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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49화 (249/332)

# 249

안개처럼 사방에 흩뿌려지기 시작한 파크의 기운이 웜 히드라의 기운에 맞서 갔다.

하지만 그 승부는 싱겁게 끝이 났다.

‘호오?’

레온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보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키, 키에에에.

웜 히드라의 머리들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냈다.

기세 싸움의 승자는 파크였다.

웜 히드라의 기운이 우습게 보일 정도로 파크의 힘은 흉포하기 짝이 없었다.

칠흑의 기운이 앞서 사용했던 베르제브의 식탐처럼 키메라가 내는 기운을 집어삼켜 버렸던 것이다.

레온이 그런 파크의 모습을 살피다가, 이내 혀를 내둘렀다.

언제나 개구쟁이 같던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이었던 파크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잔혹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우, 왜 그렇게 화났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겠네.’

쉽사리 레온이 말을 건네지 못하던 그때.

격앙된 감정이 느껴지는 파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감히! 감히 이따위 짓을!

찌릿.

그리고 다음 순간, 파크가 시선을 돌려 살기를 보댕에게 쏟아 내었다.

흠칫.

그러자 보댕은 깜짝 놀라며 위압감을 못 이기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왜 내가 저딴 조잡한 정령 따위에게.’

곧이어 자신의 그런 행동을 알아차린 보댕은 어리둥절해할 뿐이었다.

“뭐, 뭐 하는 거냐! 저딴 녀석에게 겁을 집어먹다니! 당장 죽여 버려!”

그러다가 이내 제정신을 차린 보댕이 주춤하고 있는 웜 히드라를 향해 명령을 하달했다.

우우웅! 슈아아!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성서에서 보랏빛 기운이 솟구치더니, 웜 히드라에게 날아들었다.

-키에에에!

그 기운을 전해 받은 웜 히드라가 포효를 토해 냈다.

더욱 강력한 힘을 전해 준 것인지, 파크에게 밀리던 웜 히드라의 기운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꺄아아아아!

그리고 그와 함께 어린아이의 신음성의 강도도 더욱 커졌다.

쿠드득!

스르륵!

웜 히드라가 레온과 파크를 향해 공격을 재개할 준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파크가 웜 히드라의 한 부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파크의 눈빛에 절절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그때 파크가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조금만 기다리거라. 내가 구해 주마. 약속한다. 영계의 ……꾼으로서.

뒷말은 흐릿해 들리지 않았다.

그에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였다.

‘영계의 무슨 꾼? 마지막에 뭐라고 말한 거지?’

갑자기 저게 무슨 말인지 궁금증이 차올랐지만,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을 듯했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왜 파크가 이런 급격한 변화를 보였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키메라의 체내에 봉인되어 있는 정령을 확인하고는 이런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레온은 곧 달려들 것 같은 적을 대비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파크는 정령이 아닌 영령, 저렇게 흥분한 모습을 보일 일이 있나? 흠, 정령들과 어떤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앗!”

한데 그때,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건 바로 일전에 샤먼의 숲에서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를 소환하였을 때였다.

-……내가 감히 그분과 함께 있을 수는 없는 일. 계약은 없던 것으로 하자꾸나.

정령왕 실피드는 자신과 계약을 못 하는 이유를 자신보다 상위의 존재가 이미 레온과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말을 하였었다.

그때는 자신에게 그런 존재가 어디 있느냐고 펄펄 뛰었던 그였지만, 이제야 그 말의 진의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럼 파크가 정령왕보다 상위의 존재라는 거잖아?’

정황상, 그것이 확실해 보였다.

순간 레온의 눈빛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어 레온이 파크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주억이며 생각했다.

‘역시 전 주인이 평범한 녀석을 인장 속에 남겨 놓았을 리가 없지.’

수다쟁이 여자아이로 치부했던 녀석이 무언가 큰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대한 존재로 보이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키에에에!

슈으르륵! 촤아아악! 파바바밧!

여유를 부릴 시간은 다 주었다는 듯 웜 히드라가 레온에게 달려들었다.

보댕의 성서의 힘 때문인지, 이전보다 더욱 빨라진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를 보여 주고 있었다.

부웅! 촤악!

순식간에 코앞까지 당도한 웜 히드라가 열 개의 머리들을 뒤로 젖혔다가 반동을 이용해 총탄처럼 앞으로 쏟아 내었다.

