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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31화 (231/332)

# 231

파바바밧!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레온은 엄청난 속도로 클라리우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검이 아닌 활을 꺼내 든 이상, 상대와 멀리 떨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상대는 창을 사용하는 근접 전투 직업이었기에, 직접 격돌하는 것은 레온에게 좋을 것이 없었다.

레온은 당연히 상대가 그런 자신을 쫓아 붙으리라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 자식 봐라?’

이내 그는 자신의 예상과 달리 상대는 달려들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클라리우는 어떤 준비 태세도 없이 창대의 끝을 지면에 닿은 채, 그저 우두커니 서서 레온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클라리우의 눈빛은 어디 네가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라는 듯했다.

지극히 오만해 보이는 태도였지만, 저것은 오만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 만큼의 강함이 있었으니까 말이었다.

‘콧구멍에까지 꽂아 넣어 주마!’

레온이 뿌득, 소리가 나게 이를 갈며 곧장 소울 슬롯 스킬을 시전하였다.

삐에로가 나타나자마자, 그는 곧바로 레버를 돌려 숫자를 하나로 일치시켰다.

-축하합니다. 번호를 일치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3번 지정 스킬, ‘소울 솔리드’가 발동됩니다.

다음 순간, 정령왕의 바람살에 검푸른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지정, 흑마도 집행관 로지.”

이어 레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려 5성 등급의 영혼을 제물로 삼았다.

소울 솔리드 스킬은 높은 등급의 영혼을 소모할수록 위력이 증대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아껴서는 안 됐다.

슈우우우웅!

키이이잉!

그러자 일전에 3성 등급 영혼을 소모시켰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한기가 정령왕의 바람살에 서리기 시작하였다.

정령왕의 바람살이 무언가에 오염이라도 되는 것처럼, 순식간에 색이 바래지고 있었다.

‘좋아!’

그 모든 과정이 끝마쳐지자마자, 레온은 세차게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하였다.

피융!

피슝!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파공음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

한 발, 한 발 모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위력이 담겨 있었다.

한기를 내뿜는 화살들이 폭우처럼 쏟아지자, 지켜보고 있던 다른 입단 심사자들의 놀란 반응이 쏟아졌다.

“와, 저것들 다 일반 공격이 아니라 스킬 샷들이네?”

“아니, 마나 통이 얼마나 큰 거야? 저게 감당이 되나?”

그들은 레온이 궁수의 스킬을 난사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나이저마저 놀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저 친구, 저런 활 실력까지 가지고 있었나? 역시 대단하군!’

하지만 클라리우에게는 그런 레온의 공세가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클라리우가 콧방귀를 끼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흥! 얕은수!”

그러곤 창대를 들더니, 양손으로 풍차처럼 창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부우웅!

쐐애애앵!

거대한 창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팅!

티팅!

레온이 쏟아 낸 무수한 화살들이 그 소용돌이 속으로 날아들었다가, 이내 힘없이 튕겨 나왔다.

‘……전부 다 막힌다고?’

그래도 5성 영혼씩이나 소모한 만큼 약간의 피해는 입힐 줄 알았는데, 너무나 가볍게 막혀 버리자 레온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하지만 가차 없이 마지막 화살까지 튕겨 내 버린 클라리우가, 레온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이게 다라면 실망이군.”

콰아앙!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지면이 박살이 날 정도로 강하게 앞으로 진각을 밟으며 레온에게 돌진하였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였다.

‘오른쪽!’

그러나 다행히도 레온은 그의 신형을 놓치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레온의 측면에서 나타난 클라리우는, 레온을 반쪽으로 쪼개 버릴 기세로 창을 위에서 아래로 꽂았다.

그에 레온은 곧장 정령왕의 바람살을 머리 위로 방패 삼아 들어 올리며, 공격을 막아 내었다.

쿠우우웅!

“크윽!”

