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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36화 (236/332)

# 236

레온의 갑작스런 등장에 당황해하던 이들 중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신관이었다.

“이이! 네 놈은 누구냐!”

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채, 고성을 내뱉었다.

깜짝 놀란 나머지 스킬의 캐스팅까지 실패한 사실에 자존심이 크게 상한 것이었다.

신관의 날카로운 살기가 레온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가볍게 받아넘겼다.

처척.

스르릉.

그러고 난 후, 레온은 신관에게 대답은 하지 않고 묵묵히 인벤토리에서 검을 하나 꺼내 장착할 뿐이었다.

-‘흑암기사단 칠흑의 대검’을 장착하였습니다.

그 검은 입단을 하며 받았던 흑암기사단의 증표인 칠흑의 대검이었다.

말로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 주는 것이 자신이 누군지 더 빠르고 임팩트 있는 설명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미 칠흑의 갑옷은 입고 있었기에, 검까지 장착하자 그는 완전한 흑암기사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있었다.

그렇게 완전한 복식이 갖춰지고 나자, 그제야 NPC들은 자연스레 레온이 누구인지를 알아차리는 듯했다.

곧이어 두 세력에서 전부 소란스러운 반응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저 갑옷은?”

“헉! 저 검은?”

“아니, 왜 흑암기사단이 이곳까지?”

그들의 표정에 경악과 당혹스러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다크 드워프들의 눈빛에서는 공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암흑성국의 주민들에게 흑암기사단은 그만큼 거대한 의미를 지닌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즐기며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쯤이면 됐겠군.’

처척.

모두가 레온의 정체를 알아차린 듯하자, 레온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러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꺼내었다.

“참 나,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군. 황제 폐하가 ‘직접’ 임명하신 일꾼들에게 포격을 날리지를 않나. 일꾼들은 성문 바로 앞에서 ‘반역’을 하려고 하지를 않나 말이야.”

뜨끔.

자신이 저지른 일을 알기는 아는 탓일까.

미쳐 날뛰던 신관이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의 분노 조절 장애가 단숨에 완치가 되어 있었다.

신관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 말을 더듬거렸다.

“흐, 흑암기사단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냐. 믿을 수 없다.”

그에 레온이 피식하고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꺼냈다.

“참 나, 신관이란 자가 의심이 뭐 이리 많은지. 그럼 이리 와서 직접 확인해 보시든지.”

말이 끝나자마자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들고는 머리 위로 들어 흔들어 댔다.

출발 전, 2병단장 나이저에게 받은 ‘임명서’였다.

‘저 개자식이 감히!’

장난기가 다분한 레온의 말에 신관의 낯빛이 붉으락푸르락 변화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신관이 획, 하고 고개를 돌려 시장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 냈다.

당연하게도 빨리 확인해 보라는 뜻이었다.

“어, 얼른 내려가서 확인해 보아라.”

움찔한 시장이 다급하게 옆에 서 있던 병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끼이익.

이윽고 잠시 후, 성문이 열리고 일단의 무리가 레온을 향해 걸어왔다.

완전무장한 상태였음에도 그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확인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병사 무리 중 가장 높은 직책인 듯한 이가 말을 꺼냈다.

그는 레온의 임명서를 건네받은 후, 꼼꼼히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읽고 있는 임명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임명서]

위대하신 황제 페하의 명을 대신하여, 흑암기사단 2병단 소속 상급기사 ‘리온’을 아스라한산맥 보석 채광 작업 및 아스라한산맥 터널 개통 공사의 총 책임자로 임명한다.

-흑암기사단 1병단 단장, 클라리우.

-흑암기사단 2병단 단장, 나이저.

한데 그곳에 놀라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분명 레온은 서임을 받을 때만하더라도 그의 등급은 ‘일반기사’였는데, 임명서에는 무려 ‘상급기사’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흑암기사단은 일반, 중급, 상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상급기사의 위에는 부단장과 단장밖에는 없었다.

