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57화 (257/332)

# 257

슈웅!

빛줄기와 함께 레온이 유스웰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레온은 길드원들과의 대화를 끝낸 이후, 곧장 판테라에 접속을 하였던 것이다.

‘자, 이제 시작이군!’

눈을 뜨자마자 레온은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사흘이라는 시간은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었다.

시간 내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레온은 곧장 유스웰의 시장을 만나기 위해 이동을 하였다.

레온이 그를 만나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최대한 빨리 수속을 마치고 얼른 수도로 떠나야 해!’

그가 다급해 보이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레온은 이미 모즈구스와 접촉을 이룸으로써, 유스웰에서 얻을 것은 모두 얻은 상태.

이제 다음 단계를 진행하기 위해 수도로 이동을 하여야 했던 것이다.

걸음을 재촉한 레온은 곧이어 시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자신이 찾아온 목적을 전달했다.

이제 수도로 떠난다는 레온의 말에 시장은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휴, 곧 이런 날이 찾아오리라 생각은 했습니다만, 너무 아쉽군요, 리온 님.”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는 레온에게 아부를 떨어 댔다.

어느새 완전히 레온의 수족이 되어 버린 시장이었다.

레온은 그가 떠난 이후에도 아스라한산맥 터널과 보석 채광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시장에게 한 가지 경고를 전했다.

두 곳에서 나오는 이득이 현재의 수치를 밑도는 순간 자신이 몸소 찾아와 상응하는 엄벌을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보댕이 레온의 손에 죽었다는 소문을 익히 알고 있는 시장은 그 말에 벌벌 떨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군.’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은 조금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레온은 수도로 올라가 기사단장을 만나게 되면, 이 녀석을 후임 담당관으로 임명해 달라고 할 작정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가 컨트롤하기에 딱 좋게 심성이 유약하기 짝이 없기도 했거니와, 지닌 능력도 변변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이 담당관으로 있으면 터널 안에 숨어 있는 다크 드워프들이 걸릴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레온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시장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한데 그때, 시장이 꺼낸 마지막 이야기가 그의 귓전에 들려왔다.

“그럼 이제 신전으로 가셔서 수도로 이동하시면 되겠군요.”

레온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레온이 곧바로 시장에게 질문을 건넸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자 시장이 놀라운 물건이 신전에 있음을 알려 주었다.

그건 바로.

“네? 신전 안에 수도로 갈 수 있는 포탈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사용하셔서 가실 생각이 아니셨습니까?”

수도로 한 방에 직통으로 갈 수 있는 순간 이동 포탈이었다.

판테라에서 순간 이동 포탈은 퀘스트가 아닌 이상 굉장히 제한적으로 존재했다.

한데 그것이 타이밍 좋게 이곳에 존재하다니.

‘호오, 좋아!’

레온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 현재 레온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기 때문이었다.

유스웰은 암흑성국의 최남단에 있는 도시이지 않던가.

수도로 이동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이 상당할 터였다.

분명 포탈이라면 소모될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을 터였다.

그 후, 레온은 곧바로 유스웰의 신전으로 이동했다.

며칠 전이었으면 보댕 탓에 감히 포탈을 사용하겠다는 말을 꺼낼 엄두도 낼 수 없었을 테지만.

“……물론입니다, 저를 따라 오시죠. 포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보댕은 이미 자신의 손에 죽고 없지 않은가.

레온을 대하는 신관들의 태도는 정반대로 달라져 있었다.

레온이 조금만 수틀리면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앗아 간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겁에 잔뜩 질린 채, 레온을 포탈로 데려갔다.

‘진짜 있잖아?’

이윽고 레온은 신관의 안내에 따라, 지하에 위치한 순간 이동 포탈 앞에 도착하였다.

레온의 입꼬리가 절로 말려 올라갔다.

‘좋아, 첫걸음부터 착착 풀리는구먼.’

처척!

곧이어 레온이 성큼성큼 포탈 안으로 이동해 들어갔다.

슈웅!

그러자 칠흑의 빛기둥과 함께 그의 신형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흐음.’

그리고 잠시 후, 레온이 감았던 눈을 뜨자 새로운 공간이 눈에 비치고 있었다.

유스웰의 신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을 지닌 신전이 모습을 드러내어 있었다.

‘여기가 바로……!’

그러자 레온은 한눈에 이곳이 암흑성국의 수도, ‘아마이몬’에 위치한 마몬교의 본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스푸틴과 모즈구스.

언젠가 그가 상대해야 하는 주적의 근거지에 발을 디딘 순간이었다.

처척.

레온이 포탈에서 한 발 앞으로 나오자, 수백의 신관들이 양쪽에 줄을 서고 도열해 있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온은 살짝 놀랐지만 애써 티내지 않은 척하려 노력하였다.

그러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은밀히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이거 설마 함정은 아니겠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차오르던 그때.

그를 확인하고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한 신관이 다가와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이 포탈은 오로지 마몬교의 신관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성한 것. 어떻게 사용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둘러 신전에서 나가 주시죠.”

그의 태도에 완벽히 적대감이 드러나고 있었다.

물론 레온은 모즈구스와 손을 잡았지만, 교황과 모즈구스 두 사람 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쩝, 이게 스파이의 고충인가.’

“거참, 닳는 것도 아닌데 깐깐하게 구는구먼. 내가 더러워서 나간다, 나가.”

