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41화 (241/332)

# 241

정착할 수 있는 영토를 제공하겠다는 레온의 말에 다크 드워프들이 그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오로지 핍박만을 받으며 어느 곳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던 그들이지 않던가.

그런 그들에게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꿈 같은 일이었다.

그러던 그때, 라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레온 님이 약속을 해 주신다고 하여도, 그곳의 영주가 반대를 할 지 모릅니다…….”

그의 걱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다크 드워프들은 모든 종족들 사이에서, 배척을 받는 존재들이었으니까.

그러자 레온은 그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품속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바로 그곳의 영주니까요.”

레온이 영주가 되며 받았던 증표를 꺼내어 보여 주자, 다크 드워프들의 얼굴에 드리워있던 근심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어진 다음 순간, 라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기 위해 바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어떤 선택이 맞는 것일까.’

지금처럼 암흑 성국의 황제와 약속한 200년이란 기간을 채울 것이냐.

아니면 갑작스럽게 나타난 레온이라는 존재에 모든 것을 거는 일생일대의 도박을 할 것이냐.

결코 쉽지 않은 고민이었다.

그 선택은 혼자만의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을의 모든 다크 드워프들의 생사가 걸려 있었다.

그렇게 장고의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스윽.

이윽고 결정을 내린 라분이 다크 드워프들을 한번 쭉 훑어보고는 이내 두 눈에 이채를 띤 채,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바로.

“알겠소. 어떤 부탁이라도 해내겠소. 우리를 이 지옥에서만 구해 내 주시오.”

레온을 따르는 일이었다.

이후로 10년을 더 채운다고 하더라도 황제가 자신들과의 약속을 지킬지부터 의문이었던 데다가, 그 말을 꺼내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죽을지 모르는 목숨이라면, 레온에게 운명을 걸어 보자는 것이 라분의 선택이었다.

‘좋았어!’

그에 레온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저만 믿고 따라오신다면 이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여러분들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계로 갈 수 있을 겁니다.”

우아아아!

레온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말에 마을 사람들의 흥분한 반응이 잇따랐다.

그리고 그때,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띠링.

띠링.

마침내 다크 드워프들을 구출하는 퀘스트를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히든 퀘스트 획득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200년의 족쇄를 끊어 내라’ 퀘스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레온은 곧바로 퀘스트의 내용과 보상을 확인하였다.

[200년의 족쇄를 끊어 내라]

200년 전, 암흑성국의 황제는 자신들의 영토로 흘러들어온 다크 드워프들 일족을 생포했다.

교황청은 당장 처형을 시키려 했지만, 황제는 그들이 지닌 능력을 높이 사 지지부진했던 터널 작업에 그들을 집어넣었다.

200년간 작업을 한다면 풀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말이다.

그 기약 없는 약속 하나를 믿고 라분을 포함한 다크 드워프들은 이후 190년이란 오랜 세월을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계속되는 교황청의 견제로 인해 공사 중에 의문의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고, 그 피해는 다크 드워프들이 치러야 했던 것이다.

당신은 이제 라무딘의 다크 드워프들을 바깥으로 탈출시켜야 한다.

퀘스트 난이도 : SSSS

퀘스트 조건 : 아스라한산맥 터널 개통 공사의 책임자

퀘스트 보상 : 명성 100,000 상승, 소속된 영지에 이종족 교류소 설립, 칭호 ‘드워프들의 구원자’ 획득, 모든 대장장이 스킬 1 LV 상승, 알 수 없음

보상을 읽어 내려간 레온이 만족스러운 소감을 떠올리고 있었다.

‘흐흐, 이거 보상 한번 쏠쏠하겠구먼.’

히든 칭호와 더불어 모든 대장장이 스킬이 1레벨 상승한다는 사실이 레온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그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고 있는 것은 영지에 설립이 된다는 ‘이종족 교류소’라는 건물이었다.

순간 레온이 눈을 빛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종족 교류소라니. 이런 건물이 있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어!’

그 말인즉, 자신이 최초로 발견해 냈다는 뜻이리라.

판테라의 세계에서 아직까지 이종족이 인간의 영토에 거처를 두고 살아가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데 그런 일이 여타의 왕국도 아니고 일반 유저의 영지에 일어난다니.

이 일은 알려지는 즉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였다.

‘흐흐, 영지가 나날이 커져 가는구나. 자, 함께 늘어나라 세금아.’

어느새 레온의 눈에 다크 드워프들이 황금 알을 낳아 줄 거위로 바뀌어 보이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으응?”

레온이 갑자기 의아한 목소리를 내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갑자기 너클즈가 자신의 소매를 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눈이 마주친 너클즈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러곤 아이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진지함이 떠올라 있었다.

‘무슨 일이지?’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꺼내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러자 너클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온이 가벼운 일이 아님을 직감하고는 너클즈를 향해 몸을 숙였다.

그러자 너클즈가 귓속말로 놀라운 사실을 전해 주었다.

“아부지, 남동쪽 방향에서 수십 명의 무장한 병사들이 이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말이 끝난 순간, 레온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하였다.

너클즈의 스킬 중 하나인 ‘스피릿 아이’가 발동된 것이었다.