쿠쾅! 콰앙!

그리고 그때마다 레온이 있던 자리가 스펀지처럼 쉽게 부서지며 파편이 흩날리고 있었다.

쉴 틈을 주지 않고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그 공격은 한 대만 허용하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휘익! 훼엑!

레온은 그 모든 공격을 가볍게 피해 내고 있었다.

큰 움직임으로 피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몸짓으로 물 흐르듯 완전한 회피를 완성해 내고 있었다.

샤아아아! 우우웅!

한데 그의 몸에서 은은한 황금빛의 오오라가 발산되고 있었다.

연금검제의 액티브 스킬인 ‘아스트랄 바디’가 어느새 시전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스트랄 바디]

연금술의 비전을 사용하여 진리의 영역에 봉인되어 있는 힘을 일시적으로 자신의 몸에 강림시킵니다.

-40분 동안, 자신의 모든 속도에 관련한 능력치가 140% 추가로 상승합니다. (자세히 보기)

-재사용 대기시간 3시간.

적의 공격을 가볍게 농락하며,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스트랄 바디, 이거 나한테 미친 듯이 효율이 좋은데?’

모든 속도에 관련한 능력치를 증가시켜 주는 아스트랄 바디 스킬은 레온에게 엄청난 효율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일반 유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높은 스텟을 지니고 있었기에, 지속 시간 동안은 개발자도 상상하지 못했을 말도 안 되는 이동속도를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피융!

파팟!

어찌나 빠른지 레온이 남아 있던 자리에 일시적으로 잔상까지 남을 정도였다.

‘내가 바로 판테라의 금빛 섬광이다!’

레온이 한계를 뛰어넘은 자신의 속도에 탄성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해 보댕은 먹던 빵이 목에 턱 막힌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동시에 낯빛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화하였다.

‘이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놈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힌 적이 없잖아?’

키메라로 완전히 묵사발을 내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를 못한 것이다.

보댕이 치밀어 오른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하였다.

“으아아! 이 쥐새끼 같은 노오옴!”

그에 레온은 피식하고 웃어 보이며 그런 보댕을 더욱 자극해 주었다.

“할 줄 아는 게 그 말밖에는 없냐? 어휘력을 좀 늘려 보라고.”

보댕은 레온의 그 도발에 이성을 잃어버렸다.

그는 눈이 돌아간 채, 레온에게 스킬을 쏟아 내기 시작하였다.

“위대하신 마몬이시여, 간악한 불신자에게 징벌을 내리소서! 이블즈 프로즌!”

보댕은 한쪽 손은 여전히 성서에 올려놓은 채, 다른 손으로 스킬을 발동하였다.

슈우아앙! 파지지직!

앞으로 내민 그의 손에 가공할 한기를 뿜어내는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크에에에에!

보댕은 웜 히드라로 레온을 한쪽 벽에 몰아붙여, 회피할 장소를 최대한 좁힌 후.

‘됐다!’

“죽어라!”

스킬을 뿜어내었다.

촤자자작!

보댕이 날린 투사체는 날아가며 스치는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신성재판관 보댕의 ‘이블즈 프로즌’에 적중당하였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레온은 보댕의 공격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있었다.

‘웃어?’

오히려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비웃기까지 할 정도였다.

투콰아아앙!

파스스슥!

그러나 보댕의 공격은 지정했던 공간에 제대로 쏟아졌다.

투사체는 직격하자마자 한쪽 벽면 전체를 새하얗게 얼려 버렸다.

-키에에에에!

레온을 압박하느라 피하지 못하고 스킬을 함께 맞은 웜 히드라의 머리 두 개 또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나.

“……마, 말도 안 돼.”

이어진 다음 순간, 보댕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이 경련이라도 난 듯 파르르 떨려 오고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정통으로 공격에 직격당한 레온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의 몸을 툭툭 털어 내고만 있었던 것이다.

스윽.

순간 레온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보댕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야, 이거 땀도 식혀 주고 고마워서 어쩌지?”

띠링. 띠링.

그러던 그때, 레온의 눈앞에는 또 다른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라 있었다.

-항마력 스탯의 효과가 발동되었습니다.

-‘이블즈 프로즌’ 스킬의 피해가 무효화되었습니다.

그랬다. 레온이 보댕의 공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은 일전에 획득했던 항마력 스텟 덕분이었다.

