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7
레온은 자신을 향해 공손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는 포바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크으, 드디어 완전한 호문클루스를 얻었구나.’ 하는 만족감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러던 것도 잠시뿐이었다.
이어 레온이 무릎을 꿇고 있는 포바를 일으키려고 하다가 갑자기 표정이 미묘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는 왜인지 입술만을 달싹일 뿐, 쉽사리 말을 내뱉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고민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쩝, 이거 반말을 해야 돼, 존댓말을 해야 돼.’
여느 때처럼 반말을 내뱉으려다가도 이내 은빛으로 새 있는 포바의 머리카락을 확인하니 막상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었다.
포바에게서 풍겨 나는 분위기가 소환수의 느낌보다는 일반 유저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였기에 레온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포바야, 일어나……세요.”
결국 공손하게 말을 꺼내게 되는 레온이었다.
그러자 레온의 말을 들은 노신사, 포바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얼굴에 지어 보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말씀 낮추시지요, 레온 님. 용모가 조금 변하기는 하였지만, 저는 변함없이 주인님의 한낱 종일 뿐입니다.”
포바의 말에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호오.’
말투와 태도에서 기품이 느껴지는 포바가 놀라웠던 것이었다.
겉모습만 집사 같은 것이 아닌 안쪽 속까지도 완벽한 집사의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 레온이 평소처럼 편하게 포바에게 말을 꺼내었다.
“그래, 포바야. 편하게 할게. 어때, 바뀐 모습은 마음에 들어?”
레온의 말에 포바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당연히 마음에 듭니다. 이런 멋진 신체를 주신 주인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목숨을 바쳐 레온 님을 지키겠습니다.”
‘크으.’
자신을 향한 절대적인 충성심이 느껴지는 대답에 레온이 속으로 탄성을 토해 냈다.
오랜 시간 동안 충성도를 올려 주어야 하는 다른 소환수들과 달리, 호문클루스는 그런 과정이 없어도 주인을 향한 충성도가 최고 수치에 도달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레온은 자신이 창조주와 같은 역할을 하였기에, 그런 특징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하였다.
‘쯔쯔, 이 시건방진 마루 녀석이 좀 보고 배워야 되는데 말이야.’
레온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건방짐이 사라지지 않는 마루를 속으로 연신 씹어 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자, 그럼 한번 확인해 볼까.’
레온이 포바의 상태 창을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호문클루스 / 포바]
레벨 232 / 한계 레벨 ∞
분류 : 인공 생명체
등급 : 유일
힘 3,100 민첩 2,650
지혜 2,560 체력 2,120
생명력 312,000 마력 246,800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호문클루스의 스텟 창이었다.
꼼꼼하게 스텟들을 확인하고 난 후, 레온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본 드래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오토마톤보다는 더 강력해!’
3천대의 스텟 하나와 2천대의 스텟들이 주르륵 적혀져 있었다.
본 드래곤의 그것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분명히 그가 예상한 것보다 더욱 높은 수치들이었다.
본 드래곤과 오토마톤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레온은 크게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호문클루스의 진정한 강점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이어진 다음 순간.
‘이, 이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별다른 생각 없이 보유 스킬 목록을 훑어보던 레온이 이내 경악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보유 스킬]
1. 생명전이(패시브)
-모든 호문클루스는 5m 이내에 있는 소유주가 사망했을 때, 자동으로 ‘안식’ 상태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15초 후,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대가로 사망한 소유주를 온전한 상태로 부활시킵니다.
(생명전이는 24시간당, 1회에 한합니다.)
(생명전이 스킬은 연속된 중복 사용이 불가합니다.)
2. 감응소환(感應召喚) / (패시브)
-모든 호문클루스는 소유주의 감응력 수치에 따라 비례하여 증가하는 일정 시간 동안, 소유주가 로그아웃을 한 뒤에도 판테라 세계 내에서 소환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현재 최대 감응소환 시간 : 4시간
3. 오버 부스트
4. 이레이저 제노사이드
5. 바이오 익스플로전
6. 트리플 블링크
7. 마력 저항 LV. 5(패시브)
8. 정신계 마법 저항LV. 4(패시브)
9. 둔화 완전 면역(패시브)
10. 마체화(魔體化)
11. (……중략……)
보유 영력
1. 융합 마법
레온은 아직까지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이 스킬 효과들, 실화인가?’
