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46화 (246/332)

# 246

레온은 깨어난 다크 드워프의 등을 쓸어내려 주었다.

기침이 멎게끔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조금은 도움이 되었는지, 파랗게 질려 있던 다크 드워프의 얼굴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으으, 괘, 괜찮습니다.”

곧이어 아직 신음성을 흘리기는 하지만 말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될 수 있었다.

죽었던 이가 되살아나는 이 경이로운 광경 속에.

띠링.

띠링.

레온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연달아 떠오르고 있었다.

-다크 드워프 ‘모문타’에게 ‘가사 상태 회복약’을 사용하였습니다.

-다크 드워프 ‘모문타’가 가사 상태에서 정신을 회복하였습니다.

‘좋아,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마지막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레온이 주저 없이 몸을 일으켰다.

휘익.

그러곤 엄지와 검지로 아랫입술을 잡더니 난데없이 크게 휘파람을 불었다.

갱도 안에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곧이어 놀라운 일이 발생하였다.

두구구궁.

두두두두두.

일전의 지진처럼 갱도에 거대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돌들이 떨어져 내리면 살려낸 다크 드워프가 정말로 죽을 수 있었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것 같았지만, 레온은 출구로 도망가지 않았다.

그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투콰아앙!

그때, 레온의 지근거리에 있는 갱도 벽에서 커다란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팅!

티팅!

레온이 다크 드워프를 향해 날아드는 돌 파편을 검으로 가볍게 튕겨 내고 난 후, 시선을 돌렸다.

갱도 벽에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그리고.

“아부지!”

그 구멍 속에서 레온을 반기는 너클즈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랬다. 방금 전의 휘파람은 레온이 너클즈를 부르는 신호였던 것.

“그래그래, 얼른 가자. 금방 또 나와야 해.”

너클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레온은 이내 다크 드워프를 들쳐 업었다.

그러곤 빠르게 구멍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드그긍.

물론 들어온 구멍은 다시 내려앉혀 놓았다.

바깥 병사들의 상태를 보아하니 그럴 일은 없어 보이지만.

혹시라도 뒤늦게 그를 따라 들어온 침입자가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위이이이잉!

두구구구구!

드드드드!

너클즈는 양손에 강철의 손톱을 꺼내더니, 안쪽으로 구멍을 뚫어 내기 시작하였다.

‘이 녀석, 점점 속도가 빨라지네?’

이전과 비교했을 때보다 훨씬 빨라진 속도였다.

어느새 한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크기의 통로 정도는 완전히 숙련이 된 듯했다.

힘겨운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땅 속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레온은 그렇게 감탄을 거듭하며 너클즈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그렇게 상당한 거리를 순식간에 돌파하고 들어가자.

화앗.

레온의 눈에 빛줄기가 비치기 시작했다.

투두두두.

콰가강!

“아부지, 다 왔다!”

이윽고 구멍을 뚫고 나오며 너클즈가 크게 소리쳤다.

놀랍게도 그들의 눈앞에 공동(空洞)이 나타나 있었다.

라무딘 마을의 크기에 비견될 정도로 엄청난 크기였다.

어두컴컴했던 구멍 속과는 달리 상당히 밝았다.

곳곳에 박힌 발광석들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처척.

“오셨습니까, 레온 님.”

그러던 그때, 레온에게 누군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라분이었다.

그는 시름이 가득했던 이전과 상당히 밝아진 모습이었다.

레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업고 있던 다크 드워프를 그에게 조심스레 넘겨주었다.

“이분 좀 잠시 쉴 수 있게 마을의 의무실에 보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레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라분은 뒤에 있던 다른 다크 드워프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다크 드워프들이 부축을 하여 한쪽으로 이동했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뚫려 있는 또 다른 구멍이 있었다.

그건 바로 라무딘 마을로 통하는 구멍이었다.

자세히 보니, 공동의 곳곳에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그랬다. 레온은 개미굴처럼 산맥의 곳곳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구멍들을 너클즈를 활용해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바로 수많은 구멍들이 교차하는 중심부였던 것이고 말이었다.