[항마력]

스텟의 수치가 상승할수록 모든 천신, 마신의 신성력에 대한 저항력이 증가하고, 피해량이 크게 반감됩니다.

-항마력 스텟이 일정치에 도달할 때마다, 그 수치보다 낮은 랭크의 신성 스킬에 피격되었을 때 일정 확률로 그 스킬을 무효화시킵니다.

게다가 운 좋게도 아예 무효화시키는 효력이 발동되어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아 있었다.

순간 허망함이 가득한 보댕의 표정을 바라보며, 한껏 비웃어 주던 레온은.

‘자, 이제 충분히 즐겼으니, 끝장을 내 줘 볼까.’

이윽고 호된 반격을 먹여 주기로 결정했다.

이어 레온이 스킬을 시전하였다.

“파크! 아이템 빙의, 헤븐즈 플레어!”

레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비장한 표정으로 파크가 헥스테크 건틀릿에 스며들었다.

슈아아아! 파아앗!

‘읏!’

그 순간, 사방으로 파크의 칠흑의 광채가 뿜어졌다.

레온의 황금빛 기운과 파크의 칠흑빛 기운이 동시에 어우러지자, 이 세상의,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가공할 기세가 뿜어졌다.

-키, 키에에.

‘비, 빌어먹을!’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웜 히드라와 보댕이 동시에 신음성을 흘렸다.

처척.

위이이잉!

레온이 검게 물든 헥스테크 건틀릿을 웜 히드라를 향해 치켜들었다.

그러자 보댕이 웜 히드라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겁먹지 마라! 죽여 버려!”

-키에에에!

얼어붙은 머리를 제외한 여덟 개의 머리가 레온을 향해 다시금 파상 공세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하아앗!”

이제 레온은 전투를 회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파바바밧!

오히려 앞으로 치고 나가며, 헥스테크 건틀릿의 총구를 녀석에게 들이밀었다.

위이이-!

곧이어 엄청난 진동음이 공간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피융-! 피유융! 콰가강!

칠흑의 기운이 담긴 마력 탄환이 웜 히드라의 머리 전부에 연사되었다.

그리고 그 공격의 결과는…….

-키에에에에에에!

대성공이었다.

웜 히드라가 고통에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내질렀다

[아이템 빙의]

헥스테크 건틀릿, 헤븐즈 플레어

-1. 영령의 축복 : 헤븐즈 플레어의 공격력, 공격 속도가 30분간 본래 수치의 20%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2. 영령시(英靈矢) : 마력 탄환의 물리 공격 대미지의 50%가 정령 마법 대미지로 치환하여 적용됩니다.

영령시의 효과로 물리 대미지의 절반이 정령 마법 대미지 변환되자, 앞서 대미지가 박히지 않았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

피융! 퍼펑!

레온은 쉬지 않고 웜 히드라에게 공격을 꽂아 넣었다.

‘대미지 안 박힌다고 좋았지, 이 자식아! 박살을 내서 뱀탕으로 만들어 주마!’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까는 상대를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몰라 잠시 당황했지만, 처치할 방법을 발견한 순간 끝난 게임이었다.

-스피릿츄얼 웜 히드라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였습니다.

-스피릿츄얼 웜 히드라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였습니다.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떠올랐다.

영령의 축복과 아스트랄 바디가 시너지를 내며,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마력탄을 몇 발인지 세지 못할 정도로 쏘아 내고 있었다.

마력 탄환이 폭우처럼 웜 히드라의 전신에 쏟아졌다.

그리고 곧이어.

쩌적!

쿠쿵!

맹공을 버티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던 웜 히드라의 두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서 땅바닥에 떨어졌다.

피융! 퍼퍼펑! 피융! 쿠쿵!

그것을 시작으로 나머지 웜 히드라의 머리가 하나둘씩 폭발되었다.

그 처참한 광경을 바라보며.

‘……이건 말도 안 돼.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보댕은 낯빛이 하얗게 질린 채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보댕과 레온의 눈이 마주쳤다.

“히익!”

보댕이 두려움에 신음성을 흘렸다.

한데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그의 시선에 비친 레온은.

‘뒈질 준비됐지? 다음은 네 차례야.’라는 속마음을 담은 눈빛을 쏘아 내며, 그를 향해 악마의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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