창이 아니라 철퇴가 내리꽂힌 것 같은 묵직함이 밀려오자, 참지 못하고 레온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힘과 힘의 격돌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니, 이 힘 말이 돼?’

그러나 점차 팔이 후들후들 떨려 오는 쪽은 레온이었다.

띠링.

띠링.

-웨폰 브레이커 스킬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정령왕의 바람살의 내구도가 하락하였습니다.

-웨폰 브레이커 스킬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정령왕의 바람살의 내구도가 하락하였습니다.

‘젠장!’

순간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레온이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클라리우의 창의 효과인 듯, 방패로 삼은 바람살의 내구도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저 창. 너무 강력한데.’

당초 자신의 생각보다 상대가 지닌 마신의 신물이 지닌 파괴력이 너무나 강력했다.

“흐아앗!”

휘익!

퍼퍽!

그러던 그때, 레온이 이를 악물고 전력을 쏟아 내어 클라리우의 창을 튕겨 내었다.

그러곤 양발로 상대를 힘껏 차 버렸다.

파바밧!

갑옷에 막혀 대미지는 전혀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시금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레온은 또다시 활 사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레온을 지켜보는 입단 심사자들은 마치 자신이 전투를 하고 있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심사를 치렀던 이들 중 최장 시간을 레온이 버티고 있었다.

“후우, 후욱.”

레온은 거칠게 숨을 고르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괴물 같은 놈은 이전과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자신의 공격을 모두 막아 내고 있었다.

레온이 순간 속으로 체념하듯 생각했다.

‘이쯤 되면 인정해야지. 이건 안 먹히는 거야.’

무기의 힘인지, 스킬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원거리 공격은 완전히 파훼되고 있었다.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야 했다.

비등하게 전투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알케믹 소드 마스터의 스킬들을 사용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레온은 이곳에서 알케믹 소드 마스터의 힘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에서 암살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지닌 가장 강력한 패를 드러내는 건 분명,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선택이 될 거야.’

그렇다면 자신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그래, 그걸 사용하자.’

순간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그는 파상 공세를 이어 가던 공격을 멈추었다.

하지만 클라리우는 이전처럼 달려들지 않았다.

‘뭐지?’

그가 무언가 레온의 기세가 일순간 확연히 달라진 것을 알아차린 탓이었다.

레온이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렌탈 클래스, 미스트 룰러.”

우우웅!

스르릉!

레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일순간 연분홍빛의 기운이 레온을 감쌌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랬다. 레온이 사용한 것은 스킬이 아닌 일전에 새롭게 얻었던 ‘렌탈 클래스’ 특성이었던 것이었다.

[렌탈 클래스]

획득 조건을 만족한 상대 유저의 직업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획득한 직업은 한 달간 보유되며, 렌탈한 직업의 스킬은 하루에 한 번씩 충전식으로 사용 가능하다.

-조건 1. 일대일 전투에서 승리해야 한다.

-조건 2. 상대의 직업 등급이 자신의 직업 등급보다 반드시 낮아야 한다.

-동시에 보유할 수 있는 렌탈 직업은 최대 3개이다.

-최대 개수의 직업을 보유 중일 때, 다른 직업을 렌탈할 시 가장 앞서 렌탈하였던 직업이 소멸된다.

-렌탈 클래스로 획득한 직업은 직업 합성의 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

‘렌탈 클래스’는 일전에 몬스터 장의사를 얻으며 유니크 등급의 클래스를 세 개 이상 창조하는 히든 조건을 만족시켰을 때 얻었던 특성이었다.

일대일 전투에서 승리한 상대의 직업을 한 달간 말 그대로 빌려서 사용할 수 있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그동안은 렌탈을 할 만큼의 가치를 지닌 직업이 없었거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여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16강 토너먼트에서 만났던 쿠단의 미스트 룰러는 조건도 딱 맞췄고, 클래스의 위력도 마음에 들었었다.

