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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44화 (244/332)

# 244

어느새 우로보로스 룸에 내리던 진홍빛 비가 그쳐 있었다.

그러나 바닥에 즐비한 시체들에서 흘러나온 피로 땅바닥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자신의 주인을 공격한 것에 분노한 포바와 너클즈가 펼쳐 낸 학살극의 결과였다.

그러던 그때.

“그 녀석은 포박해서 데려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레온의 명령이 울려 퍼졌다.

“명을 받았습니다.”

“웅. 알았어, 아부지.”

말이 끝나자마자 두 호문클루스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무릎을 꿇고 있는 모라한에게 성큼성큼 다가서기 시작했다.

“이, 이놈들! 오기만 해 봐라! 가만두지 않겠다!”

모라한이 반으로 부서진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서며 악에 받혀 소리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두 다리는 후들후들 볼품없이 떨리고 있었다.

‘금방 끝나겠군.’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슬쩍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레온은 녀석에게서 관심을 거두었다.

그러곤 시선을 다른 곳에 돌렸다.

그의 눈앞에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올라 있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중략……)

‘흐흐, 좋았어. 이게 웬 떡이냐.’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꽤나 오랜만에 엄청난 양의 경험치를 획득한 것이었다.

‘예쓰, 벌써 220인가.’

처음 암살대들과 전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의 레벨은 205에 불과했는데, 적들을 깡그리 다 처치하자 단숨에 15레벨이나 상승하여 있었다.

‘그럼 오랜만에 스텟이나 확인해 볼까?’

이어 레온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띠링.

곧이어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 자신의 스텟 창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었다.

LV. 220 / 한계 레벨 300

종족 : 인간

직업 : 연금검제(알케믹 소드마스터)

생산 직업 : 없음

칭호 : 한계를 돌파한 자 / 다크 드워프의 은인 / 고결한 연금술사

명성 : 490,000

악명 : 65,500

힘 1,835(+300)

민첩 1,753(+300)

지혜 1,520(+300)

체력 1,612(+300)

불굴 1,200(+300)

손재주 2,028(+300)

감응력 240(+300)

통솔력 190(+300)

정치력 170(+300)

항마력 165(+300)

생명력 361,200 마력 250,300

“크으.”

탄성이 절로 흘러나올 정도의 스텟들이었다.

단언컨대 현재 일반 유저 중에서 레온보다 뛰어난 스텟을 지닌 이는 한 사람도 없으리라.

개중에도 가장 눈에 띠는 수치는 역시나 손재주 스텟이었다.

레온이 감탄을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야, 손재주는 제일 많이 사용하는 스텟이라 그런가? 지 혼자서 2,000을 돌파했네.’

네크로맨서, 대장장이, 연금술사 등등 여러 방면에서 요긴하게 사용되다 보니 그 과정들 속에서 자연스레 스텟이 상승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레온은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고는 눈에 이채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생각이란 바로.

‘흠, 이 정도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레전드리 직업의 한계 레벨인 300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겠는데?’

라는 것이었다.

분명히 연금검제라는 레전드리 직업도 엄청나나, 아직 멈출 때가 아니었다.

그는 꼭 에픽 직업을 얻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대충 감은 잡고 있기는 한데…….’

레온이 구상중인 다음 단계의 직업을 떠올리던 그때.

쿠웅.

양쪽 어깨를 호문클루스들에게 붙잡힌 채 끌려온 모라한이 레온의 발치에 내동댕이쳐졌다.

“헤헤, 데려왔다. 아부지.”

“그래그래, 잘했어. 포바도 수고했고.”

레온은 던진 공을 가져온 것처럼 애교를 떠는 너클즈와 묵묵히 예를 갖추고 있는 포바를 칭찬해 주었다.

그런 후,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해진 상태인 놈과 눈을 마주쳤다.

“쿨럭.”

그러자 공격에 누적된 피해가 엄청난 것인지, 레온을 가까이서 보니 울화가 치미는 건지 녀석은 한 움큼 피를 토해 냈다.

하지만 레온은 그 모습에 일말의 동정의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자는 자신을 죽이러 온 자객이 아니던가.

레온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뭐 말은 많더니 지닌 실력은 같잖던데?”

부들부들.

비꼬는 레온의 말에 모라한이 분노로 몸을 떨었다.

당장이라도 레온의 목에 칼을 찔러 넣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제압당한 뒤부터, 두 호문클루스가 그의 온몸이 짓뭉개지는 듯한 기운의 압박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의미심장한 눈빛을 띠며 레온이 그런 녀석에게 슬며시 말을 꺼냈다.

“자, 자, 솔직히 말해 보라고. 보댕이 널 보낸 거지?”

“……!”

모라한의 눈에 경악의 빛이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졌다.

레온의 말이 이어졌다.

“잘 생각해. 누가 알아? 진실을 말하면 내가 네놈의 목숨 줄을 계속 붙여 줄지?”

살려 줄 수 있다는 레온의 말은 거짓은 아니었다.

단순히 이 녀석을 처치하는 것보다 배후에 있는 보댕을 압박할 패로 사용하는 것이 더욱 좋은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

잠시간 침묵이 감돌았다.

‘흠, 어떻게 나오려나?’

레온은 조용히 녀석의 대답을 기다렸다.

큰 기대는 없었지만, 일전에 다크 드워프들을 설득했던 때처럼 정치력 스텟이 힘을 발휘한다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살려 준다고?”

하지만 다음 순간, 이어진 모라한의 행동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웃기는 소리 집어치워라!”

그가 기운의 겁박을 이겨 내고 마지막 행동을 실행에 옮겼다.

촤아악!

“크윽!”

