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8
레온을 바라보는 모즈구스의 눈이 샐쭉해졌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자신들을 처치하려는 암살 부대의 수장이 되는 제안을 수락하였다니.
‘……이자가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인가.’
슈아아.
모즈구스가 갈무리했던 마기를 다시금 개방하였다.
그러자 레온은 순식간에 짐승의 아가리에 들어가 있는 듯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모골이 송연해져 왔다.
한마디만 잘못 나오더라도 당장에 목이 날아갈 기세였다.
하지만 레온은 조금도 겁을 집어먹고 있지 않아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짐작하기 어려운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털썩.
레온이 땅바닥에 소리가 날 정도로 세차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곤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패악한 무리에 들어가게 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이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조금 다른 레온의 대답에 모즈구스의 눈빛에 이채가 떠올랐다.
‘변절한 것이 아닌 건가?’
모즈구스가 말없이 지그시 레온을 쳐다보았다.
이야기를 더 들어 보겠다는 의도가 전해지고 있었다.
그러자 레온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어 나갔다.
“휴, 정말 암살대라는 말을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습니다. 감히 마몬님을 향해 검을 뽑으려 들다니 말입니다. ……하지만 최대한 분노를 억누르며 그들의 말을 듣다 보니, 그들이 이 암살대를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약간 뜸을 들이다가, 레온이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그는 행동과 말투에 절절한 신앙심이 느껴지도록 연기했다.
일순간 레온이 마몬교의 광신도로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마몬님이 왜 저를 모즈구스 님과 만나게 했는지 말입니다! 그건 바로 저를 암살대에 잠입시켜 이들의 계략을 무너뜨리게 하기 위함인 것입니다! 오오, 마몬이시여!”
‘아!’
그제야 모즈구스는 레온이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알아차렸다.
자신이 말했던 내부 첩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모즈구스는 레온이 완전히 달리 보이고 있었다.
사실 그는 레온에 대해 지니고 있는 믿음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교황파에 큰 피해를 끼쳤던 레온을 쉽사리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가 레온을 회유하였던 이유 또한 차후 황제파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인재를 빼내 온다는 것이 가장 컸지, 잠입 스파이를 시키며 정보를 빼내 올 것은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레온이 ‘교황파 암살대’라는 이토록 커다란 정보를 물어 온 데다가, 들키는 순간 바로 목이 날아갈 역할을 자처해서 수행한다고 하니 달리 보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그동안 이자를 잘못 보았던 것 같군.’
분노로 일그러져 있던 모즈구스의 얼굴이 서서히 평온하게 변화해 갔다.
그러면서 모즈구스는 레온에게 미안한 감정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마몬을 위해 순교자가 될 각오를 하고 있는 자를 오해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난리를 피우고 있던 자신의 기운을 가라앉혔다.
그러곤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는 레온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꺼냈다.
“정말 놀라운 결심이군요. 역시 저는 리온 님이 마몬님을 위해 이런 큰 역할을 하리라 예상했었습니다.”
‘예스!’
그러자 레온이 속으로 만족해했다.
모즈구스가 완전히 속아 넘어가 있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발톱을 숨기고 웅크리고 있다가 때가 오면, 그들을 제가 직접 처단하고 말 것입니다!”
이어 레온이 말을 끝마친 그때.
띠링.
띠링.
레온의 귓전에 기계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곧이어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한 레온의 표정이 확연히 밝아지고 있었다.
-히든 퀘스트의 창조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믿기 시작하는 순간, 속기 시작하는 것’을 획득하였습니다.
레온이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후후, 계획대로 척척 되어가고 있구먼.’
게임 플레이의 자유도를 추구하는 판테라는 개발사가 만들어놓은 퀘스트뿐만 아니라, 유저의 행동에 따라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퀘스트가 창조될 수 있었다.
레온은 그 점을 노렸고, 완벽히 성공한 결과물이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믿기 시작하는 순간 속기 시작하는 것]
당신은 기지를 발휘해 종교재판관 모즈구스를 거짓된 정보로 속이는 데에 완벽히 성공하였다.
그는 당신이 만들어 낸 허구의 암살대에 대해 분노를 쏟아 내었다.
그러곤 당신이 조직의 상세한 정보를 알아내기를 원하고 있다.
이제 당신은 만들어 낸 허구의 암살대를 이용하여, 교황파의 인물들을 처치함과 동시에.
황제파의 무고한 인물을 암살대의 소속인 것처럼 누명을 씌워 모즈구스가 처치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끝까지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한 모든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들키는 순간.
교황청이 지닌 모든 병력의 창끝이 당신을 향할 테니까.
퀘스트 난이도 : SSSS
퀘스트 목표 :
1. 암살 목표 대상(자세히 보기)
2. 누명 목표 대상(자세히 보기)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는 암살을 할 대상과 누명을 씌울 대상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 단락을 바라보던 레온이 머리를 바쁘게 굴렸다.
‘……암살 대상은 그냥 죽여 버리면 될 것 같은데, 누명은 어떻게 씌운다.’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결론은 빠르게 도출되었다.
때마침 모즈구스가 레온에게 질문을 건네 왔다,
“……그래, 그 암살대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혹시 아시는지요?”