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물론 그러면서 내부의 전경을 눈에 샅샅이 담았다.

‘이게 웬 떡이냐.’

이렇게 신전의 깊숙한 곳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생각지 않은 행운이었다.

그는 이곳에 있다는 비밀 예배당에서 암스트롱을 구출해야 하지 않던가.

내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던 것이다.

우웅!

그러던 그때, 레온의 품속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사방의 눈치를 살피며 살짝 확인해 보자 일전에 커티스가 주었던 ‘생사의 수정구’가 진동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쪽인가.’

순간 레온이 신전의 한 곳을 눈에 담았다.

생사의 수정구는 암스트롱이 가까이 있을수록 안에 담긴 불꽃의 힘이 강해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레온을 그것을 활용해 암스트롱이 있는 비밀 예배당의 위치를 확인해 낸 것이었다.

어느새 레온은 출구에 거의 가까워져 있었다.

그러자 레온이 입맛을 다시며 속으로 생각했다.

‘쩝, 그건 그렇고 이대로 나갈 수는 없는데……. 이거 모즈구스를 어떻게 만나야 되지?’

그랬다. 연락 수단을 지니고 있는 기사단장과는 달리 모즈구스와는 그런 것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순간.

“멈추시오!”

뒤편에서 레온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온이 고개를 돌리자 음험해 보이는 신관 하나가 다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그가 걸음을 멈추자, 다가온 신관이 레온이 듣고 싶던 말을 건넸다.

“……허억, 헉, 모즈구스 님이 찾으십니다.”

* * *

모즈구스의 방은 상당히 화려했다.

온갖 사치품이 즐비해 있었다.

신관의 거처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레온은 그 물건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역시 이자도 장난이 아니야.’

다름이 아니라, 방 안에서 모즈구스와 기 싸움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안내를 받아 들어오자마자 모즈구스는 마몬의 기운을 끌어 올려 레온을 압박해 들어갔다.

주변의 보는 눈을 의식한 것이리라.

그에 레온은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둘의 기운이 그렇게 맞부딪치자.

“크윽.”

“윽!”

신음성을 흘리는 것은 주변의 신관들이었다.

스으윽.

차아악.

이윽고 기운이 모두 가라앉았다.

“모두 물러가거라.”

그러자 모즈구스가 방 안에 있는 다른 모든 신관들에게 방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온전히 둘만이 남자 모즈구스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레온에게 살갑게 말을 건네 왔다.

“보는 눈이 많았던지라,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먼저 앞서 기운을 흘렸던 것을 사과하고 나섰다.

‘흥, 한 번 더 시험해 본 거면서 말은 청산유수구먼.’

속으로는 콧방귀를 끼었지만, 겉으로는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냈다.

“제가 이해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전 주인의 명을 받드는 수하일 뿐입니다.”

이제 자신을 주인이라 칭하는 레온의 태도에 모즈구스는 크게 만족한 모습이었다.

“허허, 그건 그렇고 생각보다 빠르게 오셨군요.”

이어진 모즈구스의 말에 레온이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겠군.’

“네, 급히 전해 드릴 기사단의 소식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그러곤 신중하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레온의 말에 모즈구스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호오, 설마 벌써 정보를 알아낸 것이 있는 겁니까?”

스파이로 임명한 지 단 하루 만에 정보를 찾아냈다는 레온의 말이 놀라울 따름이었던 것이다.

다음 순간, 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일순간 모즈구스의 눈빛이 뱀의 그것처럼 변화하였다가, 이내 평범하게 돌아왔다.

평범한 유저라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짧은 찰나였지만, 레온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섬뜩함을 뒤로하고, 레온은 말을 이어 나갔다.

“지난 밤, 모즈구스 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난 후 기사단장이 직접 연락을 전해 왔습니다. 저에게 제안을 할 것이 있다고 하더군요.”

“……제안?”

레온의 말에 모즈구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네, 그런데 그 내용이 차마 입에 담기도 불경한 것이었습니다.”

레온이 일부러 뜸을 들여 가며 말을 끌자, 몸이 달은 모즈구스가 그를 재촉했다.

“어서 말해 보게.”

그러자 레온이 이윽고 놀라운 내용을 입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기사단 내에서 교황청을 습격할 비밀 병력을 만들 계략을 꾸미고 있습니다.”

레온의 말이 끝나자 모즈구스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한데 그럴 만도 하였다.

교황파와 황제파의 권력 다툼은 언제나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한쪽을 말살하기 위해 칼을 뽑으려 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즈구스의 얼굴을 살피며 레온은.

‘속은 것 같은데?’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기사단 쪽에서 그런 소식을 전해 온 일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은 레온이 지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모즈구스가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거짓 정보를 통해, 이득을 얻어 내려는 수법이었던 것이다.

빠득.

모즈구스가 소리가 나게 이를 갈았다.

그러곤 핏줄이 선 눈으로 레온을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계속하게.”

레온이 청산유수처럼 거짓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기사단은 모종의 장소에 비밀 암살대를 만들어 놓고 훈련시킨 후, 교황청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암살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레온은 약간 뜸을 아꼈다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저를 그 암살대의 수장으로 삼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레온의 말에 모즈구스가 진득한 살기를 흩뿌리며, 지그시 그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거절하였겠지?’ 하는 심정을 담은 눈빛이었다.

그러나 레온의 대답은 모즈구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전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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