순간 레온이 10여 개가 넘는 구멍들을 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후후, 이 비밀 구멍들, 분명히 나중에 요긴하게 사용할 순간이 올 거야.’

라고 말이었다.

그때 홀로 감상에 젖어 있는 레온을 바라보는 라분은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흐흑, 이런 분을 만나게 된 것이 우리 다크 드워프들의 홍복일 것이야.’

그는 감동에 겨워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며칠 전, 레온이 이 놀라운 계획을 설명하였던 때가 떠오르고 있었다.

‘……한데 저희를 어떻게 구출해 낼 생각이시지요? 저희들은 완전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삼엄한 경계 탓에 여태껏 한 명의 탈출자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그, 여러분이 좀 죽어 주셔야겠습니다.’

‘……네?’

처음에는 얼마나 놀랐던가.

살기 위해 도움을 청했더니, 죽어 주어야겠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어진 설명을 통해 레온의 놀라운 계획을 깨닫자 절로 박수를 나왔다.

먼저 레온이 만들어 낸 마신 이를 가사 상태로 만드는 물약으로 가짜 사망자를 만든다.

그리고 악독한 담당관을 흉내 내는 레온이 동굴 안에 매장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동굴 속에 사망자가 들어오면 다시금 몰래 회복 물약을 먹인 후, 너클즈를 통해 이곳으로 이동시킨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서류상에는 확실히 사망자가 되는 것이다.

황제파와 교황파 둘 모두에게 의문을 품지 않으면서도, 꾸준하게 생존자들을 배출시킬 수 있는 해법이었다.

그리고 계획은 현재까지 완벽하게 들어맞고 있었다.

이미 상당한 숫자의 다크 드워프들이 이 공동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 레온이 슬며시 라분에게 질문을 건넸다.

“현재 터널 작업 현황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라분이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역대 최고의 속도로 완공률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70%에 도달한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의 말은 놀라웠다.

분명히 들어오기 전, 푯말에 적혀 있던 공사 완공도는 54%이지 않았던가.

한데 사실은 70%였던 것이었다.

레온이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수고하시고 있습니다, 이대로만 해 주십시오. 사망자가 많이 나와도 공사 진행도만 높이 유지되면 어차피 황실의 윗선에서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수고할 게 있나요. 어차피 터널 공사의 대부분은 너클즈 님이 담당하고 계신 걸요.”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가짜 사망자로 인해 인력은 줄어들고 있었지만, 진행도가 높아진 것은 모두 앞쪽에서 미리 파며 도와주고 있는 너클즈 때문이었던 것.

한데 그때, 라분이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저, 그런데 그건 그렇고…….”

그의 태도에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자 한숨을 푹 내쉬며 라분이 말을 이었다.

“휴우, 다름이 아니라 헤븐즈 플레어의 재료가 영 나오질 않는군요…….”

뚫린 구멍들 중 몇 개에 헥스테크 건틀릿의 노후화를 풀 수 있는 재료들이 매장된 것이 있었다.

그래서 터널 공사에서 빠져 나온 공동의 다크 드워프들은 레온을 위해 그것을 캐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진 라분의 이야기에 레온의 눈동자에 찰나의 순간 진득한 탐욕의 빛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하아, 쓸데없이 보석만 자꾸 나오고 있으니……. 이거야 원, 레온 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랬다. 재료 채광을 하다가 의외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그들이 재료를 채광하는 곳에 원래 보석을 채광 하는 곳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매장하고 있는 광맥이 함께 깔려 있다는 것이었다.

앞서 라분의 말처럼 재료를 채광하는 것보다 보석이 채광되는 일이 훨씬 많았다.

그로 인해, 공동 한편에 만들어 놓은 창고에는 엄청난 양의 보석이 나날이 쌓여 가고 있었다.

레온이 입꼬리가 절로 말려 올라가려는 것을 꾹 참으며 조심스레 말을 꺼내었다.

“허허, 죄송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보석과 같은 다른 부산물들 모두는 제가 여러분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테니까요.”