포바가 지니고 있는 호문클루스의 전용 스킬 ‘생명전이’와 ‘감응소환’이 지닌 위력이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생명전이는 말 그대로 만일 자신이 사망하면, 호문클루스가 본인의 생명을 희생하여 자신을 부활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5m 이내라는 제약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연속된 중복 사용이 불가하다는 항목을 볼 때, 여러 호문클루스로 무한대로 되살아나는 행위는 불가능한 듯 보였기는 했지만.
단 한 번의 여분의 목숨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기적인 스킬임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점점 높은 레벨대로 진입을 해 가며, 혹시 모를 사망 페널티에 대한 걱정 또한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실 지금 레온을 감동에 벅차오르게 만드는 것은 두 번째 스킬인 감응소환이었다.
순간 레온이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진정시키며,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인가? 로그아웃을 해도 소환수가 혼자서 활동이 가능하다고?’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 몇 번이고 반복해 다시 읽어 보았지만 설명은 동일하였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호문클루스를 완성시키며 받았던 보상 목록 중에 한 가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보상으로 ‘감응력’ 스텟을 획득하였습니다.
감응소환의 키 포인트는 ‘감응력’이었다.
레온은 곧바로 자신의 스텟 창을 띄워, 새롭게 얻은 감응력의 성능을 확인해 보았다.
[감응력]
인공 생명체 호문클루스는 모두 그들의 창조주와 영혼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감응력이 증가할수록, 서로의 영혼의 결속력이 증가합니다.
-감응력이 증가할수록, 동시에 소환 가능한 호문클루스의 숫자가 증가합니다.
(현재 소환 가능 수 1/1)
-감응력이 증가할수록, 감응소환의 지속 시간이 증가합니다.
‘대박이군, 대박이야.’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눈앞에 나타난 포바에게 정신이 팔려 있느라, 감응력 스텟이 이런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순간 오랜만에 레온의 두 눈에 달러화 마크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거 감응력 스텟이 오르면 오를수록, 로그아웃을 하고서도 호문클루스들이 알아서 돈을 벌어 오겠는데?’
감응소환으로 떼돈을 벌 수 있는 방법들이 연달아 머릿속에 폭죽이 터지듯 연이어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레온이 탐욕에 젖은 표정을 짓고 있던 그때.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 내며 커티스가 레온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흐흑, 레온 님. 정말로 해내셨군요. 기록에 남겨져 있는 것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진정한 호문클루스입니다!”
무척이나 감동한 모양인지 그의 목소리가 작게 떨려 오고 있었다.
분명히 데빌즈 네스트 내의 직위상으로는 그가 더 높건만, 커티스는 레온에게 극존칭을 붙이고 있었다.
어느새 커티스가 레온을 마음속에서부터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부분이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오토마톤에 이어 호문클루스까지, 지지부진하던 그들의 숙원을 단숨에 이루어 주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레온은 커티스의 말에 부처님의 그것처럼 자애로운 표정을 얼굴에 띠우며 겸손하게 말을 꺼내었다.
“이게 어찌 저 혼자만의 뛰어남 때문이겠습니까. 다 여러분의 도움 덕분입니다.”
그런 레온의 따뜻한 한마디에 대실험장의 모든 연금술사들의 눈망울이 차츰 붉어지고 있었다.
“크흑, 레온 님…….”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다니…….”
……하지만 물론 레온의 그 말은 단순한 립 서비스에 불과하였다.
그 순간 레온이 진짜 마음속으로 한 생각은.
‘경배해라, 멍청이들아. 모든 것이 다 이 천재님의 덕분이니. 음하하하.’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금술사들이 이런 시꺼먼 속내를 알아 챌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때, 레온이 슬며시 한마디 말을 덧붙이고 있었다.
“자, 그럼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도움’은 계속해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에게만 맡겨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자 분위기에 취한 연금술사들이 뒤를 생각하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순간 맛있어 보이는 먹잇감을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레온이 연금술사들을 훑어보았다.
