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55화 (255/332)

# 255

모즈구스의 제안은 레온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마 교황청에서도 잠입 스파이를 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레온의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모즈구스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허허, 물론 부담일 거라는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리온 님이야말로 이 일에 딱 맞는 적임자이기에 제안을 해 보는 것입니다.

레온이 이 일의 적임자라는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현재 레온은 흑암 기사단과 황제파 내의 신인 중 가장 눈에 띠는 활약을 보여 준 인물이었다.

앞길에 탄탄대로가 펼쳐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데 그런 자가 사실은 교황청의 첩자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리라.

레온은 철저히 표정 관리를 하며 조용히 말을 아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이중 스파이가 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생각하는 것이었다.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조금만 생각해도 금방 결론이 도출될 일이었다.

레온이 말려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힘겹게 참아 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완전 개 땡큐인데?’

이렇게 말이다.

이중 스파이가 되는 것은 레온에게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였다.

‘이러면 양쪽에서 동시에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잖아!’

사실 레온은 이중 스파이를 제안받기 전까지, 살짝 걱정을 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교황청에 잠입 스파이가 되어 들어가서 분란을 일으키게 되면, 교황청의 힘은 줄어들겠지만 반대로 황제파와 기사단의 힘은 커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경쟁 중인 두 세력 중 한쪽의 세력이 약화되면, 다른 한쪽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던가.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였다.

‘후후, 이거 알아서 판을 깔아 주는구먼.’

한데 이렇게 이중 스파이가 된다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맘대로 두 세력 모두 엉망이 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막중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니 말이었다.

순간 레온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교황파와 황제파의 갈등을 심화시켜서 그들끼리 자중지란을 일으킬 수 있다면……. 여신 퀘스트의 성공도 그리 먼 일이 아니겠어.’

여신 퀘스트의 성공이란, 암흑성국의 멸망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레온은 당장이라도 퀘스트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살짝 떠볼까?’

하지만 모즈구스의 간을 봐 보기 위해, 이내 얼굴에 살짝 힘들다는 기색을 표출했다.

그러곤 신음성을 흘리며 말을 꺼냈다.

“끄응, 쉬운 임무는 아니군요. 과연 제가 해낼 수 있을지…….”

레온이 거절하는 투로 말하자, 당황한 모즈구스가 말을 건넸다.

-걱정 마십시오. 리온 님이라면 충분히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레온은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일부러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자 몸이 달은 모즈구스가 마지막 당근을 건네 왔다.

-이 일은 교황 성하께서 직접 이야기를 꺼내신 일. 위험성만큼 대우와 보상은 확실히 보증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음만 먹어 주십시오.

레온의 눈이 빛났다.

‘좋아, 바로 그거지.’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을 잘 아는구먼.

레온은 기다리던 말이 떨어지자.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시는데, 신하된 입장에서 거절만 할 수는 없는 일. 최선을 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돌변하며 말을 꺼냈다.

-오오, 역시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제가 잘못 본 것이 아니군요.

띠링.

띠링.

그렇게 레온이 승낙을 함과 동시에 귓전에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곤 곧이어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 ‘흑암 기사단에 스파이로 침투하라’를 획득하였습니다.

-동일한 보직을 획득하여, 보직 ‘잠입 스파이’가 세분화됩니다.

-히든 칭호, ‘첩자왕’을 획득하였습니다.

‘오호, 히든 칭호.’

생각지 않은 히든 칭호에 화색이 감도는 얼굴로 레온은 새롭게 획득한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흑암 기사단에 스파이로 침투하라 / 임무 / 연계]

교황 라스푸틴과 종교재판관 모즈구스는 당신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키메라를 처치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더불어 뛰어난 지략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당신을 영입에 성공할 시, 특별한 임무를 맡기기로 결정하였다.

그건 바로 기사단에 잠입시키는 일이었다.

황제파의 촉망받는 인재인 당신을 스파이로 잠입시킨다면, 어느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당신은 이제 모즈구스와 라스푸틴만이 존재 여부를 아는 비밀 요원이 되었다.

지금부터 흑암 기사단 내에서 암약하며, 내려올 임무를 조속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

행동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혹여라도 들킬 경우 곧바로 목숨을 빼앗길 테니.

퀘스트 난이도 : SSSS

퀘스트 보상 : 라스푸틴의 친밀도 상승, 모즈구스의 친밀도 상승, 선택한 아이템에 마신의 축복 영구 부여, 최상급 신성 무구 1종, 영지 부여, 작위 부여, 명성 200,000, 알 수 없음

퀘스트 정보를 살피던 레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보상이 진짜 역대급인데?’

퀘스트의 보상 목록이 엄청났던 것이다.

대우와 보상을 확실히 하겠다던 모즈구스의 말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선택한 아이템에 마신의 축복 부여에 최상급 신성 무구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인데.

영지와 작위까지 준다고 적혀 있었다.

‘……영지면 암흑성국 내의 영토를 준다는 거겠지?’

여태껏 암흑성국 내에 자신의 영지를 지닌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자신이 최초의 업적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와, 잠깐이지만 흑암 기사단이고 뭐고 진심으로 교황파가 될 뻔했네.’

레온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제정신을 차리려 노력하고 있던 그때.

-후후, 그럼 다음 만남은 성도에서 뵙기로 하지요.

모즈구스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레온이 대답했다.

“네. 이곳에서의 일도 거의 마무리 지은 단계이니, 빠른 시일 내에 올라가서 찾아뵙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피핏-.

모즈구스의 말이 끝남과 교신이 끊어졌다.

