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9
레온이 자신에게 찰싹 달라붙은 아이를 안고 쑥스러워하며 말하자, 아이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히잉, 아부지를 아부지라고 부르지 못하다니.”
그러곤 사슴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을 꺼냈다.
그러자 순간 마음이 약해진 레온이 피식하고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으이그. 그래, 아무튼 수고했어.”
레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헤헤, 아부지가 칭찬해 줬다.”
그러면서 어깨를 으쓱하는 아이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뭐냐고, 대체?’
‘평범한 인간인 거야?’
‘……정말로 해츨링인가.’
하지만 그 갑작스런 부자 상봉을 바라보는 다크 드워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로서는 도저히 갑자기 구멍에서 툭 튀어나온 아이의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스윽.
레온이 슬며시 고개를 돌려 아이가 나온 구멍을 한번 확인하였다.
그러곤 아이에게 넌지시 말을 꺼내었다.
“……근데 너만 온 건 아니지?”
말을 하는 레온의 얼굴에 약간의 걱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이내 아이가 씨익, 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얼굴에 띠며 대답했다.
“아부지도 참. 당연히 전부 다 데리고 왔지!”
그러곤 꼬마 아이가 구멍 속에 대고 큰 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어이, 아저씨들! 얼른 나와!”
그러자 곧이어 생각지 못한 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 저건!”
“마, 말도 안 돼!”
곧이어 마을 지면에 뚫린 커다란 구멍 속을 바라보던 다크 드워프들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다랗게 변화하고 있었다.
“허억, 헉. 다, 다 왔다.”
“자자, 차근차근 나가라고.”
“크흑, 드디어 바깥이다.”
“살았다!”
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구멍 속에서 일단의 다크 드워프들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자, 자네들!”
“생존자들이 돌아왔다!”
“우와아아아!”
그들은 바로 터널에 갇혀 있던 다크 드워프들이었다.
마을의 다른 다크 드워프들이 수척해진 생존자들을 향해 달려가더니,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의문의 폭발로 뒤숭숭했던 마을의 분위기는 축제가 벌어진 것처럼 변화하였다.
생존자들이 흘리는 기쁨의 눈물과 마을 주민들이 보내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한 와중에 레온은 연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그 광경을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분은 대체?’
순간 라분은 경외심을 담은 눈빛으로 레온을 바라보는 동시에 머릿속으로 한 가지 의문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건 바로 ‘도대체 어떻게?’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레온이 구출 작업을 개시하던 4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 * *
아스라한산맥, 터널 내부.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몸을 모두 푼 레온은 곧장 자신의 인벤토리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가로막고 있는 돌무더기들을 부수기 위해 나선돌파 곡괭이라도 꺼내는가 싶었지만, 전혀 아니었다.
레온이 꺼내기 시작한 물품들의 정체는 바로.
‘자, 이번에는 최대한 빨리 완성시켜 보자고!’
데빌즈 네스트에서 떠나기 전에 챙겨 왔던, 연금술사들이 모아 놓은 재료들이었다.
그랬다. 레온은 두 번째 호문클루스를 제작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제작에 필요한 재료 템들을 한곳에 모아 놓은 후.
레온은 곧바로 호문클루스의 재료로 삼을 스켈레톤을 소환하고 있었다.
거대한 암석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이 상황에서 가장 도움이 될 소환수는 그의 수중에 딱 한 녀석밖에는 없었다.
“레이즈 스켈레톤, 너클즈.”
그건 바로, 보스 스켈레톤 자이언트 몰맨으로 만들었던 본 스켈레톤인 너클즈였다.
소환이 끝나자 거대한 두더지 형태의 너클즈가 공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꽤나 오랜만의 소환이었기에, 너클즈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레온에게 애교를 부려 왔다.
-끼우, 끼우.
“알았어, 짜식. 나도 반가워.”
그러자 레온은 자주 못 불러 준 것이 살짝 미안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클즈는 진화가 불가능한 개채였거니와, 한계 레벨이 200밖에 되지 않아 전투에 쓰기에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이만한 녀석이 없지.’
그렇게 생각한 후, 레온은 다시금 거침없이 진행을 시작하였다.
기어 골렘을 꺼내어 너클즈를 집어넣고, 마지막으로 영혼을 준비했다.
“영혼 지정. 투왕, 사노.”
놀랍게도 레온은 새로운 6성 영혼을 수중에 지니고 있는 상태였다.
일전에 연금술사들의 기어 골렘을 오토마톤을 만들어 주던 때에 재료로 쓸 영혼이 부족하자, 모두를 이끌고 사냥을 나가 한 번 더 막대한 양의 소울코인을 쓸어 모았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자, 곧이어 순조롭게 호문클루스의 제작이 시작되었다.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호문클루스의 제작에 돌입합니다.
-현재 제작률 1%.
10%, 50%, 99%.
레온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제작률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제작률 100%.
-인공 생명체, 호문클루스의 연성에 성공하였습니다.
‘좋았어!’
그는 두 번째 호문클루스의 연성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아직 눈을 감은 채 의식이 없는 새로운 호문클루스를 바라보고 있는 레온의 눈빛에 흥미롭다는 감정이 감돌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노인 다음에는 아이인가?’
노신사의 모습이었던 포바와 달리 너클즈는 다섯 살 정도의 남자 아이였던 것이다.
약해 보였던 터라 살짝 걱정이 들었지만, 레온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곤 속으로 생각했다.
‘겉모습은 어찌 되든 상관없지. 강하기만 하면 그만 아니겠어?’