그 말인즉 사실상 상급기사는 최고위의 등급이라는 뜻이었다.

이 모든 것은 나이저의 도움 덕택이었다.

순간 레온의 머릿속에 임명서를 내어주며 나이저가 했던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유스웰에 가서 일반기사의 서품을 지니고 있다면, 그곳에 배치된 신관의 명을 따라야만 할 걸세. 그래서 클라리우 님을 설득하여 이례적으로 자네를 서품을 두 단계 상승시켰네. 자, 이로써 자네와 배치된 신관은 동급의 직위가 된 걸세. 아무쪼록 좋은 성과를 바라네.

그랬다. 일반기사로 가면 신관에게 휘둘릴 것이 뻔했기에, 직책을 상승시켜 준 것이었다.

‘흐흐, 예뻐 죽겠다니까.’

자신의 진짜 정체도 모르고 이렇듯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나이저가 레온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물론 후에 그를 해치워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말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처척!

“흑암기사단의 상급기사님을 뵙습니다!”

두 단장들의 직인이 위조된 것이 아닌 진짜라는 사실을 깨달은 병사들 전부가 레온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

그에 레온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고, 신관은 얼굴을 휴지 조각처럼 일그러뜨렸다.

상급기사라는 말에 시장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레온과 신관이 동급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레온에 의해 이 사태가 마무리될 것임을 직감한 것이었다.

순간 레온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선포하듯 소리를 질렀다.

“이 시간부로 아스라한산맥의 보석 채광과 터널 개통 공사의 모든 통제권은 나 리온이 가진다! 더 이상의 소란은 용납하지 않겠다!”

레온이 압도적인 기운을 흩뿌리며 말을 꺼내자, 병사들과 다크 드워프들이 침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오로지 신관만이 빠득, 하고 소리 나게 이를 갈며 레온을 죽일 듯이 쳐다볼 뿐이었다.

하지만 레온 또한 그런 신관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노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신전으로 돌아간다.”

신관이 자신을 보필하는 부하들을 대동한 채, 몸을 돌려 떠나갔다.

두 단장의 직인이 찍힌 임명서를 가지고 온 지금으로선 더 이상 자신이 할 행동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탓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자, 레온은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이내 몸을 돌려 성큼성큼 다크 드워프들을 향해 걸어갔다.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는 흑암기사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서자, 그들은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흑암기사단의 잔혹한 행적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그들의 걱정과는 달리 신관과 대화를 나눌 때와는 전혀 다른 약간의 따뜻함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너희들도 일단 너희들의 숙소로 해산해 있어라. 최대한 빨리 찾아가겠다.”

진심이 느껴지는 레온의 눈빛과 말투에 다크 드워프들은 꽤나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온의 곁에 있던 병사들은 그들이 해산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말 한마디에 저들의 흥분이 가라앉으리라 생각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순간.

“……후우, 돌아가자.”

“……찾아와 주신다고 하셨으니 오시겠지.”

놀라운 일이 발생하여 있었다.

젊은 드워프들은 무언가 레온에게 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늙은 드워프들이 그런 그들을 타일러 가며 그들의 보금자리로 이동해 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들이 전투를 벌일 기세로 잔뜩 흥분하여 있던 것을 생각하면, 레온은 너무나 그들을 쉽게 돌려보내는 데 성공하였다.

레온을 바라보는 병사들의 얼굴에 경외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레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휴, 이거 정치력 스텟이 아니었으면 오자마자 꽤나 귀찮아질 뻔 했네.’

그랬다. 그들이 잠잠해진 이유는 단순히 흑암기사단이라는 레온의 직책 때문이 아니었다.

레전드리 칭호를 얻으며 새롭게 획득한 세 개의 스텟 중 하나인 ‘정치력’이 그 효력을 발휘하였던 것이었다.

정치력은 특이하게도 전투에는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는 독특한 스텟이었다.

