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42화 (242/332)

# 242

갑작스레 등장한 레온이 내뱉은 호기로운 말에 암살대 인원 중 어느 누구도 대답을 꺼내지 못했다.

그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저자가 어떻게 여기에?’

‘정보가 새어 나간 건가.’

‘아니, 어떻게 우리의 접근을 알아차린 거지?’

한데 그럴 만도 하였다.

여태껏 수없이 많이 이 같은 ‘작업’을 해 온 그들이었지만, 단 한 번도 암살 대상이 이렇게 그들에게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일은 없었으니까.

그들은 바쁘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지만, 수많은 의문들 중 무엇 하나 깨끗하게 해결되는 것이 없었다.

싸아-.

싸늘한 정적만이 새벽녘의 산길을 감돌고 있었다.

처척.

그러던 그때, 암살대의 수장이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새로운 담당관님이시군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희는 다크 팔라딘 제2기사단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을 이끌고 있는 ‘모라한’입…….”

순간 레온이 코웃음을 치며 그의 말을 끊었다.

“어이, 네 이름 따위 하나도 안 궁금하거든?”

그러곤 또다시 단도직입적으로 이어 말했다.

“보댕이 많이 똥줄이 타기는 했나보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암살대를 보내는 걸 보니 말이야.”

그 말에 모라한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 한 번 사태의 무마를 시도하며 넌지시 말을 꺼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는 그저 아침에 있었던 다크 드워프들의 소란에 대한 엄벌을 내리고자…….”

그러나 레온은 없던 일처럼 넘어가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레온은 귀찮아 죽겠다는 듯, 검지로 귓구멍를 파며 다시금 놈의 말을 잘랐다.

“거참, 선수들끼리 왜 이럴까. 딱 보면 이미 내가 눈치채고 있는 것 모르겠어? 구차한 발뺌은 그쯤에서 그만두지?”

그리고 그렇게 레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뭐, 그렇다면 이야기는 빠르겠군.”

모라한의 태도가 완전히 돌변했다.

그의 전신에서 칼날처럼 벼려진 살기가 내뿜어지고 있었다.

채챙! 챙!

그것을 시작으로 모라한의 등 뒤에 있던 30명의 암살대 전원이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난데없는 레온의 등장에 동요하고 있던 암살대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바뀌어 있었다.

그들은 어느새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으로 레온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레온은 전혀 겁먹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나오셔야지.”

오히려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렇게 말을 꺼내었다.

‘흥, 건방진 놈. 단숨에 짓밟아 주마.’

순간 모라한이 속으로 그런 레온을 비웃었다.

그는 레온이 오만함에 찌들어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애송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담당관이라는 높은 직책으로 왔지만, 실상 자신들 제2기사단과 같은 실력으로 평가받는 2병단의 일반 단원에 불과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의 여유로운 태도와 달리 암살대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았다.

30명의 일반 암살대원들의 레벨은 모두 230이 넘었고, 수장인 모라한은 240에 달해 있었다.

그러던 그때, 모라한이 병사들의 전투태세가 완전히 갖추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레온에게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네었다.

“고마울 따름이군. 본인이 나서서 우리들의 수고를 덜어 주려 하다니 말이야. ……그 보답으로 마몬님께 먼저 가까이 갈 수 있는 은혜를 선사해 주도록 하지.”

하지만 레온은 녀석에게 주먹 감자를 큼지막하게 날려 주며 “하이고, 그딴 은혜는 너나 많이 까 잡수세요.”라고 말해 줄 뿐이었다.

‘저놈이 감히!’

여태껏 이런 저속한 욕설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모라한이 모욕감에 부들부들 몸을 떨다가, 마침내 공격 명령을 하달했다.

“한 번에 죽인다!”

투다다닷!

파바밧!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암살대 전원이 각자가 지닌 최강의 공격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결하신 마몬이시여, 제게 힘을! 다크 디바인 소드!”

