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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59화 (259/332)

# 259

모즈구스의 말에 레온은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데 그럴 수밖에 없어 보였다.

상대가 자신이 예상의 범주를 한참 벗어난 제안을 불쑥 건네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그 제안을 다시금 떠올렸다.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이 자식, 나한테 지금 사도가 되라고 한 거야?’

몇 번을 되새겨 보아도 모즈구스가 자신에게 한 말은 똑같았다.

-리온 님, 마몬님의 사도가 되어 보는 것이 어떠신가요?

그는 자신에게 마신의 사도가 되는 것을 제안하고 있었다.

이 제안이 레온의 마음을 뒤흔드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신의 대장장이와 마신의 검투사.

이미 레온은 사도의 힘을 두 개나 지니고 있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레온이 의심스러운 속내를 숨기며 모즈구스를 조용히 살폈다.

‘……나를 떠보는 건가?’

그러나 모즈구스에게 특별히 느껴지는 반응은 없었다.

오히려 레온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약간의 기대감이 차올라 있었다.

그때, 모즈구스의 말이 이어졌다.

“허허, 보아하니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란 모양이군요. 하지만 급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말을 끝마친 그는 성큼성큼 문 안쪽으로 걸음을 옮겨 갔다.

그러자 레온 또한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 뒤를 따랐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굳게 닫혀있던 거대한 문이 열리자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예상했던 봉헌금고의 모습이 아니었다.

순간 레온이 탄성을 흘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후우, 이것들을 보면 안 믿을 수도 없군.’

그의 눈길에 닿은 곳에는 일곱 개의 제단이 갖추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7인의 사도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우우웅!

스아아!

그러던 그때, 모즈구스와 레온이 발을 들이자 격한 진동음과 함께 엄청난 마기가 분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근원지는 일곱 개의 제단 중 두 개의 제단이었다.

레온의 동공이 그 두 개의 제단을 살피고는 이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저건……!’

마기를 뿜어내는 두 개의 제단 위에는 텅 비어 있는 다른 제단과 달리 아이템이 하나씩 위에 놓여 있었다.

두건과 망치였다.

레온의 시선은 그중 망치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한눈에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저 망치! 저거 분명히 마신의 대장장이의 직업 아이템이야!’

라는 것이었다.

인장을 사용하여 직업을 창조하느라 얻지 못했던 사도 전용 아이템이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에게서 숨길 수 없는 탐욕의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모즈구스는 흐뭇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레온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자신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던 그때, 레온이 그런 모즈구스를 알아차리고는 아차하며 평정을 되찾았다.

‘이러면 안 되지, 일단 진정하자. 릴렉스. 캄 다운.’

그리고 잠시 뒤, 완전히 진정이 되고 나자 모즈구스에게 슬며시 질문을 건네었다.

“이 제단들은 대체 무엇입니까? 그리고 사도라니요?”

그러자 모즈구스가 어깨를 피며 한껏 당당한 자세로 대답을 해 주었다.

“허허, 리온 님도 마몬교도라면 과거 마몬님의 명을 받들어 대륙 전체를 이교도들의 피로 물들였던 7인의 사도들을 잘 아실 텐데요.”

“……설마 정말로 그 전설 속의 존재들을 말하시는 겁니까?”

놀란 척 완벽하게 연기를 하여 넘겼다.

이때 레온은 자신이 사도라는 사실을 밝힐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이 이미 사도의 힘을 지니고 있음을 말하면 친밀도를 얻기보다 오히려 어떻게 얻었냐는 의심을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내가 미쳤냐. 이미 있다고 하면 안 줄 것 아냐.’

다른 사도의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레온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놀란 리액션을 펼치자 모즈구스가 설명을 이어 갔다.

“이 제단은 사도들의 힘을 완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마몬님의 신물들을 모셔 놓은 공간입니다.”

‘예쓰!’

모즈구스의 설명을 듣고는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레온의 예상대로 제단 위에 놓인 아이템들이 전용 아이템이 맞았던 탓이었다.

그때, 모즈구스가 레온을 살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한데 왜 제단에 신물이 두 가지 밖에 없는지 궁금하겠군.”

그는 다섯 개의 제단이 텅 비어 있는 것이 레온의 궁금증을 자극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이미 왜 자리에 없는지 알고 있었다.

‘내가 두 개. 기사단장이 두 개. 흠, 나머지 두 개는 사도로 뽑힌 다른 유저가 가지고 있겠군.’

그러나 자신이 정보를 다 안다고 광고할 필요가 없었기에, 레온은 조용히 모즈구스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자 알았던 정보들은 확실해지고, 몰랐던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모즈구스가 이야기해 준 7인의 사도의 구성은 이러했다.

대장장이, 검투사, 마창사, 성기사, 소환술사, 프리스트, 몽크.

이 중 대장장이와 검투사는 레온의 손에.

마창사와 성기사는 기사단장에게.

소환술사와 몽크는 다른 유저에게 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레온은 머릿속에 기사단장이 지닌 직업들을 각인시켜 놓으며, 예상치 않은 수확을 했다며 기뻐하였다.

‘좋아, 성기사와 마창사라. 상대의 직업을 아는 것과 모르는 건 천지차이! 확실히 방비할 수 있겠어!’

한데 그때였다.

설명이 이어지는 와중에 갑작스레 모즈구스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뿌득.

