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38화 (238/332)

# 238

어느새 판테라의 세계에 깊은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

모두가 잠에 들 시간이었지만, 숙소를 벗어난 레온은 목적지를 향해 쉬지 않고 이동을 하고 있었다.

“여긴가.”

그리고 마침내 그의 눈앞에 목적지의 이름이 담긴 푯말이 나타났다.

[아스라한산맥 터널 개통 공사장]

드디어 무너진 터널 갱도의 입구에 도착한 레온이었다.

순간 레온이 스윽,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흠, 드워프들도 모두 철수했나 보군.’

많이 늦은 시각이었기에, 다크 드워프들 또한 마을로 이동한 것 같았다.

이어 레온이 성큼성큼 갱도의 입구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공사 중이던 안쪽이 무너져 내린 것이었고, 입구 쪽은 그다지 피해가 크지 않았다.

양 벽 귀퉁이에 일렬로 박혀 있는 발광석(發光石)들 때문에, 터널 안쪽의 시야는 밝았다.

‘흐음, 상당히 튼튼해 보이는데.’

연신 주위를 살피며, 레온은 생각보다 상당히 견고하게 갱도가 지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유수의 종족 중 갓난아기 때부터 장인(匠人)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유명한 드워프들의 손길이 닿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이런 곳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레온은 겁도 없이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처척.

지진으로 인해 완전히 내려앉은 지역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안쪽에 갇혀 있다는 거지.’

상황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심각했다.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수많은 거대한 돌무더기들이 갱도를 완전히 꽉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아스라한산맥의 돌들의 경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다크 드워프들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는 결코 작은 홈도 내지 못할 정도로 말이었다.

……하지만 그 빈 공간 하나 없이 꽉 막힌 터널을 바라보는 레온의 눈빛에는 그다지 걱정이 내려앉아 있지 않아 보였다.

‘뭐, 이 정도라면.’

오히려 원인 모를 자신감 같은 것이 내비치고 있을 정도였다.

스윽.

그러던 그때, 레온이 암석에 자신의 손을 슬며시 가져다 댔다.

띠링.

띠링.

그러자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오며,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 획득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우리들 구할 수 있는 거죠?’ 퀘스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를 획득한 순간이었다.

그는 그대로 퀘스트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우리들 구할 수 있는 거죠? / 시간 제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아스라한산맥의 터널에 거대한 지진이 발생하였다.

튼튼했던 갱도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며, 안쪽에서 작업 중이던 다크 드워프들이 갇혀 버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런 일이 발생할까 미리 준비하여 놓은 구급 장소에 생존자들은 숨어 있다.

식량과 물이 구비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오랜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터널 속에 남은 공기가 희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의 생환을 위해 남은 시간은 사흘 정도.

이제 당신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는 하나,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들을 구해 내어 다크 드워프들의 마을 ‘라무딘’까지 인도해 주어야 한다.

퀘스트 난이도 : SSSS

퀘스트 조건 : 아스라한산맥 터널 공사 담당자

퀘스트 제한 시간 : 70:00:00

퀘스트 보상 : 라무딘의 모든 다크 드워프들의 호감도 100 상승. 명성 50,000, 알 수 없음

퀘스트 내용을 모두 읽어 내려간 레온이 이내 두둑, 뼈 소리를 내며 자신의 손을 풀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그러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일단의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 * *

그로부터 서너 시간이 지난 후.

다크 드워프들의 마을, ‘라무딘.’

그곳에 속한 모든 드워프들을 이끄는 대장로 ‘라분’은 현재 커다란 고민에 빠져 있었다.

‘하아, 이걸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의 속을 까맣게 만들고 있는 것은 늦은 밤 그를 찾아온 젊은 드워프들 때문이었다.

그 순간, 젊은 드워프들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장로님, 빠른 결단이 필요합니다!”

“보십시오, 아직도 오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 작자도 망할 신관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끼리 개별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그들은 모두 보석 채광이나 재개하라는 암흑성국의 명을 거부하고, 그들끼리라도 구출 작업을 개시하자고 장로를 설득하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라분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이 사람들아. 내 마음도 자네들과 똑같다는 걸 왜 모르나.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명령을 어기고 행동할 경우, 그들을 구해 낸다고 해도 모두가 죽을 운명이라는 것 또한 왜 모르는 건가.”

장로의 말에 일순간 모두가 숙연해졌다.

시끄럽게 떠들던 젊은 드워프들이 모두 말이 없어졌다.

라분이 말한, 구출해도 모두 죽을 것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처한 처지 때문이었다.

먼 과거 다크 드워프들은 마법을 받아들였다는 사실 때문에, 드워프 종족에게서 축출당한 후 대륙을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들은 대륙의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각지에서 숱한 핍박을 받았다.

구심점이 될 자신들의 땅이 없는 그들은 여러 곳에서 노예 신세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라무딘의 다크 드워프들은 최악의 상대인 암흑성국의 황제에게 포로로 사로잡혀 있는 상태였던 것이었다.

순간 라분이 정적을 깨고 말을 꺼내었다.

“……이제 단 10년이 남았네. 이것만 버티면 우리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섣불리 행동하였다가는 모두 죽고 말걸세.”

그들은 황제와 200년의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황제가 자신을 위해 200년간 일을 끝마치면, 자유의 몸으로 풀어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었다.

그것만을 믿고 190년의 시절을 피눈물을 흘려 가며 버틴 그들이었다.

