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
-음냐.
드디어 파크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멍한 얼굴로 눈만 깜빡이던 파크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오와!
파크의 눈빛에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13세 정도의 아이 정도까지, 덩치가 확연히 커진 자신의 모습이 놀라운 것이었다.
파크는 바뀐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읏.
그런데 웬일인지, 파크의 웃고 있던 인상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흐흐흐.”
레온이 헤벌쭉한 얼굴을 한 채, 음흉하기 짝이 없는 웃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던 탓이었다.
순간 파크가 질색하는 톤으로 말을 꺼냈다.
-……주인, 이상하게 웃는다. 그렇게 웃지 마라, 징그럽다.
그러자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레온이 머쓱함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쩝, 징그러울 것까지야.’
입맛을 다시던 레온이 파크에게 말을 건네었다.
“어째 기분이 좀 좋아진 것 같네?”
레온의 말처럼 한껏 분위기를 잡고 있던 이전의 모습과 달리 파크는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헤헤, 맞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녀석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레온은 파크에게 궁금한 점을 차근차근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 질문은 ‘바르바토스의 탐욕’을 사용하여 흡수한 정령에 대한 것이었다.
“저 근데 파크야. 방금 흡수한 대지의 정령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런데 레온의 ‘흡수’라는 표현을 들은 파크가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표출하였다.
-바보 주인! 흡수가 아니다! 원래대로 회복시켜 주려고 나랑 같이 있는 거다! 지금도 나랑 같이 있다!
‘호오, 같이 있다고?’
대답을 들은 레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스킬의 설명에는 분명히 흡수라고 되어 있었지만, 키메라에서 봉인을 해제시키는 것은 약간 다른 케이스로 분류가 되는 것인가 보았다.
레온은 파크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을 건넸다.
“아, 그래? 미안, 몰랐네.”
그러자 파크가 볼을 부풀렸던 것을 풀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다시 얼굴에 지어 보였다.
-헤헤, 친구가 생긴 좋은 날이니. 특별히 봐주도록 하겠다. 엣헴.
‘그럼 이제…….’
이어 레온이 가장 궁금했던 것을 질문을 건네기로 하였다.
그건 바로.
“그건 그렇고 파크야, 아까 정령이 널 보고 영계의 파수꾼이라 불렀잖아. 그거 무슨 말이야?”
정령이 파크를 칭했던 ‘영계의 파수꾼’이라는 호칭에 대한 것이었다.
수수께끼 같은 파크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맞다! 내가 바로 영계의 파수꾼이다!
레온의 말에 파크가 힘이 넘치게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답답함에 레온이 한 번 더 물었다.
-엣헴, 영계의 파수꾼이 뭐냐면 말이다!
“……뭐냐면?”
-에…….
“응?”
-……헤헤, 모르겠다. 또 까먹었다. 그게 뭐였지?
실실 웃으며 말하는 파크의 태도에 레온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후 레온은 계속하여 잘 생각해 보라며 채근했지만, 파크는 끝내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쩝, 일시적으로 기억이 돌아왔던 거군.’
안타깝게도 기억이 완전히 돌아온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쉽게 아쉬운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이내 레온은 작은 단서라도 찾은 것에 만족을 하자 생각하며 제 마음을 추슬렀다.
“그럼 이제 좀 쉬어, 파크야.”
-알았다, 주인아~.
슈웅.
그러고 나자 레온은 파크를 다시 되돌려보냈다.
더 이상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유스웰로 돌아갈 채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후후, 상급 정령과 헥스 테크 건틀릿. 좋았어, 이곳에 와서 새로운 직업의 소재가 될 것들을 많이 얻었군!’
그러던 와중에 레온은 이곳에 와서 얻은 성과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깨닫자 입꼬리가 절로 말려 올라갔다.
“흠, 그럼 이제 진짜 돌아가 볼…….”
한데 그때였다.
‘어라?’
나서기에 앞서 몸을 풀던 레온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의 시선이 닿아 있는 것은 아까 전에 해체를 시도하였던 키메라의 시체였다.
그 시체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겨나 있었다.
레온이 성큼성큼 걸어가 다시금 시체를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그러곤 놀란 반응을 숨기지 못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뭐지? 반투명했던 것이 사라졌잖아?’
그랬다.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면과 벽면이 훤히 들여다보이던 키메라의 몸이 어느새 일반 몬스터의 그것처럼 변화하여 있었던 것이었다.
‘아!’
그러던 그때, 레온이 변화의 이유를 알아차리고는 탄성을 내뱉었다.
‘정령이 빠져나가면서 이렇게 된 거구나!’
깃들어 있던 상급 정령을 파크가 회수하며, 정령의 성질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렇다는 말은!’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처척.
그가 곧장 다시금 웜 히드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곤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해체.”
띠링.
띠링.
그러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레온의 귓전에 동일한 효과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곧이어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의 내용은 이전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해체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스피릿츄얼 웜 히드라’를 해체합니다.
‘예스!’
레온이 쾌재를 불렀다.
해체 스킬이 지정이 되지 않던 이전과 달리 정령이 빠져 나간 뒤의 웜 히드라의 시체는 해체가 정상적으로 지정이 되었다.
처처척!
처척!
그리고 곧이어 레온의 눈앞에 해체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꿀꺽.