‘흐흐, 니들 입으로 분명히 말했다. 최선을 다한다고.’
이후로도 뽕을 뽑을 작정인 듯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빠르게 연금술사 노예들을 활용할 방법들을 정리한 후.
‘……그럼 이제 확인할 것을 물어봐 볼까.’
레온이 커티스에게 다시금 시선을 돌려 눈을 마주치더니, 질문을 건네고 있었다.
“그런데 커티스 님.”
“네, 왜 그러십니까. 뭐 필요하신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커티스는 말만 하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해 왔다.
레온이 이어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만 하시지요.”
그러자 칼 같은 대답이 들려왔다.
그에 레온이 살짝 뜸을 들였다가, 슬쩍 말을 꺼내었다.
“혹시 엠브리오 호문클루스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본 드래곤으로 만들 상위 호문클루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던 것이었다.
레온의 말에 커티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다른 연금술사들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지, 서로 엠브리오 호문클루스가 대체 무엇인지 수군거리고 있었다.
곧이어 커티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어떻게 그것의 존재까지. 역시 레온 님은 저희와 같은 평범한 연금술사가 아니시군요.”
실마리를 알고 있는 듯한 커티스의 말투에 레온이 밝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그럼 알고 계시는 겁니까?”
하지만 이내 커티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가 무슨 이유에선지, 서글픈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흐렸다.
그에 영문을 모르는 레온은 답답할 뿐이었다.
‘다만 뭐, 빨리 말해!’
이윽고 진정이 된 듯한 커티스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다만 그것에 대해 정통한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의 이름은 암스트롱. 제 스승님이십니다.”
그의 말에 레온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사제 관계라면, 분명히 가까운 관계일 터인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먹먹한 목소리로 이어진 커티스의 말에 그 이유를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레온 님, 그분은 지금 제에의 지하뇌옥에 갇혀 계십니다.”
띠링.
띠링.
그러던 그때,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떠오르고 있었다.
[커티스의 스승, 암스트롱을 구출하라]
엠브리오 호문클루스를 제작하기 위해 커티스에게 말을 꺼낸 당신은 좋은 소식 한 가지와, 나쁜 소식 한 가지를 동시에 들을 수 있었다.
좋은 소식은 바로 커티스의 스승, 암스트롱이 엠브리오 호문클루스에 관해 정통하다는 것이며.
나쁜 소식은 그런 그가 종교재판관에게 붙잡혀, 제에 지하뇌옥의 최심층부에 갇혀 있다는 것이었다.
제에 지하뇌옥은 건설된 이래 단 한 명의 탈옥수도 용납하지 않은 지옥의 공간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곳에 들어가 암스트롱을 구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엠브리오 호문클루스를 만들 단서는 사라지고 말 테니 말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SSS
퀘스트 보상 : 엠브리오 호문클루스의 제작 단서. 데빌즈 네스트 일원의 절대적 충성. 알 수 없음
커티스의 말에 연금술사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제에의 지하뇌옥은 그들에게 트라우마와 같은 공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지하뇌옥은 종교재판관들이 죽이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만든 생지옥이었다.
그곳에 붙잡힌 이가 탈출에 성공한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말을 꺼낸 커티스조차 한눈에도 착잡한 심경을 보이고 있었다.
은인이나 다름없는 레온에게 제대로 된 해답을 주지 못한 것과, 자신의 스승이 그곳에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오른 탓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레온이 생각을 마치고는 눈을 빛내며 대담하기 짝이 없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지하뇌옥. 알겠습니다. 그럼 암스트롱 님은 제가 구해 보도록 하죠.”
“……!”
모든 연금술사들의 표정에 경악이 차오르고 있었다.
한데 그에 반해 레온은 별다른 걱정거리가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기사단장과 종교재판장을 처치해야 하는 마당에 고작 지하뇌옥에 잠입하는 것이 대수이랴.
그저 레온은 속으로 퀘스트의 보상을 살피며, ‘이거 영지에 연금술사 전직소도 곧 생기겠는걸?’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