“불신자에게 죽음을 내리리! 언홀리 오라!”

“어둠의 해방!”

다크 팔라딘이라는 이름처럼, 그들은 모두 마몬의 신성력을 바탕으로 한 스킬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스킬들이었지만, 모두 마몬을 상징하는 음습한 검푸른 기운이 강렬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수백, 수천 번 합을 맞추어 보았기에, 레온을 노리는 그들의 공격은 마치 한 사람이 쏟아 내는 것처럼 보였다.

이어진 다음 순간.

쐐애애액!

콰가가가!

모라한을 포함한 모든 암살대의 힘이 합쳐진 공격이 공기를 찢는 파공성을 내며 레온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뭐지?’

한데 그때, 레온의 모습을 지켜보던 모라한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분명히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당사자인 레온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꾸만 마음속으로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건가?’ 하고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떨쳐 냈다.

여태껏 자신들의 일격을 버텨 낸 이는 한 사람도 없었지 않았던가.

투콰아아앙!

콰아앙!

스킬들이 레온에게 작렬하며 공간에 엄청난 폭음과 폭발이 터져 나왔다.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막대한 위력에 모라한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피어오른 흙먼지가 걷힌 다음 순간.

“……?”

자신들의 공격이 쏟아부어진 곳을 바라보는 모든 암살대원들이 무슨 이유에선가, 두 눈을 끔뻑이며 어리둥절해하고만 있었다.

“아니?”

“이놈이 어디 갔지?”

잠시 전만 하더라도, 눈앞에 있던 레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놀랄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헉! 이, 이건 또 뭐야.”

사라진 레온의 행방을 쫓으려 재빨리 사방을 살피던 암살대원들이 생각지 않은 변화를 감지하고는 격한 반응을 쏟아 내었다.

“벽? 나갈 수가 없잖아!”

“주변이 이상해졌어!”

그랬다. 그들은 어느새 붉은빛을 띤 반투명한 벽에 사방과 천장이 막힌 채 가두어져 있었던 것이다.

벽 바깥으로는 그들이 있었던 산길의 모습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지만, 결코 그곳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암살대는 전열을 아무렇게나 흐트러뜨린 채 자신들을 막고 있는 벽을 두들기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곧이어 스킬까지 사용하였지만, 작은 균열조차 생기지 않았다.

‘이건 대체?’

모라한조차 어이가 없는 이 상황에 당황해하고만 있던 그때.

짝짝.

난데없이 요란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하게도 그 소리를 낸 주인공은 바로 레온이었다.

그는 티끌 하나 다치지 않은 멀쩡한 상태로 벽 바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레온이 벽 안에 갇혀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며 악마의 것 같은 사악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야, 어떻게 31명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스킬을 쓰냐. 후후, 고맙게도 말이야.”

그때 모라한은 레온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레온이 일부러 그들을 도발하여, 미리 깔아 놓은 이 덫에 걸리길 유도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추측은 정확하였다.

레온이 만들어 낸 이 공간은 그가 이전에 ‘연금검제’로 전직하며 획득했던 연금술 오의 스킬 중 하나를 사용하여 만든 것이었다.

그건 바로 ‘우로보로스 룸’이었다.

[우로보로스 룸]

자신을 공격한 적의 힘을 역이용하여 적이 존재하고 있는 특정 공간을 세계에서 단절시킵니다.

그리고 단절된 공간 속에 적을 가둔 채, 공간을 변이시킵니다.

-역이용할 스킬을 시전한 적에게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같은 타이밍에 이루어진 합격기일 경우, 복수의 적에게 적용됩니다.)

-공간에 갇힌 적은 일정 시간 동안 탈출이 불가능합니다.

(역이용한 적의 스킬 공격 대미지가 높을수록, 우로보로스 룸의 최대 지속 가능 시간은 증가합니다.)