정치력은 두 가지의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첫째는 소유자가 적을 두고 있는 도시의 농업, 상업, 병기 생산, 인재 발견, 등용 등등의 내정 활동의 성공률과 추가 효과가 발생할 확률을 높여 주는 것.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NPC들과 갈등이 생겼거나, NPC를 설득하려고 할 때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후후, 한계를 돌파한 자 칭호 덕분에 얻은 지 얼마 안 된 스텟도 수치가 상당히 높구먼.’

레온의 눈앞에 어느새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정치력 스텟이 발휘되었습니다.

-다크 드워프들의 설득에 성공하였습니다.

순간 레온이 복귀를 하고 있는 다크 드워프들의 축 처진 어깨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측은한 눈빛을 띈 채 속으로 생각하였다.

‘걱정하지 말라고. 꼭 찾아갈 테니.’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은 더 급한 일이 남아 있었다.

곧이어 레온이 몸을 돌렸다.

“가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을 대동한 채, 레온이 열려 있는 유스웰의 성문 안쪽으로 이동해 들어갔다.

잠시 후, 레온은 시장실로 이동하여 있었다.

그러곤 방 안에 비치된 화려한 원탁에 유스웰의 시장 머독과 마주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리처럼 연신 손을 비벼대며 머독이 레온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헤헤, 명성이 자자하신 흑암기사단의 일원을 만나게 되어 영광일 따름입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며 레온이 그에 관해 내린 평은 간단했다.

얍삽하게 생긴 외관과 똑같은 내실을 지닌 인물로, 아부와 처세에만 능하고 지닌 능력은 전혀 없다라는 것이었다.

혹독한 레온의 평과는 달리 머독은 레온을 구세주처럼 대하고 있었다.

여태까지는 유스웰에 마땅한 황제파의 사람이 없어서 이기도 했고, 가장 큰 것은 신관 때문에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이던 찰나에, 레온이 등장하자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느낌인 듯했다.

‘뭐, 네 편이 될 건 아니지만.’

그렇게 레온은 속으로 비웃고 있었지만, 머독이 너무나 이용하기 쉬운 상대로 보였기에 그의 아부에 잘 맞춰 주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생각이 들자, 머독은 신관 ‘보댕’에 대한 악담을 끝도 없이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흑흑, 그 망할 보댕 때문에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실 겁니다.”

그에 레온은 쓸데없는 말은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며, 보댕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갔다.

보댕은 종교재판장 모즈구스의 오른팔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본신의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폭급한 성정으로 인해 교황청에서조차 악명이 자자하다고 하였다.

머독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어 말했다.

“휴우, 그는 원래 이교도 척살전의 최전선에 있었는데, 왜 이곳에 온 건지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보댕은 부임하고 나서, 시장의 소관인 보석의 채광과 터널 개통에 사사건건 개입을 하기 시작하였다고 했다.

이제는 시장인 자신보다 신관의 말을 더 듣는다고까지 말을 하였다.

그에 레온은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머독은 무능력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이거 아주 막장이구먼.’

보댕이 간섭하고 있는 부분들을 싹 다 쳐 내는 데는 생각보다 귀찮은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았다.

레온은 짜증스러운 내심은 숨긴 채, 이제 자신이 왔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를 다독였다.

“크흑, 전 이제 리온 님뿐입니다.”

그러자 머독이 눈을 붉히며 고맙다고 연신 레온의 손을 부여잡고 흔들었다.

그러곤 도움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말씀하시라며, 고개를 수그렸다.

레온은 가식적인 웃음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렇게 너무나 손쉽게 써먹을 패 하나를 만든 레온은 이내 시장실을 떠나 배정받은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다.

“후우.”

레온이 방 안으로 들어서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피곤할 법도 하건만, 침상에 눕지 않았다.

끼익.

조용히 방 안에 있는 의자에 앉은 채, 눈을 빛내고 있을 뿐이었다.

순간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곧 오겠군.’

그는 올 때가 된 자신의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똑똑.

레온의 방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이는 바로.

“오셨군.”

마몬교의 신관 보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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