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
단언컨대 마신 퀘스트는 레온에게 최악의 선택이 될 뻔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마신의 명령을 거역할 수가 없다니.
하마터면 교황의 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을 터였다.
인장으로 마신의 대장장이를 만들어 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그러던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에 레온이 모즈구스를 바라보던 눈을 살짝 게슴츠레하게 떴다.
‘……잠깐만. 생각해 보니, 이 자식 머리 굴린 것 보소?’
모즈구스가 그에게 사도가 되기를 제안했던 것이 전혀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일단 사도가 되고 나면, 자신들의 뜻대로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제안을 했던 것이었다.
다시금 표정 관리를 시작하며 레온은 차갑게 식은 마음으로 속으로 생각했다.
‘흥, 조금만 기다려라. 네놈이 준 이 힘으로 네 목을 끊어 줄 테니.’
레온이 자신을 향해 살의를 품고 있다는 것은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모즈구스가 레온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마몬님의 기운이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것을 보니, 성공적으로 사도가 된 것 같군요.”
처척.
그에 레온이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으며 충직한 신하를 흉내 내며 대답했다.
“이 모든 힘을 오로지 마몬교만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레온을 바라보며, 모즈구스가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후후, 괜한 걱정을 했어. 이렇게 멍청한 녀석인데 말이야. 클라리우의 목을 딸 패로는 알맞겠군.’
레온을 완전히 자신의 체스 말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 레온은 아직까지도 눈앞에서 갱신되고 있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몰래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을 향한 천신 나이샤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마신의 사도들을 처치하라’ 퀘스트의 일부분을 해결하여 보상을 획득합니다.
-보상으로 명성 100,000이 상승합니다.
-보상으로 고유 천신 스킬, ‘새크리파이스’를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을 살피던 레온이 쾌재를 불렀다.
‘오오, 천신 스킬?’
처음 보는 종류의 스킬을 획득하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은 몰래 손가락으로 스킬의 상세 설명 창을 띄워 보았다.
그러곤 이내 자신의 동공을 커다랗게 떴다.
‘……이건?’
[새크리파이스]
사랑의 천신 나이샤에게 자신의 목숨을 바쳐, 기적을 불러일으킵니다.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여, 사망한 동료들을 부활시킵니다.
(최대 5인에게 시전 가능.)
-스킬의 대상이 되는 유저는 사망한 지 10분 이내여야 합니다.
-회생한 유저는 사망한 지점에서 본래 체력과 마력의 100% 상태로 부활합니다.
-스킬을 사용한 당사자는 스킬이 완료되면, 즉시 사망 상태가 됩니다.
(레벨 다운의 사망 페널티는 적용받지 않습니다.
(재접속 시간 지연 페널티는 적용받습니다.)
그가 그렇게 놀랄 만도 했다.
‘광역 부활 스킬이라고? 이런 게 있었어?’
여태껏 판테라에서 여러 명을 단체로 부활시킬 수 있는 스킬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최초로 발견을 해낸 것이었다.
하지만 새크리파이스 스킬은 치명적인 단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상대방을 살리는 데에 필요한 것이 자신의 목숨이었던 것이다.
레벨 다운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재접속 지연 페널티는 그대로 있었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온은 전혀 실망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 이 스킬을 그거랑 연계해서 쓰면……!’
순간 그의 머릿속에 그 단점을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는 사용 전략이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난 후, 레온은 마지막 보상을 확인하였다.
그건 바로.
-보상으로 200 스텟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무려 200에 달하는 스텟 포인트였다.
순간 레온의 기억 속에 처음 천신에게서 스텟 포인트를 받았을 때가 스쳐 지나갔다.
‘마신의 힘을 정화한 보상으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밖에 없군요.’
‘괜찮습니다! 이게 최곱니다! 더 주세요!’
처음 여신에게 천신 퀘스트의 부분 보상을 받았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스텟 포인트를 이렇게나 많이 주다니 말이다.
분명히 판테라에서 추가 스텟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였다.
레벨업과 퀘스트, 수련관, 반복 행동 등등이 있었다.
물론 레온은 여태껏 그 모든 것을 빠짐없이 수행하며 얻을 수 있는 추가 포인트를 모조리 쓸어 담았다.
하지만 그중에 단시간에 이렇게 대량의 스텟을 얻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레온의 기쁨과 전율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흐흐, 빼앗을 수 있는 사도 직업은 아직 네 개가 더 남았어. 그렇다는 건……!’
200의 네 배.
즉 800의 스텟 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지 않은가.
레온은 다른 이들과는 격이 다른 성장세를 이루어 내고 있었다.
그로부터 모즈구스는 한참 동안을 마몬의 위대함에 대해 떠들어 댔다.
‘으으, 말 더럽게 많네. 이제 간다고 할까.’
그러다가 레온에게서 지루함에 지쳐 하품이 새어 나오려고 할 때쯤.
“자, 그럼 이제 자네와 힘을 합칠 다른 사도들에 대해 말을 해 주도록 하지요.”
그는 레온의 잠을 싹 달아나게 하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다른 사도들이라면 소환술사와 몽크인가.’
자신과 기사단장이 가지고 있는 직업을 제외하면 그 두 가지였다.
레온이 귀를 쫑긋 세웠다.
“두 사람은 현재 각기 다른 국가에 침투하여 마몬님의 명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들 또한 자네처럼 이계인들이지요. 자, 그들의 이름은 …….”
이어진 다음 순간, 모즈구스의 입에서 두 사도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띠링.