레온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난데없이 모라한이 자해를 시도하고 있었다.

움켜쥔 칼로 레온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팔 한쪽을 잘라 낸 것이다.

‘뭔 짓이래?’

그런데 레온이 무슨 일인지 채 파악하기도 전에 놈에게서 떨어진 팔에서 기현상이 생겨나고 있었다.

퍼드득!

푸드득!

‘새?’

흉물스럽게 떨어진 팔이 갑자기 까마귀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쐐애액!

피융!

이내 엄청난 속도로 허공으로 떠올라 저편으로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두 호문클루스 또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다시금 바닥에 널브러진 모라한이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한 녀석! 저 까마귀의 눈에는 지금까지 치렀던 모든 전투의 기록이 담겨 있다. 네놈의 모든 힘을 확인한 보댕님이 복수를 해 주실……?’

하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거 새끼, 참 귀찮게 하네.”

이런 말을 꺼낸 레온이 일련의 행동을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장착하고 있던 헥스테크 건틀렛에 자신의 마력을 흘려 넣었다.

위이잉-.

처척.

철컹.

그러자 연이어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곤 평범한 형태였던 건틀릿의 형태가 변형되며, 순식간에 레온의 손부터 팔꿈치까지 집어삼켰다.

건틀릿은 어느새 총포(銃砲)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띠링.

띠링.

레온의 눈앞에 연이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전투 모드 변경 완료.

-사용자의 마력을 탄환으로 변환합니다.

-거리 책정 완료.

-목표 대상 좌표 지정 완료.

목표 대상이 지정되었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레온의 눈에 붉은 빛깔로 반짝이는 까마귀가 엄청난 속도로 맵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 확인이 되고 있었다.

이미 엄청난 거리로 벌어져 있었다.

하지만 레온은 건틀릿을 끼지 않은 한 손으로 헤븐즈 플레어를 지탱한 후!

‘쏜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우우웅!

피유융!

파아앙!

날카로운 한 발의 총성이 허공을 갈랐고, 한 줄기의 섬광이 번쩍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휘유우웅-.

점으로 보이던 까마귀가 제 머리통을 잃고 날갯짓을 멈추고는 땅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목표물을 저격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추락 지점을 맵에 표시합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모라한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당혹감이 감돌고 있었다.

정령왕의 바람살이었다면 절대로 맞출 수 없는 거리였다.

헤븐즈 플레어는 이전에 사용하던 정령왕의 바람살보다 최소 세 배 이상의 엄청난 사정거리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좋아, 이거라면…….’

이어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레온과는 달리 모라한은 마지막 수단마저 간단히 농락당하자, 얼굴에 커다란 절망이 떠올라 있었다.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하나뿐.

‘……어쩔 수 없다.’

까득.

그가 어금니 밑에 숨겨 놓은 자살용 알약을 혀로 꺼내어 깨물었다.

순식간에 극독의 기운이 온몸에 퍼져 갔다.

서서히 눈앞이 감겨 왔다.

그 마지막 순간, 모라한이 속으로 생각했다.

‘마몬이시여, 보댕 님, 이자는 괴물입니다…….’

* * *

그로부터 잠시 후.

산길을 샅샅이 뒤지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부스럭.

부스럭.

어찌나 다급히 뛰어다니고 있는지, 모두가 턱 끝까지 숨이 차올라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다크 드워프들이었다.

“헉, 헉, 어디 계신 거야.”

“아니, 도대체 어디서 싸우고 계신 거지?”

그들은 자신들을 놔두고 전투를 벌이러 간 레온을 찾기 마을을 나선 것이었다.

한데 아무리 산 속 어느 곳에서도 전투의 흔적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때 입술을 잘근 깨물던 한 드워프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런데 정말 왜 아무런 전투의 흔적이 없는 거야?”

그러자 낯빛이 하얗게 질리며 한 드워프가 대답했다.

“서, 설마 벌써 당하신 건…….”

“허억!”

호기롭게 나가기는 했지만, 그런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을 이끄는 라분이 큰 소리를 내며 그들을 다그쳤다.

“예끼! 이 사람아, 그따위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겐가!”

한데 그때였다.

부스럭.

부스럭.

갑자기 근처에서 수풀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크 드워프들이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고는 각자의 무기를 높이 들었다.

긴장감이 감돌던 그때.

스윽.

수풀 속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후우, 대충 다 마무리가 됐군. 어라?”

고개를 갸웃하는 남자는 바로 기지개를 켜는 레온이었다.

라분을 비롯해 다크 드워프들이 레온의 곁에 모여들었다.

“괘, 괜찮으신 겁니까?”

“다치신 곳은 없는지요!”

그들은 당장에라도 옷을 벗겨 상처가 있는지 확인해 볼 기세였다.

그에 레온은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그들을 안심시켰다.

“하하, 당연하죠. 다친 곳은커녕 생채기 하나도 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러자 다크 드워프들 모두가 한시름 놓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을 탈출시켜 주기로 한 존재가 하루 만에 죽거나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인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다크 드워프들 중 하나가 질문을 건네 왔다.

“한데 적들은 어디에?”

그에 레온은 씨익, 하고 웃어 보이며 말을 꺼냈다.

“모두들 저 멀리로 퇴근했지요.”

“예?”

“다시는 볼 일 없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레온이 너무나 당당하게 그렇게 말하자 다크 드워프들의 눈에 놀라움과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자, 자, 그럼 아까 제가 말했던 여러분이 주실 ‘도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드려야겠군요.”

“아, 네, 네.”

그러자 레온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조심스레 설명을 시작하고 있었다.

앞으로 펼쳐 나갈 다크 드워프 이용 계획을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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