그 고통을 버티고 버텨 왔는데 이 순간, 그것을 깨 버릴 수는 없었다.

답답함에 감정이 복받쳐 오른 젊은 드워프들이 눈물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크흑, 하지만 이 순간에도 동료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흐흑, 어쩌다가 이런 일이.”

슬픈 눈동자로 그들을 다독이던 라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내가 아침 해가 뜨는 즉시 다시 한 번 성으로 가 보겠네. 조금만 기다려 주게나.”

그런데 그때였다.

투다다다.

갑작스레 바깥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촤아악.

이어진 다음 순간, 커튼으로 된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한 드워프가 얼굴을 들이밀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을 꺼냈다.

“허억, 헉, 장로님.”

라분이 당황하여 말을 건넸다.

“대체 무슨 일인가?”

그러자 드워프가 숨을 고르고는 놀라운 사실을 전했다.

“오, 오셨습니다! 신규 담당관분이 오셨습니다!”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새로운 담당관 리온이 그들의 거처로 진짜 찾아온 것이었다.

“얼른 가세나!”

장로와 드워프들은 곧바로 방문자에게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라분의 방에, 터널에서 마을로 이동한 레온이 함께 하고 있었다.

같은 공간 안에 있었지만, 그들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여유롭게 라분이 가져온 차를 마시고 있는 레온에 반해 다른 다크 드워프들은 모두 눈빛에 간절함이 차올라 있었다.

그러던 그때, 라분이 레온에게 말을 꺼냈다.

“제발 부탁드리오. 우리의 동료를 구해 주시오.”

하지만 레온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들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대답을 건넸다.

“그게 말인데, 아무래도 암흑성국의 병사들을 쓰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소.”

그러자 라분이 한숨을 내쉬며 다른 제안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제발 우리를 보석 채광 작업에서 빼 주기라도 해주시오. 구출 작업에 딱 사흘만 시간을 양보해 주시면 안 되겠소?”

그러나 레온은 두 번째 제안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석 채광 또한 빼 주지는 못할 것 같소.”

레온의 어이없는 말에 다크 드워프들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게 대체 무슨……!”

“지금 우리를 놀리러 온 것인가.”

“그럼 대체 왜 우리를 찾아온 건가!”

그들이 커다랗게 역정을 내는 데도, 레온은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할 뿐이었다.

그에 라분은 속으로 의아해하며 생각했다.

‘……대체 이자는?’

점차 다크 드워프들이 전신에서 살기까지 뿜어져 나오고 있었지만, 레온은 그 모든 기운을 물 흐르듯 받아넘기며, 속으로 생각했다.

‘흠, 이제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라고 말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두두두두두!

그그그그긍!

갑작스레 마을에 엄청난 진동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소리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크 드워프들이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지축이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 지진이다!”

“마, 말도 안 돼! 여기까지?”

“피해라!”

다크 드워프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피하려고 해도 어느 곳으로 피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그렇게 그들이 허둥지둥하는 순간.

레온의 표정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콰가가강!

쿠아아앙!

이어진 다음 순간, 갑작스레 바깥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낯빛이 하얗게 질린 채, 다크 드워프들이 라분의 집을 벗어나 바깥으로 뛰어 나왔다.

“이, 이건?”

“뭐지 대체?”

그러자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의 공터 한가운데에 싱크 홀처럼 커다란 구멍이 생겨나 있었던 것이었다.

구멍이 뚫려나며 하늘로 솟구친 흙들이 그들의 머리 위로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눈에 들어간 흙을 빼내고, 입과 들어간 흙들을 뱉어내며, 그들은 넋이 나간 채 구멍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느새 지진은 거짓말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어, 어라?’

‘뭐, 뭐야 저건?’

그때, 그들의 눈동자에 경악의 감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끙차!”

난데없이 어린 꼬마 아이 하나가 구멍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던 탓이었다.

지진과 구멍과 어린아이.

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조합에 모두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소란의 주인공인 꼬마 아이는 집중되고 있는 모든 다크 드워프들의 시선은 무시한 채, 더러워진 자신의 옷을 털고 있을 뿐이었다.

이 말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오로지 라분만이 정신을 차리고는, 머리를 굴리며 사태를 파악해 내고 있었다.

‘……설마 그린 드래곤의 해츨링인가?’

자연재해인 지진을 일으키는 힘과 커다란 구멍을 생성해 낼 파괴력을 지닌 존재.

그것은 드래곤 외에는 없을 것 같았다.

한데 어린아이의 모습인 것을 볼 때, 성체가 되기 전 유아기의 드래곤을 지칭하는 해츨링이라고 짐작한 것이었다.

순간 라분의 등으로 식은땀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해츨링이라고 해도 드래곤이 지닌 파괴력은 그들 전부를 쓸어버리고도 남았다.

게다가 대지와 독을 다스리는 그린 드래곤은 블랙 드래곤과 함께 가장 성정이 포악하다고 알려져 있지 않은가.

그가 자신의 팔목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순간.

“찾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어린아이가 한 곳을 바라보더니 생글생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아이의 입에서 나온 전혀 생각지 못한 말에 전투를 준비하던 라분은 황당함에 물들고 있었다.

“아부지! 나 왔다!”

아이는 누군가를 아버지라고 부르며 이쪽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버지란.

“아이고! 거참, 오글거리니까 아빠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바로 자신들에게 다가온 새로운 담당관, 레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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