시합이 끝난 후, 쿠단의 시체에 레온이 손을 가져다 대었던 것은 렌탈 클래스 특성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클라리우가 레온을 바라보더니 흥미롭다는 감정을 얼굴에 지어 보이고 있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레온이 숙지해 두었던 미스트 룰러의 스킬들을 하나씩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일단 저 망할 창부터 봉인하자.’

“안개 저주! 무기 봉인!”

그 첫 번째는 안개 저주 스킬이었다.

레온이 지정한 종류의 무기 하나를 상대가 10분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자신의 흑염룡의 거태도도 10분간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었었으니, 분명 상대의 신물에게도 통할 터였다.

스으으!

촤아아아!

레온의 오른손이 산산이 흩어지며 안개가 되었다. 그러곤 그 안개는 클라리우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휘몰아치며 달려들었다.

클라리우는 거칠게 창을 휘두르며 막아 보려 했지만, 순식간에 안개는 그의 창에 스며들어 갔다.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안개 저주’를 적중시켰습니다.

-무기 봉인으로 ‘창’이 지정되었습니다.

-클라리우의 무기가 강제적으로 장착이 해제됩니다.

클라리우의 창이 완전히 부식이라도 된 것처럼 엉망진창의 상태로 변하여 있었다.

쿠웅!

그러자 곧이어 클라리우가 자신의 창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좋았어!’

레온이 쾌재를 불렀다.

일단 10분간 한 가지 신물의 사용을 막아 내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힘겹게 얻어 낸 이 시간 동안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 내야 했다.

레온은 곧바로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슈우웅!

레온이 다시금 소울 슬롯 스킬을 사용하였다.

정령왕의 바람살이 데스 사이드의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사신의 형상이 된 레온이 두 번째 미스트 룰러의 스킬을 시전하였다.

“미스트 도플갱어.”

끼에에에에!

그의 말이 끝난 순간, 공간에 안개가 휘몰아치는 동시에 귀신의 비명이 쏟아졌다.

슈우우우웅!

화아아앗!

그리고 마침내 레온 본체의 7할의 힘을 가지고 있는 도플갱어 세 체가 모습을 나타내어 있었다.

도플갱어들 또한 레온처럼 사신의 낫을 들고 있었다.

순식간에 4 대 1의 상황이 펼쳐지자, 다른 시험 참가자들이 제 입을 쩍 벌리고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클라리우의 표정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감정이 나타나 있었다.

그가 레온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놀라운 말을 꺼내었다.

“후후, 재밌군. 좋아, 나도 전력으로 상대해 주지.”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레온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우우웅!

콰아아아아!

클라리우의 주먹에 타오르는 불꽃처럼 검붉은 오러가 넘실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어이없어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 미친놈! 오러 피스트도 사용할 수 있다고?’

오러 피스트는 레온의 오러 블레이즈와 비슷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무기에 오러를 깃들게 하는 것보다 신체의 일부에 오러를 깃들게 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는 게임 내의 설정 때문에, 무투가 랭커 1위조차 오러 피스트 스킬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한데 그것을 클라리우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얻기 어려운 만큼 형용하기 힘들 만큼의 위력을 지녔을 것이라 예측되는 오러 피스트를 확인하자, 레온은 기운이 쫙 빠지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그의 진정한 힘이 창사가 아닌 무투가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에 의미를 두자고 생각했다.

“와라!”

그때, 전신에서 엄청난 기운을 폭사시키며 클라리우가 레온에게 소리쳤다.

‘그래! 간다, 가! 이 자식아!’

투다다다!

그러자 레온이 미스트 도플갱어들과 지면을 박차고 클라리우에게 맹렬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네 개의 데스 사이드와 오러 피스트가 서로 맞부딪쳤다.

쿠우우우우!

콰가가가!

그 순간 터져 나온 가공할 위력의 충격파에 폭음이 터져 나왔다.

“쿨럭, 쿨럭.”

“콜록, 누, 누가 이긴 거야.”

모래 먼지가 사방을 뒤덮은 가운데, 그 사이로 보이는 실루엣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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