그의 목소리에 진득한 살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모즈구스는 당장에라도 자신이 암살대의 구성원들을 죄다 처치해 버리고 싶은 심산인 듯했다.
레온이 혀를 내두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놈, 어지간히도 다혈질이네.’
그러곤 미리 생각해 둔 레온의 대답이 이어졌다.
“아닙니다, 구성원들 모두가 철저히 비밀리에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든 대원들은 이름이 아닌 숫자로만 불립니다.”
청산유수처럼 레온의 입에서 거짓말이 쏟아졌다.
그에 모즈구스는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으며 대답했다.
“흥! 간특한 쥐새끼들 같으니, 제법 머리를 굴렸군요.”
잔뜩 흥분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레온이 슬며시 말을 덧붙였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알아내겠습니다. 그리고 알아차리는 족족 그 명단을 넘겨 드리겠습니다.”
간지러운 곳을 긁어 주는 레온의 말에 모즈구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는 레온을 일으켜 세우며 말을 꺼냈다.
“호오, 정말 그렇게 해 줄 수 있겠나요?”
레온은 말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모즈구스가 웃음소리를 내며 말을 꺼냈다.
“허허, 정말 리온 님을 얻은 것이 저희 교단의 축복입니다.”
“아닙니다, 저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할 뿐입니다.”
레온의 대답들이 마음에 쏙 든 모양인지, 메시지들이 연이어 떠오르고 있었다.
-모즈구스의 친밀도가 상승하였습니다.
-모즈구스의 친밀도가 상승하였습니다.
-모즈구스와의 관계가 ‘신뢰할 수 있는 수하’로 변화하였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수하로 관계가 격상된 이후, 레온이 슬며시 모즈구스를 살폈다.
그러자 은연중에 항상 의심을 깔고 있던 그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던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쯤에서 말을 꺼내 볼까.’
그때 레온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한데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목소리와 태도가 사뭇 진지하자 모즈구스가 의아해하며 대답했다.
“으응? 무엇인가요?”
그러자 레온이 살짝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다름이 아니라, 선별된 암살대 전체가 모집이 되어 처음 합을 맞추게 되는 당분간은 불가피하게 연락이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레온은 블루 아이즈의 길드전에 참여하며, 발생되는 자신의 공백을 무마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다.
레온의 말에 모즈구스는 신음성을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주억이고는 대답을 건넸다.
“흠, 알겠습니다. 잠입 초기에 그렇게 시간이 소비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요.”
‘예스.’
순간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럼 혹시 다시 연락이 재개되는 데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지?”
레온의 귀에 모즈구스의 그 말은 길드전에 얼마나 시간이 소모될 것 같으냐는 것으로 들리고 있었다.
그러자 레온이 살며시 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꺼냈다.
“아마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 뒤로 두 사람 간에 수많은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거의 대부분이 영양가가 없는 것들이었다.
마몬에 대해 칭송하는 모즈구스의 지루한 일장연설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물론 레온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흥미로운 척 연기를 하였지만.
속으로는.
‘아 더럽게 말 많네. 이제 슬슬 나가서 기사단장한테 사기를 칠 차례인데.’
라고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데 그렇게 레온이 지루하게 지나고 있는 시간을 아까워하고 있던 그때.
갑작스레 모즈구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꺼냈다.
“자, 그럼 가 볼까요?”
순간적으로 대화의 흐름을 놓쳤던 레온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이내 티내지 않으며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한 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는 신전의 지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 거지?’
이동해 가면서 모즈구스는 은밀히 숨겨져 있던 비밀 통로들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레온은 그가 이 신전 안에 숨겨진 심상치 않은 곳으로 데려가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레온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마몬교 신전 내부에 있다고 알려진 ‘봉헌금고’였다.
자발적 혹은 강제적으로 신도들과 이교도들에게서 빼앗은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는 곳이었다.
혹여나 그곳에 데려가, 임무를 수행하는 데 쓰라고 아이템이라도 하나 고르게 해 줄지 모른다는 기대가 떠오른 것이었다.
‘뭐 좋은 거라도 주게? 준다면 거절은 안 하마.’
속으로 연신 ‘마몬교 충성충성!’을 외치는 레온이었다.
처척.
잠시 후, 이윽고 모즈구스의 발걸음이 한 곳에 멈춰 있었다.
레온의 눈앞에 두 개의 거대한 문이 나타나 있었다.
순간 레온이 눈을 반짝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안에 봉헌금고가 있는 건가!’
때마침 모즈구스의 말이 이어졌다.
“리온 님의 실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사단의 중추에 들어가는 위험천만한 일을 버티려면 수중에 ‘특별한 힘’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별한 힘이라는 모즈구스의 말이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고 있었다.
스윽.
모즈구스가 문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드드드드!
두두두두!
굉음을 내며 거대한 두 문이 활짝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내부의 모습이 보이게 되자.
이어진 모즈구스의 제안은 레온이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레온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화되어 있었다.
모즈구스의 제안은 바로.
“리온 님, 마몬님의 사도가 되어 보는 것이 어떠신가요?”
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