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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43화 (243/332)

# 243

외안경의 노신사와 핏덩이 같은 어린아이.

모습을 드러낸 그들은 당연하게도 레온의 호문클루스들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모라한은 현재의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기묘한 조합을 확인하고는 한계치를 넘어선 분노로 뒷목이 뻣뻣해질 지경이었다.

‘감히 우리를 뭐로 보고!’

한데 그럴 만도 했다.

그의 눈에는 너클즈와 포바가 레온이 자신들을 상대하고자 데려온 호위병이 아니라, 그들을 기만하고 조롱하기 위해 데려온 일반 주민으로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필코 네놈을 씹어 삼켜 주마.’

그리고 다음 순간, 모라한이 부대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내린 선택은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콰르릉!

촤아악!

모라한의 검이 굉음을 내뿜었다.

“끄억!”

그러자 패닉에 빠져 있던 암살대원 중 하나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반으로 잘려 지면에 꼬꾸라졌다.

퍼부어지는 피비 속에서 신음성을 내던 부대원들이 그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고 화들짝 놀랐다.

광기에 물든 모라한을 확인한 그들은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모라한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모두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내 손에 먼저 죽을 것이다!”

그는 공포를 잠재우려 더 큰 공포를 이용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레온이 혀를 내두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 미친 놈. 하는 짓 좀 보소.’

미친 짓거리 같았지만, 효과는 어느 정도 있어 보였다.

“크흑, 마몬이시여.”

“……저희에게 힘을.”

이윽고 암살대원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회복의 성력을 발휘하며, 블러디 스페이스를 견뎌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곤 두 호문클루스에게 말을 꺼냈다.

“자, 가자.”

우로보로스 룸의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에 직접 적들을 쓸어 버리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처척.

“으응?”

무슨 이유에선가 너클즈와 포바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레온을 가로막았다.

‘뭐지?’

레온이 의아한 눈빛을 띠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두 사람이 감정을 꾹 눌러 담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고귀하신 주인이시여. 저희가 처치하겠습니다.”

“아부지, 맡겨 둬. 내가 알아서 할게.”

저까짓 놈들을 상대하는 데 레온의 손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의미인 듯했다.

‘흠, 그러고 보니.’

순간 레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정작 호문클루스들이 지닌 힘을 제대로 확인해 본 적이 없었던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이윽고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 그럼 이번에는 구경꾼처럼 즐겨 볼까?’

결정을 내린 레온이 이내 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찰나의 시간이 지난 후.

파바밧!

타닷!

두 노소(老少)가 기다렸다는 듯이 세차게 발을 구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놀랍게도 순식간에 적들이 갇혀 있는 공간 속으로 진입해 들어가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슈웅.

처척.

갑작스럽게 자신들이 갇혀 있는 곳에 포바와 너클즈가 모습을 드러내자.

‘……뭐지?’

‘……자진해서 이곳으로 들어온다고?’

암살대원 모두는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하나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이 경악으로 바뀌는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슈으으!

쿠르으으!

스콰앙!

둘에게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음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야?’

그 순간, 모라한은 자신이 완전히 잘못 짚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자들은 절대로 일반 주민이 아니었다.

포바와 너클즈가 포식자의 눈빛을 띤 채, 그들에게 말을 꺼내고 있었다.

“나의 주인에게 감히 칼을 들이민 죄. 모두 죽음으로 갚아라.”

“크릉, 아부지를 공격하다니. 죽여 버리겠어!”

투콰아아아!

쿠드드드!

말이 끝나자마자 두 호문클루스가 양 갈래로 갈라지더니 각기 적들에게 돌진하였다.

“마, 막아!”

“죽여라!”

……암살대에게 새로운 지옥도가 펼쳐지려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곁을 떠나 우로보로스 룸 속으로 들어가는 두 호문클루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크으, 역시 한계를 돌파한 자의 보너스 스텟이 개꿀이라니까.’

라고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난데없이 그런 생각을 떠올린 이유는 간단했다.

[감응력]

(……중략……)

감응력이 증가할수록, 서로의 영혼의 결속력이 증가합니다.

