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28화 (228/332)

# 228

레온의 선포가 이루어지고 난 후.

이제는 커티스가 완전히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레온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흐윽, 제 실력이 부족한 탓에 감히 스승님을 구출해 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을 해 주시겠다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레온 님.”

“별말씀을요.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나의 엠브리오 호문클루스를 위해서는 말이야.’라는 뒷말은 꾹 참은 채.

레온이 자비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커티스가 와락 레온을 껴안으며, 자신의 감격을 표출하였다.

그에 레온은 등을 토닥이며 그런 그를 진정시켰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감동적인 광경에 곁에 있던 연금술사들의 얼굴들 또한 하나같이 흐뭇해져 있었다.

‘어라? 잠깐만.’

한데 그때, 레온의 머릿속에 한 가지 비극적인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었다.

레온이 마음을 추스른 커티스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내었다.

“저 근데 커티스 님. 말씀을 들어 보니 지하뇌옥에 갇히신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혹여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겠지요?”

그가 말하는 최악의 사태란 이미 사망하였을 수도 있지 않는가라는 것을 의미했다.

생각해 보니 지하뇌옥에 갇히고 난 후 바깥으로 연락할 수도 없었을 터였기에. 암스트롱의 생사 여부가 걱정이 되었던 것이었다.

고생 끝에 지하뇌옥에 잠입해 들어갔는데 이미 암스트롱이 죽어 있다면, 문제가 복잡해졌다.

영영 엠브리오 호문클루스에 대한 단서가 사라지고 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커티스의 대답은 레온의 그런 걱정을 깔끔하게 사라지게 해 주었다.

“아닙니다, 레온 님. 스승님은 아직 살아 계십니다.”

그러곤 품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내어 레온에게 건네주었다.

주먹만 한 크기의 구슬 속에 자그마한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건?”

“붙잡히시기 직전 저에게 건네주신 물건입니다. 이걸 통해 지금까지 스승님의 생사를 확인해 왔습니다.”

[생사의 수정구]

분류 : 수정구

등급 : 희귀

지정한 상대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마법 수정구. 지정자가 죽음을 맞이하면 수정구 안의 불꽃이 사라진다.

“이제 레온 님께 그것을 드리겠습니다. 스승님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수정구 안의 불꽃이 강해지는 특성이 있어, 지하뇌옥 안에서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지만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리라.

그것까지 인벤토리 안으로 넣고 나자.

‘휴우, 이제 호문클루스부터 본 드래곤까지 할 건 다 끝냈군.’

그제야 레온은 태산같이 쌓여 있던 할 일들을 모두 끝마쳤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잠시 현실로 돌아가, 판트라넷에서 입단 심사에 대한 정보를 조금 찾아본 후 쪽잠을 자면 되리라.

……한데 그때였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털썩.

“허억!”

“커, 커티스 님.”

주변에 있던 연금술사들이 놀란 반응을 토해 냈다.

그런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갑자기 눈앞에 있던 커티스가 지면에 두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뭐야, 얘 왜 이래?’

레온의 표정 또한 의아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가 커티스를 일으켜 세우려 하며, 말을 꺼내었다.

“커티스 님, 왜 이러십니까. 얼른 일어나시지요.”

그러나 커티스는 레온의 그런 행동에도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유지하였다.

그러곤 당황하고 있는 레온과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굳은 결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건네었다.

“레온 님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아직 무릎을 꿇으며 부탁할 것이 남아 있다니.

이어진 커티스의 말을 들은 레온은 속으로 ‘이 아저씨 해도 해도 너무하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애써 얼굴에는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으며 질문을 건넸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말씀해 보시지요.”

그러자 커티스가 주변의 연금술사들을 한 번 쭉 훑어보더니, 레온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부탁을 건네었다.

그건 바로.

“레온 님! 저희 데빌즈 네스트를 이끄는 새로운 수장이 되어 주십시오!”

커티스의 뒤를 이어 데빌즈 네스트의 수장 자리에 올라 달라는 것이었다.

띠링.

띠링.

그 순간,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커티스에게 데빌즈 네스트의 새로운 단주가 되는 것을 제안받았습니다.

-(Y) or (N)

커티스의 말에 놀란 것은 레온뿐만이 아닌 듯 보였다.

다른 연금술사들도 술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레온이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 준 업적을 높게 평가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대찬성하는 분위기였고.

몇몇 이들은 그럼에도 너무 섣부른 결정이 아닌지에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런 반응들 사이에서.

‘아싸, 이게 웬 떡이야.’

레온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을 뿐이었다.

대장장이와 네크로맨서 그리고 샤먼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이번에 가장 최단기간에 단체를 흡수해 내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레온이 자꾸만 올라가는 자신의 입꼬리를 겨우겨우 진정시키며, 커티스에게 말을 꺼냈다.

“제가 이런 직함을 얻어도 될지…….”

“휴우, 역시 부담스러우시다면…….”

“……모르겠지만. 이리 어렵사리 말을 꺼내 주셨는데 물리는 것은 예의가 아닐 테죠.”

예의상 한 번 튕겨 보려던 레온은 커티스가 한숨을 내쉬자, 곧바로 태세를 돌변하며 제안을 홀라당 받아 내었다.

커티스가 상기된 표정으로 탄성을 터뜨렸다.

“오오, 그렇다면?”