일반 유저였다면 레온의 말에 무슨 개소리냐며 멱살을 잡았을 테지만.

“오오, 감사합니다, 레온 님.”

고맙게도 다크 드워프들은 금전 감각과 물욕이라는 것이 전혀 없는 존재들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자그마치 190년간을 이 마을에 갇혀 있었으니 이동 비용에 얼마가 들지 알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오로지 헤븐즈 플레어를 더욱 진화시키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힐끔 시선을 돌려 창고에 한 보따리의 보석을 가져다 놓는 다크 드워프를 살핀 레온의 가슴이 세차게 두방망이질 쳤다.

‘……이거 계속해서 이만큼씩 매달 생산하면, 중소기업이 부럽지 않겠는데?’

저것들을 팔아치울 루트만 개척해 낸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벌어들였던 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예 만질 수 있는 돈의 규모가 다를 것이다.

‘흐흐, 우리 어여쁜 노예 군단들.’

레온의 눈이 라분과 다크 드워프들을 향했다.

그러자 라분은 레온의 속내도 모르고, 은인을 향해 감사함을 가득 담은 따뜻한 눈빛을 보낼 뿐이었었다.

* * *

그렇게 또다시 일주일이란 시간이 흐른 후.

유스웰 신전, 보댕의 처소.

보댕이 목울대를 울리며 침을 삼켰다.

그러곤 연신 이로 손톱 살을 뜯었다. 그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순간 그가 속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젠장, 젠장, 젠자아앙!’

그러던 그때였다.

위잉!

위잉!

갑작스레 방 안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보댕의 낯빛이 창백할 정도로 하얗게 질려 갔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방에 있는 거대한 거울 앞에 다가가 섰다.

우우웅!

일전과 마찬가지로 거울에 파문이 일며 서서히 모즈구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데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여유와 온기가 느껴졌던 이전의 표정과 달리, 지금의 모즈구스는 혹한의 설원처럼 차갑기 그지없다는 것이었다.

보댕이 자신의 온몸에 쏟아지는 엄청난 압박감을 못 이기고 몸을 덜덜 떨고 있던 그때.

숨 막히는 정적을 깨고, 모즈구스가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보댕, 근래에 이상한 소식이 들려오더군.

보댕이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아스라한산맥 터널 공사의 진행률이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네.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보댕이 생각했다.

그가 두려움에 빠져 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던 것이었다.

새롭게 자리를 맡은 담당관이 터널 공사의 진행률을 급진전시켰다는 소식이 수도에 닿은 것이었다.

참혹할 정도의 방법을 사용하였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암흑성국의 인물들은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하였다.

황제파와 교황파 양쪽에서 ‘리온’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때, 모즈구스가 분노를 가득 담은 눈빛을 쏘아 내며 말을 꺼내었다.

-……분명히 이 문제는 저번에 자네가 해결하겠다 말을 하였지 않았던가?

‘히익!’

“죄, 죄송합니다.”

쿵.

쿠쿵.

그에 겁에 질린 보댕이 자신의 머리를 땅바닥에 찧기 시작했다.

그가 이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주인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의 기회란 없었다.

실패란 곧 죽음이었다.

자신이 오른팔로 오랜 세월을 버틴 것에는 어떻게 해서든 그의 말을 이루어 낸 데에 있지 않던가.

이미 끝났다고 생각을 한 그였지만, 다행히도 모즈구스의 다음 말이 이어졌다.

-당장이라도 자네의 목을 뜯어내고 싶지만, 오늘은 마몬님의 탄신일. ……특별히 자비를 베풀도록 하겠네. 계획은 짜 놓았겠지?

“네, 네! 물론입니다.”

그러자 죽었다 살아난 보댕이 이마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말을 꺼내었다.

-어찌할 작정인가?

“멍청한 놈이 다크 드워프들을 닦달하기 위해 공사장 내부에 드나든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인즉?

그때 보댕이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모즈구스에게 말을 건네었다.

“또 한 번 일어날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에 파묻힐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