-감응력이 증가할수록, 동시에 소환 가능한 호문클루스의 숫자가 증가합니다.

(현재 소환 가능 수 2/2)

-감응력이 증가할수록, 감응소환의 지속 시간이 증가합니다.

자신의 감응력 스텟 수치가 어느새 호문클루스 두 명을 동시에 소환할 수 있을 만큼 상승하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것은 앞선 그의 말처럼 ‘한계를 돌파한 자’ 칭호의 효력 덕이 가장 컸다.

칭호의 레벨이 계속 상승하며, 이전에 100이었던 보너스 스텟이 무려 300까지 증가하여 올라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감응력 스텟을 얻고 레벨을 얼마 올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조건을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레온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남은 적들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21명인가.’

서른 명에서 아홉 명이 줄어 있었다.

그 결과에 레온이 심히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도 했다.

우로보로스 룸 스킬 한 방으로 230레벨에 달하는 적 아홉이 한 줌의 핏물로 만들었다는 뜻이니까.

‘연금술의 오의라더니, 말만이 아니네. 사기야, 사기.’

역시나 레전드리 직업이 지닌 힘은 일반적인 직업의 범주를 한참 벗어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금세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쩝, 그래도 저놈들의 사기성에 비할 건 아닌 것 같지만 말이야.’

그의 눈에 그보다 더한 사기 캐들이 떡하니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레온의 눈에 전투, 아니 일방적 학살극을 벌이고 있는 두 호문클루스의 모습이 담기고 있었다.

투콰아앙!

퍼퍼펑!

먼저 포바가 연미복 차림으로 적들 사이에서 섬전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

“……꺽!”

파괴적인 공격을 쏟아 내는 포바에게 적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한데 그 와중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눈꺼풀이 감겼다 떠지는 찰나의 순간에 세 곳에서 동시에 공격을 쏟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결코 신기루 같은 허상이 아니었다.

포바의 정권에 가슴이 퍽퍽 꿰뚫려 사망하는 암살대들은 모두 실제였다.

행복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레온이 그 원인을 떠올렸다.

‘크으, 트리플 블링크. 엄청나구나, 진짜.’

트리플 블링크.

포바가 지니고 있던 공간 이동 스킬인 블링크가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것이었다.

‘트리플’이라는 이름처럼 쿨 타임 없이 3연속으로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반격을 할 자세도 미처 취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다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적들을 바라보며,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쯔쯔, 느리구나, 우매한 중생들아. 네놈들은 이미 죽어 있다.’

한데 그때였다.

투콰아아아!

순간 이동을 멈춘 포바의 전신에서 갑작스레 선홍빛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온몸을 감도는 그 기운은 마치 피가 끓어오른 듯하였다.

적들은 또 다른 이상 현상이 나타나자, 다시금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이, 이동이 멈췄다!”

“이때다! 쳐 죽여!”

이어 그들은 포바가 시전 중인 알 수 없는 스킬을 끊기 위해, 화력을 한데 집중하였다.

“정신 붕괴!”

“워킹 나이트메어!”

온갖 고위 디버프 스킬이 포바에게 쏟아졌다.

다크 팔라딘의 강함은 마몬의 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강력한 정신계 디버프 스킬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나왔다.

……하지만.

-포바에게 ‘정신 붕괴’ 스킬이 적중하였습니다.

-‘정신계 마법 저항’의 효과로 적용이 무효화되었습니다.

-포바에게 ‘워킹 나이트메어’ 스킬이 적중하였습니다.

-‘정신계 마법 저항’의 효과로 적용이 무효화되었습니다.

잠시 후, 레온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는 그들의 모든 시도가 물거품이 되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건 바로 4레벨에 이르는 포바의 ‘정신계 마법 저항’ 패시브 스킬이 위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었다.

레온이 속으로 낄낄 비웃으며 생각했다.

‘포바가 바로 너희들의 카운터다, 이것들아!’

자신의 공격들이 완전히 튕겨 나가자, 경악하고 있는 적들의 모습 사이로.

스킬 ‘오버 부스트’가 완벽히 시전 완료된 포바가 포악한 눈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오버 부스트]

순간적으로 전신의 힘을 개방하여 일시적으로 회피율과 이동속도, 공격 속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킨다.