띠링.
그리고 그와 동시에 레온의 시야 오른편 귀퉁이에 사도들의 정보가 새겨진 시스템 창 하나가 새롭게 나타났다.
유저의 이름과 어떤 직업의 사도인지.
그리고 어떤 왕국에 침투했는지가 적혀 있었다.
한데 그것을 바라보는 레온의 표정이 오묘했다.
‘이거 정말이야? ……과 ……이 사도라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름을 밝힌 두 사람은 익히 들어 본 유명인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넘어왔다고 생각해서일까.
모즈구스는 중요 정보들을 술술 알려 주고 있었다.
물론 레온은 그것들을 감사히 받아먹고 있었고 말이다.
그러던 그때, 다음으로 이어지던 모즈구스의 말을 레온이 단박에 끊었다.
“자, 그럼 두 사도들에게도 자네에 대해 알려 주어야겠-.”
“모즈구스 님!”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은 상대에 대해 모두 알아냈지만, 그들은 자신에 대해 모르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으응? 왜 그러시는 거죠?”
모즈구스가 당황한 얼굴로 레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레온이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부탁드리건대 저의 정체는 아직 그들에게는 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즈구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꺼냈다.
“으응? 그들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지 않나요?”
걔네들을 내가 다 죽일 건데. 도움은 무슨.
레온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의 정체는 비밀리에 감추어져 있어야 객관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교단의 배신자가 아니라는 증거는 또 없으니까요.”
사도들 또한 암살대에 소속되어 있을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는 레온의 말에 그제야 모즈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확실히 사안이 사안인 만큼, 그들이 포섭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되는 것이 맞긴 하죠. 알겠습니다.”
“네, 그럼 저는 암살대에 돌아가겠습니다. 정보가 수집되는 즉시 연락을 하겠습니다.”
레온의 말과 함께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모즈구스와 함께 레온은 제단에서 벗어나 문 바깥으로 다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은 모즈구스 몰래 뒤돌아 제단 위에 덩그러니 놓인 망치를 훔쳐보았다.
그러곤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흐윽, 조금만 기다려라. 커티스의 스승을 구하러 오는 날, 너도 함께 구출해 줄게.’
레온은 모즈구스의 뒤를 쫓으며 이곳까지 오는 이동 경로를 머릿속에 새겨 넣고 있었다.
* * *
비밀 공간에서 신전으로 올라오자마자, 레온은 마몬교 신관들에게 내쫓기듯 밖으로 내몰렸다.
그러고 난 후.
‘자, 이제 한 곳은 해결했고. 남은 곳에 곧바로 가 볼까!’
레온은 곧바로 성큼성큼 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연하게도 그가 향한 곳은 수도에 마련되어 있는 기사단 건물이었다.
기사단장을 만나 모즈구스에게 한 것처럼, 똑같이 거짓말로 속여 넘겨야 했다.
“고생 많았네.”
오랜만에 본 기사단장, 클라리우는 여전했다.
레온은 혀를 내두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인간이 아닌 것 같은 강함이야. 아, 인간은 확실히 아니긴 하지.’
전신에서 괴물 같은 엄청난 기운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놈은 쉬지도 않고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레온은 곧바로 자신이 유스웰에서 이룬 업적에 대해 간단히 브리핑을 끝낸 후.
‘자, 시작해 볼까.’
모즈구스에게 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클라리우에게 거짓말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교황파에서 황제파를 살해하기 위한 암살대를 조직했으며, 자신을 그들을 이끄는 수장으로 삼았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신전에서와 동일한 진행이었다.
하지만 딱 하나 달랐던 것은.
스르릉!
“……네놈. 들어올 때부터 사도의 기운을 펄펄 풍기더니, 배신을 한 까닭이었나.”
당장에라도 목을 베려 창을 빼어 드는 클라리우의 태도였다.
‘이 자식, 왜 이리 다혈질이야.’
순간 레온의 등 뒤로 식은땀 한 줄기가 주르륵 흘렀다.
이곳은 적의 본진이었다.
싸움이 일어난다면, 절대 이길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장님. 그가 배신을 했다면 제 발로 이곳에 왔겠습니까.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레온을 천거한 2병단장 나이저가 레온을 감싸며 말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쌓은 높은 친밀도 덕분에 하나의 고비를 넘기게 된 레온이었다.
‘이 아저씨, 고맙네. 나중에 고통 없이 보내 줄게요.’
순간 레온은 마음속으로 나이저에게 잔혹한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아무튼 그렇게 잠깐이나마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레온은 필사의 화술로 그들을 속여 내는 데 성공했다.
“그들 속에 숨어 감히 황제 폐하의 안위를 위협하는 쓰레기들을 알아내라.”
이윽고 클라리우 또한 레온에게 모즈구스와 같은 명령을 하달했다.
-퀘스트, ‘믿기 시작하는 순간 속기 시작하는 것’의 내용이 새롭게 갱신됩니다.
그러자 암살대를 이용하는 퀘스트 내용이 갱신됨을 알려 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로써 황제파와 교황파의 중요 인물들을 맘대로 암살하고, 그들을 내부지란으로 이끌 계책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후후, 그리고 더불어서 내가 전쟁에 나가도 될 시간적 여유 또한 얻었고 말이지.’
기사단 건물을 빠져나온 레온은 곧바로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해 갔다.
그러곤 이내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숨겼다.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브룩이 알려 준 연락처가 이거였지?’
레온이 한 사람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