핏빛으로 떠올라 있던 거울의 형상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침묵이 감도는 방 안에서 레온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맙다. 알차게 쏙쏙 빼먹고 버려 줄게.’

슈웅!

그 생각을 끝으로 자신의 목표를 100% 이상 이룬 레온이 현실로 로그아웃하고 있었다.

* * *

지잉-.

로그아웃을 하고 캡슐에서 나온 유호는 밖으로 나와 크게 기지개를 켰다.

“끄응.”

온몸이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신음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이게 얼마 만에 나온 거더라?’

최근에 터널 공사에 전념하는 동안 최소한만 자던 잠을 더욱 줄였던 것이다.

탈이 안 난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다.

“흐아아암.”

그 사실을 깨닫자, 입에서 하품이 계속해서 나왔다.

하지만 유호는 침대에 눕지 않았다.

사실 원래의 계획은 나오자마자, 잠에 들 생각이었지만.

“쩝, 왜 이리 밝아.”

잠을 자기에는 방 안이 너무 밝았다.

게임 속은 깜깜한 밤이었으나, 현실은 오후 1시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현실의 시간과 게임의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의 집에는 암막 커튼도 없고, 안대도 없었다.

유호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한동안 그는 이내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그래, 어차피 잠도 안 오는 거…….’

그렇게 생각하며 유호는 빠르게 채비를 한 뒤, 곧장 집 밖으로 나왔다.

그러곤 그의 자취방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건물로 향했다.

“흠, 여기라 했던 것 같은데.”

그곳은 바로 동석이 사는 자취방이었다.

하도 연락이 되지 않으니, 집으로 찾아와 본 것이었다.

이동하는 내내 유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한테 연락 안 받는다고 뭐라 할 때는 언제고. 적반하장이구먼.’라고 말이었다.

하지만 내심 친구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이런 경우가 한 번도 없었던 탓이었다.

‘일단 만나 보면 무슨 일인지 알겠지.’

그렇게 그는 기억을 더듬어 한 집의 문 앞에 멈추어 섰다.

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집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유호가 고개를 갸웃하였다.

‘없나?’

그가 한 번 더 초인종을 누르자.

“……누구세요?”

잠시 후,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힘이 없었지만, 분명한 동석의 목소리였다.

유호가 말을 꺼냈다.

“열어, 나야.”

“……유호냐?”

철컹.

끼익.

문이 열렸다.

“헉!”

한데 동석의 모습을 확인하자, 유호는 깜짝 놀란 반응을 만들어 냈다.

‘얘 상태가 왜 이래?’

문을 열자 드러난 동석의 모습이 피곤에 찌든 폐인 그 자체였던 것이다.

물론 유호도 마찬가지였지만, 동석은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몇날 며칠을 아예 잠을 못 잔 것 같은데.’

그러던 그때 동석이 유호에게 말을 건넸다.

“……들어와라.”

아무래도 무슨 일 때문인지 들어 보아야 될 것 같았다.

유호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방 안은 난장판이었다.

‘참 나, 이게 뭔 거지 소굴이야.’

청소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고, 먹었던 음식들의 흔적이 잔뜩 쌓여 있었다.

유호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동석에게 말을 꺼냈다.

“야, 무슨 일이야.”

그러자 동석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꺼냈다.

“……별일 아니야.”

유호가 콧방귀를 끼며 말을 이었다.

“별일 아니긴, 얼굴이 완전히 맛탱이가 갔구먼. 너 지금 노숙자 고릴라 같은 거 알아?”

동석이 레온의 말에 피식 웃어 보였다.

그러자 유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없이 웃지만 말고, 말을 해 봐. 혹시 예전에 말했던 이전 길드랑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유호의 말에 움찔하던 동석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유호가 예상했던 대로 이전 길드와 관련된 문제인 듯했다.

“빨리 말해 봐.”

계속된 유호의 추궁에 동석이 닫혀 있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레온이 암흑투기장에서의 일로 바쁠 무렵.

갑작스레 브룩에게 이전에 소속되어 있던 길드 ‘블루 아이즈’에서 연락이 왔다.

그와 친분이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들의 부탁은 한결같았다.

염치없지만 자신들을 좀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들이 다른 길드로 간 브룩에게까지 손을 뻗는 것이 이해가 가는 이유가 있었다.

함께 4중이라 불렸던 아랑칼 길드가 흑풍회 길드에 흡수당한 뒤.

남은 세 길드 페가수스, 블루 아이즈, 코르부스는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블루 아이즈 길드는 뒤통수를 맞았다.

페가수스 길드와 코르부스 길드가 몰래 연합을 맺고 그들의 영지들을 습격한 것이다.

선전포고도 없는 급습이었다.

세 길드 중 블루 아이즈 길드가 소속된 유저의 실력과 세력이 가장 우위에 있었지만, 두 세력이 힘을 합치니 밀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버티고는 있지만 계속 해서 갉아먹히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브룩은 고민을 계속하다가 결국 용병으로 참전을 결정했다.

그들이 처한 상황 자체도 화가 나기도 했거니와, 한때나마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위기에 처했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론 아슬란 길드에 피해를 입힐 수는 없었기에, 영지의 일도 병행하면서 진행했다.

유호는 그 말을 듣자마자, 혀를 찼다.

그러곤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가능하겠냐, 멍청아.’

이제야 그가 이렇게 폐인 꼴이 된 것이 모두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한 길드를 운영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용병으로 참전하는 것까지 계속되었으니.

몸이 두 개라도 벅찼으리라.

“휴, 너한테 미안해서 말을 안 하고 있었어.”

순간 동석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꺼냈다.

‘흐음, 이걸 어쩐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유호의 표정은 여러 생각이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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