜찮다고 호언장담한 것치고는 상당히 위험한 지형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자신의 말을 따라 필드 곳곳에 뿔뿔이 흩어지고 있는 길드원들을 보는 교육 담당관, 란돌의 표정에는 조금의 걱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들이 다 지켜 주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란돌이 그럴 수 있는 원인은 하나였다.

그는 물론 함께 온 기존 길드원들의 실력을 자신하기 때문이었다.

‘여기 수준의 몬스터들은 눈 감고도 해치울 수 있는 실력들인데. 무슨 일이 있으려고.’

그들이 데리고 온 신규 길드원들의 평균 레벨은 100대 초반이었지만.

교육 담당 길드원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150을 상회했다.

그렇게나 레벨 차이가 났으니, 란돌이 이 사냥터를 우습게 볼 만도 했던 것이다.

그때 란돌이 부하들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너무 멀리 나가서 대열을 이탈하지 않게끔 주의시켰으니, 우리도 좀 쉬자고.”

그러자 모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신규 길드원들의 뒤치다꺼리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는데, 듣던 중에 반가운 소리였다.

란돌의 말이 끝나자 각자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피곤에 지친 몸을 쉬기 시작했다.

신규 길드원 교육만큼 날로 먹기 좋은 것이 없었다.

요새 가뜩이나 코르부스 놈들과의 신경전으로 젠킨스가 민감해진 나머지 계속해서 자신들을 갈구는 통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는데, 오늘 그것을 풀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란돌은 콧노래까지 흥얼거릴 지경이었다.

어느새 그들에게 이곳은 사냥터라기보다는 쉼터 같은 느낌이 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저, 란돌 님?”

‘으응?’

란돌은 당돌하게 자신들의 전쟁에 참전했다는 서부 지역 길드의 전투 영상을 살피고 있다가.

갑작스레 자신을 부르는 부관의 목소리에 놀라하며 그와 눈을 마주쳤다.

‘뭐지?’

한데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란돌이 질문을 건넸다.

“무슨 일이야? 문제라도 생겼나?”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부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지?’

그는 영문을 몰라 의아할 따름이었다.

란돌이 얼른 말해 보라고 재촉했다.

“빨리 말해 봐.”

그러자 부관이 말을 이었다.

“신규 길드원들 정보 창을 한번 봐 주십시오.”

‘정보 창?’

그의 말을 들은 란돌이 시야의 우측 상단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시스템 창이 하나 떠올라 있었는데.

그 안에는 지금 함께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든 길드원들의 정보가 간단히 적혀 있었다.

이름과 레벨. 그리고 현재 위치가 적혀져 있었다.

‘어?’

그런데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었다.

그중 한 가지가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았다.

“……뭐야, 이놈들 지금 다 어디에 있는 거야?”

신규 길드원들의 위치가 어느새 죄다 물음표로 다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란돌은 짜증이 팍 솟구쳤다.

‘젠장, 그렇게 멀리 나가지 말라니까. 이 돈 많은 것들은 말을 꼭 안 들어요.’

앞서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자신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은 것이다.

혈압이 오른 란돌이 뒷목을 주무르며 명령을 하달했다.

“휴, 네가 직접 전부 데리고 탐색하러 가. 신입들이 죽기라도 하면 이곳까지 데리고 온 게 전부 헛수고가 되니까.”

“네, 알겠습니다. 가자!”

란돌의 말이 끝나자, 부관이 열댓 명의 교육 담당 길드원들을 전부 데리고 안개 속으로 깊숙이 이동해 갔다.

그렇게 그들을 보낸 후, 란돌은 고민에 휩싸였다.

‘끄응, 이거 상부에 연락을 해야 하나……?’

조금의 이상 징후라도 다 보고를 하라는 젠킨스의 명이 있었지만.

그는 굳이 연락을 해야 할까 싶었다.

이런 소식이 들어가면 자신의 평판에 좋을 것이 없었다.

교육 하나 똑바로 못하는 놈으로 찍힐 것이 뻔하지 않은가.

‘그래, 아직 아무런 피해도 안 발생했는데 뭐.’

란돌은 그렇게 생각하며 연락을 보내지 않은 채, 부관을 계속하여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나도 부관은 돌아오지 않았다.

‘망할-!’

그제야 란돌이 그 뒤를 쫓았다.

한데 그러던 그때였다.

삐이!

삐이!

란돌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경보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길드원, ‘보난’이 ‘?’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당하였습니다.

-길드원, ‘보난’이 ‘?’에게 사망하였습니다.

-(……중략……)

그건 바로, 탐색을 보낸 이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사망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뭐야?’

란돌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가볍게 생각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망 메시지는 한두 개로 끝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으아아아!

앞쪽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안 되겠어!’

파바밧!

심각성을 파악한 란돌이 맹격돌진 스킬을 사용해 소음의 근원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해 갔다.

‘마, 말도 안 돼.’

그러자 잠시 후, 그는 처참하기 짝이 없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부 다 죽었잖아.’

자신이 보냈던 모든 길드원들이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엇일까.

이 사냥터에 이들을 전부 쓰러뜨릴 수 있을 만한 고레벨 몬스터가 숨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암살자를 자신들에게 보낸 것일까?

수많은 의문이 머리에 떠올랐다.

채챙!

란돌이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 주위를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뭐가 됐든 베어 버리면 그만!’

전투태세를 갖춘 그에게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음산한 소음이 귓전에 울려 퍼졌다.

딸랑.

딸랑.

란돌의 표정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종소리?’

이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잠시나마 종소리에 한눈이 팔려 있던 그때.