스피릿 아이는 사용하면 스킬 사정권 안에서 지면에 발을 딛고 있는 모든 존재들의 움직임을 레이더망처럼 샅샅이 파악할 수 있는 효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데 이 스킬로 파악이 가능한 사정거리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넓었다.

무려 라무딘 마을이 위치하고 있는 산 전체를 포함할 정도였던 것이다.

레온이 앞서 다크 드워프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그렇게 쉽사리 공개할 수 있었던 원인도 바로 이 스킬의 존재 때문이었다.

주변에 감시자가 없음을 미리 파악해 놓고 말을 꺼냈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의 머릿속에 보댕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호오. 이 자식이 벌써 암살대들을 보냈단 말이지?’

이 늦은 새벽 시간에 무장한 병사들이 이곳을 향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들은 분명히 자신을 노리고 오는 암살자임이 틀림없었다.

레온이 너클즈에게 말을 꺼냈다.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어?”

“흠, 저 이동속도면 15분이면 이 근처에 도착할 거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일순간 냉혹해진 표정으로 너클즈와 속삭이자 라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질문을 건네 왔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러자 레온은 솔직하게 말을 해 주었다.

“아무래도 제게 암살대가 붙은 것 같습니다.”

레온의 말에 수많은 다크 드워프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허, 벌써 손을 썼는가.”

“이런……. 하룻밤 만에 시작되다니.”

그들의 반응으로 보아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

그리고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교황청은 정말 끈질기게도 공사 책임자들을 암살을 해 왔었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이던 책임자들도 결국 살아남지 못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다크 드워프들이 레온을 향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말을 꺼냈다.

“레온 님, 저희가 함께 싸우는 것이 어떻습니까?”

“맞습니다! 저희가 함께 싸운다면 물리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함께 싸우자고 말을 하고 있었다.

말뿐이 아닌 것이 방금 돌아온 생존자들도 자신의 무기에 손을 얹고 있었다.

하지만 레온은 그들을 바라보며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곤 정중한 태도로 말을 꺼냈다.

“괜찮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라분이 더 말을 보태려 했지만, 레온이 끊어 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여기서 여러분이 개입했다는 흔적이 남는다면 오히려 더 복잡하게 될 겁니다. 아무런 걱정 마시고 여기서부터는 저를 믿어 보시죠.”

자신을 믿어 보라는 마지막 말을 꺼내며 레온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라분을 포함한 모든 다크 드워프들은 그 미소를 보자 이상하게도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안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어진 다음 순간, 레온이 어느새 여유가 묻어나는 모습으로 마지막 말을 꺼내고 있었다.

“자, 그럼 얼른 다녀와서 이후의 일에 대해서 논의하도록 하죠. 가자, 너클즈.”

“오오! 아부지, 싸움이냐! 좋다!”

너클즈가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고 있었다.

타다닷!

파바바밧!

그 후, 레온과 너클즈는 번개가 번쩍인 것 같은 엄청난 속도로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저분은 대체.’

그에 다크 드워프들은 그저 자신의 눈을 비비고만 있었다.

* * *

라무딘 마을로 향하는 산길.

그곳을 일단의 무리가 은밀하게 이동을 하고 있었다.

스르르!

샤아아!

그런데 그 속에서 놀라운 점들이 엿보이고 있었다.

그건 바로 그들이 한눈에도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중장갑옷을 온몸에 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느껴지지 않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과.

그 고속 이동 중에 조그마한 소음조차 발생시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연하게도 그것들은 모두 그들이 지닌 본신에 압도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악명 높은 암흑성국 교황청의 신전 기사단인 ‘다크 팔라딘’들이었다.

흑암 기사단과 비교되는 교황청의 정예 병력인 다크 팔라딘들이 바로 너클즈가 감지했던 보댕이 보낸 레온 암살대였던 것이다.

처척.

그러던 그때, 앞장서고 있던 암살대의 수장이 수하들을 돌아보며 말을 꺼내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목표 대상이 향했다는 다크 드워프들의 마을이 나온다. 우리는 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빠져나오는 녀석을 급습한다.”

그의 말에 다크 팔라딘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수장은 그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순간 수장이 다시금 병력을 다시 진격시키며, 속으로 생각했다.

‘보댕 님도 참. 그런 피도 안 마른 애송이 녀석 하나를 죽이는 데에 2기사단 전원을 보내시다니.’

그랬다. 평상시에는 10여 명 정도만 보내던 암살대를 2기사단 전원으로 구성하여 보낸 것에 대한 불만이었던 것이다.

암살대를 이끄는 그조차도 과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이, 다들 멈추라고.”

갑작스레 들려온 괴음성에 수장이 모든 병력들을 멈춰 세웠다.

순식간에 모두가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스윽.

그러던 그때, 목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암살대장은 깜짝 놀란 반응을 만들어 내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하였다.

‘……저자는?’

놀랍게도 자신들의 목표 대상이 오히려 그들을 마중 나와 있었던 것이다.

어리둥절해하는 다크 팔라딘들을 향해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레온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자, 다들 오느라 고생들 많았고 이제 다들 저승으로 퇴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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