그러곤 이어 소리 나게 이를 갈은 모즈구스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원래 사도를 임명하는 일은 우리 교단이 전적으로 가지고 있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선대 교황께서 자비를 베풀어 황제에게 성기사의 신물을 하나 양보해 주었지요. 하지만……!”

순간 모즈구스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그 망할 기사단장 놈이 감히 다른 사도들을 은밀히 공격하여 힘을 빼앗은 것입니다. 이미 그의 손에 쓰러진 사도만 두 명입니다. 이미 세 개나 되는 사도의 힘을 독식하고 있는 것이죠.”

그때 레온은 모즈구스의 말을 들으며,

‘완전히 헛다리짚고 있네, 이 친구.’

그가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클라리우는 두 개의 직업밖에는 없을 터였다.

마신의 검투사는 자신이 빼앗은 것이었으니까 말이었다.

하나 지금 상황에서 그런 모즈구스의 오해를 친절히 풀어 줄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이용을 해도 모자랄 판이지.’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레온이 펄펄 뛰며 흥분한 모습을 모즈구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런 참혹한 일이……! 이건 도저히 과시하고 넘어갈 수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태도에 모즈구스가 흡족해하는 모습을 한번 살피고는 레온이 말을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사도가 되면 상대의 힘을 빼앗을 수 있는 모양인 듯한데……. 네, 좋습니다. 결심했습니다! 모즈구스 님! 제가 사도가 되어 클라리우에게 빼앗긴 사도의 힘들을 온전히 교단에게 돌려 드리겠습니다!”

레온의 말이 끝나자 모즈구스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오오, 그래 주시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얼른 사도의 힘을 제게 주십시오.”

‘빨리 내놔!’

레온이 의지를 표명하자 모즈구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단의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곤 이내 레온을 향해 손짓을 하였다.

그에 레온은 거칠게 뛰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제단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남은 두 개의 신물 중 한 가지를 선택하십시오. 그러면 그 신물에 깃들어 있는 사도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대망의 선택의 순간이 다가와 있었다.

‘뭘 선택하는 것이 좋으려나.’

레온은 모즈구스의 말이 끝나자, 두건과 망치를 연이어 살펴보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남은 직업군으로 보았을 때.

망치는 대장장이이고, 두건은 프리스트이리라.

한데 그렇게 고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레온은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직업이 확실해졌다.

‘그래,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스윽.

순간 레온이 한 가지 신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호오, 그것을 택하였는가. 의외의 선택이로군.”

그러자 모즈구스가 탄성을 내며 말을 꺼냈다.

그가 그런 말을 할 만도 했다.

레온은 계속하여 눈독을 들이던 망치가 아닌 두건을 집어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한 까닭은 간단했다.

‘쩝, 망치가 너무 아깝지만 이미 대장장이는 획득해 놓은 직업. 여신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도의 직업을 얻어야 해.’

망치를 택할 경우, 신물을 얻는 것밖에는 그에게 이득이 없었다.

여신 퀘스트가 갱신이 되지 않을뿐더러.

만일 망치를 얻었음에도 사도로 전직이 되지 않을 시, 모즈구스의 의심까지도 받을 위험이 있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촤아아아!

스어어어!

‘읏!’

레온의 손길이 닿은 두건에서 엄청난 검은 빛줄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제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내 레온의 마음 속 한구석에 작은 걱정이 피어올랐다.

‘헉, 이거 혹시 인장 탓에 직업을 못 얻는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생각해 보니 그가 검투사 사도의 직업을 얻은 것은 상대를 쓰러뜨리고였지, 이렇게 신물을 통해 얻은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다행히도 그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띠링.

띠링.

곧이어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연달아 떠오르고 있었다.

-히든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마신 퀘스트, ‘마신의 사도로써 대륙을 혼란에 빠뜨려라Ⅰ’을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직업, ‘마신의 사도, 마신의 프리스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마신의 사도로서 대륙을 혼란에 빠뜨려라Ⅰ]

당신은 모즈구스의 도움을 받아 마신의 사도가 되었다.

온몸에서 전에 없던 사악한 힘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껴지고 있다.

그러나 큰 힘에는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다.

이제 당신은 마신, 마몬의 명령을 절대로 거역할 수 없게 되었다.

마몬의 명령에 따라 대륙에 혼란을 야기하라.

퀘스트 난이도 : SSSSSS

퀘스트 조건 : 마신의 사도

퀘스트 보상 : 자신이 속한 영지에 마신의 축복 부여, 암흑성국의 백작 작위, 악명 100,000, 알 수 없음

걱정과는 달리 새로운 사도의 직업을 얻은 레온은 처음에는 만족해했다.

하지만 이내 퀘스트 내용을 자세히 살펴 보고 난 그는 묘한 얼굴을 띠고 있었다.

‘……마신의 사도. 이거 완전 빛 좋은 개살구잖아.’

그는 사도라는 직업에 대해 완전히 다시 보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마몬의 명령을 절대로 거역할 수 없게 되다니. 최악인데?’

아무리 강한 직업을 준다고 하더라도, 유저의 자유로운 의지가 억압되는 상황이 펼쳐진다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레온은 자신에게 그런 상황이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여유가 넘쳐 보였다.

……그리고 레온을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은,

‘후후, 물론 나는 논외지만.’

-여신의 힘으로 마신 퀘스트의 강제 발동이 저지됩니다.

-마신 퀘스트가 자동으로 무효화됩니다.

-여신 퀘스트 ‘마신의 사도들을 처치하라’의 일부를 해결하였습니다.

뒤이어 눈앞에 떠오른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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