“네, 알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직책을 맡는 것을 선포하였다.

우아아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연금술사들이 레온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데빌즈의 네스트의 새로운 단주가 되었습니다.

-소속된 연금술사들을 관리할 수 있는 탭이 활성화됩니다.

-소속된 연금술사들의 명령권을 획득하였습니다.

레온은 연이어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자, 실감이 되기 시작했다.

아직 절대적 충성심까지는 얻어 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연금술사 단체의 수장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기쁨을 만끽하던 것도 잠시뿐이었다.

스윽.

그는 슬며시 주변의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흐음, 역시 퀘스트 보상인 절대적 충성은 얻지 못해서인가. 완벽하게 장악은 안 되는군.’

그러자 기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 결정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 이들 또한 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속으로 한 가지 방법을 떠올리고 있었다.

‘당근이 필요하겠군.’

그렇게 생각을 마친 후, 레온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여러분과 축배라도 들고 싶지만, 기사단 잠입도 준비를 해야 하고 너무 바쁘군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레온은 이어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취임을 하고 난 후, 첫 번째 명령을 하달하겠습니다.”

모든 연금술사들이 레온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 새로운 수장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이어진 레온의 말이 끝난 순간.

연금술사들의 표정이 대번에 미묘해져 있었다.

레온이 내린 명령은 바로.

“이제부로 연금술 재료 수집을 제외한 다른 임무들은 최소한으로 축소하겠습니다.” 였다.

연금술사들의 표정이 이상했던 것도 이해가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암살과 연구에 목숨을 바치던 이들이, 그저 단순 재료 수집에만 치중하라는 명령을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온도 그런 불만이 새어 나올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던 그때, 그들에게 앞서 말했던 당근이 주어지고 있었다.

“왜 갑자기 재료를 모으라는 것인지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겠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자신들을 위해서라는 뚱딴지같은 레온의 말에 모두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어진 레온의 말에 모두들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재료들은 모두 여러분의 전력 강화를 위해 쓰일 겁니다. ……충분한 재료를 가져오는 즉시 그분의 기어 골렘을 오토마톤으로 업그레이드해 드리겠습니다.”

그랬다. 레온이 말한 당근이란 바로 ‘오토마톤’이었던 것이었다.

순간 레온은 속으로 재료로 소진될 영혼과 스켈레톤이 살짝 아깝기는 하였지만, 이내 마음을 추슬렀다.

어차피 이들은 자신의 전력이 될 인물들이지 않던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을 하였던 것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그저 눈을 껌뻑거리고만 있던 것도 잠시.

이내 연금술사들은 하나둘씩 기어 골렘을 오토마톤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충격적인 제안이 사실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연금술사들의 눈빛에 일순간 탐욕이 드리우고 있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나, 난 바쁜 일이 생겨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이, 이 사람이 치사하게!”

“이잇! 내가 먼저 얻을 거야!”

투다다다!

눈이 돌아간 연금술사들이 앞다투어 대실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한시바삐 재료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런 연금술사들의 뒷모습들을 바라보며, 레온이 슬쩍 지나가는 말을 덧붙였다.

“부담이 될까 말을 안 하려 했지만, 사실 오토마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영혼을 추출하는 일이 제물이 꽤나 많이 사용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모아 올 재료들에서 ‘약간’의 재료비 정도만 받으려고 하는데 괜찮겠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약간만 챙길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불쌍하니 8할 정도만 챙겨 주지, 뭐.’ 라고 생각하는 레온이었다.

이런 흉악한 계획이었음에도, 현재 어느 누구도 레온의 그 말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기어 골렘을 오토마톤으로 만드는 데에 정신이 팔려있는 연금술사들이 그 말에 하나도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레온은 그 점을 노린 것이었다.

순식간에 한적해진 대실험장을 바라보던 레온의 표정에 악마의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자, 그럼 나도 잠깐 가 볼까.’

그리고 다음 순간, 텅 빈 대실험장에서 레온이 곧장 로그아웃을 하고 있었다.

* * *

“끄아아아, 졸려 죽겠네.”

현실로 나온 유호는 한껏 기지개를 켜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곤 누적된 피로에 눈만 감으면 바로 잠에 들 것 같았지만, 꾹 참으며 곧장 판트라넷을 켰다.

그는 검색 창에 바로 ‘흑암기사단’, ‘입단 심사’를 치면서 혼잣말을 했다.

“흐음, 보자. 불멸자의 협곡에 참가했던 놈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정보가 좀 풀려 있을 것 같은데…….”

분명히 일전에 그에게 처음 지명도를 쌓으면 입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던 유저는 비밀을 알려 주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짐작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좋았어!”

유호는 찾고 있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찾아낸 정보글의 제목은 이러했다.

[암흑성국의 최강 병력 흑암기사단에 입단해 보자]

순간 유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제 지긋지긋했던 토너먼트를 넘어, 드디어 기사단장 암살로 첫발을 내딛는 것이었다.

당장 확인을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띠링.

띠링.

‘어라?’

유호의 귓전에 갑작스런 효과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곤 이어 디스플레이 화면에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는 표시가 떠오르고 있었다.

유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중요한 시점에 누구야, 대체.’

그렇게 생각하며, 유호는 곧바로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그러고 잠시 후.

“……이건?”

메시지의 놀라운 내용에 찡그리고 있던 유호의 얼굴이 잔뜩 당황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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