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34화 (234/332)

# 234

흑암기사단 2병단 단장실.

그곳에 레온과 나이저가 독대를 하고 있었다.

신입 기사 중 2병단에 배속된 것이 레온뿐이기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 레온의 상태는 앞서 연무장에서 뛸 듯이 기뻐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면서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방금 전, 나이저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보직을 차마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나 현실 부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띠링.

띠링.

곧이어 그의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나이저의 말이 완전한 사실임을 증명해 주고 있었으니까.

-특수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퀘스트, ‘아스라한산맥에 터널을 개통시켜라.’를 획득하였습니다.

‘……어떻게 친밀도가 변하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그렇게나 자신에게 잘 대하여 주었던 나이저가 자신에게 한 무더기 똥을 건넨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입 기사에게 갑자기 산맥에 터널을 뚫고 오라니.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그는 전쟁터로 나가 전장을 휩쓰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초대형 중장비 공사를 완성시키고 오라는 명령을 받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끄응, 일단 내용부터 다시 확인해 보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는 것을 꾹 참으며, 그는 퀘스트 내용을 상세히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아스라한산맥에 터널을 개통시켜라]

암흑성국의 최남단에 있는 아스라한산맥은 브라움 산맥과 함께 대륙 2대 산맥이라 불리는 험준한 산맥이다.

브라움 산맥과 다른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아스라한산맥에는 엄청난 양의 보석들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채취된 보석들은 모두 암흑성국 황실로 이동이 되어졌는데, 험준한 산세 탓에 어쩔 수 없이 교황청 직속의 교역 도시인 ‘하반’을 거쳐 가야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교황청이 항상 엄청난 양의 보석들을 통행료와 헌금이라는 이름으로 가져갔다.

분노한 황실은 오래전 사로잡은 다크 드워프 일족들로 하여금 산맥에 터널을 개통시켜, 그 비용을 내지 않으려 하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작업 진행률은 아직도 지지부진하기만 한 실정이다.

교황청의 여러 방해 공작들과 산맥 내부 암석들의 경도 때문이다.

이제 당신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황제를 위하여 터널을 개통시켜야 한다.

퀘스트 난이도 : SSSS

퀘스트 보상 : 악명 50,000, 지명도 150,000. 알 수 없음

내용을 전부 읽은 후, 레온의 감상은 이러했다.

‘우리 사이 좋았잖아. 나한테 왜이래?’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일 만도 하였다.

아스라한산맥이라면 암흑성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곳이지 않은가.

방금 신입사원으로 뽑혔는데, 해외 지사와 같은 한지로 버려지는 느낌이었던 것이었다.

레온이 속으로 탄식을 내뱉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임무 수행이라는 것이 뭔가 특별해 보여서 기대가 컸는데. ……이럴 거면 그냥 3병단을 가는 게 나았겠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소요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할 뿐이었다.

순간 레온은 차오르는 스트레스에 정신 줄을 놓을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다시금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아니야. 여태껏 정보를 찾아보았을 때, 일반 기사를 이런 임무에 보냈다는 걸 들었던 적이 없었잖아. 나이저와 클라리우가 나에게 이걸 맡긴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그러곤 머리를 바쁘게 굴리기 시작하였다.

‘자, 생각해 보자. 왜 갑자기 나에게 이런 임무를 주었을까.’

레온은 하나둘 그 이유를 떠올려 보았다.

혹시 자신들의 단장인 클라리우에게 상처를 나게 해서 일까?

잠시 생각해 보고 난 후, 레온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듯했다.

끝나고 난 후, 오히려 클라리우에게 격한 칭찬을 받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이저에게 밉보일 짓이라도 한 것일까?

순간 레온이 나이저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그것 또한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저의 눈빛은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신뢰와 기대감이 가득 차올라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힌트는 획득한 퀘스트 내용에 숨겨져 있을 거야.’

레온은 최고조로 집중력을 발휘하며, 퀘스트 내용 속에 있는 정보를 캐치해 내기 시작하였다.

아스라한산맥과 보석, 통행료와 헌금.

교황과 황제.

일단 레온은 암흑성국 내에 황실과 교황청의 견제와 반목이 생각보다 심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잠깐만!’

그러자 그때, 클라리우가 자신에게 했던 마지막 한마디가 레온의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더욱 정진해라. 황제 폐하를 위해 큰 역할을 할 때가 올 것이니.

그 순간, 레온은 왜 자신에게 이 퀘스트를 주었는지 짐작이 되기 시작하였다.

‘기사단은 황실에 충성하는 집단! 이 퀘스트를 통해서 교황청에 한 방 먹이려는 의도구나!’

그 사실을 깨닫고 나자, 레온이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제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를 알아차린 것이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처척!

레온이 속으로.

‘아니면 마는 거지, 뭐! 한번 질러 본다!’

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나이저는 놀란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레온은 감동에 찬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제게 이런 막중한 임무를 하사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이저 님!”

그에 나이저는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흐, 흐흠. 그 정도의 임무가 막중하기는.”

그 반응으로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자신의 생각이 선명해지자.

레온은 속으로 ‘조금 더 세게 나가야겠어!’라고 생각하며 더욱 큰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막중하고말고요! 황제 폐하께 불충을 저지르고 있는 저 패악 무도한 교황청 놈들에게 크나큰 타격을 줄 수 있도록 기필코 터널을 개통시켜 보겠습니다!”

“……!”

이어진 레온의 말에 나이저의 두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떨리고 있었다.

