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1
보댕을 처치하고 난 후, 레온은 곧바로 키메라의 시체를 향해 몸을 돌렸다.
띠링.
띠링.
그러던 와중에 레온의 귓전에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연계 퀘스트 획득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퀘스트, ‘커티스의 스승 암스트롱을 구출하라’의 내용이 변경됩니다.
앞서 보댕에게 전해 들은 정보들로 인해 퀘스트가 변경되는 모양이었다.
레온은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 내용을 가볍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커티스의 스승, 암스트롱을 구출하라 2 / 연계]
모즈구스의 심복이라 불리는 종교재판관 보댕을 제압하고 협박을 한 당신은 중요한 여러 정보를 획득하는 데 성공하였다.
교황청이 정령의 힘을 지닌 키메라를 양산하려 하고 있다는 것과, 그 작업을 가능케 한 인물이 다름 아닌 세뇌를 시킨 커티스의 스승 암스트롱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당신은 한시라도 빨리 암흑성국의 수도, ‘아마이몬’에 있는 비밀 예배당에 잠입하여, 세뇌당한 암스트롱을 구출하여야 한다.
엠브리오 호문클루스 제작의 단서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양산된 스피릿츄얼 키메라에 의해 전 대륙이 겁화에 휩싸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지하 뇌옥보다 교황의 심처가 목숨을 잃기에는 더욱 쉬운 곳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SSSS
퀘스트 보상 : 엠브리오 호문클루스의 제작 단서, 명성 200,000, 데빌즈 네스트 일원의 절대적 충성, 알 수 없음
역시나 지하 뇌옥에서 비밀 예배당으로 잠입하여 암스트롱을 구출하라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어 레온이 무언가를 확인하고는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칫, 역시 난이도가 상승했잖아.’
분명히 5S였던 퀘스트 난이도가 6S로 변하여 있었다.
예상은 하였지만, 막상 닥치고 나니 짜증이 밀려왔다.
‘휴우, 안 되겠다. 얼른 기분 전환이나 하러 가야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레온이 그렇게 멘탈을 관리하며 키메라의 시체를 향해 다시 다가갔다.
수많았던 머리를 모두 잃고 휑해진 키메라의 거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미용사가 누군지 헤어 커트 한번 깔끔하게 해 줬다고 생각하던 레온은 뭔가를 확인하고는 눈에 이채를 떠올렸다.
‘쩝, 녀석. 아직도 저러고 있네?’
그의 시야에 파크의 모습이 담기고 있었다.
키메라의 시체 위 허공에 조용히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아까보다는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예의 칠흑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진정이 되면 알아서 돌아가겠지?’
그에 레온은 잠시 내버려 두자고 생각하며, 키메라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그러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신의 손을 뻗었다.
“해체.”
우우웅!
말이 끝나자마자,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레온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후후, 키메라로 만들 스켈레톤은 얼마나 강하게요~.’
키메라의 뼈로 스켈레톤을 만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너무나 기대가 되었던 것이었다.
키메라의 강력함을 몸소 느꼈던지라, 더욱 가슴이 두근거렸다.
‘흠, 그 정도의 강함이면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으로 취급되려나?’
띠링.
띠링.
이어 그의 귓가에 효과음이 울려 퍼졌다.
“어라?”
……하지만 레온이 그렇게 고대하였던 것이 무색하게도 이윽고 나온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육신이 존재하지 않는 몬스터입니다.
-해당 개체의 해체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살피는 레온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해체가 안 된다고?’
그랬다. 해체 스킬이 진행되지를 않았던 것이다.
시스템 메시지에는 육신이 존재하지 않기에 진행이 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레온이 답답함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여태껏 이런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슬라임이나 와이트처럼 체내에 아예 ‘뼈’가 없는 몬스터들은 해체가 안 되었던 것이다.
그제야 반투명한 키메라의 신체가 다시금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정령의 취급을 받고 있기에, 해체가 정상적으로 진행이 안 되는 듯했다.
‘아, 이거 너무 아쉬운데.’
레온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안타까움이 떠올랐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금 연이어 해체 스킬을 반복하여 사용하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는 실패로 동일하였다.
‘진짜 안 되나 보네.’
한숨을 푹 내쉬며 레온이 포기하려던 찰나.
우우웅!
촤아아아!
“읏!”
레온이 재빨리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갑작스레 키메라의 시체가 진동음을 내며 알 수 없는 광채를 발하기 시작하였다.
‘뭐, 뭐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레온이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이어 허공에 떠올라 있던 파크와 키메라의 시체가 함께 공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파크는 신묘한 눈빛을 띤 채, 자신의 기운을 키메라의 신체에 연결시키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나지막한 파크의 목소리가 공동에 울려 퍼졌다.
-……불쌍한 아이, 내가 구해 줄게.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파아아앗!
화아앗!
키메라에서 내뿜어지던 빛이 더욱 강렬하게 변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빛줄기는 한 지점에 모이며 하나의 형체를 이루기 시작하였다.
‘오오! 저건……!’
그 순간, 레온은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레온이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속으로 생각했다.
‘봉인되어 있던 상급 정령인 건가!’
그리고 곧이어 레온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로 인해 그 예측은 사실로 드러났다.
-키메라의 체내에 봉인되어 있던 상급 정령을 해방시켰습니다.
-대지의 상급 정령 ‘노마룬’이 소환됩니다.