촤아아아!

솨아아!

갑작스레 잠잠하던 호수 속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란돌에게 쇄도했다.

란돌은 최대한 빠르게 그 물체를 향해 온 힘을 불어 넣은 검을 연속으로 휘둘렀다.

‘으윽!’

까강!

깡!

하지만 그는 순간적으로 손에 저린 나머지 쥐고 있던 검을 놓칠 뻔했다.

강철과 강철이 맞부딪친 여파가 손을 타고 흐른 것이다.

이어진 다음 순간.

란돌이 드디어 자신의 검과 격돌한 물체가 무엇인지 확인을 했다.

스릉.

‘……강철 촉수?’

그건 바로 강철로 이루어진 촉수였다.

이런 구조를 지닌 몬스터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안 그는 어떻게 전투를 치러야 할지 전혀 짐작이 가지를 않았다.

‘일단 거리를 벌-!’

그는 빠르게 거리를 벌려 지구전으로 끌고 가려 했지만.

촤아아아!

“크억!”

등 뒤에서 갑자기 파고드는 또 하나의 강철 촉수를 피해 내지 못했다.

‘빠, 빠져나가야 해!’

촉수는 순식간에 그의 몸을 휘감았다.

그는 발버둥을 쳤지만, 빠져나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드득!

꽈드득!

저항을 하면 할수록 강철의 촉수는 그의 몸을 박살을 낼 기세로 조여져 왔다.

시야가 붉게 점멸하고 있었다.

체력이 위험 수치까지 도달했음을 경고해 주는 것이었다.

철컹.

순간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이 땅바닥으로 볼품없이 떨어졌다.

슈아아아!

그제야 그가 상대하던 몬스터가 호수에서 육중한 전신을 모두 드러내었다.

‘……이런 놈이 왜 여기에 있어!’

흐려지는 의식 사이로 은빛으로 빛나는 강철의 거대 오징어를 보던 란돌은 그대로 회색빛의 시체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란돌이 사망하고 난 후.

언제 치열한 전투가 있었냐는 듯, 호수에는 평화로운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강철의 촉수를 내뿜던 몬스터는 나타났을 때처럼,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우우웅!

슈아아아!

거센 진동음과 함께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불현듯 반으로 갈라지더니.

“으아아! 뭐야, 바깥인가?”

“타, 탈출했다!”

“판테라에서 대탈출을 찍을 줄이야……!”

그 속에서 행방불명되었던 신입 길드원 유저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들 모두는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이내 희열의 감정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뛸 듯이 기뻐할 만도 해 보였다.

난데없이 결계 같은 공간에 감금이 되더니.

어떤 짓을 해도 풀려나지가 않다가.

이렇게 기적적으로 풀려나게 된 것이었으니까 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들뜬 기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히익!”

“뭐, 뭐야 이거!”

팔짝팔짝 뛰던 자신들의 발아래에 자신들을 교육하던 페가수스 담당관과 기존 길드원들이 모두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신규 길드원들이 넋이 나간 채, 서로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아는 사람은 누구도 없어보였다.

곧이어 제정신을 차린 이들이 하나둘씩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 일단 얼른 여기를 빠져나가죠.”

“조, 좋은 생각이십니다.”

“……난 페가수스 안 할래.”

그러고 난 후, 그들 모두는 뒤도 안 돌아보고 필드를 벗어나 영지로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먼 곳에서 바라보는 한 인물이 있었다.

그는 피식, 하는 웃음과 함께 말을 꺼냈다.

“자식들, 도망 한번 찰지게 치네.”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레온이었다.

“후훗,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연금술사, 케인이 모습을 드러내어 있었다.

“후훗, 레온 님. 저것들 마몬의 힘을 받았다더니 별것도 아닌데요?”

그런데 케인은 무슨 이유에선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이 녀석은 정말 얼마나 굴려야 정신을 차리려나…….’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레온이 한숨을 푹 내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빌려준 힘으로 상대를 쓰러뜨려 놓고는 그 뽕에 취해 있었던 것이었다.

[사악한 최면의 핸드벨]

분류 : 액세서리

등급 : 영웅

내구도 : 45,000 / 45,000

착용 제한 : 레벨 140

옵션 :

-착용 시, 소환수 ‘개조형 크라켄’ 소환 가능

-마력 +43,000

장착 시, 연금술의 정수와 대장장이의 기술을 이용하여 재창조된 개조형 크라켄을 소환할 수 있다.

핸드벨을 흔들면 나는 기묘한 음률로 개조형 크라켄을 조종할 수 있다.

그리고 레온이 케인에게 빌려준 힘이란 뒷치기 3인조에게서 빼앗았던 ‘사악한 최면의 핸드벨’이었다.

한데 무언가 그가 처음 얻었을 때와는 아이템의 설명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봉인되어 있던 ‘세뇌된 크라켄’에 연금술 스킬과 대장장이 스킬을 사용하여 개조를 시도했고, 그것이 성공하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업그레이드가 된 ‘개조형 크라켄’은 앞서 보았듯.

페가수스의 중간 정도의 구성원들이라면, 간단히 찜 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핸드벨을 딸랑이며 크라켄 뽕 맛에 취해 있는 케인을 바라보며 레온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곤 속으로 생각했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너무 꼴 보기가 싫네.’

한데 그의 말처럼 이 진행 과정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영웅 등급의 아이템을 NPC에게 빌려준다니.

평상시라면 절대로 레온이 허락하지 않았을 행동이지 않던가.

사실 이 모든 것은 현재 레온이 처한 상황 때문에 촉발이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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