레온은 곧바로 새롭게 바뀐 너클즈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호문클루스 / 너클즈]
레벨 240 / 한계 레벨 ∞
분류 : 인공 생명체
등급 : 유일
힘 2,400 민첩 2,250
지혜 2,160 체력 2,820
생명력 272,000 마력 176,800
[보유 스킬]
1. 생명전이(패시브)
2. 감응소환(感應召喚) / (패시브)
3. 지하 탐색 LV. 10 (MASTER)
4. 스피릿 아이
5. 어스 퀘이크
6. 지저옥(地底獄)
7. 물리 공격 방어(패시브) LV. 5
8. 대지 속성 저항 LV. 7
9. 마체화(魔體化)
[보유 영력]
1. 스펠 브레이커
2. 투기력
스텟과 스킬을 모두 확인한 레온의 표정이 확연히 밝아져 있었다.
포바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뛰어난 스텟 지수를 지니고 있었던 데다가.
‘좋았어! 역시 생명전이와 감응소환은 호문클루스의 공통적인 패시브였구나!’
그가 생각하는 호문클루스의 최고 중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전이’와 ‘감응소환’ 두 가지 스킬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헉!”
그렇게 실실 웃고 있던 레온이 갑작스레 깜짝 놀란 반응을 내보였다.
눈을 감고 있던 너클즈가 어느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녀석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얘, 얘는 왜 이렇게 부담스럽게 쳐다본대.’
레온이 부담스러운 나머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다가, 용기를 내어 한쪽 손을 들어 올리며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투다다다!
퍼억!
“아부지!”
“크억!”
너클즈가 엄청난 속도로 레온에게 달려가 안겼다.
레온이 아이가 안긴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육중한 타격감에 비명을 내질렀다.
어쩔 수 없었다.
인간과 구별이 안 가게 똑같이 생겼지만, 녀석을 만든 재료 중 하나는 강철로 된 기어 골렘이었으니까.
어느 정도 통증이 가시자, 레온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들러붙는 너클즈를 설득하여 다크 드워프들의 구출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러자 잠시 후.
그와아아앙!
콰가가가가!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엄청난 소음을 만들어 내며, 너클즈가 돋아난 강철의 손톱으로 굴을 뚫어 내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없는 경지인 마스터에 이른 ‘지하 탐색’ 스킬의 위력은 대단했다.
엄청난 경도를 자랑하는 암석들이 너클즈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거짓말처럼 너무나 쉽게 한 뭉텅이씩 패여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레온이 혀를 내두르며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가는 너클즈를 뒤따르고 있었다.
‘……와, 이거 미친 수준인데?’
예상컨대 이 정도라면 2시간 정도 내에 생존자들이 갇혀 있다는 장소에 도달할 수 있을 듯했다.
순간 레온은 가슴 속의 답답했던 걱정거리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이 정도 속도로 뚫는다면 터널의 개통 퀘스트의 해결 또한 시간문제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 레온의 눈빛에 이채가 떠올랐다.
‘호오, 이거 너클즈를 이용하면 이곳을 다른 방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는데?’
레온의 머릿속에 새로운 계획도 척척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2시간이 흐르고 난 뒤.
투콰아앙!
“다, 당신은?”
“이건 대체?”
레온은 드디어 생존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 * *
그리고 다시 현재.
레온은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라무딘의 모든 다크 드워프들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렇게 만나고 보니 상태가 심각한 이들이 꽤 있어 제가 뚫고 온 통로로 나갔다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위험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차라리 이곳 마을까지 새로운 구멍을 뚫는 것이 훨씬 가까울 것 같아 이 녀석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전 먼저 나온 겁니다.”
레온의 말이 끝나자, 모두의 얼굴에 감격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감사합니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하아, 은인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레온에게 살기를 뿜어내었던 다크 드워프들이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말을 꺼내었다.
그에 레온은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꺼냈다.
“허허, 괜찮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물론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괜찮아, 친구들. 나중에 굴러서 갚으면 되니까.’
그러던 그때였다.
띠링.
띠링.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퀘스트가 완료됐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퀘스트 ‘우리들 구할 수 있는 거죠?’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라무딘의 모든 다크 드워프들의 호감도가 일제히 100만큼 상승합니다.
-보상으로 명성 5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다크 드워프의 은인’을 획득하였습니다.
호감도와 명성 게다가 새로운 칭호까지 골고루 획득한 레온의 얼굴에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퀘스트 히든 조건, ‘최단 시간 돌파’를 달성하였습니다.
-히든 보상을 획득합니다.
-라무딘의 장로 ‘라분’에게 추가 보상을 획득하십시오.
‘아싸, 추가 보상!’
레온은 쾌재를 불렀다.
70시간의 제한 시간이 주어진 퀘스트들을 단 4시간 내에 돌파를 해 버렸더니, 라분에게서 추가 보상을 획득하라는 문구가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과연 무엇을 주려나, 하고 레온이 두 눈을 반짝이던 그때.
장로 라분이 레온에게 말을 건네 왔다.
“……리온 님.”
그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감격한 표정이었다.
레온이 표정 관리를 하며 대답을 했다.
“네, 라분 님. 말씀하실 것이 있으십니까?”
“먼저 저희 일족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하, 별말씀을요.”
그리고 마침내 라분이 품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내어 공손히 레온에게 건네며 말을 꺼내었다.
“……그리고 이것은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표시입니다.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받아 주십시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물건을 바라보는 레온의 표정에 놀람과 흥미로움이 가득 떠올라 있었다.
“흐음, 성의를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닐 터, 일단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어 레온이 그 물건을 전해 받은 그 순간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히든 보상으로 ‘헥스테크 건틀릿, 헤븐즈 플레어’를 획득하였습니다.
레온이 놀란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역시 같은 물건이었어. 대체 뭐지?’
그건 바로 레온이 수중에 지니고 있는 ‘판탈로네의 비전 건틀릿’과 똑같은 형태의 물건을 라분이 건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