‘좋아, 역시 이거였어!’

그에 레온은 자신이 정확한 키워드를 뱉어 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싸아-.

이윽고 잠시 동안 단장실에 침묵이 감돌았다.

“휴우.”

그러던 중, 나이저가 뱉어 낸 한숨 소리가 그 정적을 깨뜨렸다.

“……황제 폐하를 향한 자네의 충심은 정말 대단하군. 자네를 의심한 것이 미안해지게 할 만큼 말이네.”

‘날 의심했었다고?’

레온은 나이저의 말에 크게 당황했지만, 그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나이저의 말이 계속되었다.

“기분 나빠하지는 말게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었으니 말일세.”

“……어떤 일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레온의 질문에 나이저는 살짝 머뭇거렸지만, 이내 완전히 믿기로 결정하였는지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며칠 전, 단장님께서 나를 찾으셨네. 그리고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주셨지.”

레온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사단 내에 모즈구스의 스파이가 잠입했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만일 커뮤니티에 공개된다면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올 것이 확실한 최상급의 정보였다.

……하지만 그를 정말로 놀라게 만든 이야기는 그 다음에 이어진 것이었다.

나이저가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래서 단장님은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셨네. 그래서 우리도 극비리에 종교재판소 내에 스파이를 침투시키기로 결정을 하였다네.”

맞불 작전이었다.

당한 것을 그대로 갚아 주려는 작전을 짠 것이다.

‘어라? 잠깐만!’

한데 그때, 레온은 불현듯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레온이 경악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나이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설마 그렇다면?”

그에 나이저가 고개를 주억이며 대답했다.

“맞네. 자네가 이 임무를 성공하는 순간, 자네는 종교재판소에 스파이로 잠입하게 될 거네.”

띠링.

띠링.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왔고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스라한산맥에 터널을 개통시켜라’ 퀘스트의 히든 보상이 갱신되었습니다.

-보상 목록에 ‘잠입 스파이’ 보직 획득이 추가되었습니다.

그 순간, 레온은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이 퀘스트를 해결할 시 자신이 종교재판소를 견제할 스파이의 신분을 획득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 일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예측해 보는 것이었다.

잠시 후, 레온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웬 꿀이야!’

사실 걱정이었다.

기사단장을 처치하고 난 뒤에, 종교재판소는 어떻게 잠입하고 모즈구스는 또 어떻게 처치할까 말이었다.

한데 이런 기회를 공식적으로 얻을 수 있다니.

정말 최고의 찬스임에 틀림없었다.

‘게다가 잘만 하면 기사단과 종교재판소 사이에 더욱 심한 내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말이지!’

그러자 망했다고 생각했던 퀘스트가 달리 보이기 시작하였다.

“맡겨만 주십시오!”

다음 순간, 나이저에게 레온이 의지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그래! 좋아, 까짓것 어떻게든 터널을 뚫어 주마!’

* * *

잠시 후, 레온은 기사단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나이저가 마련해 준 전용 마차를 타고 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목적지는 아스라한산맥 근처에 세워진 광산 도시, ‘유스웰’이었다.

제에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꽤나 긴 시간을 마차를 타고 이동하여야 하는 일정이었다.

지루함에 넓은 마차의 내부에서 뒹굴 거리던 레온은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고민을 하던 그는 이내 시스템 탭을 눈앞에 펼쳐 보였다.

그러곤 친구 목록에 등록된 한 유저에게 보이스 톡을 걸었다.

띠리링.

띠리링.

통화 연결음이 들리다가, 이내 딸칵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방 유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오, 유호, 아니 레온 군, 반갑구먼. 무슨 일 있는가?

그 유저의 이름은 ‘제비어’.

바로 현실에서 유호를 가르치는 노교수였다.

레온이 밝게 인사하며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그냥 안부차 인사드렸어요. 대장간 생활은 할 만하세요?”

-허허, 자네의 도움 덕에 정말 너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네. 역시 좋은 스승님에게 배우니 숙련도가 미친 듯이 올라가는구먼.

또 말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정말 기쁘긴 기쁜 모양이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레온이 대답을 하였다.

“정말 다행이네요, 교수님.”

-레온 군! 정말 고맙네.

한데 그때였다.

옆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어허! 이놈이 아까부터 듣자 듣자 하니, 감히 영주님의 이름을 함부로 지껄여!

-아, 아닙니다. 스승님. 그게 아니고 실은 현실, 아니 바깥에서…….

-떽! 이제 꼬박꼬박 영주님이라고 붙이지 않으면 네놈에게 더 가르쳐 줄 기술은 없는 줄 알아라!

-히익!

보이스 톡을 통해 오랜만에 거친 클라크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레온이 힘겹게 웃음을 참던 그때, 제비어가 다급한 목소리로 보이스 톡을 끊으려 하였다.

-레, 레온 구, 아니 영주님, 나중에 다시 걸도록 하겠습니다.

삐빅.

그렇게 보이스 톡을 끝내고 난 잠시 후.

‘이야,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이네.’

레온은 마차 창의 바깥으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생각을 하였다.

털썩.

그러다가 이내 마차 내부에 몸을 뉘었다.

‘에라, 모르겠다. 자고 일어나면 도시에 도착할 수 있겠지.’

“흐아암.”

이어 플레이 모드를 수면 모드로 돌리며 게임 안에서 선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꽤나 긴 시간이 흐르고 난 후.

슈우우!

콰가가강!

퍼퍼펑!

‘뭐, 뭐야?’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폭음에 레온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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