대지의 상급 정령 노마룬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완전한 사람의 형상인 파크와 달리 녀석은 팔과 몸통만이 존재하였고, 얼굴에도 빛을 발하는 눈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노마룬은 대지의 정령답게 갈색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한데 노마룬을 위아래로 훑고 있는 레온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흐음, 이거 상태가 영…….’
모습을 드러낸 노마룬에게 안타깝게도 어떠한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곧 소멸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기운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파크와 상급 정령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것을 확인한 레온은 속으로, ‘좀 지켜보는 것이 낫겠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곤 시작되려 하고 있는 녀석들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웠다.
적막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노마룬이었다.
-미천한 정……령계의 일원인 노마룬이 영계의 파수……꾼을 뵙습니다.
순간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일전에 가졌던 수수께기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영계의 무슨 꾼이라고 하더니, 파수꾼이었군!’
앞서 파크가 보댕에게 분노를 쏟아 낼 때 자신을 지칭하며 알아듣기 힘들게 말을 했었는데, 노마룬이 확실히 말을 해 주었던 것이다.
‘파수꾼이라면, 수호자와 같은 말이잖아.’
정령계와 영계를 수호하는 영령이라.
역시나 파크는 보통 존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때, 파크가 연민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노마룬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조금만 기다리거라. 정령계로 돌려보내 줄 테니.
그러나 파크의 말에 노마룬은 안타까운 말로 대답을 하였다.
-아닙……니다. 이미 저는 오염된……몸. 정령계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 말을 하는 노마룬의 몸이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키메라의 안에서 오염이 되었다고 하더니, 그 영향인 듯하였다.
‘쩝, 이대로 소멸하는 건가. 안타깝네…….’
레온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한데 그때, 놀라운 일이 발생하였다.
-……걱정하지 말거라. 정화를 시킨 후, 정령계로 꼭 돌려보내 줄 것이다.
이어진 파크의 대답이 끝나자.
슈와아앙!
슈우욱!
갑작스레 허공에서 먼지처럼 흩어지고 있던 노마룬이 이제는 파크에게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저건 대체?’
전혀 생각지 못한 전개에 레온의 표정이 얼떨떨해져 있었다.
순간 레온의 귓전에 띠링, 하는 알림음이 들려오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메시지는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히든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파크가 새로운 영력, ‘바르바토스의 탐욕’을 획득하였습니다.
난데없이 파크가 새로운 영력을 손에 넣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베르제브의 식탐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난 끝에 얻는 새로운 힘이었다.
‘바르바토스의 탐욕? 이건 뭐지?’
레온은 궁금증이 솟구쳤지만, 곧바로 확인을 할 수는 없었다.
“오오!”
또 다른 시스템 메시지들이 눈앞에 한가득 차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퀘스트, ‘스피릿츄얼 웜 히드라을 퇴치하고, 봉인된 정령을 해방시켜라’를 해결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명성 40,000이 상승합니다.
-보상으로 칭호 ‘정령의 구원자’를 획득합니다.
-보상으로 보유 영령 ‘파크’의 등급이 한 단계 진화합니다.
어느새 노마룬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노마룬을 품은 파크가 종전의 칠흑 같은 기운이 아닌 갈색의 기운을 내뿜고 있을 뿐이었다.
-중급 영령 파크가 진화를 시작합니다.
곧이어 보상 메시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파크가 진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좋았어! 이제 상급 영령이구나!’
진행 상황을 지그시 바라보며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파크의 실루엣이 빠르게 변화하였다.
그리고 서서히 빛이 사그라지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완전한 모습을 드러낸 파크를 확인한 레온의 눈에 놀란 감정이 떠올랐다.
‘확 컸네?’
어린아이의 모습을 벗어나 조금 더 성숙한 소녀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있었던 것이다.
한 번 더 성장을 한다면, 그때는 완연한 여인의 모습이 될 것 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완료가 되고 나자.
“영령 상태 창.”
곧바로 레온이 파크의 상태 창을 눈앞에 띄워 보았다.
그러고 난 후.
“오오!”
레온이 육성으로 탄성을 내뿜었다.
지극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타나 있었다.
[파크]
등급 : 상급 영령 / 성장 가능
(……중략……)
보유 영력 :
1. 아이템 빙의
2. 베르제브의 식탐
3. 바르바토스의 탐욕
-정령을 일시적 혹은 영구히 흡수하여, 그 정령의 힘을 강화시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영구히 흡수한 정령 목록
1. 대지의 상급 정령 ‘노마룬’
보유 정령 마법 / (상세히 보기)
파크가 흡수하였던 상급 정령 노마룬이 떡하니 목록에 지정되어 있었다.
새롭게 얻은 영력 ‘바르바토스의 탐욕’은 정말로 흡수한 정령의 힘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레온이 헤벌쭉한 표정으로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로 정령을 흡수할 수 있는 거였다니! 이건 또 무슨 사기적인 능력이냐!’
레온이 그렇게 기뻐할 만도 하였다.
현재 정령술사 직업의 최상위 랭커들이 사용하는 정령 등급이 바로 상급 정령이 아니던가.
한데 레온은 그런 힘을 너무나 손쉽게 손에 넣어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때,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이어 생각했다.
‘후후,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거지.’
보댕은 분명 교황청이 만들어 놓은 스피릿츄얼 키메라가 이것 하나로 끝이 아니라고 했었다.
그 말인즉, 해치우고 난 후 레온의 수중에 들어올 정령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었다.
‘흐흐, 정령 군단을 만들어 주겠어.’
레온의 눈이 황금을 발견한 것처럼 탐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