-우로보로스 룸은 자신보다 50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상대 혹은 총 스텟의 양이 자신보다 높은 상대에게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현재 사용 가능 변이 형태

(상세히 보기)

우로보로스 룸은 미스트 룰러의 안개 속에 상대를 가둬 버리는 효과를 지닌 룸 오브 미스트 스킬과 비슷한 스킬이었지만, 완벽한 상위 호환의 효력을 지니고 있었다.

룸 오브 미스트는 빠져나가려는 상대를 구속시키는 힘은 없었지만.

우로보로스 룸은 제한 시간 동안에는 결코 빠져나갈 수 없게 적들을 가두어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우로보로스 룸으로 바뀐 공간은 지속 시간이 끝나고 나면 본래 스킬을 사용하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레온이 그들을 처치하려고 하면서 살짝 걱정했던 것이 주변에 남을 자신의 힘의 흔적들이었는데.

이 스킬이 그런 걱정을 말끔히 없애 주고 있었다.

‘흐흐. 자, 이제 신나게 줘 패 볼까.’

그러던 그때, 레온이 아까부터 떠올라 있던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우로보로스 룸의 최대 지속 가능 시간은 34분입니다.

-우로보로스 룸의 변이 형태를 선택해 주십시오.

레온이 고민 없이 현재 사용 가능한 우로보로스 룸의 변이 형태 중 대미지를 줄 수 있는 형태를 선택하였다.

“변이 형태 선택, 블러디 스페이스.”

현재 사용 가능 변이 형태

(상세히 보기)

1. 사일런트 스페이스 : 내부에 갇힌 적이 내는 소리를 모두 없애 버리는 무음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2. 블러디 스페이스 : 맞으면 몸을 부식시키는 강산성의 비가 떨어지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산성비를 맞는 적들은 상태 이상 ‘맹독’에 걸리며, 초당 막대한 지속 대미지를 입습니다.

(역이용한 적의 스킬의 대미지 수치가 특정 수치를 돌파할 때마다, 우로보로스 룸의 변이 형태가 추가됩니다.)

레온의 말이 끝난 순간.

또옥.

똑. 똑.

암살대가 갇힌 공간 속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으아아아!”

“끄아아!”

소름 끼치는 비명이 쏟아졌다.

치이익!

치익!

그들이 입고 있는 중장갑에 빗방울이 떨어지자, 매캐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블러디 스페이스의 효과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엄청난 강산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띠링.

띠링.

레온의 귓전에 연이어 효과음이 울려 퍼졌다.

-블러디 스페이스의 효과로 다크 팔라딘 제2기사단 ‘히포’가 상태 이상 ‘맹독’이 부여됩니다.

-블러디 스페이스의 효과로 다크 팔라딘 제2기사단 ‘말큐스’가 상태 이상 ‘맹독’이 부여됩니다.

-(……중략……)

“비, 비를 피해!”

“젠장, 비를 막을 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피해.”

공간 내부는 점점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230대의 고레벨인 그들도 쉽게 버티지 못할 만큼의 결코 무시 못 할 대미지가 매초마다 박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모라한이 방패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비를 막으며 큰 소리로 말을 꺼냈다.

“이런 스킬은 지속 시간에 한계가 있을 거다. 모두 회복의 성력을 사용해 끝까지 버텨라!”

그러나 그의 말에 반응하는 암살대원들은 몇 명이 되지 않았다.

그에 모라한이 신음성을 흘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이미 대다수의 대원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어. 희생자가 걷잡을 수 없겠는데.’

빠득.

그는 소리 나게 이를 악물었다.

‘이 빌어먹을 공간의 지속 시간이 끝나는 순간, 네놈의 목을 따 주마.’

그러곤 이 모든 일의 원흉 레온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런데 그때, 변화가 일어난 레온의 곁을 확인한 모라한의 눈동자에 다시금 의아함이 감돌았다.

‘……뭐야, 또 저것들은?’

그의 눈에 웬 다 늙은 노집사 하나와 새파란 어린아이 하나가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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