스킬의 지속 시간 동안에는 어떠한 회피율 및 공격 속도, 이동속도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효과에 걸리지 않는다.

-지속 시간이 끝난 뒤 호문클루스의 배고픔 수치가 크게 상승한다.

레온은 붉은 기운을 폭사시키는 포바를 바라보며 재밌게 보았던 고전 만화 속의 한 기술이 떠올랐다.

‘……계X권이냐?’

그랬다. 어느 순간 주인공이 노랑머리로 탈색이 가능하게 되며 잊혀 버렸던 그 기술이 포바에게서 발현되고 있었다.

노인의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되지 않는 압도적인 패기가 포바의 온몸에서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주인에게 대항하는 자에게는 죽음뿐!”

투콰아아앙!

촤아아아아!

쐐애액!

“끄아아아!”

“괴, 괴물이다!”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포바가 얼마 남지 않은 적들의 숨통을 모조리 끊어 놓고 있었다.

‘좋아, 이쪽은 마무리가 다 끝나 가고! 저쪽은?’

그러자 레온이 고개를 주억이며, 이내 시선을 너클즈가 달려간 방향으로 돌렸다.

‘호오?’

그러자 또 다른 흥미로운 진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너클즈의 전투에 집중하였다.

너클즈의 전투는 레온이 마음속으로.

‘저 녀석이야말로 마조히스트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있었다.

한데 어쩔 수 없었다.

“언홀리 스트라이크!”

“다크매터 플레임!”

“다크 디바인 블레이즈!”

쿠콰아아아!

투콰아아앙!

적들의 스킬과 일반 공격이 무자비하게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피어오른 흙먼지가 걷히고 나면.

“으아! 왜 아무런 피해도 안 입는 거야!”

“이 미친 괴물 같으니!”

조금의 타격도 입지 않은 멀쩡한 상태를 계속하여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클즈는 지니고 있는 두 가지 스킬의 시너지로, 가뜩이나 높은 방어력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었다.

[스펠 브레이커]

10분간 적의 모든 스킬 공격의 피해량을 40% 반감하여 받는다.

적의 스킬을 맞으면 맞을수록, 방어력이 계속하여 상승한다.

[물리 공격 방어 LV. 5]

자신의 방어력을 45%만큼 증가시킵니다.

적의 물리 공격에 적중당할 때마다, 일정 확률로 자신의 체력을 회복합니다.

외형은 조그마한 어린 아이였지만, 철옹성과 같은 방어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제풀에 지쳐 적들이 헉헉거리고 있던 그때.

“흥! 간지럽다, 멍청이들! 이제 내 차례다!”

파바밧!

모든 공격을 가볍게 받아 내던 너클즈가 앞으로 돌격하며, 양팔을 쭉 펼쳤다.

그러자 놀라운 현상이 펼쳐졌다.

두드드드드!

갑자기 지면에서 암석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두 팔이 솟구친 것이다.

“끄아아악!”

“도, 도망쳐!”

적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낯빛이 하얗게 질려 소리를 질렀다.

안 좋은 직감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흐아아앗!”

곧이어 너클즈가 양팔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암석의 팔들 또한 따라 움직이며 맹렬히 적들을 휩쓸어 버리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앙!

콰직!

비제이가 샷건을 치듯이 적들을 쥐포로 만들고 있었고.

“끄어억!”

사로잡은 적을 움켜쥐어 터뜨려 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양쪽의 모든 암살대원들이 몰살을 당해 있었다.

단 한 사람, 모라한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털썩.

‘마, 말도 안 돼.’

무릎을 꿇고 있는 그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여 있었다.

다크 팔라딘의 2기사단으로 모든 전투에서 승리만을 맛보던 그가 이런 패배를 경험한 적이 있었을까.

단언컨대 자신의 부하들이 사정없이 찢겨 나가는 이런 비참한 상황은 한 번도 없었으리라.

그는 넋이 나간 얼굴로 저 멀리 커다란 돌덩이에 걸터앉은 레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곤 속으로 생각하였다.

‘저자는 대체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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