긴장감에 레온이 목구멍으로 침을 삼켰다.
곧이어 나온 해체의 결과는.
-해체를 성공하였습니다.
-‘혼종의 뼛조각’을 추출하였습니다.
-해체를 성공하였습니다.
-‘키메라의 코어’를 추출하였습니다.
“됐다!”
완벽한 성공이었다.
레온은 자리에서 펄쩍펄쩍 뒤며 기뻐하였다.
이제는 키메라를 기반으로 제작하는 스켈레톤까지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자! 그럼 봐 보실까!’
레온이 미소를 만개한 채 획득한 재료들을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혼종(混鐘)의 뼛조각]
부위 : ?
등급 : ?
능력치 : ?
연구 가능 여부 : 불가
교황청이 제작한 키메라에서 추출해 낸 뼛조각.
전혀 다른 두 개체의 형질이 하나로 뒤섞여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마몬의 마기가 뼈를 오염시킨 탓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스켈레톤 제작의 재료로 사용할 수 없을 듯하다.
[키메라의 코어]
분류 : ?
등급 : ?
키메라의 몸에서 나온 정체를 알 수 없는 파편
정보를 모두 확인한 레온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화하여 있었다.
‘끄응, 이건 또 뭐야.’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키메라의 코어는 설명에서조차 전혀 쓰임새를 짐작할 수 없었을뿐더러, 혼종의 뼛조각은 연구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바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쩝, 뼛조각이 나오는 걸 보면 키메라로 스켈레톤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건가…….’
안타까운 것은 그 방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를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띠링.
띠링.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생각지 않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건 바로.
-히든 퀘스트 획득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그가 새로운 히든 퀘스트의 획득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 * *
그리고 이튿날.
유스웰.
보댕이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순식간에 도시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이번 2차 지진에 매몰되어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모두는 알고 있었다.
보댕을 죽인 것은 지진이 아닌 새로온 담당관이라는 것을 말이었다.
주민들은 이로 인해 신전과 담당관 간에 싸움이 격화되지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의외로 당한 신전 쪽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하였다.
사람들은 알 수 없었지만, 그 이유는 간단하였다.
제 발이 저렸던 것이었다.
그들로서는 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것도 모자라, 보댕을 죽이기까지 한 실력자인 레온이 어떠한 증거를 지니고 있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하고만 있었던 것이었다.
증거를 빌미로 삼아 협박을 한다면, 교황파가 상당한 곤란을 겪을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도 레온 측에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교황청은 의아할 따름이었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레온은 다른 일에 집중을 하였다.
방해꾼들이 설쳐 대지 않게 되자, 터널 공사의 속도를 더욱 채찍질한 것이었다.
다크 드워프들의 잠을 재우지 않고 일을 시킨다는 악명을 또다시 얻으며 2주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 작업 과정 속에서 레온은 다크 드워프들을 모두 죽은 것으로 위장하는 데 성공했다.
상당한 희생이었지만 목적을 이루었기에, 황제는 아무런 질책도 하지 않았다.
레온은 동굴 안에 만들어 놓았던 공동의 크기를 더욱 넓혀 새로운 마을을 만들고 그곳에 드워프들을 이주시켰다.
물론 그로 인해, 터널에 들어온 이들에게 텅 빈 터널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괴담이 퍼졌지만,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일반 주민들을 동원하여 터널을 뚫은 일주일 후.
투콰아앙-!
드디어 레온은 터널의 마지막 벽을 뚫고, 터널을 완공시킬 수 있었다.
터널이 그렇게 완공되자 황실에서는 난리가 났다.
교역 도시에서 교황청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완전히 사라지며, 막대한 황실 재산이 불어나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이 레온의 활약을 무척이나 크게 생각한다는 사실은 황제의 친서가 도착한 것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친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암흑성국 황제 친서]
(……중략……)
190년간 지지부진하던 공사를 완공시킨 그대의 업적은 몇 번을 칭찬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이런 업적을 이룬 신하에게 상을 내리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일 터.
고민 끝에 짐이 명하노니, 새로이 만들어진 이곳 터널을 그대의 이름을 딴 ‘리온터널’이라 칭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레온이 뚫은 터널의 이름은 그의 가명을 딴 리온터널이 되었다.
친서를 받을 때, 유스웰의 시장을 비롯한 레온의 곁에 있던 이들은 난리법석을 피웠지만, 정작 레온은 코딱지만큼도 감흥이 없었다.
‘뭐야, 이름 지어 주고 끝이야? 이 좀팽이가! 돈으로 주란 말이야, 돈으로!’
꼴랑 작명으로 끝을 내려는 쪼잔하기 그지없는 황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별 포상이 없는 것에 짜증이 나기는 했지만, 사실 레온은 황제에게서 돈을 받지 않더라도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왜냐하면 다크 드워프들을 이용한 비밀 채광 작업으로 인해, 보석 갱도에서 채굴되는 것의 서너 배가 넘는 재료와 보석들이 매일매일 공동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들을 팔기 시작하는 날부터, 레온은 단언컨대 1인 중소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으하하하! 내가 바로 광산왕이다!’
그 순간, 레온이 눈앞에 펼쳐진 자신의 황금빛 인생을 상상하며 기쁨의 포효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